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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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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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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06.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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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
11쪽

윤승아 - 한국 (4)

DUMMY

영호의 위성이 오는 것을 이정민도 보았다. 하지만 이정민은 당황하면서도 그저 벽을 타고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영호에게 더 시간을 줄 수는 없었고, 어차피 지금은 소환 외에는 답이 없는 테크트리였다.


- 전자충격파 쓰지 마라.. 쓰지마라..


정민은 속으로 열심히 기도하면서 벽을 타고 계속 전진시켰다. 정민의 그 간절한 기도가 닿았을까, 영호는 위성이 중재자의 부근에 도달했음에도 전자충격파를 쓰지 않았다. 영호는 중재자를 위성으로 보고 소환된 병력이 보이지 않는 것을 위성을 데리고 가서 막을 생각은 했었지만, 전자 충격파를 쓸 생각은 하지 못했다. 오히려 도착하는 부근에 투척지뢰를 깔아서 막으려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오토바이로 투척지뢰 매설에 힘을 쏟은 영호였다.


위성이 부근에 간 것은 어택이나 이동을 그쪽으로 찍어 두었기에 같이 가다가 위성이 조금 더 먼저 간 것일 뿐, 영호는 아래쪽에 남은 병력이 소환이 아니라 한번에 들어올 것을 예상해서 그쪽에 신경을 더 쓰고 있었다. 여기서 승부가 갈렸다.


“이정민! 소환하러 중재자가 들어갑니다!”

“가는 길에 방공포대가 있지만 가짜 환상을 때리고 있어요!”

“위성이 갔지만 전자 충격파를 날리지 못했어요!”

“마나가 없었나요? 아니면 조영호 선수, 잠시 시야에서 놓쳤나요?”

“이정민! 중재자 11시로 들어갑니다! 소환!!!”

“소환했습니다!! 아크와 기계전사들! 소환됩니다!!!”

“또 소환!! 연달아 소환합니다! 이정민!”


이정민의 병력중 일부는 영호가 미리 준비한 오토바이의 투척지뢰에 죽었지만, 이정민은 소환한 병력에 중재자가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그 중재자로 다시 재차 병력을 소환했다. 전장이 맵 아래쪽에서 11시로 옮겨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영호는 넓은 지역에 라인을 그으려 하느라 11시의 공격에 대응하여 옮긴 병력이 별로 없었고, 인간 종족의 병력은 이동성이 취약했다. 그래서 병력이 중앙 6시와 11시로 나뉘어진 상황.


영호가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병력의 순간적인 차이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중재자를 내린 다음에 병력을 잡아낼 것이 아니라, 중재자가 아예 소환을 못하게 했었어야 했다. 영호의 순간적인 판단 미스인지 아니면 위성을 포함한 병력을 어택땅을 찍어서 이동하느라 위성에 신경을 제대로 잘 못 썼던 것인지는 몰라도 중재자가 소환을 하게 방치한 댓가는 컸다. 소환 1번에 소환할 수 있는 병력은 적었지만, 소환이 연달아 되자 꽤 병력의 양이 되었고, 영호는 병력의 양에서 밀려서 11시의 멀티를 내주게 되었다.


“조영호, 11시 멀티 밀립니다! 탱크의 충원이 늦어요!”

“지금 허겁지겁 중앙의 라인을 형성하고 있는 탱크를 빼는데요, 이러면 중앙 라인을 형성한 보람이 없어집니다. 차라리 역러쉬를 가려는 것일까요?”

“그러기에는 병력의 조합이 탱크 위주로 좋지 않습니다. 보조해 줄 오토바이와 맥 다수가 11시 쪽으로 쏠려있어요. 차라리 11시에 탱크가 일부 있었다면 모를까.... 아! 탱크, 11시 쪽으로 방향을 돌립니다!”

“그래도 일부는 라인을 지켜야 하지 않나 싶은데요. 11시를 지금 가 봤자..”

“다른 멀티의 자원이 말라가기 때문에 11시를 지켜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 같은데요.


영호는 승아처럼 자원을 몹시 효율적으로 빠르게 채취하는 편이었다. 자원을 축적하듯이 모아두는 원재와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이렇게 효율적으로 채취하는 것은 초반 병력의 효율적인 수급에는 좋지만, 자원의 빠른 소모를 가져왔다. 멀티를 중요시할 수 밖에 없는 조영호였지만, 그 멀티가 밀리면서 라인도 무너지고, 병력도 잃고, 멀티도 잃게 되는 사태가 생기고 말았다.


컨트롤과 운영능력, 반응속도는 좋지만 변수에 대처하는 경험이 적은 영호는 그 뒤로 분전했지만, 이정민에게 지고 말았다. 아직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실수가 있기도 했고 기복이 좀 있는 영호였다. 아직은 운영보다는 승아식 3막사 러쉬를 더 잘하기도 했고 말이다. 결국 경기는 1:4로 XK 마르스의 패배. 이정민의 10연승이었다.


승아는 경기를 보면서 확실히 현재 XK 마르스의 선수층이 얇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게임을 항상 이길 수는 없었겠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오늘의 패배를 보자니 확실히 선수층이 얇다는 것을 승아는 느꼈다.


- 원재오빠랑 같은 팀에 있을 땐 괜찮았는데... 우리 팀 다시 합치면 안되나? 어차피 마르스 팀도 원재오빠 있다고 해도 1등 못하는데. 아까도 원재오빠가 있었으면 에결까진 충분히 갔을 텐데..


정작 자신에게만 하루 휴가가 주어져서 쉰 것은 생각 못하는 승아였다.


물론 XK 마르스가 약해진 것은 원재가 머큐리 팀을 만들어 가면서부터기는 했다. 승아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머큐리 팀이 사실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비슷하게 생각하는 커뮤니티의 팬들도 있었고 말이다. 굳이 1.5 정도의 전력을 두개의 모자른 팀으로 나눌 필요는 없었다. XK 마르스 팀에서 확실히 이겨줄 수 있는 사람이 적은 현재, 그 중 하나인 자신이 빠진다면 전력이 낮아진다는 것을 어제의 경기로 확실히 실감했다. 원재라도 팀에 있으면 나을 것이었다.


실제로 그 생각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어진 경기에서 원재의 마르스팀은 이성을 상대로 복귀한 원재를 내세워 에이스 결정전까지 가는 와중에도 이겼다. 원재 1명의 존재가 팀에 미치는 영향은 확실히 컸다. 실력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을 팀에 영향을 끼치는 남자. 그가 서원재였다.


- 나도.. 그런 게이머가 될 수 있을까?


승아는 일단은 TV를 끄고 침대에 누우며 자신이 팀에 복귀하는 내일, 다시 팀에 승리를 가져오겠다고 다짐했다.


***


다음날, 승아는 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고 있었다. 유명한 승아였지만, 버스를 타고 가면서 아무도 승아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다. 얼굴을 다 가릴것만 같은 검은 마스크와 깊이 눌러쓴 모자. 이 2가지만으로도 승아의 변장은 완벽했다. 나머지 얼굴의 옆 라인은 머리카락으로 저절로 가려지니 이렇게 하면 스스로가 대놓고 말하지 않는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데 큰 부담이 없었다.


- 못 알아.. 보겠..지?


승아의 걱정이 과하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승아를 학교에 가지 않아서 쳐다보는 정도의 시선은 있을지언정, 유명인인가? 라고 의심하는 시선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태양이 내리쬐는 여름인 지금, 마스크와 모자를 쓴 승아가 수상해 보일법도 했지만, 한국의 정서는 같은 마스크에 모자라도 남자가 쓰느냐, 외모가 되는 여성이 쓰느냐에 따라 인식의 차별이 컸다. 남자가 승아와 같은 마스크에 모자를 썼다면 바로 수상하게 느껴졌을지 모르는데 여성은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 승아에게는 말을 거는 사람이 없었다.


최진리와 같은 스타 여배우나 CIVA나 소녀데이 같은 유명 걸그룹이 아니어서인지 얼굴을 가릴대로 가려서인지, 아니면 버스안에 젊은층의 탑승이 거의 없는 평일 낮이어서인지 몰라도 승아가 앉은 뒤쪽을 바라보고 ‘어! 프로게이머 윤승아다!’ 라고 알아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 누가 알아보면 귀찮아질까봐 맨 뒷좌석에 앉아서 조용히 창 밖만을 바라보는 승아였다. 창밖에는 푸르른 가로수들이 햇빛을 받아 누가 더 푸르른지를 경쟁하듯이 잎사귀를 한껏 피어내고 있었다.


점심이라 잠시 나왔는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조금 보였다. 지금 학교를 다니지 않고 게임에만 집중하는 승아의 경우에는 그들이 가는 길과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돈을 먼저 버는 삶. 그들은 지금 공부를 하지만 자신은 일을 한다. 사회에 뛰어들어서.


- 내 선택은.. 틀리지 않았을까?


승아는 이제까지의 자신에 대해 돌아보고 있었다.


외모만 돋보이는 여성 게이머로서의 삶을 살다가 어영부영 은퇴하고,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좋지 못한 결혼 뒤 빚에 쪼들리던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기는 했다. 그리고 회귀를 했다. 회귀 뒤, 자신이 잘 하는것, 그리고 하고 싶은 것. 이 모두를 만족하는 프로게이머의 길을 다시 걸었다. 더 향상된 실력에 확실히 놀랐지만, 솔직히 자신의 발전에 소홀히 한 면이 있기는 했다. 미래의 빌드를 알고, 손이 빠르다고 해서 100% 게임을 이기는 것이 우주전쟁이 아님에도 흔들리고, 다시 다짐하고, 또 흔들렸다.


그런 자신을 다잡아 줄 수 있는 원재와 같은 실력의 라이벌이, 그리고 원재와 같이 나이가 많음에도 인간적으로도 따를 수 있는 사람이 팀에 있었으면 했다. 아직까지는 어찌저찌 잘 나가고 있었지만, 소질이 뛰어난 게이머들은 확실히 많았다. 조영호도 지금은 아직 시작이고 경험이 없어서 저정도이지만, 실력을 쌓고 경험을 더 추가하면서 점점 강해질 터였다. 지금 연봉이 1억이라고 자신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있으리라는 법은 없었다.


회귀한 것을 이용하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을 때, 자신이 얼마나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얼마나 돈을 벌고 얼마나 더 높은 위치에 있을지, 승아는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믿는다면서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나. 일탈하지 말자면서도 일탈하기도 하는 등 모순덩어리인 나. 스스로가 그런 줄 알면서도 스스로를 바꾸지 못해 혐오감과 자부심이 뒤섞인 모순덩어리인 것. 그 자체가 자신인 것을 알면서도...


생각에 생각을 이어가던 승아는 머리가 지끈거림을 느끼고 손을 짚었다. 잔머리라면 제법 있지만 깊은 생각을 하기에는 원래부터 여기 있는 것 자체가 모순덩어리인 승아에게는 무리였는지 몰랐다.


- 아 몰랑. 일단 팀에 가서 연습이나 하자. 일단은 현재에 충실하자. 그럼 되는거잖아?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었다. 왜 회귀했는지 몰라도 자신은 여기에 있고, 여전히 프로게이머다. 그리고 우주전쟁을 좋아한다. 그러면 되는거 아냐? 하고 생각하면서 승아는 고개를 털어 복잡한 생각도 털어버렸다.


승아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도중에도 버스는 달리고 있었다.

창밖에는 승아의 복잡한 생각들을 녹여내기라도 하려는 듯, 여름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작가의말

모다깃비님, NaYaNa님, 모릭밤님, 금융점포님, 이에나군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일요일에는 <이번 여름> 편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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