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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태] 의 서재입니다.

퀸(Queen) : 어느 소녀 프로게이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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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한승태]
작품등록일 :
2016.04.07 23:09
최근연재일 :
2018.02.06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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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597,240

작성
17.06.11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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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글자
11쪽

첫 세계대회의 승자는 누구인가 (13)

DUMMY

그리고 남은 결과는 업그레이드 차이와 지형을 이겨낸 승아의 승리였다. 그렇지만 문제는 승아의 탱크도 6대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그 타이밍에 원재의 공장들에서 승아의 남은 탱크와 같은 수의 탱크들이 나왔다. 그리고는 다시 고정모드.


펑! 퍼펑!!


“승아가.. 이긴건가?”

“당장의 전투는 그렇지.”

“당장?”

“원재는 또 공장에서 병력이 나오는데, 승아는 뒷심이 없어.”

“아.. 아까 일꾼...”

“어. 센터에서도 지금도 소모했지. 멀티에서도 당하고.”


먼저 고정모드를 하고 있는 승아가 더 들어오려다 1기의 탱크를 잃고는 다시 원재의 공장이 포격 가능한 언덕위에 2기, 아래에 3기가 고정해서 버티면서 현 상태를 유지했다. 승아의 병력은 더이상의 진군이 힘들어 보였다.


“윤승아가 이러면.. 진건가요?”

“아마도.. 원재는 지금 나온 탱크 말고도 더 뽑을 수 있어. 자원줄이 있으니까.”

“업그레이드 차이도 나고요. 이제는 병력 차이도..”

“근데 승아가 뭘 잘못한거지? 중앙 전투도 이겼고, 방금도 병력이 많았잖아?”

“그러게? 일꾼 소모 했다고 해도 전투 이겨서 밀 수 있지 않았나?”


지금 게이머들끼리 이야기한 대로 전투에서 승아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 정면 승부에서 이기기도 했고, 본진이 털리기는 했지만 원재의 본진도 이어서 밀었고, 자신의 멀티의 일꾼이 죽기는 했지만 그 공격을 온 원재의 드랍 병력도 다 잡았다. 대체 뭐가 문제란 말인가?


프로게이머들 마저도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잘 안가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호진이 무언가 알았다는 듯 엄지와 중지 손가락을 딱! 하고 튀기며 외쳤다.


“시간!!”

“응? 시간이라니?”

“원재형은 병력을 주는 대신 시간을 벌었어요. 시간에서 우위를 얻은거죠. 승아가 오는 타이밍에 어떻게든 시간을 잡아먹어서 이긴 거에요.”

“잠깐만. 시간이라니. 아무리 타이밍이 좋다고 해도 병력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해. 그건 알잖아. 근데 무슨 놈의 시간이야? 이게 무슨 아! 그거였어! 하고 갑자기 깨달음을 얻는 일본 만화냐? 판타지 소설이야?”


종현의 투덜거리는 말에도 호진은 말이 막히지 않고 생각한 바를 이야기했다.


“원재형이 승아의 본진을 공격가고, 승아가 센터를 맞공격 올 때, 원재형이 센터에서 밀리는 건 당연했어요. 병력차가요. 맞죠?”

“그렇지. 그 병력으로 공격 오는 거 지연은 시켜도 어떻게 이겨. 병력차가 큰데. 아무리 먼저 고정모드 잡고 있어도 그렇지. 실제로도 승아가 이겼잖아.”

“그래도 그동안 원재형이 본진에 있는 건물을 날릴 시간을 벌었죠.”

“그래봐야 그사이 병력이 죽었는데?”

“그냥 죽은 건 아니죠. 멀티에다 공장을 내려앉히고 수비 라인을 만들 시간을 벌었죠. 그리고 그 뒤에는 일부 뒤로 살려서 언덕 위에서 라인 형성하고 시간을 또 벌었구요. 그사이 승아거 업그레이드 건물 부수고 시간 또 벌었죠. 그리고 멀티 러쉬 가서 다시 본진이 된 원재형 멀티로 승아의 병력이 오는 시간을 벌었어요. 승아는 자기도 모르게 시간을 잃은거죠.”

“아니, 근데 아까도 말했지만 병력이 죽었다니까? 병력이 죽어서 발려버리면 무슨 소용이 있어. 시간이.”


종현은 호진의 말을 다시 반박했다. 종현의 말이 보통의 정석이었다. 하지만 호진은 그 사이 원재의 수비 라인이 다시 잡힌 것을 이야기했다.


“원재형이 결국은 근데 딱 막을 정도의 탱크가 재정비 되는 시간은 벌었잖아요? 그래서 막았고. 이건 병력이 불리한 상황에서 시간을 벌어서 병력의 차이를 다시 좁히는 타임을 가져오는 거죠. 원재형은 결국 성공했구요.”

“흠... 그러니까, 원재가 시간을 벌고는 그 사이에 막을 병력을 뽑을 시간을 벌었다? 어쨌건 지형이랑 업그레이드는 유리하니까 딱 막을 만큼만 나오면 된다 이거지?”

“네. 게다가 승아가 수송선도 없었구요. 만약에 승아가 수송선이 좀 있어서 드랍을 했으면 모를까, 없으면 탱크만으로 충분히 수비가 가능하죠. 스텔스기 하나 깔짝거리는 거야 뭐.. 방공포대 한두개로 충분히 막구요. 맥도 1기 있으니까요.”

“흐음.....”


호진이 말한대로라면 원재는 타이밍이나 병력으로만 주로 우위를 가리던 우주전쟁의 시대에 새로운 칼을 뽑아든 것이었다. 호진이 말한대로 원재는 ‘시간’을 보고는 ‘시간’을 버는데 주력했다. 자신이 컨트롤이나, 양에서 분명히 승아를 상대로는 밀리는 편이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가진 우위는 뭐가 있을까? 승아가 게임을 많이 했다고는 해도, 큰 대회경험이나, 실제로 실전을 치른 경험은 자신을 따라 갈 수 없다. 그것은 확실한 원재의 장점이었다. 전략을 다 알고 있는 승아지만, 정작 그 전략을 자신과 같은 상위권 게이머들에게 연속해서 여러번 쓰면서 그 실전 경험을 쌓은 것은 자신보다는 적었다. 전생과 현생을 통틀어서는 말이다.


원재는 전생에서 황제로 군림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결국 상대가 약한 타이밍에 내가 공격을 하는것이 승리하는 것이고, 내가 약한 타이밍, 그러니까 상대가 강한 타이밍에 공격을 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패배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상대의 타이밍을 알 수 있는 지금, 컨트롤이 조금 미숙하더라도 어떻게든 시간만 벌면 되었다. 시간만. 그러면 분명히 불리한 상황이 비슷해지는 상황, 비슷한 상황이 유리해지는 상황이 온다는 것을 원재는 알고 있었다. 그 결과가 지금 승아의 총공격을 아슬아슬하게 막아낸 원재의 상황이었다. 큰 컨트롤도 필요 없었다. 어차피 고정모드로 있는 탱크들이고, 생산과 일부 탱크의 컨에만 집중하면 되었다. 그것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어 냈다.


원재는 자원을 계속해서 캐고 있고, 돈도 어느정도 있었다. 승아는 일꾼도 적고 모아둔 돈도 없다. 병력의 추가는 이제 원재가 더 될 것이고, 이대로는 상황은 불보듯 뻔하게 원재의 승리였다. 돈이 조금이라도 있고 수송선이 있다면 승아가 다른 수를 써 보겠지만, 그런 상황을 가만히 보고 있을 정도로 시력이 약한 원재가 아니었다. 원재의 ‘능력’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드랍을 하지 않기 위해 수송선을 뽑지 않은 것이 전투를 힘들게 하다니.. 승아는 더 이상 공격할 수 없는 병력을 가진데다가 더 이상 유닛을 뽑지 못해 불리해진 상황이 확실해졌음에도 아쉬움에 경기를 나가지 못했다.


분명 세트스코어도 유리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하아--.”


정말 아쉬웠다.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해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승리하지 못했다. 졌다. 지고 말았다. 승아는 잠시동안 고개를 숙였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런 속담을 붙이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이상하게 말려서 지고 말았다. 업그레이드가 조금 낮다고 해도 병력이 싸우기에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말이다. 지금 굳이 생각해 보자면 언덕 위를 포격하면서 나오는 랜덤 불발타가 생각보다 좀 더 많이 나와서 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그 외에는 본진이 밀렸다고 해도 병력이 어느순간 자연스레 조금씩 싸움에서 불리해졌다. 마법에 걸린 것 같았다. 흑마술사의 저주 마법.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아쉽다고 해도 뒤집을 수는 없었다. 승아는 결국 GG를 쳤다. 세계 대회에서 원재가 원래의 역사처럼 우승하는 순간이었다. 승아의 GG가 나오고 원재의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미리 세팅된 무대 위의 주머니가 터지며 색종이가 휘날리고 외국인 해설진이 과장된 목소리로 외치면서 우승자를 외쳤다.


[우승자는!! 서~~~원~~~재!!!]


원재는 색종이가 흩뿌려지는 가운데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중앙에 놓인 트로피를 붙잡... 지 않고 지나쳐 승아의 자리로 다가갔다. 원재가 트로피를 잡으면 사진을 찍으려던 기자들 몇몇은 사진을 찍다 말고 원재가 이동하는 방향을 향해 사진기의 포커스를 맞췄다. 승아는 자리에서 장비를 챙기고 있었다. 그러다가 원재의 접근을 보았다.


- 원재.. 오빠?


원재는 승아의 곁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승아는 고개를 들어 원재를 올려다 보았다. 원재도 승아를 내려다 보았다. 승아도 원재도 말은 없었지만, 둘은 서로가 서로에게 눈과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오빠... 하아... 내가 이길 줄 알았는데.

- 네가 더 대단했어. 내 경험이 아니었다면, 이기지 못했을거야.

- 칫. 경험은 무슨.. 그것만, 제 3의 눈만 아니었어도... 그거 너무 사기 아니에요?

- 인정. 인정해. 미안하다. 난 어떻게 해서든 이겼어야만 했어. 미안.

- 흥칫뿡 퉤퉤!


원재는 마음이 들리는 듯이 승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승아는 원재에게 삐진 듯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원재가 승부욕이 강하고, 이기려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건 승아에게 너무도 불리한 경기였었다. 아무리 노화된 손목을 가진 원재라지만 초일류 게이머인 원재에게 맵핵 초능력이라니. 시력에 실력이 더해지니 상황판단에 있어서 적절한 병력 배분만 해도 원재는 정말 강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원재를 상대로 거의 이기기 직전까지 간 승아가 더 대단한 게이머일지 몰랐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했다. 패배해서 분했다. 못해서 진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어서 더 분했다. 툴툴거리며 입술을 삐죽 내민 승아의 머리를 원재는 강아지를 쓰다듬는 양 살포시 쓰다듬었다.


스슥. 삭삭.


승아의 뾰루퉁하니 튀어나온 입술은 머리를 쓰다듬는 원재의 손이 오갈때마다 조금씩 들어갔다. 게임에서 졌지만, 왠지 모르게 분하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원재의 손길이 자신의 머리칼에 닿아서 쓸어내릴 때마다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을 승아는 느끼고 있었다.


시끄러운 우승 효과음과 흩날리는 반짝 색종이들 사이로 승아의 머리를 쓰다듬는 원재, 그리고 그 감촉을 느끼며 앉아있는 승아. 찰칵거리며 플래쉬와 함께 터지는 사진기자들의 요란함과 다르게 둘은 조용한 아우라를 은은히 뿜으며 무대 위 한 구석을 훈훈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작가의말

주말이 끝났습니다.

주말도 일하느라 너무 바쁘네요 ㅠ

행복한 주말 보내시고 행복하게 또 일하시는 평일 되시기 바랍니다...(읭?)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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