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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한량입니다.

커브볼러 Curveb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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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작품등록일 :
2014.12.05 21:44
최근연재일 :
2023.08.07 08:0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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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0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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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1쪽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2)

-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다음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인물, 배경, 단체 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로써 현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미리 알립니다.




DUMMY

-


오늘은 내가 그 동안 충성을 다했던 김준길의 가게에 마지막으로 출근하는 날이다. 하지만 김준길은 마지막 오픈임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감흥이 없는 얼굴로 먼저 가게에 출근해 여느 때처럼 고기에 밑간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든 게 종전과 똑같진 않았다. 업소용 대형 냉장고를 벌컥 열어봐도 냉장고에 든 식재료는 거반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어차피 더 주문해봐야 사용할 곳이 없었기에 이게 맞는 거긴 했지만 그럭저럭 평탄한 회전율을 자랑했던 재고가 텅텅 비게 되니 기분이 왠지 휑했다.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 수는 여느 수요일 저녁 장사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방문빈도가 잦아 얼굴이 익은 일부 단골고객들이 방문할 때마다 김준길은 직접 맥주와 소주 1병씩을 챙겨들고 테이블에 찾아가 오늘이 마지막 장사임을 알려주며 손님과의 석별을 아쉬워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젊은 총각이 일을 빠릿빠릿 열심히 하니깐 보기 좋고 해서 여태 자주 왔었는데, 이렇게 접는다고 하니 좀 아쉽네 그래.”


덕담 한 마디를 건네는 손님에게 김준길은 소주 한 잔을 따라주며 재차 그 동안 감사했다 인사를 했고 서글서글한 미소를 잃지 않은 채, 사장의 역할을 마지막까지 다하고 있었다.


“역시 우리 사장님은 다릅니다.”

“쪼개지나 말고 끝까지 일이나 잘 하자고. 아, 곧 있으면 한국시리즈 2차전 하지 않냐? 승탁 씨 등판인데 너도 잘 챙겨봐야지.”


일만 하던 김준길이 갑자기 야구 얘기를 꺼내니 휑하던 기분이 다시 한 번 더 가라앉아온다. 어제 1차전 경기에서 MG는 2:6으로 유성에게 1승을 내줬다. 뭐, 전력상의 우위가 확실한 두 팀이기에 패배는 어쩔 수 없었다고 치지만 경기 내용부터가 앞날을 예견할 만큼 암울했기에 남은 시리즈에서 MG의 선전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보였다.


시즌 도중 뇌진탕 후유증으로 고생하던 전명훈과 구위 저하가 심각했던 정창현, 부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현재엽까지 주요 전력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되었고 대신 투입된 선수들은 대타 우타자 요원 최윤성, 수비 백업 요원 신목양승, 신인급 포수 김재인 정도라서 전력의 약화는 더 심각해졌다.


투수들의 피로도는 경기가 거듭될수록 쌓여만 갔지만, 당장 경기에서 제대로 뛰어줄 야수가 없었기에 투수의 충원은 끝까지 뒷전으로 밀렸다. 그래도 현 라인업에서 투수가 13명이나 버티고 있으니 가용야수가 없다는 건 이해는 된다. 그렇다고 지금 2군에서 당장 한국시리즈에 써먹을 만한 투수 전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어제 선발 등판했던 유재구는 4회 말 투구 도중, 지난 플레이오프에서 있었던 어깨통증을 다시금 호소하며 조기 강판 되었고, 이어 등판한 좌완 신철웅은 2:2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던 경기에 불을 지르며 난타를 당하고 말았다. 차후 등판한 심정학과 마재훈이 남은 이닝을 잘 막아주긴 했지만 MG는 추가 득점을 뽑지 못하며 결국 헛심을 쓰고 말았다.


팀의 암울한 상황을 짊어진 채로 투구를 해줘야 하는 2차전 선발은 조승탁, 상대 유성의 선발은 조승탁과 비슷한 스타일의 커브볼러 윤정한이다. 느린 속구와 주 무기가 커브볼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투수의 맞대결은 정규 시즌 막판 대구구장에서 이미 이뤄진 적이 있었기에 2차전은 더욱 주목을 받고 있었다.


정규 시즌 맞대결은 두 투수 모두 8이닝 1실점의 호투를 펼쳤지만 승리를 따냈던 투수는 조승탁이었다. 많은 기자와 전문가들은 오늘 경기 역시 그날의 명품 투수전이 재현될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지난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MG가 리버스 스윕을 이뤄내는데 기반을 쌓는 무실점 피칭을 보여준 조승탁에 대한 매스컴의 기대는 더욱 컸다.


‘1회 말, 유성 재규어스의 공격에 앞서 라인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번 타자 2루수 드레이코 페레즈, 2번 타자 우익수 박현일, 3번 타자 1루수 채성인, 4번 타자 좌익수 최영호, 5번 타자 3루수 박형민, 6번 지명 타자 이승협, 7번 타자 중견수 박해성······.’


캐스터의 유성 타순 소개가 끝나고 나니 곧이어 오늘 MG의 선발 조승탁이 연습투구를 하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공을 던지고 뭔가 만족스럽지 않은 듯 고개를 위로 한 번 비틀던 승탁은 상대의 선두 타자가 천천히 등장하자 포수의 사인을 확인하고는 초구를 던졌다.


‘정규 시즌에서 조승탁 선수는 유성 상대로 매우 강한 모습을 보여줬었습니다. 유성 상대 총 3번의 선발 등판에서 전부 승리를 따냈고요. 그나마 가장 실점을 많이 했던 경기기록을 보면 7월 16일에 있었던 7이닝 3실점 피칭이었습니다.’

‘대체적으로 유성 타자들이 유달리 공략을 못 해내는 투수들이 있죠. 태강의 제이콥 오스본이 대표적이지만, 오늘 선발 조승탁 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동안 유성의 타선이 조승탁의 변칙적인 투구 패턴을 제대로 공략해내지 못했었는데요. 미디어데이 때 류원일 감독은 조승탁에 대한 분석을 철저히 했다고 밝혔거든요. 과연 얼마나 준비가 철저히 되었을지 지켜보는 것도 상당히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페레즈, 2구를 밀었습니다! 타구는······ 1-2 간을 가르는 안타! 유성의 선두타자 출루! 천적 조승탁을 상대로 아주 기분 좋은 출발을 보여주는 유성 재규어스의 타선입니다.’


“오오, 페레즈! 시작부터 한 건 했어!”


1차전 때 솔로 홈런 포함 멀티히트를 때려냈던 페레즈의 타격감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몸 쪽에서 바깥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흘러나가는 커브를 가볍게 밀어내는 걸 보면 대충 알 수 있다.


다음 타석은 포스트시즌만 되면 매섭게 방망이를 돌리는 박현일이다. 역시 타석에 들어서서 헬멧을 벗은 다음 얼굴을 박고 냄새를 킁킁 맡는 특유의 타격 루틴은 여전했다. 마지막으로 홈플레이트 위에 배트 끝으로 열 십(十)자를 긋는 것까지 마친 타자는 배트를 세워 들었고, 그 동안 기다리는 것도 지쳤는지 조승탁은 템포를 짧게 가져가며 곧바로 공을 던졌다. 바깥쪽 속구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며 들어갔지만 타자는 이를 편하게 흘려보냈다.


“안타 안타, 안타 안타~ 에-헤이헤이 박현일~”


언제부터인가 김준길이 주방에서 나와 내가 서있는 바로 옆에까지 와서는 자신의 팔짱을 끼고 같이 야구를 지켜보고 있었다. 내가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이 양반은 더욱 신이 나서 선수의 응원가를 나만 들릴 만큼 조용히 속삭이기 시작했는데, 순간 한 대 때리고 싶은 충동이 바짝 터져 나왔다.


“제발······ 가게에서는 저희 휴전협정하고 있던 거 아니었습니까?”

“어차피 마지막 날인데 휴전이고 뭐고 어디 있어? 이기면 장땡이지.”

“참나······ 어, 뭐야?”


내가 김준길과 약간의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6구 째 승부를 이어가던 박현일이 3루 쪽에 기습번트를 대고 1루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다. 3루수 펠릭스는 마운드 근처까지 달려 나와 번트 타구를 맨손으로 집어 바로 1루로 송구했다. 2루에서 승부를 하기엔 타이밍이 이미 늦었기 때문이다.


“후후······ 이제 적시타로 바로 선취점을 뽑는 일만 남았나?”

“아아, 채성인이 좀 위험한데······.”


‘채성인 초구 타격! 총알 같은 타구가 유격수 머리 위를 통과합니다! 2루 주자 페레즈······ 3루에서 멈춥니다.’

‘지금은 타구가 너무 빨라서 홈을 노리기 힘들었어요. 김성걸 코치가 처음부터 멈추란 지시를 내리고 있는 게 보이시죠?’


라인-드라이브성 타구가 나오며 유격수 오지원이 점프 캐치를 시도할 새도 없이 공은 좌익수 앞에 떨어졌다. 1회부터 1사 주자 1, 3루의 위기를 맞은 조승탁은 표정 변화 없이 타구가 날아갔던 방향을 쳐다보다가 팔을 빙빙 돌리며 어깨를 풀었다.


“기분이 어때? 막 부들부들해?”

“아아, 진짜 이 양반이! 어차피 최영호가 국밥 말거잖아요!”

“그래? 한 번 두고 보자고.”


당당한 체구를 자랑하는 좌타거포 최영호가 타석에 걸어 들어온다. 비록 내가 말로는 최영호의 적시 국밥 본능을 언급하며 김준길을 도발했지만 일단 그는 30홈런을 넘기는 장타력이 있는 타자인데다 타율도 3할 5푼을 기록할 정도로 교타력까지 겸비한 만능 타자가 아니던가. 자신만의 핫-존에 걸리면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는 건 어렵지 않는 난적이다. 팬심 빼고 냉정히 말하자면 지금은 초반 대량 실점의 위기다.


‘번트에 성공한 박현일을 제외하면 유성 타자들은 전부 초구, 2구내로 빠른 승부를 내고 있습니다. 일단 지금까지는 좋은 흐름입니다.’


조승탁이 최형우를 상대하기 위해 초구로 높은 속구를 던졌지만 타자는 배트를 돌리는 시늉도 하지 않고 다음 공을 상대하려 폼을 잡았다. 그에 맞춰 2구를 던지는 조승탁의 선택은 수직으로 떨어지는 12-6커브, 타자의 눈높이에서부터 거반 수직각을 그리며 공이 휘어간다. 이에 타자는 처음부터 커브를 노리고 있었던 지 스윙을 해서 배트에 공을 맞히는 데는 성공을 했지만, 이 타구는 1루 코치 쪽으로 굴러가며 파울이 되었다.


조승탁이 로진을 묻히고 손을 터는 동안 타자는 대충 감이 잡히는 지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스파이크로 타석의 흙을 골랐다. 다시 플레이볼 콜이 떨어지자 조승탁은 명치 높이로 글러브를 치켜들고 셋-포지션을 취한다. 그러다 등 뒤로 있는 1루 주자 채성인을 향하여 한 번 견제구를 던지자, 대구시민구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성 팬들의 야유소리와 함께 견제 구호가 중계방송을 타고 울려 퍼졌다.


‘마을래! 마을래! 마을래!’

“말래! 말래!”

“지금 하시는 견제 구호를 나중에 조승탁 바로 앞에서 해보는 건 어떻습니까?”

“무슨 사람 하나 잡을 일 있냐? 그리고 너희도 견제하면 떽떽거리잖아?”


삼겹살 집 정전협정이 진즉에 파탄이 난 마당에 김준길은 아예 작정하고 나를 놀리려는지, 가게 서랍장에서 유성 팬임을 밝힐 때 꺼냈었던 유성 올드 유니폼을 꺼내 걸치고는 더욱 격렬한 몸짓으로 응원을 해댔다.


“쇼오-! 유성의 최영호! 쇼오-! 유성의 최영호!”

“아따, 지금 가게에 손님들도 계신데 안 창피합니까?”

“아아, 몰라. 어차피 오늘이 마지막 장사야. 언제까지나아- 영원히!”


지금 준길에게 새파란 막대풍선이라도 하나 들려준다면 지금 대구구장에 있는 열성팬과 다름없는 모습이 될 것이다. 물론 이런 행동들이 MG 팬인 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다분했기에 난 애써 태연한 척 팔짱을 끼고 야구경기에 집중하려 애를 썼다.


“얌마, 무시하냐?”

“아닙니다. 계속 열성적으로 응원하시죠?”

“자식이 삐치긴······.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 좀 떨쳐보려고 일부러 이러는 거야. 나도 아쉬워 죽겠어.”

“······.”


내 어깨를 툭 친 김준길이 안경 너머로 가벼운 웃음을 짓는다. 그 방만하고 가벼운 웃음 속에서 씁쓸한 감정이 묻어있는 걸 느끼는 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긴 본인이 직접 시작해서 궤도에 올린 장사를 자의로 접게 된 것도 아닌데 이 양반도 아쉽긴 할 거다. 그래도 듣는 임우영에게 엿을 먹이려고 요란 벅적하게 응원하는 걸 보면 마지막 날이기도 하겠다, 진짜 하극상이라도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을 일깨우게 만들었다.


한편, 조승탁의 공을 계속 커트하며 2B-2S 카운트를 끌고 가고 있던 타자는 7구째 스트라이크 존보다 조금 더 낮게 떨어지는 공에 또 손을 대고 말았다. 이번엔 타구가 파울이 아닌 인필드가 되어 그라운드 잔디 위로 느리게 굴러가기 시작했다. 문제는 하필 이 느린 타구가 투수 조승탁을 지난 다음 속도가 죽어버린 바람에 2루수 임도연은 홈에 승부를 하는 것을 포기하고 1루에 공을 던져 타자 주자만을 처리했다.


“오우, 영호 형님 땅볼 설계 좋고! 타점 하나는 올렸다!”

“······.”


1루수 김형인는 이 타구의 바운드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공의 튄 자리의 잔디를 발끝으로 툭 차고는 다시 정상 1루수 포지션으로 돌아갔다. 1회부터 기분 찜찜한 방식으로 실점을 하고만 조승탁은 지금의 타구가 야속할 법도 했지만 그저 모자를 고쳐 쓰고 다음 타자를 상대할 준비만 할 뿐이었다.



-


1회에 실점을 한 이후로도 조승탁은 평소 유성 전 등판 때와는 달리 꾸준히 안타를 맞았지만, 득점권의 위기에서 호수비의 도움을 받거나, 공격 흐름을 깨는 팝-플라이볼을 유도하면서 꾸역꾸역 1실점으로 피칭을 이어갔다. MG도 5회 초 공격에서 펠릭스의 솔로 홈런이 터지며 1:1의 동률을 만들기는 했지만 후속타의 불발로 5회 말 수비에 들어갔다.


‘풀-카운트에서 선두타자 박현일이 볼넷을 얻어 1루로 출루합니다.’

‘저번 플레이오프 등판에 비하면 조승탁의 구위가 좀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일단 지금은 위기관리를 중시하는 피칭으로 1실점에서 그치고 있습니다만 피안타 7개는 조금 많거든요. 연타를 맞고 있지 않아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식사 손님이 빠져나가고 일부 술손님만 가게에 남았기에 김 사장과 나는 이젠 TV가 잘 보이는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야구중계를 관전했다. 난 실점할 듯 실점하지 않는 똥줄 피칭을 이어가는 조승탁 때문에 사장 동의하에 근무시간에 소주를 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세영 씨는 잘 안 보이네? 또 뭔 일 있어?”

“전혀 없습니다. 휴학하고 마냥 놀기는 싫다며 자격증 공부 시작했다고 그랬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벌써 학원을 하나 끊었다네요.”


녀석이 다니는 학원은 대학생 외에도 직장인들 스케줄까지 고려한 강의인지라 저녁시간 대에 수강이 잡혀있는 모양이다. 지난주부터 다니고 있다고 하는데 정작 녀석이 이 사실을 내게 말해준 건 아까 출근 전에 했던 통화에서였다.


“히야, 진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건실하시네.”

“그러게 말입니다.”


그렇게 잠시 홍세영의 얘기가 나오고 있을 무렵, TV에서 캐스터의 격앙된 목소리가 터져 나오면서 우리는 하던 대화를 멈추고 하나같이 시선을 야구 중계로 돌렸다.


‘채성인의 타구가 쭉쭉 뻗어갑니다! 담장! 담장 근처······ 아아! 중견수가 워닝 트랙 근처에서 이 타구를 잡아냈습니다!’


“에이씨, 저게 잡히네······.”

“하아······. 저 놈은 진짜, 보는 사람 심장 배려는 다 갔다 버렸구나.”

“그래도 1실점으로 막아주는 게 어디야. 그나저나 마지막 날인데 세영씨가 안 오는 건 좀 아쉽네. 삼겹살은 정말 잘 드셨잖아.”

“걘 맛만 있으면 아무거나 다 잘 먹는 애라 그리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일부러 얘기도 안 했어요. 마지막 날에 낼 고기 부족할까봐.”


내가 중얼거리는 톤으로 구시렁거리자 김 사장은 갑자기 주먹으로 내 정수리를 쥐어박았다.


“아악! 왜 때립니까?”

“야이씨, 세영 씨는 손님이 아니냐? 가게 방문해주는 손님은 다 똑같은 건데 그게 지금 뭐하는 거야. 그리고 세영 씨가 너한테 암만 편하다고 해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거지.”

“으으······.”


김준길의 따끔하고도 매운 지적에 난 골을 어루만지며 잠자코 기를 죽여야만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이번에는 내가 말이 좀 심했던 것 같기도 하다. 녀석이 잘 먹기는 하지만 가게 재고를 거덜 내면서까지 푸드 파이트를 펼치는 정도도 아니고······ 비약이 심하기는 했다.


- 땅!

‘2루수와 유격수 사이를 꿰뚫었습니다! 최영호의 안타! 1루 주자 박현일은 3루까지 쇄도합니다! 3루, 3루에서 세이프!’


“아아악! 아오, 이거 사장님한테 맞아서 이 꼴이 났잖습니까!”

“응? 아까 뭐라고? 최영호가 국밥을 말아 먹는다고? 킥킥킥킥······.”


김준길 사장의 촐싹 맞은 웃음소리를 BGM 삼아 TV 화면 속의 조승탁은 모자를 벗었다가 다시 고쳐 쓰며 그라운드 옆으로 침방울을 뱉어냈다. 경기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을 때 종종 목격되는 조승탁의 버릇이다. 뒤이어 들어오는 만만찮은 타자 박형민을 상대하려 사인을 주고받는 그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내 1루에 호흡을 흩트리는 견제구를 던져버리며 기싸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2구로 던진 커브 역시 존 밖으로 흘러나갔습니다. 2볼 낫씽.’

‘조승탁의 승부구라 할 수 있는 수직 커브나 대각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각 큰 커브는 3루에 있는 주자 때문에 쉽게 던질 수가 없죠. 여기서 와일드 피칭이 나와 버리면 오늘 경기 더욱 힘들어집니다.’


출루한 주자 2명이 발이 빠른 주자도 아니었지만 조승탁은 의도적으로 견제구의 비중을 높이고 있었다. 일단 이번 타석에서 아웃카운트를 하나라도 더 늘려야 뒤에 있을 이승협과의 승부가 더욱 편해진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뒤로 이승협은 조승탁 상대 성적이 유성 타자 중에서 독보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3볼 낫씽! 이번 공은 조승탁 선수도 판정이 아쉬울 만한데요.’

‘장타를 감수해서라도 과감하게 몸 쪽에 찔러 넣어본 조승탁 선수였습니다만 결과는 볼이 되었습니다. 박형민 선수도 한숨을 깊게 내쉬면서 안도를 하고 있는 모습이네요.’


“아악! 저 심판! 눈깔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냐?”


스트라이크를 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판정이었지만 결과는 볼이다. 주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은 합의 판정 등으로 번복도 불가능한 만큼 최대한 아쉬움을 빨리 떨치고 다음 투구에 온 신경을 기울여야 된다. 그런 투구의 안정감에 있어서 조승탁의 무표정 일변도는 보는 사람에게 기묘한 신뢰를 가져다주니 그나마 다행이었다.


더벅머리 그늘에 가려져 분간이 힘든 조승탁의 눈이 다시금 빛나며 진지하게 포수를 주시한다. 사인교환을 마치고 셋-포지션에 있던 조승탁이 몸을 비틀어 손끝에서 공을 던져냈다. 몇 번이고 타자가 속지 않았지만 조승탁은 다시 한 번 더 커브볼을 택했다. 큰 포물선을 돌리며 떨어지는 커브볼은 스트라이크존의 한 귀퉁이를 찌르는 것처럼 날아왔고, 타자는 스윙을 하려다 카운트의 유리함을 감안한 듯 배트를 참아냈다.


‘볼넷! 볼넷입니다! 조승탁이 5회 초, 오늘 경기 최악의 위기를 자초합니다.’

“아아, 만루에 이승협이라니······.”


차라리 보고 있는 TV를 확 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일부 남아있는 손님들과 김준길 사장이 경기에 시선을 쏟고 있었기에 내가 가게 밖으로 나가는 것 말고는 선택권이 없었다.


“야, 어디가?”

“담배 피우러 갑니다.”


목재 문을 열고 가게 밖으로 나간 나는 긴장감으로 절로 바들거리는 손끝에 애써 힘을 줘가며 잘 붙지도 않는 라이터 끝에 불을 올렸다. 담배 연기를 마셔 봐도 생각보다 승탁의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아 다시금 머리가 지끈거린다. 전력차이가 나서 경기가 쉽지 않을 거란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승탁이 선발로 등판하는 날이었기에 일말의 기대감을 갖고 경기를 지켜보았지만 상황은 역시 어려웠다.


정신없이 담배를 빨다보니 꽁초 끝에 늘어지는 하얀 담뱃재를 터는 것도 잊고선 있었다. 결국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담뱃재가 뭉텅이가 되어 보도블록에 떨어진다. 그리고 이에 맞춰서 닫힌 가게 문 너머에는 김준길이 꽥하고 내지르는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와아아아아! 만루 홈런이다!’


귓가를 쩌렁쩌렁 울려대는 만루 홈런이란 단어에 난 아직 여유가 남은 장초를 깡통에 내던져버리고는 그 깡통을 신발 끝으로 걷어차 버렸다.


“씨발······.”


육두문자를 씨불이며 가게 안으로 돌아와 보니 제일 먼저 김준길이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환호를 하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 벽걸이 TV로 눈을 돌려보니 이승협이 머리 위로 주먹을 불끈 쥐고 3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오는 장면이 잡히고 있었다. 리플레이되는 홈런 장면. 그 속에서 대구의 하늘을 가르는 타구를 뒤돌아 지켜보던 조승탁은 끝내 공이 외야석 상단에 박히자 당당하게 들고 있던 고개를 결국 숙이고 말았다.


‘오늘 조승탁 선수는 여기까지인 모양입니다. 오늘 조승탁 선수는 4.1이닝 9피안타 1피홈런 5실점을 기록하였습니다. 교체되는 투수는 좌완 윤상운 투수입니다.’


차명수 코치가 조승탁의 어깨를 툭툭 두들겨 주며 위로를 했지만, 조승탁은 여전히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인 채 백업 멤버들이 기다리고 있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




스토리 및 구성 : 종량제 / 제작지원 : 김필수


작가의말

내일까지 연휴군요. 전 알바에, 과제에, 연재에 번거로운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ㅠㅠ

(16/07/29 1차 오탈자 및 묘사 일부 수정.)

(17/09/20 2차 - 전체 분량 퇴고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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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Origin] #.8/ 기요하라, “정말로 정의윤이 후보란 말인가?”.gisa (1) 23.08.07 21 0 11쪽
188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5) 23.08.07 11 0 11쪽
187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4) 23.08.06 18 0 11쪽
186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3) 23.08.06 16 0 13쪽
185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2) 23.08.04 15 0 13쪽
184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1) 23.08.01 22 0 15쪽
183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3) 23.07.31 23 0 17쪽
182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2) 23.07.31 20 1 13쪽
181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1) 23.07.31 21 0 13쪽
180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5) 23.07.31 22 0 10쪽
179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4) 23.07.30 23 0 14쪽
178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3) 23.07.30 18 1 14쪽
177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2) 23.07.30 19 0 14쪽
176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1) 23.07.29 17 0 12쪽
175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5) 23.07.29 24 0 19쪽
174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4) 23.07.28 19 0 14쪽
173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3) 23.07.27 19 0 13쪽
172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2) 23.07.27 17 0 13쪽
171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1) 23.07.27 19 0 13쪽
170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4) 23.07.26 27 0 16쪽
169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3) 23.07.26 21 0 12쪽
168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2) 23.07.25 25 1 15쪽
167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1) 23.07.25 24 1 13쪽
166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4) 23.07.24 26 1 12쪽
165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3) 23.07.24 21 1 12쪽
164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2) 23.07.24 21 1 14쪽
163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1) 23.07.24 27 1 13쪽
162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4) 23.07.23 23 1 14쪽
161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3) 23.07.23 27 1 12쪽
160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2) 23.07.23 26 1 11쪽
159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1) 23.07.23 45 2 13쪽
158 [Origin] Prologue./ 대한민국 흔한 전역자의 패기.jpg 23.07.23 56 3 10쪽
157 ♭.1/ 연재 후기 및 Q & A. +15 17.05.04 861 14 11쪽
156 Epilogue./ 전역한 뒤의 인생 얘기 좀 풀어본다.ssul +4 17.05.04 1,095 12 30쪽
15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7) +5 17.04.29 854 10 36쪽
15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6) +2 17.04.21 553 10 30쪽
15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5) +4 17.02.23 576 11 25쪽
15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4) +2 17.02.12 658 11 26쪽
15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3) +2 17.02.02 661 15 24쪽
15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2) 17.01.12 617 12 26쪽
14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1) +3 16.11.02 870 13 21쪽
148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0) +2 16.09.02 1,033 11 21쪽
147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9) +4 16.08.18 952 16 21쪽
146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8) 16.07.29 721 12 18쪽
14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7) +2 16.07.21 784 11 22쪽
14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6) 16.07.13 685 12 22쪽
14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5) +4 16.06.29 842 15 23쪽
14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4) +2 16.05.27 985 13 23쪽
14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3) +2 16.05.15 1,018 12 16쪽
»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2) 16.05.07 752 14 21쪽
13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 16.05.04 784 14 16쪽
138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9) +3 16.04.30 1,116 20 42쪽
137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8) +2 16.04.14 769 19 20쪽
136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7) +2 16.04.07 868 17 24쪽
135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6) +4 16.04.01 753 19 17쪽
134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5) +2 16.03.26 698 19 16쪽
133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4) +6 16.03.18 903 19 18쪽
132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3) 16.03.11 678 17 15쪽
131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2) +8 16.03.07 931 20 17쪽
130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1) +2 16.02.29 983 20 17쪽
129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5) +4 16.02.24 904 18 17쪽
128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4) +6 16.02.23 819 18 13쪽
127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3) +4 16.02.20 757 23 19쪽
126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2) +2 16.02.17 887 18 14쪽
125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1) 16.02.11 877 17 15쪽
12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1) +2 16.02.09 842 22 17쪽
123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0) +2 16.02.05 762 19 12쪽
122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9) +6 16.02.04 761 22 15쪽
121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8) +6 16.01.28 849 20 16쪽
120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7) 16.01.27 687 21 13쪽
119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6) +2 16.01.22 856 24 19쪽
118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5) +3 16.01.21 798 21 14쪽
117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4) +2 16.01.16 864 22 15쪽
116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3) +2 16.01.13 834 22 16쪽
115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2) +2 16.01.09 845 20 14쪽
11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 +3 16.01.05 836 23 14쪽
113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8) +10 16.01.01 968 23 17쪽
112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7) +4 15.12.30 854 22 13쪽
111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6) +4 15.12.25 889 19 14쪽
110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5) +6 15.12.24 840 19 16쪽
109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4) +8 15.12.16 863 22 14쪽
108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3) +8 15.11.11 862 24 13쪽
107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2) +3 15.11.05 936 18 14쪽
106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1) +4 15.10.29 1,022 21 13쪽
105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5) 15.10.23 950 28 12쪽
104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4) +4 15.10.11 851 24 15쪽
103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3) 15.10.08 1,019 20 16쪽
102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2) +4 15.10.05 910 24 13쪽
101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1) 15.10.02 863 28 15쪽
100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4) +6 15.09.29 863 26 16쪽
99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3) +4 15.09.17 915 23 17쪽
98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2) +2 15.09.17 986 22 15쪽
97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1) +4 15.09.14 1,058 23 15쪽
96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4) +2 15.09.10 1,033 25 14쪽
95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3) +2 15.09.07 993 25 12쪽
94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2) +4 15.09.03 974 27 15쪽
93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1) +8 15.09.01 1,017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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