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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한량입니다.

커브볼러 Curveb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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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작품등록일 :
2014.12.05 21:44
최근연재일 :
2023.08.07 08:0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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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8 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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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4)

-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다음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인물, 배경, 단체 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로써 현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미리 알립니다.




DUMMY

2회 초, 조승탁은 국민 거포로 불리는 4번 타자 박병원을 상대로 5구만에 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는 5번 타자 유격수 강준효로 오늘날 공수 양면에서 최고의 유격수로 모두가 입을 모으는 선수이다. 조승탁에게 매 시즌 상대 성적이 좋았던 데다, 승탁이 내게 직접 박병원보다는 강준효가 상대하기 더 까다롭다는 언급도 예전에 한 적이 있었으니 오늘 경기에서 요주의 해야 할 선수 1순위로 꼽을 수 있겠다.


“확실히 바로 뒤에서 보니까 승탁 선수 폼이 이상하긴 하다. 뒤로 주저앉는 것도 있고, 손이 나오는 게 잘 안 보여.”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홍세영 역시 야구에 반 미쳐있는 임우영 곁에서 있더니 이젠 이런 분석도 할 줄 알고 야구를 보는 시각이 아주 넓어졌다.


“오오, 역시 땅콩 너도 야구 보는 눈이 좀 늘었구나. 저 폼 때문에 조승탁이 유난히 까다롭다고 평가받는 거야.”


2구째는 슬로우 커브로 유인구를 던진 조승탁은 모자를 벗어 더벅머리를 긁고는 다시 타자를 마주하고 3구를 던진 준비를 마쳤다. 일직선으로 뻗은 왼다리를 땅과 수평으로 유지한 채 오른 무릎을 굽혀 주저앉는 딜레이, 그 이후 크로스 딜리버리로 몸을 비틀어 공을 뽑는 특유의 폼으로 조승탁은 다시 커브볼을 뿌려냈다.


‘스트라이크!’


빠르고 간결하게 휘며 낮은 쪽 스트라이크 존을 깔끔하게 찌르고 들어가는 고속커브를 가까이서 보게 되니 놀라움에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다. 또 우타자에게는 몸을 향하여 오던 공이 급격히 대각선으로 휘며 떨어지니 공략의 어려움은 배가 될 것이다.


‘플레이!’


1B-2S에 몰린 타자는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배트를 세워들었고, 이를 보고 조승탁은 사인 교환도 없이 바로 투구 동작에 들어가며 다리를 들어 뻗었다. 휘두르는 손끝에서 빠져나오는 공은 조금 느리게 악력의 구속(拘束)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조승탁이 던진 공은 타자의 팔꿈치 방향을 향해 날아가며 관중들에게 사구(死球)를 예감케 했다.


“헉!”


하지만 공은 이내 브레이킹이 걸리며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10시에서 5시 방향으로 대각선을 그리고 휘어 떨어졌다. 땅바닥에 미트를 갖다 대고 있던 포수는 공이 정확히 들어오자마자 간신히 스윙를 참은 타자의 모습을 보고는 1루심을 가리켰고, 이를 지켜보고 있던 1루심은 가슴팍 앞에서 불끈 쥔 주먹을 들어보였다.


‘리벤져스의 중심타선을 상대로 2연속 4구 삼진을 잡아내는 조승탁입니다! 오늘 경기 탈삼진 2개째! 변화구를 공격적으로 존 안에 찔러 넣는 투구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강준효를 상대로 초구부터 4구까지 전부 커브볼이었거든요. 특히 마지막 4구로 던진 너클커브는 무브먼트가 아주 예술이었습니다. 투수가 저런 변화구를 던지면 솔직히 말해 타자는 건드릴 수조차 없죠.’


라이브로 플레이오프를 중계해주는 해설진들도 방금 전의 투구는 인상적이었나 보다. 방송사에서 연속투구 영상을 틀어줘 초구부터 4구까지 전부 커브가 들어가는 걸 다시금 볼 수 있었다. 이토록 제각기 들어오는 변화구 각에, 구속까지 자유자재로 완급조절이 되는 승탁의 커브볼은 내가 봐도 못 치겠다 싶었다.


‘6번 타자 이형률, 3구 맞습니다. 변화구······ 스윙 삼진! 선발 투수 조승탁! 리벤져스의 강타선을 KKK로 깔끔하게 막아냅니다!


이번에는 거반 수직으로 휘며 떨어지는 12-6커브에 좌타자인 이형률도 당해내기는 힘들었는지 3구만에 힘없이 스윙을 하며 물러났다.


“와아······.”

“헐······.”

“······.”


같이 야구장을 찾아 조승탁의 투구를 보던 일행들 역시 탄성과 함께 할 말을 잃고야 말았다. 최상의 컨디션과 다희 씨에게 잘 보이고자 하는 의지가 실린 승탁의 투구는 더 이상 말 할 필요가 없는 위력이었다.


“흐흠, 치킨 가져온 거나 먹을까?”


마운드에서 걸어 내려오고 있는 승탁을 얼빠진 얼굴로 쫓고 있는 인원들의 주위를 상기시키고자 난 동네에서 튀겨온 치킨 봉투를 꺼냈다.


“잉? 족발 먼저 까보면 안 되냐? 성수족발이 그렇게 맛있다며.”

“에이, 김 사장님도 잘 모르시네. 치킨은 식으면 눅눅해지고, 족발은 식어야 제 맛이잖아요, 헤헤.”


역시 이 모임에서 먹는 걸로 최고의 내공을 쌓은 홍세영의 위엄을 이길 자는 없었다. 성수동 근처에 살지 못해 맛을 보지 못한 김준길의 조급함은 이해하다만 여기서는 홍세영의 주장이 정론이다. 난 더 군말하지 않고 치킨의 포장을 까서 양 쪽에 한 마리씩 배치해주었다. 그 사이 리벤져스의 야수들이 각자 포지션에 알맞은 위치로 향했고 상대 선발 오세형이 2회 말 MG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 마운드로 올라왔다.


오늘 MG의 라인업은 기존 2연패를 기록했던 타선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의 평가로는 노인정 라인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1번 지명 타자 박현택, 2번 중견수 어중석, 3번 3루수 전명훈, 4번 좌익수 이정규, 5번 1루수 펠릭스 발렌수엘라, 6번 우익수 이현규, 7번 2루수 송주일, 8번 포수 최경열, 9번 유격수 임도연 순.

20대는 내야의 임도연 뿐, 전원 30줄을 넘긴 인원들로만 구성된 타선이었다. 상대 투수가 좌완 오세형이니만큼 유격수 자리도 좌타 오지원을 빼고 임도연을 출장, 그 외 좌타자들은 일단 베테랑이니 제 역할을 다할 거라 판단한 모양이다.


‘2회 말, MG 타이탄스의 공격! 4번 타자, 이! 정! 규!’


장내 아나운서의 당찬 호명과 함께 그 위엄을 까부수는 걸그룹의 노래를 등장곡 삼아 이번 시즌 데뷔 이후 처음으로 풀 시즌을 뛰고 있는 이정규가 등장했다.


“아-안, 타! 이정규!”

“음, 내가 봤을 땐 이번 시즌 MG에서 그나마 잘 때리는 애는 용병 빼면 쟤랑 박현택 뿐인 것 같다.”


김준길이 전광판에 나와 있는 이정규의 시즌 기록을 흩더니 잠실구장 너비를 운운해가며 선수를 평가했다. 타율 0.315 406타수 128안타 19홈런 95타점 71볼넷을 뽑아낸 그의 기량은 타율-출루율-장타율 3할-4할-5할을 기록하는 아름다운 스탯을 자랑했다.


“MG에선 이정규만큼 장타 쳐주는 타자도 없죠.”

“하지만 생긴 건 왠지 서프라이즈에 나오는 배우처럼 생겼단 말이지.”


김준길이 닭다리를 들고 킬킬 대자 제일 귀퉁이 자리에서 흐뭇하게 야구를 보고 있던 다희 씨가 주먹으로 테이블을 쿵하고 내리치더니 반대편 귀퉁이에 앉은 준길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오래봐야 예쁘다. 자세히 봐야 사랑스럽다.”

“예? 그게 무슨?”


두 마디를 툭 던지고 묵묵부답 입을 굳게 다문 다희 씨를 대신해 내가 뒤에 이어질 말을 덧붙여주었다.


“이정규도 그렇다······. 야구 성형이란 말도 있듯이 야구선수는 야구만 잘하면 잘생겨 보입니다. 저거 봐요. 벌써 쓰리볼까지 골라냈잖아요.”


간결한 투구폼이 인상적인 오세형은 속구 구속이 빠르진 않지만 속구비중이 높은 투수. 도드라지는 변화구는 없으나, 일정한 속구와 옅은 느낌의 변화구를 섞어서 타자의 착오를 유발하는 피칭을 위주로 한다.

여기에 MG 타자들이 공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좌완 투수라는 게 결정적이다. 출루중점 눈야구를 하는 선수가 부족한 MG에서 이런 부류의 투수는 잘 공략해내지 못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오오, 잘 골랐다.”


그리고 지금 1루로 출루하고 있는 이정규는 팀 내에서 드물게 눈야구에 능한 선수다. 멀뚱멀뚱 생각 없이 서있는 것처럼 보여도 공은 잘 골라내지 않나. 풀 카운트 승부 끝에 출루에 성공한 그는 보호장구를 풀고는 1루 베이스 주변에서 리드를 벌리고 섰다.


“여기서 우타자 펠릭스가 하나 쳐줘야 할 텐데······.”


MG의 후반기 돌풍의 1등 공신, 용병 펠릭스 발렌수엘라가 타석에 오르는 걸 보던 다희씨는 치킨무를 으적거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일단 펠릭스는 같은 참교육의 가문인 청대의 역대급 용병 펠릭스 조셉이나 태강의 거포 타이콥 벨벳처럼 크고 아름다운 근육이 인상적인 타입은 아니다. 오히려 비슷한 스타일이라면 상원의 대표 장수 용병이었던 조이 콜로서스나, 이번 시즌 상원 중견수를 맡았던 펠릭스 도밍고처럼 탄력적인 체격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6월부터 합류하여 21개의 홈런을 몰아친 펀치력은 역시 흑인 야수들의 압도적 피지컬을 느낄 수 있게 만든다. 합류 초반엔 리그 적응을 위해 일부러 짧은 스윙으로 안타를 노렸는데도 불구하고, 후반부에 다다라서는 정말 대단한 성적을 남겼다.


펠릭스가 타석에 서자 상대 야수들이 수비시프트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2루수는 2루 베이스 위, 3루수는 선상에, 유격수는 그 사이 빈 공간으로 수비 포지션을 옮겼다. 좌익수도 선상에 치우친 채 뒤로 이동했고, 우익수는 기존 중견수 위치보다 조금 우측까지 붙어서, 중견수는 타석과의 기존 거리를 유지한 채 좌익수와 우익수의 중간에 위치했다. 극단적으로 당겨 치는 스타일의 펠릭스를 공략하기 위해 시즌 후반부터 타 팀들이 선보이는 ‘펠릭스 시프트’였다.


“1루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이런 시프트가 나오면 위험부담이 크지 않나?”

“뭐, 황봉노 감독이 그거 노리고 시즌 내내 이정규 다음에 펠릭스를 놨었습니다. 꽤 효과는 보던데요?”


출루율이 좋은 이정규가 1루로 나가도 상대 팀은 펠릭스를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펠릭스 시프트를 펼칠 수밖에 없다. 주자 출루로 인해 1루수는 베이스에 밀착, 2루수는 2루 베이스에 인접해야하기에 1, 2루 간은 공간이 아주 넓어진다. 물론 펠릭스는 그럼에도 당겨치기 일변도 타격을 하지만, 항상 타구가 자신의 의도하는 대로 향하라는 법은 없기에 종종 밀린 타구가 운 좋게 무주공산 1, 2루 간을 가르고 흘러가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초구로 들어간 슬라이더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합니다.’


펠릭스가 공을 본 다음 헬멧을 고쳐 쓰고는 과거 박준만의 타격 폼처럼 배트를 정면으로 눕혀 칼로 찌르는 모양새로 자세를 다시 잡았다. 1루 방면으로 셋-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투수는 글러브를 몸에 붙여 쥐고는 타자를 상대하려 간결하게 공을 뿌려냈다.


‘스트라이크!’


초구 슬라이더와 비슷하게 바깥쪽 존에 걸치고 들어가는 속구 역시 주심은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타자는 그 콜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연습 삼아 타석 밖에서 스윙을 하고는 다시 자리를 잡았다.


“판정에 불만이 있나?”

“그런 것 같네요.”


펠릭스는 다시 타석에 돌아와서도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까 공이 들어온 코스를 주시하다가 1루 주자 이정규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배트헤드로 투수를 겨누는 타격 폼을 취했다. 그러자 투수는 1루 주자를 향해 견제구를 한 번 던져보고는 다시금 투구를 시작했다.


오세형의 손끝에서 날아가는 공은 이번엔 타자의 몸 쪽으로 향했다. 좀 빠질 것처럼 몸 쪽으로 향하는 공, 그럼에도 타자는 백스윙을 하며 금방이고 공을 쳐내려 준비를 마쳤다. 그 순간 1루 주자 이정규는 이미 2루를 향해 도루를 하고 있었고, 펠릭스는 오른다리를 뒤로 쭉 빼내며 날아오는 공을 의도적으로 밀어 치듯 굴려냈다.


“꿰뚫겠다!”


스윙을 시작할 때부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나는 타구를 보며 탄성을 뱉었다. 2루수보다는 1루수 쪽으로 치우치며 빠르게 굴러가는 타구였으니까. 하지만 1루수 박병원이 타구 쪽으로 슬라이딩 캐치를 해내며 이미 2루에 거의 도착한 1루 주자를 포기하고 1루 커버를 들어가고 있던 투수에게 공을 누운 채로 토스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뛰고 있던 펠릭스는 아깝게 아웃이 되고 말았다.


“아아, 아쉽네······.”


‘펠릭스 선수가 선구안이 좋은 편은 아니거든요. 오세형 같은 스타일의 투수 공략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결국 1, 2루 간을 노리고 공을 일부러 밀어냈다는 건데, 당겨치기 일변도 타자가 갑자기 이런 타격을 하면 앞으로 펠릭스를 상대해야하는 팀들은 수비 작전에 있어 더 골머리를 앓게 될 수도 있어요.’

‘펠릭스의 타구가 1루수 박병원에게 잡히며 타자 주자만 아웃되었습니다. 1루 주자 이정규는 2루까지 진루, 1사 2루의 득점 찬스를 얻게 된 MG의 다음 타자는 6번 타자 이현규입니다.’


‘I was born to love you~’ ‘오오오- 이! 현! 규!’

‘With every single beat of my heart~’ ‘오오오- 이! 현! 규!’


잠실구장 대부분의 좌석들이 꿈틀꿈틀 막대풍선을 흔들며 MG 최고 프랜차이즈 타자의 잠실구장 플레이오프 입성을 환영한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들, 이현규를 연호하는 외침은 나를 한껏 소름끼치게 만들었다.

이제 MG를 대표하는 이 응원에는 익숙해졌는지 홍세영은 풍선이 없는 대신 팔을 뻗어 노를 끌어올리듯 팔을 치켜드는 응원을 신나게 따라했고, 다희 씨는 보일 듯 말 듯 깔짝깔짝 손바닥을 흔드는 선에서 소심하게 응원을 하고 있었다.


“흐읍!”


그 모습이 왠지 귀여워서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다가 그녀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작은 비명을 찔끔 내뱉으며 얼굴이 새빨개진 다희 씨를 이대로 계속 쳐다보고 있다간 더욱 부끄러운 꼴이 될 것 같아서 난 일부러 모르는 척 타석에 선 이현규를 쳐다보았다.


편안하게 타석에 들어온 그는 배트를 어깨에 눕히고 투수를 쳐다보다가 호흡을 고르고는 이내 타격준비를 마쳤다. 일전의 기형적인 수비 시프트는 원상복구 되었다. 오는 공은 죄다 맞춰낼 수 있는 희대의 배드볼히터 이현규는 애초에 타구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포지션은 정상 수비. 투수는 타자를 상대하려 초구를 힘껏 던졌다.


- 따악!

“와아!”


조금 덜 떨어지는 속구가 정타로 맞으며 빠르게 유격수 방면을 향해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뻗어갔다. 유격수 강준효는 머리 위로 총알 같이 뻗어가는 타구를 잡으려 폴짝 뛰어올랐고, 다리를 거반 다 찢어가며 점프를 높이 뛴 그는 글러브 끝으로 간신히 붙잡아 낼 수 있었다.


“아아아아······.”


아직 3루를 향해 뛰지 않고 있던 이정규는 도로 2루에 안착. 아웃 카운트만 하나 더 늘어났고, 운 나쁘게 타구가 잡힌 이현규는 아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쓴 웃음을 지었다. 잠실구장의 구름관중은 그에게 동화된 양 한 목소리로 아쉬움의 탄성을 내뱉었다. 난 2사 2루가 되어버린 찬스에 아쉬움을 삼키며 닭 모가지에 붙어있는 껍질을 쭉쭉 빨았다.


여전히 안타 하나만 터지면 1점을 따낼 수 있는 찬스 상황이지만 이후에 대기하고 타자들은 7, 8, 9번 하위 타선인데다 적시타 기대치가 낮은 송주일, 최경열이 순번이라서 기분이 괜히 가라앉았다.


스탯을 비교해보면 작년 시즌 송주일은 안타 수에 비해 타점을 쏠쏠히 뽑았었다. 그러나 1올해 송주일은 타율이 조금 올랐을 뿐 타점 생산력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세이버 매트릭스 신봉자들은 야구는 잘하는 놈이 잘한다고 득점권타율이 무의미한 스탯이라 평가절하를 하지만, 매 시즌 경기를 꾸준히 챙겨보다 보면 유난히 찬스에 약한 타자는 눈에 걸리기 마련이다. 에효······ 그러니까 이따 3회 말, 4회 말 공격을 기다리는 편이 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야구는 알 수 없다고 말한 어느 해설자가 1승을 추가하는 상황이 곧 터지고 말았다. 초구를 노린 송주일의 타구가 전진수비를 하고 있던 중견수 이태균 앞에 툭 떨어지는 안타가 나와 버린 것이다.


‘와아아아!’

“안 돼! 홈 들어오면 안 돼!”


생각보다 중견수가 앞에 나와 있던 데다, 중계플레이를 해줄 유격수의 어깨는 강견이다. 이번 시즌 주루사가 10개가 넘는 이정규의 주루센스를 감안하면 이건 갔다가는 100% 횡사다.


‘7번 타자 송주일의 안타가 터졌습니다! 이제 경기는 2사 1, 3루로 흘러가는 상황! 타석에는 8번 타자 최경열이 오늘 경기 첫 번째 타석에 들어오게 됩니다.’


타율 2할1푼 대의 수비형 포수. 애초에 배팅을 기대하는 것이 헛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팀에서 현재엽과 함께 백업 포수를 맡아 궂은일을 도맡아 해주며 MG의 성공적 시즌 완주에 일조해준 고마운 선수이긴 하지만, 이런 찬스에서는 타격을 기대할 수 없는 건 사실이지 않나. 진심이다. 기대가 안 된다.


‘최경열, 3구 맞습니다.’


투수와 타자 모두가 동등해지는 카운트 1B-1S, 최경열은 과거 리벤져스에서 오세형의 공을 잠깐 받아본 경험이 있으니까 그에게 있어 지금 투수의 공이 조금이나마 눈에 익어있기를 바랄 뿐이다.


오세형의 손에서 천천히 멀어지는 새하얀 공을 보며 타자는 배트를 악착같이 맞추고자 허리를 비튼다. 이윽고 배트 헤드에 걸쳐진 공이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밀리며 2루수 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 타구는······


‘우오아아아아! 최경열! 최경열!’


2루수 서인찬이 다이빙을 시도했지만 1루 주자 송주일으로 인해 넓어진 1-2루 간을 절묘하게 가르며 우익수 방면으로 데굴데굴 굴러갔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카드에서 효과가 폭발하고 있다! 이미 자리에서 일어나 탁자를 붙잡고 있던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잠실구장의 환호소리에 나를 맡겨버리고 말았다.


“국가대표 4번 타자! 슈퍼쏘닉 갓경열 니뮤ㅠㅠ!”

“미친놈아, 너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


아, 나도 모르게 타르에서만 쓰는 소리를 무심결에 입 밖으로 내고 말았다.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는 김준길, 같이 소리를 치느라 방금 실언을 들었는지 분간도 안가는 홍세영, 그리고 이마를 부여잡고 나를 쳐다보는 변다희씨까지 시끄러운 야구장 속에서도 우리의 테이블은 불편하리만큼 싸늘했다.


“제발, 타르 유저 티 좀 내지 마요. 부끄러우니깐······.”

“······.”


다희씨의 일침에 이번에는 나의 얼굴이 방금 전 그녀의 모습처럼 화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지면서, 난 그녀의 시선을 피해 어설프게 응원소리에 묻어가며 최경열의 이름을 어눌하게 외쳐댔다.


-




스토리 및 구성 : 종량제 / 제작지원 : 김필수


작가의말

몸이... 제 몸이 안 같네요... 환절기가 없어진 세상에 살고 싶습니다...

다음 주 월요일 초를 목표로 차회를 써보겠습니다.
(16/05/12 1차 오탈자 및 묘사 일부 수정.)
(17/09/20 2차 - 전체 분량 퇴고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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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2) 23.08.04 15 0 13쪽
184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1) 23.08.01 2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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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1) 23.07.31 21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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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2) 23.07.30 1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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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5) 23.07.29 24 0 19쪽
174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4) 23.07.28 19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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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3) 23.07.26 21 0 12쪽
168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2) 23.07.25 25 1 15쪽
167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1) 23.07.25 24 1 13쪽
166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4) 23.07.24 26 1 12쪽
165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3) 23.07.24 21 1 12쪽
164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2) 23.07.24 21 1 14쪽
163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1) 23.07.24 27 1 13쪽
162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4) 23.07.23 23 1 14쪽
161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3) 23.07.23 26 1 12쪽
160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2) 23.07.23 26 1 11쪽
159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1) 23.07.23 44 2 13쪽
158 [Origin] Prologue./ 대한민국 흔한 전역자의 패기.jpg 23.07.23 56 3 10쪽
157 ♭.1/ 연재 후기 및 Q & A. +15 17.05.04 861 14 11쪽
156 Epilogue./ 전역한 뒤의 인생 얘기 좀 풀어본다.ssul +4 17.05.04 1,095 12 30쪽
15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7) +5 17.04.29 854 10 36쪽
15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6) +2 17.04.21 553 10 30쪽
15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5) +4 17.02.23 576 11 25쪽
15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4) +2 17.02.12 658 11 26쪽
15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3) +2 17.02.02 661 15 24쪽
15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2) 17.01.12 617 12 26쪽
14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1) +3 16.11.02 870 13 21쪽
148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0) +2 16.09.02 1,033 11 21쪽
147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9) +4 16.08.18 952 16 21쪽
146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8) 16.07.29 721 12 18쪽
14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7) +2 16.07.21 784 11 22쪽
14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6) 16.07.13 685 12 22쪽
14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5) +4 16.06.29 842 15 23쪽
14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4) +2 16.05.27 985 13 23쪽
14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3) +2 16.05.15 1,018 12 16쪽
14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2) 16.05.07 751 14 21쪽
13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 16.05.04 784 14 16쪽
138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9) +3 16.04.30 1,116 20 42쪽
137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8) +2 16.04.14 769 19 20쪽
136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7) +2 16.04.07 868 17 24쪽
135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6) +4 16.04.01 753 19 17쪽
134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5) +2 16.03.26 698 19 16쪽
»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4) +6 16.03.18 903 19 18쪽
132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3) 16.03.11 678 17 15쪽
131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2) +8 16.03.07 931 20 17쪽
130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1) +2 16.02.29 983 20 17쪽
129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5) +4 16.02.24 903 18 17쪽
128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4) +6 16.02.23 819 18 13쪽
127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3) +4 16.02.20 757 23 19쪽
126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2) +2 16.02.17 887 18 14쪽
125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1) 16.02.11 877 17 15쪽
12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1) +2 16.02.09 842 22 17쪽
123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0) +2 16.02.05 762 19 12쪽
122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9) +6 16.02.04 761 22 15쪽
121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8) +6 16.01.28 849 20 16쪽
120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7) 16.01.27 687 21 13쪽
119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6) +2 16.01.22 856 24 19쪽
118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5) +3 16.01.21 798 21 14쪽
117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4) +2 16.01.16 864 22 15쪽
116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3) +2 16.01.13 834 22 16쪽
115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2) +2 16.01.09 845 20 14쪽
11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 +3 16.01.05 836 23 14쪽
113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8) +10 16.01.01 967 23 17쪽
112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7) +4 15.12.30 854 22 13쪽
111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6) +4 15.12.25 889 19 14쪽
110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5) +6 15.12.24 840 19 16쪽
109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4) +8 15.12.16 862 22 14쪽
108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3) +8 15.11.11 861 24 13쪽
107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2) +3 15.11.05 936 18 14쪽
106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1) +4 15.10.29 1,022 21 13쪽
105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5) 15.10.23 950 28 12쪽
104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4) +4 15.10.11 851 24 15쪽
103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3) 15.10.08 1,019 20 16쪽
102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2) +4 15.10.05 910 24 13쪽
101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1) 15.10.02 863 28 15쪽
100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4) +6 15.09.29 863 26 16쪽
99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3) +4 15.09.17 915 23 17쪽
98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2) +2 15.09.17 985 22 15쪽
97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1) +4 15.09.14 1,058 23 15쪽
96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4) +2 15.09.10 1,032 25 14쪽
95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3) +2 15.09.07 993 25 12쪽
94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2) +4 15.09.03 974 27 15쪽
93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1) +8 15.09.01 1,017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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