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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볼러 Curveb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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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작품등록일 :
2014.12.05 21:44
최근연재일 :
2023.08.07 08:00
연재수 :
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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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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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4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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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
17쪽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5)

-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다음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인물, 배경, 단체 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로써 현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미리 알립니다.




DUMMY

=



같은 고등학교 1년 후배였던 다희는 단순히 취미로 만화를 시작한 나와는 다르게 이미 만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던 오빠의 영향을 받아 만화를 그리게 되었다고 했다. 만화부 부장으로 있던 내가 처음 신입 부원을 모집할 당시, 1학년이었던 다희가 원서를 내며 했던 말은 아직도 내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만화가 지망한 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하면 집에서 쫓겨나게 생겼어요! 오빠가 만화가라서 저까지는 죽어도 못 시키겠대요!’


하지만 걱정과 달리 다희의 실력은 뛰어났고, 코믹에서 판매한 회지에서 다희는 많은 이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렇게 그 애는 졸업과 동시에 웹툰 작가 직함을 다는데 성공하였고, 나 역시도 1년 먼저 같은 전철을 밟고 있었기에 우리는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이어갔다.

우연찮게 쓴 데뷔작이 히트를 치며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만화가로 불리게 된 나를 다희는 항상 롤 모델로 삼았기에 친분은 계속 유지되었다. 그러던 동안, 난 그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다희 오빠, 변성윤입니다. 반가워요.’


다희와 둘이서 현장조사를 하다가 우연찮게 들른 카페는 이미 만화가를 그만두고 카페를 운영하고 있던 그 사람의 가게였다. 이를 인연으로 난 그 카페를 자주 방문하게 되었고, 대학을 들어가지 않아 마땅한 선배 만화가가 없던 나에게 그는 좋은 조력가가 되어주었다.


‘난 미연이 네가 마음에 드는데, 서로 더욱 친해질 수는 없을까?’


얼마 안가 그는 나에게 사귈 것을 권유했지만 친한 동생의 오빠라는 위치가 부담스러웠던 나는 적당히 거절할 수밖에 없었고, 그는 사정을 알고 점잖게 납득해주었다. 이후 카페에 가는 빈도를 천천히 줄이고자 마음먹었던 시기에 평소부터 귀엽게 보고 있던 카페 알바생이 다짜고짜 카드를 건네주며 내 번호를 요구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번호 좀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복슬복슬한 파마머리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알바생은 마치 사람의 손을 타서 주인을 잘 따르는 토끼 같았다. 성윤 씨의 가게 알바생이라는 점이 걸렸지만, 간만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주었기에 난 생각보다 편안하게 그 애에게 접근해주었다. 70, 80년대 드라마 주인공 같은 이름 김준길은 순수한 그의 모습과도 닮아있었다.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나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뭐든 지 해볼게.’


손재주가 좋은지 호기심에 맡겨본 채색작업을 준길이는 금방 익숙하게 해냈다. 그래서 나도 진즉 발을 떼려고 한 카페였는데도 불구하고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다희의 오빠 성윤 씨도 우리가 같이 있는 모습을 장난스럽게 놀리며 응원을 해줬다.


준길의 도움이 컸기 때문일까, 그렇게 즐거운 나날 속에서 데뷔작이 무사히 완결이 났다. 하지만 이런 시간도 잠시, 내 남자에게 입대영장이 날아오면서 이 안정적이던 관계는 삽시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언니, 저 드디어 정식 장편 연재 들어가게 되었어요!’


서로 바빠 한 동안 연락이 제대로 안 되던 다희로부터 좋은 소식이 날아왔다. 외주 작품과 짧은 중, 단편을 위주로 바쁘게 만화를 그려왔던 다희가 장기 연재를 맡게 되면서 도움을 구하기 위해 나를 빈번하게 찾아왔다.


하지만 나 역시 새 연재 준비 때문에 큰 도움을 줄 수는 없었고, 결국 시간적 여유가 있는 성윤 씨가 나와 다희의 중요한 조력가 역할을 다시금 맡게 되었다. 일찍이 독립해서 만화가로 먹고 살았던 성윤 씨와 다희는 서로 나이차이도 있고 같이 지내는 시기가 거의 없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 기간이 두 남매가 역대로 제일 길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던 때라고 말을 했다.


‘이렇게나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데 보상은 있어야 하지 않겠어?’


다희의 [고고 디스코 스타]가 연재를 시작하고, 나 역시 차기작 준비가 마무리 되었다. 성윤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람은 본인의 공을 무기로 삼아 관계 진전을 요구했다. 이 때 내가 확실히 거절을 했어야 되는 건데 당시의 난 그의 성의를 무시할 수 없었고, 몇 번 만남을 가져주었다. 문제는 수차례 거절 끝에 가졌던 그와의 술자리에서 터지고 말았다. 술에 취해있던 나를 이끌고 그 사람은 끝끝내 관계를 가지고 만 것이다.


‘이런 분일 줄은 몰랐어요. 얼굴도 보기 싫습니다.’

‘허? 같이 즐겨놓고 무슨 소리야? 군대 간 꼬맹이 때문에 외로운 거 아니었어? 솔직히 내가 걔보다 못난 게 뭐야?’

‘어쩜 그렇게 무례하세요? 처음부터 만남을 강요했던 건 성윤 씨였잖아요.’

‘아무튼 넌 따라 나왔잖아. 혼자서는 만날 것도 못 만난다고.’


너무도 무례하게 말하는 그 사람의 목소리가 더 이상은 듣기 싫었다. 그래서 이후로 걸려오는 전화를 모두 무시한 채 지냈지만 최후통첩으로 날아온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더 이상 이를 덮어둘 수가 없음을 깨달게 되었다.


[네가 그렇게 그 꼬맹이에게 붙어있겠다고 한다면, 그 녀석이랑 내 동생에게 네가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다는 걸 불겠어. 그러니 연락해.]


=



“그런 쓰레기 같은 놈이······.”

“그 사람의 강요 때문에 전 준길이랑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요. 다희에겐 연재 때문이라도 여전히 그 사람이 필요했는데, 제가 겪은 일을 알게 됐다간 혈육인 두 사람이 갈라지는 건 물론이고 연재하는 만화까지 힘들어지게 되니까······.”


얘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기가 찼다. 자신의 능력을 무기로 삼아 온갖 해악을 저지르는 놈들은 많이 봐왔지만, 그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제 멋대로 조종까지 해가며 많은 이들을 상처 입게 만들지 않았나. 쓰레기도 그런 쓰레기가 없었다.


“그렇게 협박 속에 시달리던 만남도 금방 끝났어요. 질렸다고 했어요. 차라리 잘 됐죠. 다희를 볼모로 삼는 일도 이대로 끝났으니까. 제가 헤어진 걸 대충 눈치 챈 다희도 연재가 끝나는 대로 다시 그 사람과 연락이 멀어졌다고 하더라고요.”

“이 사실을 김준길 그 양반은 하나도 모르고 있었고요?”

“네, 연락이 되지 않았거든요. 제가 상처받고 죄책감을 느낀 만큼 준길이도 많이 힘들었을 텐데······.”


김준길은 이별 전후로 정신과 약 복용을 해야 할 만큼 고통스러워했다. 노력 끝에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해졌지만, 여전히 여자에 대해 심적으로 트라우마가 남아있다. 그렇게 힘들어한 김준길이었지만, 이 사실을 내 옆에서 힘겹게 고백하고 있는 그녀에게 있는 그대로를 얘기했다간 더욱 힘들어 할 것만 같아서 난 입을 다물었다.


“코믹월드에서 일이 있고 얼마 못가서 전 연재를 중단했어요. 그 때쯤이었나, 제 문병을 온 다희가 얘기하더라고요. 자기랑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하나 있다고. 그런데 그 사람이 알바 하는 곳에 사인회장에서 난입했던 사람도 있었다고요.”

“그래서 다 얘기하셨나요?”

“아뇨, 그냥 그 사람은 예전에 만났던 사람일뿐이지, 지금 내 문제랑은 관계없는 일이라고 얼버무렸죠. 그런데 다희는 이후로도 준길이한테 직접 제 얘기를 하러 갔었나 봐요. 그리고 제 얘기를 꺼낸 순간, 바로 내쫓겼다고 말했어요.”


아마 내가 홍세영과 결판을 지으려 조기 퇴근을 했던 날이 다희 씨가 쫓겨난 날일 것이다. 당시 가게 밖에서 만났던 다희 씨에게선 격앙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었다. 만약 진실을 모두 알고 있었다면 그렇게 담담히 비령 작가의 일을 내게 얘기하지 않았겠지. 또, 얘기한 내용도 그녀가 조금 힘들어한다는 정도의 수준이었다.


“그걸 보고 걔가 낌새를 눈치 챈 거죠. 여태까지 숨겨왔던 것들을 제대로 얘기하지 않으면 다신 얼굴 안 보겠다고 해서······ 결국 모두 털어놔 버렸네요. 그토록 사람들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고 몇 년을 용 썼는데 제 노력은 모두 날아가 버렸죠, 후후.”


웃음소리로 느껴지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던 그녀는 코트 품에서 작은 술병을 꺼내 그대로 입에 가져갔다. 처음 가게 앞 택시에서 내릴 때부터 희미하게 보이던 홍조는 우수에 젖은 추위 때문이 아니라 취기 때문이었나 보다. 술을 마시는 그녀의 옆에서 난 담배를 꺼내 피웠고, 술로 목을 적신 그녀는 다시 얘기를 시작했다.


“예상대로지만, 모든 사실을 알게 된 다희는 그 사람이랑 연을 끊었어요. 그리고 준길이랑 만나고 왔단 소리를 하면서, 지금 당장 김 사장에게 모든 걸 말하고 오겠다며 화를 내는데······ 전 그걸 말렸고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요? 어차피 다 까발려 진거 김 사장한테도 사실을 얘기하면 되지 않습니까?”

“준길이는 그 사실을 몰랐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스스로 엄청 자책을 할 거라고요. 게다가 사인회장까지 찾아와서 저를 흔들어놨는데, 이걸 알면 또 얼마나 자책하고 힘들어하겠어요?”


진짜 사람이 너무 좋아도 탈이다. 이 사람은 자신이 누명을 뒤집어쓰고서라도 이를 감내하며 다희 씨와 그 쓰레기를 지켰고, 끝내 김준길 마저도 지키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번에 제가 직접 찾아왔을 때도 그저 미안하다고, 다시 만나줄 순 없겠냐고 빌기만 했었네요. 물론 당연하게 거절당했지만······.”

“그렇게까지 자기를 몰아붙여서 좋은 게 뭐가 있어요? 혼자서 아픈 거 말고는 없잖습니까?”

“그 사람과 확실하게 거리를 두지 못한 제 책임이 있는데, 이건 제가 감내해야할 부분이잖아요. 어쩔 수 없는 거죠.”


철제 술병을 코트 안주머니에 도로 집어넣은 그녀는 다시 날 쳐다보며 웃음 지으려 노력하였지만 고개 저어도 다시금 떠오르는 젖은 그 얼굴은 숨길 수가 없었다. 잠시 동안 자신의 얘기를 들어줘서 고마웠다며 끄덕이는 표정에선 미약하지만 후련한 감정이 느껴진다.


“그런데, 김 사장한테 못할 얘기를 왜 저한테 해주신 거죠?”

“다희한테 얘기 많이 들었거든요. 사람 만나는 거 싫어하는 그 애가 그렇게 후하게 평가하는 분이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마침 밖에 나와 계시기도 했고······.”


상대방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얼굴만 알고 있는 사이인 비령 작가와 내가 처음으로 나눈 대화는 초면치고 너무 깊은 단계의 것이었기에 얘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계속 스스로 놀라고 있었다. 물론 다희 씨가 미리 밑 작업을 잘 깔아놨기에 이 사람은 임우영에 대한 저항이 적었던 것이다. 참나, 임우영 인생 주변 전반에서 활약해주는 다희 씨는 진정 원더우먼이구나.


“한동안 다희를 만나면 항상 MG 야구 얘기와 함께 우영 씨가 나왔어요. 아주 재미있는 사람이 주변에 하나 있다는데 저도 집중하게 됐죠.”

“부끄럽습니다.”


처음 얘기를 나누는 사람으로부터 비행기를 얻어 타게 되니 기분이 썩 나쁘지 않다. 게다가 어여쁜 미인으로부터 듣는 칭찬인데 안 좋아질 수가 없지 않나. 난 끝까지 빨아낸 담배꽁초를 양철깡통에 던져버리고는 사건의 진상에 대한 충격을 덜고자 천막에 난 작은 틈 사이로 비 내리는 하늘을 지켜보았다.


먹빛 구름으로 가득 찬 하늘은 여전히 비를 뿌리며 동네를 울린다. 처음에 비하면 점점 굵어진 빗줄기, 사람 하나 없어진 거리는 묘한 기시감과 함께 내가 서있는 공간만을 세상에 홀로 떨군다.


오늘에 와서야 알게 된 그녀의 진실은 스스로를 억누르며 남을 먼저 신경 쓴 성격이 자아낸 사연 절절한 비극이었다. 이 얘기를 들으니 군 복무 시절 지원중대의 노예로 불리며 수동적인 인간의 전형으로 살았던 과거 임우영의 모습이 떠오른다.

만약 내가 그 모습 그대로 밖으로 나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조승탁과 친구가 되고, 홍세영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준길의 가게에서 일을 하고, 다희 씨와 의기투합할 수가 있었을까?


정답은 No. 난 수백, 수천 번 과거의 선택을 후회만 하면서 살얼음판 위에 서있는 인간관계를 무너뜨리지 않고자 옴짝달싹 못 했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 긴 시간을 홀로 삭이며 지금 순간까지 버텨온 이 사람에게만큼은 경의를 표하고 싶다. 하지만 단 하나 앞뒤가 맞지 않는 점에 대해서는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그렇다면 오늘은 대체 왜 오신 건가요. 김 사장은 확실히 거절했고, 관계를 잘 보전시키려면 더 이상 접근해서는 안 되잖습니까?”

“그건······.”


듣는 사람이 괴로울 정도로 고통스런 과거를 털어낼 때도 그녀는 감정을 삼키며 말을 이어나갔었지만, 지금 내가 던진 질문은 정곡을 건드린 모양이었다. 비에 젖어 흔들리는 것처럼 파르르 떨려가는 목소리는 격정과 함께 토해내는 진심에 섞여 처마를 울렸다.


“전 단 한 번도 준길이를 잊어본 적이 없었어요. 비록 그 감정이 미안함이던, 죄책감이던······ 사, 사랑이던······ 저, 저는 말이죠······.”

“······.”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제가 그 애에게 부담만 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게, 완벽하게 끝나버린 이후까지도 준길이는······ 너무 상냥했으니까······.”


흘려들어가는 목소리는 빗소리에 섞여 묻히는 듯 했지만 그녀는 다시금 힘을 쥐어짜냈다.


“아까 전화를 받고 나서 알았어요. 저······ 전, 절대로. 김준길이란 사람이 필요해요.”


이뤄지지 않을 염원을 신에게 빌 듯 두 손을 모아 목소리를 높이는 그녀. 모두를 신경 쓰며, 스스로에게 비수를 꽂으면서까지 안정을 바랬던 그녀가 스스로의 규칙을 어기면서 까지도 갖고 싶었던 단 한 가지는 김준길을 향한 마음, 단 하나였다.


“그럼 당장 안으로 들어가세요.”

“예? 그게 무슨······.”

“처음에는 어떻게든 돌려보내려고 했었는데······. 얘기를 다 듣고만 이상, 제가 작가님을 제지할 이유는 더 이상 없습니다. 김 사장한테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이런 강력한 마음이라면 그녀가 원하는 결말, 진실을 모르는 김준길이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면서 그녀의 곁으로 돌아오는 결말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세 사람이 엮여있던 기구한 인연의 결말은 인고 끝에 피어나는 매미의 탈피만큼이나 찬란해야 한다.


“고, 고마워요.”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를 것들로 범벅이 되어있는 그녀의 얼굴은 다시금 새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난 목재로 된 가게 대문 앞으로 향할 것을 권했다. 그러자 미연씨의 걸음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한 걸음이 다시 땅을 내딛고, 떨리는 손끝은 문손잡이를 향해 서서히 나아갔다.


그 순간, 아직 그녀가 문을 열기까지엔 아직 많은 과정이 남아있었지만 가게 문은 멋대로 벌컥 열리고 말았다. 그리고 가게 밖으로 튀어나온 사람은 그녀가 아닌 나를 먼저 찾고 있었다.


“야, 임우영! 밖에서 아직까지 뭐하는 거야! 봉준규가 1사 만루를 막아냈······.”

“아아······.”


세상의 시간이 그대로 멈춰버린 것처럼 두 사람은 서로를 쳐다보며 그대로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갈 곳을 잃고 내밀어진 손을 거두지 못하는 그녀와 손님을 맞이하는 것도 있을 채 얼어버린 그.


열려진 문 틈 사이로 MG가 정규시즌 4위를 확정하며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데 성공했다는 캐스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고, 밖으로 튕겨 나와 버린 우리들은 멈춰선 순간 내리는 빗방울 개수를 헤아리며 고장나버린 초침을 재촉했다.


“뭐야, 전화 하나 했다고······ 판교서 여기까지 온 거야?”

“······.”

“넌, 어쩜······.”


더욱 매섭고 날카롭게 정형화되었던 김준길의 얼굴이 서서히 누그러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더 이상 말을 못 잇고 이를 악 무는 그를 바라보던 그녀는 뻗었던 손의 방향을 바꿔 준길을 향했다.


김준길의 허리춤을 향해 나아간 그 손은 이젠 힘껏 그를 끌어안는다. 더 이상 놓치지 않겠다는 그녀의 포옹을 김준길은 그저 고개를 치켜세우며 받고만 있었다. 안경 밑으로 축축한 준길의 눈가가 가로등의 불빛에 비쳐 반들거린다.


“보고 싶었어.”

“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래도 난······ 보고 싶었어······.”


짧은 말을 마치고 그녀는 준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서럽게 오열했다.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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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및 구성 : 종량제 / 제작지원 : 김필수


작가의말

26화 끝입니다! 오늘 내일 중으로 27화를 만나볼 수 있게 연재를 계속 달리겠습니다!

(16/04/02 1차 오탈자 및 묘사 일부 수정.)

(17/09/20 2차 - 전체 분량 퇴고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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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1) 23.08.01 22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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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2) 23.07.31 20 1 13쪽
181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1) 23.07.31 21 0 13쪽
180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5) 23.07.31 22 0 10쪽
179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4) 23.07.30 23 0 14쪽
178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3) 23.07.30 18 1 14쪽
177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2) 23.07.30 19 0 14쪽
176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1) 23.07.29 17 0 12쪽
175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5) 23.07.29 24 0 19쪽
174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4) 23.07.28 19 0 14쪽
173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3) 23.07.27 19 0 13쪽
172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2) 23.07.27 17 0 13쪽
171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1) 23.07.27 19 0 13쪽
170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4) 23.07.26 27 0 16쪽
169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3) 23.07.26 21 0 12쪽
168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2) 23.07.25 25 1 15쪽
167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1) 23.07.25 24 1 13쪽
166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4) 23.07.24 26 1 12쪽
165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3) 23.07.24 21 1 12쪽
164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2) 23.07.24 21 1 14쪽
163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1) 23.07.24 27 1 13쪽
162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4) 23.07.23 23 1 14쪽
161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3) 23.07.23 27 1 12쪽
160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2) 23.07.23 26 1 11쪽
159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1) 23.07.23 45 2 13쪽
158 [Origin] Prologue./ 대한민국 흔한 전역자의 패기.jpg 23.07.23 56 3 10쪽
157 ♭.1/ 연재 후기 및 Q & A. +15 17.05.04 861 14 11쪽
156 Epilogue./ 전역한 뒤의 인생 얘기 좀 풀어본다.ssul +4 17.05.04 1,095 12 30쪽
15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7) +5 17.04.29 854 10 36쪽
15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6) +2 17.04.21 553 10 30쪽
15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5) +4 17.02.23 576 1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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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3) +2 17.02.02 661 15 24쪽
15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2) 17.01.12 617 12 26쪽
14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1) +3 16.11.02 870 13 21쪽
148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0) +2 16.09.02 1,033 11 21쪽
147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9) +4 16.08.18 952 16 21쪽
146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8) 16.07.29 721 12 18쪽
14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7) +2 16.07.21 784 11 22쪽
14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6) 16.07.13 685 12 22쪽
14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5) +4 16.06.29 842 15 23쪽
14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4) +2 16.05.27 985 13 23쪽
14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3) +2 16.05.15 1,018 12 16쪽
14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2) 16.05.07 751 14 21쪽
13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 16.05.04 784 14 16쪽
138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9) +3 16.04.30 1,116 20 42쪽
137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8) +2 16.04.14 769 19 20쪽
136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7) +2 16.04.07 868 17 24쪽
135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6) +4 16.04.01 753 19 17쪽
134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5) +2 16.03.26 698 19 16쪽
133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4) +6 16.03.18 903 19 18쪽
132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3) 16.03.11 678 17 15쪽
131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2) +8 16.03.07 931 20 17쪽
130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1) +2 16.02.29 983 20 17쪽
»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5) +4 16.02.24 904 18 17쪽
128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4) +6 16.02.23 819 18 13쪽
127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3) +4 16.02.20 757 23 19쪽
126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2) +2 16.02.17 887 18 14쪽
125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1) 16.02.11 877 17 15쪽
12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1) +2 16.02.09 842 22 17쪽
123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0) +2 16.02.05 762 19 12쪽
122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9) +6 16.02.04 761 22 15쪽
121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8) +6 16.01.28 849 20 16쪽
120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7) 16.01.27 687 21 13쪽
119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6) +2 16.01.22 856 24 19쪽
118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5) +3 16.01.21 798 21 14쪽
117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4) +2 16.01.16 864 22 15쪽
116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3) +2 16.01.13 834 22 16쪽
115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2) +2 16.01.09 845 20 14쪽
11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 +3 16.01.05 836 23 14쪽
113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8) +10 16.01.01 968 23 17쪽
112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7) +4 15.12.30 854 22 13쪽
111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6) +4 15.12.25 889 19 14쪽
110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5) +6 15.12.24 840 19 16쪽
109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4) +8 15.12.16 863 22 14쪽
108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3) +8 15.11.11 862 24 13쪽
107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2) +3 15.11.05 936 18 14쪽
106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1) +4 15.10.29 1,022 21 13쪽
105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5) 15.10.23 950 28 12쪽
104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4) +4 15.10.11 851 24 15쪽
103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3) 15.10.08 1,019 20 16쪽
102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2) +4 15.10.05 910 24 13쪽
101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1) 15.10.02 863 28 15쪽
100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4) +6 15.09.29 863 26 16쪽
99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3) +4 15.09.17 915 23 17쪽
98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2) +2 15.09.17 986 22 15쪽
97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1) +4 15.09.14 1,058 23 15쪽
96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4) +2 15.09.10 1,033 25 14쪽
95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3) +2 15.09.07 993 25 12쪽
94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2) +4 15.09.03 974 27 15쪽
93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1) +8 15.09.01 1,017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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