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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볼러 Curveb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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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작품등록일 :
2014.12.05 21:44
최근연재일 :
2023.08.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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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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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1.01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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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8)

-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다음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인물, 배경, 단체 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로써 현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미리 알립니다.




DUMMY

=



“더 이상 나한테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어. 힘들면 그만 둬도 돼.”

“······.”


순간, 우리의 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았던 홍세영의 가면이 드디어 완벽하게 깨지고 말았다. 깨진 가면의 너머에는 너무나도 작고 유약한, 어린 나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홍세영이 있었다.


담담하고 차분한 가면의 얼굴에선 절대로 흐르지 않던 눈물이 점점 봇물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동안 남 몰래 흘리고 있던 눈물 자국 위로 새 눈물이 덮어씌워지며 눈가를 그렁그렁하게 적시더니 방바닥으로 영글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런 거, 이제 그만하자. 서로 힘들잖아.”


불완전한 관계 속에서 피어난 막연한 믿음, 이것이 나와 홍세영의 사이를 너무나도 잘 말해주는 단적인 표현이었다. 솔직히 안심하고 있었다. 다시 내 곁으로 돌아와 웃어주는 홍세영이 너무도 좋았으니까.


그래서 믿고 싶었다. 비록 우리의 어린 날들처럼 막연하게 웃고 떠드는 것은 못하지만, 이렇게 전처럼 붙어있는 날들을 실감할 수 있다는 게 비록 거짓일지라도 믿고 싶은 사실이었으니까.


“싫어, 난 그렇게는 못하겠어.”


먼 옛날의 그 날처럼 촉촉해진 눈가를 소매로 비벼 닦은 홍세영은 꿇어 앉아 있던 무릎을 펴고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같이 철딱서니 없는 내가 더 이상 아니잖아! 이젠 믿고 의지가 될 사람이 됐으니까! 넌 나만 믿으면 돼!”


입고 있는 카디건을 쥐어짜듯 움켜쥔 홍세영은 그 동안 숨겨왔던 단단한 미소를 박살내고는 표정을 한껏 일그러트리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건 너한테 빚지는 일이 아니면 대체 뭐냐? 나보고 아버지가 너희 가족한테 했던 것처럼 또 빚을 지란 소리냐? 내가 누구 때문에 돈 한 푼도 빌리지 않는 등신새끼가 됐는데?”


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홍세영은 나의 앞에서까지 늘 단단한 가면을 쓰게 되었다. 내 앞에서만큼은 기분대로 행동하던 지난 시절의 원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물론 나도 처음에는 지독할 만큼 위화감이 느껴졌기에 어색함을 감추려 용을 써야 했다. 하지만 그런 홍세영이라도 붙잡기 위해선 이것이 본래 홍세영의 성격이었다고 스스로를 속일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도 다방면에서 차츰 격차가 벌어지는 홍세영을 보면서 난 새롭게 구축된 우리의 관계마저 무너져버릴까 전전긍긍하게 되었다. 임우영이란 놈이 녀석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놈이란 자책을 하면서까지 말이다.


“우영이 넌, 그런 부담 같은 생각은 할 필요가 없어. 나만 달라지면 상관은 없는 거잖아. 그래서 대학교까지 따라왔고, 이젠 내가 널 챙겨줄 사람이 됐잖아! 그러니까 넌 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


이 자리에서 홍세영은 나와는 정반대의 생각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생각은 어느 누구보다 수동적인 사람이라고 자신하던 나조차도 용납할 수 없는 한 가지, 빚을 지는 행위를 나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던가. 트라우마로 남은 깊은 자책은 스스로를 타협하지 않게 만들었고, 그렇게 아등바등 대등한 위치만을 갈구하게 된 나는 녀석이 원하는 선택지를 답해줄 수가 없었다.


“난 임우영, 네가 필요해······ 하나뿐인 친구니까, 내가 아닌 사람에게 의지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어······ 너를 위해서 내가 어떻게 달라졌는데······.”

“그래서 조승탁과 친구가 된 것조차 용납 못하는 거였냐?”


부담감으로 인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내 자신을 버텨 세우고 그동안의 의문에 대해 되물어봤지만 홍세영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빛에서 무언의 긍정을 받아낼 수는 있을 뿐이었다.


“다른 누구보다도 너를 이해해주고, 믿어주고, 배려해줄 사람은 나밖에 없어, 우영아!”


열과 성을 다해서 속에서부터 쌓여있던 말들을 쏟아내던 홍세영은 그 동안 옷자락을 부여잡고 있던 손으로 나의 팔을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애처로운 눈으로 격정에 찬 감정을 힘겹게 부딪쳐 애원하고 있었다.


“제발 어디라도 가지 마······ 난 네가 원하면 뭐든지 할 수 있어.”

“하아······.”


홍세영이 나를 위해 신경을 쓰던 그 모든 부담들이 이젠 독으로 남아 녀석의 존재자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마치 중범죄를 저지른 죄인이 사형구형을 앞두고 용서를 구하는 것처럼, 대책 없이 원망(願望)을 비는 홍세영의 모습은 나의 마음을 무참히도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었다.


“아니, 홍세영. 넌 아직도 날 전혀 모르고 있다······ 너만 달라지면 된다는 소리는 때려 치워.”


그래서 붙잡고 있는 손을 뿌리쳤다. 더 이상 홍세영의 애원을 듣고 있다간 여태까지처럼 감정을 못 이기고 안심이 되는 결론만을 내릴 수밖에 없을 테니까.


“그래서 지금까지 꼬인 일들은 죄다 묻어버리고 네 곁에만 있어달라고? 너도 제 멋대로 네 생각만 강요하고 있잖아.”


본인의 마음을 거절당한 홍세영은 내게 뿌리쳐진 직후, 소리 없이 굵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당장이라도 부서져버릴 만큼 위태로운 녀석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작은 어깨를 붙잡고 내 말을 똑똑히 들리게 하는 일 말고는 없었다. 이것은 나의 바람이다. 정확하게 전해지도록.


“잘 들어. 그건 홍세영 너도 네 생각 밖에 안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럼······ 난 이제 어떻게 해야 돼?”

“······.”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나조차도 아무런 답변을 해줄 수가 없었다. 우리 두 사람의 관계를 되돌리기 위해선 나는 물론이요, 홍세영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니 뾰족한 묘수라고는 전무했다.


“이상해,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난 그저 내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더욱 임우영을 신경써주려고 했던 것뿐이었는데······ 난 왜 이렇게까지 돼버린 거야?”


임우영을 위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무너뜨리면서까지 집착을 하게 된 홍세영, 불안이 동반한 관계임을 알면서도 이를 묵살한 채 홍세영을 방치하며 서서히 붕괴시키고 만 임우영. 돌아보니 우리는 너무 먼 곳까지 와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이제는 나도 모르겠어.”


홍세영의 목소리는 짙게 떨렸다. 결말을 내리기를 원하고 있던 나의 기분은 또다시 순간 미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자신만의 강박에서 벗어나 힘겹게 뱉어낸 말, 난 고통에 몸부림쳐왔던 날들만큼 너의 또 다른 진심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비겁하게 돌리거나 외면했던 과거가 아닌 당연한 듯 당당한 모습으로.


우리는 각자 홍세영과 임우영을 감춰버린 속내 아래서 줄곧 속여 왔던 것이다. 거짓말을 원한 것은 아니다. 위선적인 홍세영의 모습은 더 이상은 싫다. 한결같은 웃음, 너의 친절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난 나를 향한 그릇된 방향성까지 모두 떠나보낸 단 하나의 진심을.


설사 그 진심이 우리들의 관계를 처음으로 박살내버렸던 - 그 언젠가 나를 향해 쏟아냈던 경멸과 분노뿐일지라도, 이젠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 트라우마의 한 장면으로 자리 잡은 그 때의 그 얼굴, 자체라도 말이다.


“홍세영, 나도 말이다. 너만큼 소중한 친구가 없어······.”


그 동안 억지로 치켜들고 있던 고개를 땅에 떨구며 홍세영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손에 힘을 더욱 실었다.


“그래서, 그래서 나도 너랑 다시 다닐 수 있다는 거, 그 자체에 만족하고 말았던 거다. 전이랑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런 사실조차 다 잊어버릴 정도로.”


밑바닥까지 침전해있던 앙금들이 서서히 수면 위로 떠올라오면서 내 목청에 가래덩어리로 남아 점점 목을 매게 만들고 있었다.


“그날 학교에서 네가 나한테 뱉었던 그 말이랑 표정들이 솔직히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아! 네가 조금이라도 표정을 굳히기라도 하면 그 장면이 다시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이제 내가 너랑 무엇을 같이 할 수 있겠냐!”


담배연기에 절은 폐포가 다 터져버릴 때까지 나의 진심이 전해지도록 남은 기력을 오롯이 목소리를 내는데 끄집어냈다. 할 말을 마치고 나니까 쌕쌕거리는 날숨만이 연신 새어나온다. 지금의 외침은 일말의 오차도 존재하지 않는 온전한 나의 마음이다. 결착을 맺기를 원하지만 이대로 끝내는 것만은 원치 않는, 하지만 제대로 된 이정표조차 붙잡지 못하고 그저 원하기에 소리칠 뿐인 임우영의 생떼이다.


홍세영은 눈물로 범벅이 돼 번들거리는 얼굴을 들고 나를 바라보았다. 동그란 눈망울은 놀란 본인이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내 동공을 향해 있었다.


“임우영, 너도 아무 것도 모르잖아. 매번 내가 어떤 기분으로 너를 바라보는 지······.”

“······.”


순간, 울먹이는 홍세영의 목소리가 그렁그렁하게 귓가에 맺혀왔다.


“늦어버렸다고! 내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토해내서 너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주기에는 너무 늦어버렸잖아······ 나는, 나는 말이지.”


내 진의에 맞받아치려는 심산인지 홍세영도 깨진 가면 너머의 또 다른 진심을 오열에 섞어 게워내기 시작했다.


“뻔뻔하게 다시 너한테 웃으면서 돌아왔을 땐······ 어떤 심한 욕이라도 얻어먹고 거부당할 줄 알았었어.”

“······.”

“그런데 임우영 너는······ 왜 그런 나까지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줬던 건데······ 네가 그런 줄 알았다면, 적어도 화라도 한 번 내줬다면······.”

“아아······.”


끝끝내 말을 이어나가던 홍세영은 결국 진심을 끝까지 토해내지 못한 채 다시금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실수라고 생각했던 선택도 언젠가는 신의 한수로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인생에 있어 몇 번이고 최악의 수를 둬온 백전백패의 패잔병이었지만 그래도 구원의 여지는 조금이나마 있을 거라 믿어왔다.


보증에 관한 것은 임우영의 잘못도 아니고, 홍세영도 자신이 조급하게 판단했던 거라 깨달게 되는 날이 언젠간 찾아올 거라고 믿었다. 그리고 녀석이 돌아온다면 다시 전처럼 친구가 되자고, 많은 시간을 함께 공유해온 소중한 친구니까, 그 추억들이 너무 아까웠으니까······ 다시 돌아온다면 내 마음이고 뭐고 싹 다 찍어 눌러주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홍세영은 바람대로 돌아 와줬다. 비록 큰 충격으로 다가왔던 그날의 표정들은 절대로 잊을 수 없겠지만,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신뢰를 쌓아 간다면 어떻게든 세월에 묻혀버릴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 기약 없는 기대에서부터 우리들의 톱니가 어긋났을 줄은 모두가 몰랐던 거였다.


“무서웠어, 임우영이 언제 갑자기 달라질까봐 너무 무서워서······ 그, 그래도 임우영이랑 같이 있는 게 너무 좋아서······ 그래서 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했는데······ 나도 그냥 네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나나 홍세영이나, 각자에게 있어 서로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이었기에 자기 자신을 신경 쓰기 이전에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는 게 우선이었다. 서로의 입장정리조차 제대로 끝맺지도 못한 마당에 누가 누구를 신경 쓴단 말인가. 어쩜 이리도 어설픈 관계로 엮여 있었던 건지, 그렇게 붙어있었으면서 이 작은 엇갈림 하나도 서로 이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가 찼다.


홍세영을 붙잡고 있던 손은 더 이상 힘을 잃고 바닥을 향해 축 늘어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지지대를 잃어버린 작은 몸뚱이는 방바닥에 주저앉아 손바닥으로 조막만한 얼굴을 감싸고 펑펑 울어댔다.


“하하······.”


허탈해진 자신이 안쓰러워 나 역시 바닥에 주저앉아 침대에 등을 기댔다. 허한 속을 메우고자 홍세영이 앞에 있는 걸 신경 쓰지 않고 주머니에 있던 담배를 꺼내 피웠다.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종이컵에 담뱃재를 떨어내며 난 몇 번의 헛웃음을 뱉어냈는지 모른다.


“이제 우린 어떻게 해야 되냐?”


나의 중얼거림을 들었는지 연기 사이로 홍세영이 고개를 들었다.


“서로 오해가 있었다는 건 이제야 알 게 됐지만, 그 다음은? 이제 어째야 돼?”


오해로부터 시작되던 엇갈림은 제 멋대로 기울어진 피사의 사탑이란 결과물을 낳았다. 이제 와서 탑의 1층을 보수해봤자 이미 기울어진 건물을 똑바로 세울 수는 없다. 난 여전히 홍세영의 호의가 부담스럽고, 홍세영도 나에 대한 집착을 하루아침에 날려버린다는 보장이 없다.


“결국은 모두 서로에게 해줄 수 없는 일뿐이잖아. 이제 그만두자.

“아, 안 돼. 그런 말은 하지 마······.”


나중 일을 생각해보면 심히 낯부끄러운 퉁퉁 부운 눈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홍세영은 손을 내저었다.


“그 때는 내가 너무 어려서, 그 일이 너한테 그렇게까지 상처를 줄 준 몰랐어. 미안해, 내가 정말 미안해.”


홍세영은 간신히 남아있던 기력을 끌어 모아서 있는 힘껏 용서를 구해댔다. 그동안 울음을 쉼 없이 터뜨려왔기에 더듬거리는 목소리는 어떻게 숨길 방법이 없긴 했지만, 그래도 목소리를 다 잡기 위해 파르르 떨리는 모은 손끝은 그저 안타까운 기분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니까 그런 아쉬운 소리는 두 번 다시 하지 말아줘, 제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냐?”


난 늘어진 담뱃재를 종이컵에 털어내고는 말길을 이해하지 못한 녀석을 위해 알기 쉽게 설명을 해주었다.


“관계 정리. 방금 네가 사과도 했고, 그 동안에 있었던 오해는 다 풀렸잖냐. 그러니까 서로 억하심정이 있던 거는 다 집어치워버리고 새 판을 짜자.”


어린 날, 가평을 뛰놀며 보냈던 순수한 소꿉친구의 관계로는 완벽히 되돌릴 수 없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새롭게 친구가 되는 일 뿐이겠지. 내가 산타도 아니고 부담이란 무거운 등짐을 메고 있을 필요는 없다. 조승탁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난 땅콩, 이 녀석과도 이젠 부담 없는 관계가 되고 싶은 마음뿐이다.


“힘들겠지만 다 없는 걸로 하자 우리. 그리고 새로, 이해 가?”

“······.”

“변변찮은 놈이지만 잘 부탁한다.”

“······.”


울다가 웃으면 엉덩이에 뿔이 난다고 하니까 난 피식 미소 짓는 선에서 새로이 관계를 정립하는 제스처를 전했다. 물론 방금 전의 나는 절대 울지 않았다. 그저 감정이 요동쳐서 성대가 파르르 떨려왔을 뿐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신경을 쓴 것이다. 오해가 없길 바란다.


“나도, 잘 부탁해······.”

“너 인마, 엉덩이에 뿔나겠네.”


홍세영은 진득하게 남아있던 눈물자국들을 모조리 닦아내고는 그 동안의 단단한 미소가 아닌 홍세영의 웃음을 꺼내 나에게 선사해주었다. 그리고는 내가 앉아있는 자리 바로 옆으로 다가와 앉아서는 나처럼 침대에 기대었다.


“땅콩, 담배 연기 먹기 싫으면 저리로 가.”

“별로 상관없어······.”


그렇게 우리는 침대에 기대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앉아있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집에 돌아와서 있었던 일들이 파노라마 드라마처럼 머릿속에 그대로 영사되는 것 같아 점점 민망해진다.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거의 없는 이 녀석은 내 인생에 있어 마지막 일기장을 소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품에 끌어안고 있을 뿐이고, 이거 분위기는 괜히 더욱 어색해지는구만.


“그럼 이제 우리 새롭게 친구하는 거지?”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 왜?”


긴 정적을 깨는 질문을 던진 홍세영이 내가 던진 되물음에는 답하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오늘은 그만 갈게.”

“싱겁긴······.”


난 꽁초 끝에 아슬아슬하게 달려있는 마지막 한 모금을 빨고는 필터를 종이컵에다 던져버렸다. 이후 집에 가는 녀석을 마중이라도 해주려 고개를 들었을 때, 난 홍세영의 얼굴이 내 얼굴과 상당히 가까워져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다.


“응? 뭐, 뭐야?”

“······.”


순간, 난 놀라서 펄쩍 뛸 수밖에 없었다. 비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홍세영은 자리에 앉아있던 내 볼을 붙잡고 조심스럽게 입술을 맞췄다 떼었기 때문이다.


“담배 냄새······.”

“허어어······.”


작은 목소리로 입맞춤의 감상평을 남긴 홍세영은 내가 어버버거리는 사이에 대문 밖으로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 뒤였다.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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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및 구성 : 종량제 / 제작지원 : 김필수


작가의말

24화 끝입니다! 다음 연재 일은 1월 2일입니다!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16/02/06 1차 오탈자 및 묘사 일부 수정.)

(17/09/20 2차 전체 분량 퇴고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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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2) 23.08.04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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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2) 23.07.31 20 1 13쪽
181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1) 23.07.31 21 0 13쪽
180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5) 23.07.31 22 0 10쪽
179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4) 23.07.30 23 0 14쪽
178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3) 23.07.30 18 1 14쪽
177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2) 23.07.30 19 0 14쪽
176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1) 23.07.29 17 0 12쪽
175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5) 23.07.29 24 0 19쪽
174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4) 23.07.28 19 0 14쪽
173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3) 23.07.27 19 0 13쪽
172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2) 23.07.27 17 0 13쪽
171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1) 23.07.27 19 0 13쪽
170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4) 23.07.26 27 0 16쪽
169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3) 23.07.26 21 0 12쪽
168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2) 23.07.25 25 1 15쪽
167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1) 23.07.25 24 1 13쪽
166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4) 23.07.24 2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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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2) 23.07.24 21 1 14쪽
163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1) 23.07.24 27 1 13쪽
162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4) 23.07.23 23 1 14쪽
161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3) 23.07.23 26 1 12쪽
160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2) 23.07.23 26 1 11쪽
159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1) 23.07.23 45 2 13쪽
158 [Origin] Prologue./ 대한민국 흔한 전역자의 패기.jpg 23.07.23 56 3 10쪽
157 ♭.1/ 연재 후기 및 Q & A. +15 17.05.04 861 14 11쪽
156 Epilogue./ 전역한 뒤의 인생 얘기 좀 풀어본다.ssul +4 17.05.04 1,095 12 30쪽
15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7) +5 17.04.29 854 10 36쪽
15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6) +2 17.04.21 553 10 30쪽
15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5) +4 17.02.23 576 11 25쪽
15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4) +2 17.02.12 658 11 26쪽
15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3) +2 17.02.02 661 15 24쪽
15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2) 17.01.12 617 12 26쪽
14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1) +3 16.11.02 870 13 21쪽
148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0) +2 16.09.02 1,033 11 21쪽
147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9) +4 16.08.18 952 16 21쪽
146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8) 16.07.29 721 12 18쪽
14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7) +2 16.07.21 784 11 22쪽
14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6) 16.07.13 685 12 22쪽
14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5) +4 16.06.29 842 15 23쪽
14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4) +2 16.05.27 985 13 23쪽
14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3) +2 16.05.15 1,018 12 16쪽
14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2) 16.05.07 751 14 21쪽
13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 16.05.04 784 14 16쪽
138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9) +3 16.04.30 1,116 20 42쪽
137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8) +2 16.04.14 769 19 20쪽
136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7) +2 16.04.07 868 17 24쪽
135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6) +4 16.04.01 753 19 17쪽
134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5) +2 16.03.26 698 19 16쪽
133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4) +6 16.03.18 903 19 18쪽
132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3) 16.03.11 678 17 15쪽
131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2) +8 16.03.07 931 20 17쪽
130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1) +2 16.02.29 983 20 17쪽
129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5) +4 16.02.24 903 18 17쪽
128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4) +6 16.02.23 819 18 13쪽
127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3) +4 16.02.20 757 23 19쪽
126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2) +2 16.02.17 887 18 14쪽
125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1) 16.02.11 877 17 15쪽
12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1) +2 16.02.09 842 22 17쪽
123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0) +2 16.02.05 762 19 12쪽
122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9) +6 16.02.04 761 22 15쪽
121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8) +6 16.01.28 849 20 16쪽
120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7) 16.01.27 687 21 13쪽
119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6) +2 16.01.22 856 24 19쪽
118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5) +3 16.01.21 798 21 14쪽
117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4) +2 16.01.16 864 22 15쪽
116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3) +2 16.01.13 834 22 16쪽
115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2) +2 16.01.09 845 20 14쪽
11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 +3 16.01.05 836 23 14쪽
»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8) +10 16.01.01 968 23 17쪽
112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7) +4 15.12.30 854 22 13쪽
111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6) +4 15.12.25 889 19 14쪽
110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5) +6 15.12.24 840 19 16쪽
109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4) +8 15.12.16 862 22 14쪽
108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3) +8 15.11.11 861 24 13쪽
107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2) +3 15.11.05 936 18 14쪽
106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1) +4 15.10.29 1,022 21 13쪽
105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5) 15.10.23 950 28 12쪽
104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4) +4 15.10.11 851 24 15쪽
103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3) 15.10.08 1,019 20 16쪽
102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2) +4 15.10.05 910 24 13쪽
101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1) 15.10.02 863 28 15쪽
100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4) +6 15.09.29 863 26 16쪽
99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3) +4 15.09.17 915 23 17쪽
98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2) +2 15.09.17 985 22 15쪽
97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1) +4 15.09.14 1,058 23 15쪽
96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4) +2 15.09.10 1,032 25 14쪽
95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3) +2 15.09.07 993 25 12쪽
94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2) +4 15.09.03 974 27 15쪽
93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1) +8 15.09.01 1,017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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