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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한량입니다.

커브볼러 Curveba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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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량제
작품등록일 :
2014.12.05 21:44
최근연재일 :
2023.08.07 08:00
연재수 :
189 회
조회수 :
281,3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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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5
글자수 :
1,317,216

작성
16.04.01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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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글자
17쪽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6)

- 이 소설은 픽션입니다. 다음 소설 내용에서 등장하는 인물, 배경, 단체 등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허구로써 현실과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미리 알립니다.




DUMMY

“뭐야? 볼넷인가?”

“네, 스트레이트 볼넷이요.”


다희 씨의 말을 듣고 난 뒤 마운드를 바라보니, 마침 조승탁이 고개를 숙인 채 스파이크로 땅을 북북 흩고 있는 장면을 육안으로 볼 수가 있었다.


“1사 만루에 박병원, 강준효라니······.”


하지만 마운드에 있는 모습을 보면 위기 상황을 자초했다는 걸 투수 본인이 자각은 하고 있는 건지도 분간이 안 된다. 여전히 그는 덤덤하게 로진을 만지고 포수를 쳐다보며 표정 없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결국 포수 최경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에 있는 조승탁을 향해 걸어 나왔다. 서로 글러브와 미트로 입가를 가리고 얘기를 주고받던 둘은 1루 더그아웃 쪽을 힐끔 쳐다보다가 의견교환을 마치고 원래 자리로 복귀하였다.


“굳이 저기까지 나가서 무슨 소리들을 하는 걸까?”


어느 새 화장실에 갔다가 내 옆자리로 돌아온 홍세영이 사이다를 마시며 혼잣말 식으로 중얼거리자 팔짱을 끼고선 야구장을 응시하고 있던 다희 씨가 녀석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려 입을 열었다.


“지금처럼 실점 위기 상황에는 타자랑 더욱 신중하게 승부하려고 직접 의견조율을 하는 거죠. 사인으로 했다가는 엇박이 날 수도 있고요.”

“아아, 그래서 나오는 거구나.”

“이번에는 다희 씨가 틀렸습니다. 다른 투수면 그럴 줄은 몰라도 조승탁이 포수를 부르는 것은 다른 이유래요.”


대량실점의 위기 앞에서도 내가 진즉에 단념하지 않고 조승탁에게 기대를 걸며 긴장을 하는 건 역시, 그의 철저함을 믿기 때문이다.


“본인에게 들은 대로만 말하자면, 사인과 게임 운영은 이미 경기 전에 포수와 의견교환을 미리 다 해놓는답니다. 몇 회부터 투구 사인을 바꾸고, 누가 주자로 나가면 견제를 몇 번하고 그런 세세한 것까지 준비를 한다하니깐 우리 같은 일반 팬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세계가 다르죠. 사인은 단지 확인차원에서 교환할 뿐이고, 일부러 상대팀에 정보를 흘리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네요.”

“그럼 굳이 포수가 마운드에 갈 필요가 없지 않나?”

“계산이 완전히 틀어지지 않는 이상, 상대 타선의 흐름을 끊는 용도 말고는 크게 의미가 없다하던데요.”

“하아······.”


내가 조승탁의 정보를 술술 풀자 다희 씨는 놀란 듯, 입을 작게 벌린 채로 다물지도 못하고 탄성을 내뱉었다. 조승탁과 상대하는 타자들이 그를 보며 하나같이 까다롭다 입을 모으는 건, 이미 사전에 상대 분석을 끝마친 조승탁이 토끼 유인하듯 수싸움이라는 함정에 타자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조승탁의 허술한 면모를 익히 알고 있는 다희 씨로서는 철저한 사전공작을 펼치는 그의 주도면밀함에 감탄할 만도 하다.


“그럼 승탁 씨는 마운드에 가서는 결국 무슨 이야기를 해?”

“음······ 최경열이랑은 주로 그날 선수단 제공 식단에 대해서 간이 짜네, 맛이 없네 같은 반찬투정을 하고, 현재엽이랑은 저기 테이블석에 앉은 여자가 자기 스타일인데 어떻게 생각하냐 같이 여자얘기를 주로 한다 하더라고.”

“와아, 그렇게까지 짱구를 굴려대니 그 느린 볼로도 살아남는 거구만. 유성이 조승탁만 만나면 맥을 못 추는 데는 이유가 있었네.”


핸드폰을 만지작대며 잠자코 내 말을 듣고 있던 김준길은 기겁을 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일러주었다.


“물론 그래봤자 저희랑 똑같은 오타쿠일 뿐입니다.”

“그건 그렇지.”


한편 우리가 잡다한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라운드에서 조승탁은 박병원을 상대로 카운트를 1B-2S까지 몰아세우며 승부에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만루 상황에 있으니 더 이상 주자가 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우투수라 3루 주자가 계속 시야에 잡히므로 홈스틸이 일어날 가능성도 현저히 낮기도 해서 셋-포지션으로 있으면서도 본인 고유의 투구폼으로 여유 있게 투구를 하는 조승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조승탁이 던진 공은 각을 최대한으로 살려낸 커브였다. 가히 위협적인 각도로 꺾이며 들어오는 공에 타자는 스윙을 하다가다 힘으로 겨우 배트를 멈춰 세웠지만 1루심은 주먹을 낮게 치켜들으며 배트가 돌았다는 판정을 내렸다.


‘우와아아아아! 조승탁! 조승탁!’


1루 측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막대풍선을 두들기며 그의 투구에 환호를 보내왔다. 여전히 실점 위기에 몰려있어도 관중들의 환호를 보면 분위기가 역전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으나, 조승탁은 여전히 돌부처였다. 다음 타자 강준효를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듯 또다시 던지는 공은 투수만큼이나 무심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찔러 들어간다.


“평소에는 상대하기 힘든 타자를 상대로 최대한 피해가 덜한 선에서 승부를 봤었지만, 오늘은 아마 다를 겁니다. 컨디션도 좋고.”

“컨디션도 좋고?”


눈매만큼이나 예리하게 찔러 들어오는 다희 씨의 되물음에 난 차마 내 입으로는 해줄 수 없는 말을 돌려서 표현을 했다. 그녀 본인을 말미암은 조승탁의 혼신을 담은 투구였으니까.


“무너질 수 없는 이유도 있으니까요.”


강준효가 때린 타구가 펜스 앞 러닝 트랙 인근까지 힘이 실려 날아갔지만 낙구 지점에는 어느 새 중견수 어중석이 죽자고 달려와 왼손에 낀 글러브를 힘껏 뻗으며 다이빙을 시도했다.


“!!!”


잔디 위에 주르륵 미끄러진 어중석은 글러브 안에 공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탄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낙구지점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던 조승탁도 베테랑 선배의 투혼을 담은 수비에 머리 위로 글러브를 두들기며 감사를 표했다.



***



7회 말 공격, 새로운 투수 조장후를 상대하기 위해 5번 타자 1루수 펠릭스 발렌수엘라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러자 70, 80년대 유로댄스에서나 사용하던 요란하고 신나는 신디사이저 사운드가 응원 앰프에서 터져 나왔다. 응원단장이 주도하는 율동에 따라 노란 플랜카드를 흔들던 관중들은 노래 중간 중간에 구호를 넣으며 펠릭스를 응원했다.


‘홈! 런! 펠릭스 Go!’


김재황 감독이 부임한 첫 시즌, 이대한이 3할을 치고, FA로 MG에 온 방영한이 10승을 했던 이젠 머나먼 옛날이 되어버린 2007년. 그 당시 MG에서 타자 용병으로 있었던 외야수 페드로 갈베스의 응원가가 긴 잠에서 깨어나 펠릭스에게로 이어지게 되었다. 역시 응원가는 옛날 것들이 신나고 재미있다. 웬만해선 응원에 몸을 맡기지 않는 나조차 어깨를 들썩이고 있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마운드에 있는 투수 조장후는 올해 리벤져스 계투진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우완 파이어볼러다. 무지막지한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인데 작년까지는 제구가 안 잡혀 2군을 전전하던 신세였지만 올해는 제구불안을 고치며 황현일, 송승학과 더불어 필승조의 핵으로 군림하는 중이다. 155km/h를 육박하는 그의 강력한 속구와 조승탁의 속구를 비교해본다면 그 차이는 더욱 극명하게 느껴진다.


- 팡!


초구로 던진 속구가 엄청난 굉음을 울리며 포수 미트에 꽂혔다. 전광판에 뜬 구속은 154km/h까지 찍혔다. 나 참, 이런 묵직한 공을 타자는 대체 무서워서 어떻게 치려나 싶다. 바로 포수 뒤 좋은 자리에서 보니까 공의 위력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진다.


“우와, MG에서는 이런 강속구 신인 투수는 못 키우나?”

“용병이 아닌 이상 145km/h 넘기는 신인은 보기는 힘들죠. 오히려 중고참 신철웅이랑 마재훈이 구속이 늘었으니 이게 무슨 일인지······.”

“투수코치가 차명수라서 비슷한 스타일의 느린 공 투수만 나오는 게 아닐까?”


역시 그라운드에 나가있는 수비수들은 타석에 선 펠릭스를 의식하여 좌측으로 치우친 펠릭스 시프트를 펼치고 있다. 장갑을 낀 손으로 콧등을 문지르던 타자는 어깨 너머로 침을 한 번 뱉더니 다시 검투사처럼 배트 끝을 투수를 향해 겨눈 특유의 타격폼을 취했다.


그러자 투수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이번에도 역시 강한 볼을 약간 바깥쪽으로 빠져 앉은 포수에게 쑤시듯 던졌다. 그 때 겨누고 있던 배트를 치켜 올리고 테이크백을 시작한 타자가 조금은 멀리 날아오는 공의 궤적을 향해 최대한 크게 스윙을 돌렸다.


- 뻥!


“뻗는다! 뻗는다!”


펠릭스가 바깥쪽으로 좀 빠진다 싶은 공을 큰 스윙을 이용해 그대로 걷어 올렸다. 제대로 걸린 타구는 치우쳐져 있는 외야수들의 머리 위를 그대로 통과해 사람들이 옹기종기 앉아있는 잠실구장 좌측 외야석 높은 곳에 강하게 박혔다.


“와아아! 홈런이다!”

“좋아, 좋아! 2:0이다!”


3루 베이스를 찍고 털레털레 홈으로 돌아오는 펠릭스는 다음 타자 이현규와 하이파이브를 하고는 자랑스럽게 어깨를 털며 덕아웃으로 돌아왔지만, 곧 선수단 전원에게 헬멧을 쓴 채로 머리를 얻어맞고 말았다.


당겨 치는 타자가 수비 시프트를 깨버리기 위해서는 본인의 타격 스타일을 버리고 의도적으로 밀어 쳐야 하지만, 이는 타자 본인의 타격폼을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좋은 방편이 아니다. 결국 정답은 역대 MG 최고의 용병 타자인 안토니오의 경우처럼 끝까지 당겨 치는 타격을 고수하며 외야 담장을 넘겨버리는 수밖에 없다. 이런 시프트 돌파법은 명료하지만 말만큼 쉽지 않은 게 문제다. 하지만 원체 체격이 뛰어나 펀치력이 상당한 용병 타자들에게는 탁월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밀어서 타구를 굴리고, 당겨서 담장을 넘기고······ 오늘 펠릭스의 활약이 아주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정말 엄청난 장타력이네요.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한 타구였습니다. 보시죠. 외야수들도 타구 소리만 듣고 쫒아가기를 포기하죠?’


스코어가 2점 차이로 벌어졌고, 양적으로는 불펜 투수가 풍족한 MG는 조승탁에 이어 투수 교체 카드를 꺼낼 만도 했지만, 중계화면에 잡히는 조승탁은 여전히 덕아웃 투수 자리에서 포수와 앉아 계속 대화를 하고 있었다.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투수는 기존엔 선발로 활용됐으나 포스트시즌 들어 불펜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이드암 심정학과 시즌 중반 복귀하여 제 역할을 다 해주고 있는 마무리 봉준규 2명이다. 8회부터는 1이닝씩 이 두 명의 투수를 활용해도 상관은 없어 보이나 무실점 피칭을 이어가는 조승탁의 고집이 끼면 8회에도 녀석이 마운드로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7회까지 102구 무실점 4피안타 4볼넷 9탈삼진. 호투하는 것치고는 피안타와 볼넷이 많지만 이건 원래 털릴 듯 털리지 않는 조승탁의 투구 스타일 때문에 나온 결과물일 뿐, 염려할 필요는 없다. 최고의 컨디션과 함께 변다희 씨의 직관이라는 최고의 동기부여가 생겼다.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면 9회에 이르러서도 녀석은 마운드에 오를 의지를 보일 것이다.


“잠깐만 담배 좀······.”


조장후의 공을 보니까 이후로 등장하는 타자들로부터 추가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든 나는 다시 담배를 피우러 가려 왔던 길을 되돌아나갔다. 게이트 밖까지 걸어 나가 몇 개비 남지 않은 담뱃갑을 아쉬워하며 담배를 피우자 게이트 안 쪽에서 다희 씨도 역시 나를 뒤따라 나왔다.


“후후, 우영 씨가 그렇게 나가면 나도 피우고 싶어지잖아.”

“하나 드립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거 멘솔 아니죠? 그럼 됐어요.”


멘솔 담배 중에서도 독하기로 소문난 블랙 멘솔이 그녀의 주머니에서 튀어나온다. 아까는 다희 씨의 담배가 눈에 안 들어왔지만 굳이 그녀가 담배 종류를 언급하자 막 눈에 들어왔다. 이 독하고 매운 담배는 최근 스트레스가 많았던 그녀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것만 같다.


“오늘은 승탁 씨가 정말 잘 던져주고 있네요.”

“어떻게······ 녀석이 좀 다시 보이게 됩니까?”

“원래 야구선수 조승탁으로만 따지자면 항상 응원하고 있는 팬이니까 그렇지만······.”


속에 쌓여있던 연기를 길게 뱉은 그녀는 미처 다 하지 못한 말을 계속 이어갔다.


“아까 우영 씨 얘기 듣기도 했고, 오늘 저희 왔다고 기를 쓰고 던지는 걸 보면 사람 조승탁에 대해서도······ 이젠 꽤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평이 좋아졌네요.”

“물론 심각한 2D 성애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지만요, 흐흠.”


목이 칼칼한지 잔기침을 내뱉은 그녀는 급하게 담배를 다시 빠는 모습을 보였다. 야구장의 소음이 적은 걸로 봐선 아직 경기가 격화되지는 않아 보이는데 조급해 보이는 그녀가 걱정되어 한 번 상태를 물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괜찮습니까? 아직 위기는 아닌 것 같은데 천천히 들어가죠.”

“아아, 그런 의미는 아니고요. 조금 그래서······.”

“예? 뭐가 조금 그래요? 어디 안 좋으세요?”

“아, 아니에요. 몸은 문제가 없어요. 저기, 우영 씨? 내가, 저기······ 그게 말이죠······.”


다희 씨 답지 않게 줄곧 말을 흐리고 버벅거리는 모습이 이상해보였다. 일단 그녀가 차분히 얘기를 꺼낼 때까지 기다려보는 게 좋겠다. 밥이 안 넘어가는 사람 앞에서 계속 귀찮게 알랑거리면 오히려 체하지 않나. 그냥 한 번 기다려보자고.


“아아······. 내가 그게, 하아······ 어떡하지?”

“천천히 얘기하세요. 제가 암만 야구광이라도 바로 앞에 있는 사람까지 두고 도로 들어갈 놈은 아닙니다.”

“아아, 그래요. 그럼 오늘 말고 나중에 시간 나시면······ 가, 같이 술이나 한 잔 해줄래요?”


음? 다희 씨가 단순히 술이나 먹잔 권유를 그리 장고 끝에 내뱉을 위인이었나? 아니면 이 자리에서는 얘기하기가 곤란하거나 길어서 따로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소리일 수도 있고······.


“그 소리를 뭐 그렇게 어렵게 하십니까? 저야 좋죠.”

“아예, 고마워요.”


뭐, 아무렴 어떤가? 술이야 없어서 못 마실 정도이고, 기회만 생겼다하면 거침없이 마셔줘야 하는 게 술에 대한 예의다. 게다가 다희 씨와 마시는 술이라면 더욱 좋겠지. 혹시 중요한 말이 나올 수도 있으니 미리 사전공작을 해놔서 홍세영이 끼지 못하게 판을 만들어 놔야겠다.


“나만 너무 빨리 피운 건가?”

“으음, 아깐 좀 급하게 달리시긴 했습니다. 저도 곧 다 피니까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담뱃불을 붙인 순간 집합 1분 전 소리를 들은 군바리 마냥, 아까는 다희 씨가 서둘러 연기를 빠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전혀 급할 것도 없는데, 그렇게 허둥지둥 거린 걸 보면 뭔가 진짜 중요한 거라도 말하려는 걸까? 일단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평소에는 군더더기 하나 없이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 조금 빈틈을 보이면 이렇게나 허술할 수가 없다. 반전 매력이란 이런 것인가 싶었다.


“저 준비 다 됐습니다. 가시죠.”


내가 보이지 않게 등 돌리고 서서 우물쭈물하고 있는 다희 씨를 부르자, 그녀는 볼 언저리를 주물거리며 나와 같이 게이트 안으로 동행했다.


-




‘이태균 타석에 대타로 들어선 윤형민의 2루타가 터졌습니다. 빠른 커브를 정확한 타이밍에 당겨 때리며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만들어냈습니다. MG는 서인찬을 뜬공 아웃으로 잡는 것까지는 성공했습니다만, 다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게 되었는데요. 아,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오네요.’


커브를 초구에 너무 일찍 보여준 것이 화가 되었던 건지 5구째에 들어간 고속커브가 정타를 맞고 말았다. 마운드로 올라오는 차명수 코치는 무표정한 조승탁과는 반대로 씨익 농약미소를 지으며 마운드로 걸어왔다. 코치의 마운드 방문은 오늘 경기 들어 첫 번째인데다 코치가 공을 들고 오진 않은 걸로 봐선 아직 투수교체는 아니었다.


“얘기가 좀 길어지네.”


포수와 투수, 코치 3명이 동그랗게 모여서서 수군덕거리는 게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고 있었다. 그러는 와중 투수 조승탁을 빼고, 포수와 투수코치가 우리들이 앉아있는 자리를 잠시 쳐다보았다가 도로 시선을 거두고 투수와 얘기를 계속했다.


“이 쪽은 왜 쳐다본 걸까요?”

“글쎄요. 여기 바로 밑이 기록실이랑 심판실이 있으니까 그런 걸까요?”


아니면 조승탁이 원래는 강판되어야 하는데 투수코치에게 우리 핑계를 대며 강짜를 부리는 걸지도 모르지. 프러포즈할 사람이 와있으니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둥.


때마침 대화가 끝났는지 포수는 홈 플레이트로, 투수코치는 더그아웃으로 돌아간다. 포수는 보호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어 잘 모르겠지만, 투수코치는 설렁설렁 내려가면서 이를 드러내고 웃고 있었다. 그러다 우리들이 있는 자리를 다시 한 번 힐끔 쳐다보고는 더그아웃 안으로 완전히 들어가 버렸다.




스토리 및 구성 : 종량제 / 제작지원 : 김필수


작가의말

제 친구들이 이젠 커브볼러를 ‘드르렁볼러’, 저를 드르렁 작가라고 하더군요.

저 아직 드르렁하지 않았습니다. 연재 계속하고 있습니다. 신학기라서 그렇죠.... 

(16/05/12 1차 오탈자 및 묘사 일부 수정.)

(17/09/20 2차 - 전체 분량 퇴고 수정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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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5) 23.08.07 11 0 11쪽
187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4) 23.08.06 18 0 11쪽
186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3) 23.08.06 16 0 13쪽
185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2) 23.08.04 15 0 13쪽
184 [Origin] #.7/ [쓴소리] 이 팀은 솔직히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됩니다.link (1) 23.08.01 23 0 15쪽
183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3) 23.07.31 23 0 17쪽
182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2) 23.07.31 20 1 13쪽
181 [Origin] #.6/ 듀스 - 굴레를 벗어나.mp3 (1) 23.07.31 21 0 13쪽
180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5) 23.07.31 22 0 10쪽
179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4) 23.07.30 23 0 14쪽
178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3) 23.07.30 18 1 14쪽
177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2) 23.07.30 19 0 14쪽
176 [Origin] #.5/ 잉여인간 임우영의 우울 [스캔].pdf (1) 23.07.29 17 0 12쪽
175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5) 23.07.29 24 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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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 [Origin] #.4/ [New 한국] 처음 만난 남자와 자취방에서 단둘이.wmv (1) 23.07.27 19 0 13쪽
170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4) 23.07.26 27 0 16쪽
169 [Origin] #.3/ 오늘 살아 돌아오면 선착순 피자 3명 달린다.zul (3) 23.07.26 2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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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Origin] #.2/ 여러분, 이것은 소설입니다.txt (1) 23.07.24 27 1 13쪽
162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4) 23.07.23 23 1 14쪽
161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3) 23.07.23 27 1 12쪽
160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2) 23.07.23 26 1 11쪽
159 [Origin] #.1/ [직촬] 전역을 앞둔 여러분들의 흔한 미래.avi (1) 23.07.23 45 2 13쪽
158 [Origin] Prologue./ 대한민국 흔한 전역자의 패기.jpg 23.07.23 56 3 10쪽
157 ♭.1/ 연재 후기 및 Q & A. +15 17.05.04 861 14 11쪽
156 Epilogue./ 전역한 뒤의 인생 얘기 좀 풀어본다.ssul +4 17.05.04 1,095 12 30쪽
15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7) +5 17.04.29 854 10 36쪽
15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6) +2 17.04.21 553 10 30쪽
15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5) +4 17.02.23 576 11 25쪽
15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4) +2 17.02.12 658 11 26쪽
15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3) +2 17.02.02 661 15 24쪽
15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2) 17.01.12 617 12 26쪽
14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1) +3 16.11.02 870 13 21쪽
148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0) +2 16.09.02 1,033 11 21쪽
147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9) +4 16.08.18 952 16 21쪽
146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8) 16.07.29 721 12 18쪽
145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7) +2 16.07.21 784 11 22쪽
144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6) 16.07.13 685 12 22쪽
143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5) +4 16.06.29 842 15 23쪽
142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4) +2 16.05.27 985 13 23쪽
141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3) +2 16.05.15 1,018 12 16쪽
140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2) 16.05.07 753 14 21쪽
139 #.28/ N.EX.T - Destruction of the shell.mp3 (1) 16.05.04 784 14 16쪽
138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9) +3 16.04.30 1,116 20 42쪽
137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8) +2 16.04.14 769 19 20쪽
136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7) +2 16.04.07 868 17 24쪽
»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6) +4 16.04.01 754 19 17쪽
134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5) +2 16.03.26 698 19 16쪽
133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4) +6 16.03.18 903 19 18쪽
132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3) 16.03.11 678 17 15쪽
131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2) +8 16.03.07 931 20 17쪽
130 #.27/ 박기영 - 마지막 사랑.mp3 (1) +2 16.02.29 983 20 17쪽
129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5) +4 16.02.24 904 18 17쪽
128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4) +6 16.02.23 819 18 13쪽
127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3) +4 16.02.20 757 23 19쪽
126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2) +2 16.02.17 887 18 14쪽
125 #.26/ 변진섭 - 너에게로 또다시.mp3 (1) 16.02.11 877 17 15쪽
12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1) +2 16.02.09 842 22 17쪽
123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0) +2 16.02.05 762 19 12쪽
122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9) +6 16.02.04 761 22 15쪽
121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8) +6 16.01.28 849 20 16쪽
120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7) 16.01.27 687 21 13쪽
119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6) +2 16.01.22 856 24 19쪽
118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5) +3 16.01.21 799 21 14쪽
117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4) +2 16.01.16 864 22 15쪽
116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3) +2 16.01.13 834 22 16쪽
115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2) +2 16.01.09 845 20 14쪽
114 #.25/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wow (1) +3 16.01.05 836 23 14쪽
113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8) +10 16.01.01 968 23 17쪽
112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7) +4 15.12.30 854 22 13쪽
111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6) +4 15.12.25 889 19 14쪽
110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5) +6 15.12.24 840 19 16쪽
109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4) +8 15.12.16 863 22 14쪽
108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3) +8 15.11.11 862 24 13쪽
107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2) +3 15.11.05 936 18 14쪽
106 #.24/ 박효신 - 해줄 수 없는 일.mp3 (1) +4 15.10.29 1,022 21 13쪽
105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5) 15.10.23 950 28 12쪽
104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4) +4 15.10.11 851 24 15쪽
103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3) 15.10.08 1,019 20 16쪽
102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2) +4 15.10.05 910 24 13쪽
101 #.23/ 까짓것 인생 한 방, 못 먹어도.go (1) 15.10.02 863 28 15쪽
100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4) +6 15.09.29 863 26 16쪽
99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3) +4 15.09.17 915 23 17쪽
98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2) +2 15.09.17 986 22 15쪽
97 #.22/ 즐거운 날이 아니더냐! 풍악을 더 크게 울려라.buwak (1) +4 15.09.14 1,058 23 15쪽
96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4) +2 15.09.10 1,033 25 14쪽
95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3) +2 15.09.07 993 25 12쪽
94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2) +4 15.09.03 974 27 15쪽
93 #.21/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gg (1) +8 15.09.01 1,017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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