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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cea 님의 서재입니다.

세티아 왕국의 작은 영주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렌시아a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3
최근연재일 :
2020.05.27 21: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3,718
추천수 :
73
글자수 :
303,156

작성
20.05.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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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Extra.

DUMMY

아멜리아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딸각, 자물쇠를 따는 그 작은 소리마저 천둥과 같이 크게 들렸다. 그녀는 폭풍전야와 같은 고요함에 마른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열린 문을 밀었다. 경첩의 마찰소리가 날 법도 하건만 문은 작은 소음 없이 부드럽게 열렸다.

그리고, 철컥! 하며 대신 격철소리가 들렸다.


"오랜만이네."


문 앞의 금발 벽안의 소년은 씁쓸하게 웃으며 그녀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어째선지 복잡한 표정으로, 소년은 그리운 이름을 입에 담았다.


"···헬레나."


아멜리아, 아니 제피란의 전속 하녀 헬레나는 "도련님······." 작게 대답하며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등장에 동요할 법도 했건만 소년이 겨눈 총구는 미동조차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마치 처음부터 각오했단 듯이······.


"···언제부터 알고 계셨던 거죠?"


헬레나는 첩보 요원이다. 정보 수집뿐 아니라 공작 및 암살 등 뛰어난 요원이었다. 그런 그녀가, 백작의 눈조차도 속인 그녀가 어째서 어린 소년에게······.


"내가 결투하던 날 아침, 기억나?"


헬레나의 질문에 세영은 씁쓸하게 웃으며 운을 땠다.


"아침, 말인가요?"


루틴 교수와의 결투. 그날 아침 엘레노어가 차린 아침식사와 세영의 식사 권유.


"그 때 좀 이상하다 생각했어. 날 먹여줄 생각을 하면서 정작 나와는 식사를 못하겠다니."


"······."


"동료들과 식사 약속을 잡은 녀석이 내게 식사를 먹여줄 시간적 여유 따윈 없을 태고, 그렇다면 같이 식사를 하는 게 싫었던 걸까?"


"······."


"왜 그럴까? 생각했지. 내가 부담스러웠다면 그토록 살갑게 대하지도 않았을 텐데······. 그러던 중 내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지."


독살.

아들 제피란과 함께 백작가로 들어온 세실리아를 소량의 독을 계속 섭취시켜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어머니께서도 그러한데 내게 올라오는 음식 역시 다를 바 없겠지."


독성이 첨가된 음식.

그렇기 때문에 헬레나는 식사 권유를 거절했다.


"이상하지 않아? 정작 영지의 정통성은 난데, 어머니만 독살 당하셨어."


세영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곤 이내 헬레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째서 나는 독에 중독되지 않은 걸까? 어째서 나만 이렇게 아무렇지 않은 거지?"


그 의문에 답하듯 세영은 뒤이어 말했다.


"내게 올라오는 음식은 모두 헬레나, 네가 차려주었지."


"······."


세영의 말에 헬레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에게 총구를 겨눈 소년을 무덤덤하게 바라보았다.


"어째서일까? 나는 이 백작령의 미운오리새끼인데, 제거돼야할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날 살려줬지."


"······."


"어째서 결투 소문이 그리도 빨리 공국에 전파된 걸까? 어째서 나와 처음 만난 세리스가 나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는 걸까? 어째서 참배행렬의 최후를, 그녀석이 알고 있었을까?"


계속되는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져 나갔다. 세영은 피식, 실소를 흘리곤 헬레나를 올려 보았다.


"백작이 아닌 백작을 견제하는 반대 세력으로, 세리스와 친분이 깊은······. 이를테면 세아크 공작령의 첩자? 그렇지 않아?"


백작과 정 반대 파벌을 구성한 공작의 입장에서 백작이 로렌시아 영지를 독차지 하는 것이 탐탁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헬레나로선 제피란을 살려둘 수밖에 없었다.

세영의 추측을 듣고 있던 헬레나는 경악스런 얼굴로 짝짝, 박수를 쳤다.


"대단해요. 하나 틀린데 없이 정확하네요."


"······."


"도련님께서 이리 명석하신 분이시라니, 그 동안 백작을 속이기 위해 연기 하셨던 건가요?"


헬레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도 그럴게 열 살 된 어린 소년이 상황 증거만 놓고 자신의 정체를 정확히 추리해 내다니, 세상에 어떤 천재를 가져다 놓아도 불가능 할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제가 왜 찾아온 건지도 아시겠어요?"


"···미안하지만 계약서는 넘겨줄 수 없어."


백작을 견제하는 공작으로선 어떡해서든 백작의 약점을 잡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치명적인 백작의 약점이 이번 노예상과 계약한 딜러 계약서. 세아크의 요원인 헬레나가 계약서를 가지고 있는 세영을 찾은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어머, 제가 도련님 하나 제압하지 못 할 것 같으세요?"


처음 보여준 헬레나의 살기어린 눈웃음에도 세영은 묵묵히 권총을 겨눌 뿐이었다. 그런 세영의 모습에 헬레나는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운을 뗐다.


"혹시 밤장미라고 알고계세요?"


"······."


"백작가가 자랑하는 공작기관인데, 첩보국인 저희와는 다르게 좀 더 다양한 일을 담당하죠."


이를테면, 암살 같은······.

조용히 운을 뗀 헬레나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진다. 언제 꺼내든 것일까? 헬레나의 양 손에는 금방이라도 날아들 것만 같은 서슬 퍼런 단검이 들려있었다.

한순간에 백작가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는 딜러 계약서. 그것을 원하는 건 공작뿐만이 아니었다. 알펜시아 백작 역시······.


"이런 저를 너무 과소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서늘하게 식은 목소리. 그 모습에 세영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아니, 오히려 과대평가라고 생각하는데."


그 말과 동시에 은빛 섬광이 허공에 그어졌다. 흡사 뱀과 같이 허공에 그어지는 섬광들은 헬레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쉬익 하고, 날카로운 칼바람이 허공을 베었다.


"어? 피했어?"


"······."


칼바람이 목젖을 스쳐 지나가며 작은 핏줄기를 그렸다.

헬레나는 따끔거리는 목에 마른침을 삼키며 상대를 경계했다. 언제 나타난 것일까? 헬레나의 뒤에서 장검을 휘두른 에르나는 자신의 검을 피한 헬레나가 의외였는지 작게 휘파람을 불었다. 에르나 에피나. 경박한 그 용병은 건들거리며 칼집에 칼을 집어넣으며 히죽 웃었다.

그 모습에 헬레나는 처음으로 인상을 구기며 "칫!" 거칠게 혀를 찼다.

앞서 그의 실력을 확인한 그녀다. 그의 발검을 피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에르나가 봐준 것이다. 솔직히 그녀로선 그의 발검을 받아낼 재간이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빠르게 제피란을 제압한다. 아무리 저 괴물이라도 주군인 글라디에 남작이 인질로 붙잡혀 있다면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결심만큼이나 빠르게 제피란을 향해 달려드는 헬레나. 그녀의 손에 들린 단검이 달빛을 꿰며 세영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리고, 튕겨져 나갔다.


"꺄악!"


손목을 후려친 묵직한 묵창에 헬레나는 숨을 삼켰다.

언제부터 있었던 걸까? 헬레나의 앞을 가로막은 시그너스는 능숙하게 창을 다루며 그녀의 어깨에 창을 박았다. 순간 타는 듯한 격통에 헬레나의 움직임이 멎었다.

세영은 겨누고 있던 권총을 거두어 살의를 가지고 달려들던 그녀를 바라봤다. 어쩐지 서글픈 눈으로, 작게 떨리는 손으로 비어있던 탄창에 묵묵히 탄을 채워 넣었다.


-도련님! 아침이에요. 일어 나셔야죠!!


철컥, 하고 권총을 장전한다.


-안돼요! 그러면서 또 도망칠 생각이시잖아요!


서서히, 총구를 들어올렸다.


-도련님? 오늘은 뭐하면서 놀까요?


시그너스의 창에 꿰인 헬레나를 향해, 세영은 총구를 겨눴다.


-도련님도 참~! 조숙하세요.

-이번 결투, 나가지 마세요.

-어차피 죽으면 다 끝이잖아요?!


심지가 타들어가듯, 타들어가는 가슴을 뒤로한 채 세영은 방아쇠에 손을 걸쳤다.


-도련님······.


뜨거운 물방울이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메여오는 목소리로 세영은 간신이 입을 열었다.


"······안녕."


타앙! 하고, 메마른 총성이 울리고 뿜어 나온 초연이 제피란의 눈물을 훑어주었다.


작가의말

이것으로 에피소드 1. 미운오리새끼가 완결되었습니다.

당시 에피소드 1을 작성하기 까지 1년 남짓 소요되었으며 대학생때 학교 시험보다 소설 구상에 더 열을 올렸었죠.

그만큼 애착이 가고 욕심도 많이 가졌던 글입니다.


소설의 등장인물 평균 연령이 낮은 이유는 삼국지와 같은 이세계 서사시를 계획하여 수 십년 간의 이야기를 쓰고 싶은 마음에 무리수를 두었습니다.

물론 주구장창 이야기를 이어나가기 보다는 에피소드 1과 같이 큼지막한 사건 하나를 두고 이야기를 전개하며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작중 등장인물들의 나이는 어린데 능력은 높은, 너도 나도 천재가 되어버린 무리수가 되어버렸지요.


이 뒤로 올리지 못 한 에피소드는 제피란이 영지를 장악하는 편입니다.

나름 자신있게 선보일 계책과 반전, 복선 등 준비했으나 글을 쓰고 올릴 기회는 없겠군요.

더 이상 대학시절처럼 무언가 하나에 몰입해 열중할 시간이 없으니까요.

생업도 있고, 사회에서 자리잡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공부도 다시 해야 하는 판국에 자기만족 글쓰기를 할 여유가 없네요.


나름 대학시절 애착과 목표를 가지고 노력한 글이고, 10년이 지나서도 다시금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글을 남겨봅니다.

남겨두면 미련이 남을까봐 지우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생애 첫 후원을 보내주신 분이 계시기에, 이 모자란 글을 응원해주신 분께 누가 되지 않도록 에피소드 완결까지 올리게 되었습니다.


예약 설정으로 27일 수요일에 올라가는 글이네요.

그 분께서 이 글을 계속 봐주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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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tra. 20.05.27 45 0 8쪽
36 Epilogue. +1 20.05.26 55 0 11쪽
35 Ep 1. 미운오리새끼(32) 20.05.26 33 0 10쪽
34 Ep 1. 미운오리새끼(31) +1 20.05.25 35 1 20쪽
33 Ep 1. 미운오리새끼(30) 20.05.25 26 0 17쪽
32 Ep 1. 미운오리새끼(29) +1 20.05.24 42 1 18쪽
31 Ep 1. 미운오리새끼(28) 20.05.24 38 0 23쪽
30 Ep 1. 미운오리새끼(27) 20.05.23 32 0 23쪽
29 Ep 1. 미운오리새끼(26) 20.05.23 34 0 27쪽
28 Ep 1. 미운오리새끼(25) 20.05.22 40 0 19쪽
27 Ep 1. 미운오리새끼(24) 20.05.22 37 0 25쪽
26 Ep 1. 미운오리새끼(23) 20.05.21 40 0 25쪽
25 Ep 1. 미운오리새끼(22) 20.05.21 41 0 19쪽
24 막간 20.05.20 43 0 20쪽
23 Ep 1. 미운오리새끼(21) 20.05.20 48 0 19쪽
22 Ep 1. 미운오리새끼(20) +1 20.05.19 54 1 21쪽
21 Ep 1. 미운오리새끼(19) 20.05.19 48 0 18쪽
20 Ep 1. 미운오리새끼(18) 20.05.18 63 3 17쪽
19 Ep 1. 미운오리새끼(17) 20.05.18 56 1 13쪽
18 Ep 1. 미운오리새끼(16) 20.05.17 64 1 12쪽
17 Ep 1. 미운오리새끼(15) 20.05.17 64 0 18쪽
16 Ep 1. 미운오리새끼(14) 20.05.16 70 0 13쪽
15 Ep 1. 미운오리새끼(13) 20.05.16 74 1 13쪽
14 Ep 1. 미운오리새끼(12) 20.05.15 79 1 20쪽
13 Ep 1. 미운오리새끼(11) 20.05.15 89 1 15쪽
12 Ep 1. 미운오리새끼(10) 20.05.14 92 4 19쪽
11 Ep 1. 미운오리새끼(9) 20.05.14 92 0 19쪽
10 Ep 1. 미운오리새끼(8) 20.05.13 102 2 25쪽
9 Ep 1. 미운오리새끼(7) +2 20.05.13 110 2 18쪽
8 Ep 1. 미운오리새끼(6) 20.05.12 138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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