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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ncea 님의 서재입니다.

세티아 왕국의 작은 영주님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렌시아a
작품등록일 :
2020.05.11 22:43
최근연재일 :
2020.05.27 21:00
연재수 :
3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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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9
추천수 :
73
글자수 :
303,156

작성
20.05.26 21:00
조회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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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Epilogue.

DUMMY

"공주님. 공주님?"


노예상 사건이 벌어지고 보름이 지났다. 알펜시아 백작가에서 주도한 노예 경매. 백작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는 백작령이 약혼식 준비로 정신없는 틈을 타 기사장들이 꾸민 일로 발표했지만 누구 하나 그 해명을 믿어주는 이 없었다.


"공주님. 이제 일어나셔야죠."


이번일로 백작에게 죄를 묻고 싶었으나 아쉽게도 그것을 뒷받침 할 증거가 없었다. 요컨대 '딜러'로서 계약한 계약서가 없이는 왕국의 실세 중 한 명인 백작에게 죄를 물을 수가 없었다. 내키지는 않지만 기사장을 내친 것으로 만족 할 수밖에 없었다.

알펜시아가 자랑하는 중장 랜서들은 거의 궤멸 직전의 상황에서 기사장마저 내쳐졌으니, 사실상 해산이나 다름없었다. 또 이런 소동이 있었으니 공들여 준비한 약혼식도 물 건너갔다.

노예상이 자신을 감금했던 사실을 떠올리면 매우 아쉬웠지만 일단은 이걸로 위안을 삼아야지, 욕심은 좋지 않으니까. 암! 그렇고말고.


"공주님! 아이, 정말 공주님! 이제 출발하셔야 한다고요!"


아침을 흔들어 깨우는 거친 손길에 세리스는 "우웅?" 눈을 부비며 이불속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었다.


"정말, 오늘 오전 중으로 돌아가신다는 분이 아직까지 주무시면 어떡해요?"


엘레노어는 이불의 유충을 흔들곤 작게 핀잔을 주었다. 세리스는 잠결에 몽롱한 머리를 털어내듯 주변을 살폈다.

고풍스러운 가구들과 연한 갈색 천창. 언제 열어놓은 건지 활짝 열린 창문에는 따스한 햇살과 서늘한 아침공기가 객실 안으로 스며들었다. 창문으로부터 꽃향기를 싣은 봄바람이 코끝에 맴돌았고 산새들의 지저귐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살랑, 하고 봄바람에 커튼이 작게 물결쳤다.


"우웅, 더 잘래."


세리스는 그 평화로운 광경에 다시 한 번 잠에 취해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그런 세리스를 "안 돼요!" 엘레노어는 단호하게 말하며 휙! 사납게 이불을 들춰냈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주던 이불이 사라지자 제법 서늘한 아침공기가 세리스를 덮쳤다.

서늘한 아침공기에 세리스를 포근히 안아주던 잠기운이 확 가셨다. 그에 세리스는 한기에 몸을 떨며 "우으, 무, 무슨 짓이야!" 엘레노어의 무례함에 큰소리를 쳤지만······.


"이제 일어나셔야죠! 벌써 다들 출발 준비 마쳤다고요."


전속 하녀가 된지 이제 보름밖에 되지 않은 이 어린하녀는 주눅 들지 않고 마주 언성을 높였다.

어찌 보면 무례한 행동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이제 보름 된 시점에서 저리도 훌륭하게 세리스를 보좌하는 방법을 깨우친 점에서 포상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인재다.


"우으으······."


세리스는 드물게 양 볼을 부풀리며 앙증맞은 눈으로 엘레노어를 노려보았지만 엘레노어는 내색치 않고 옷가지를 준비해 주었다. 오히려 "서둘러 주세요. 정오 전에는 출발하셔야 하잖아요." 게으른 공주님을 재촉하였다.

수도 발키로의 귀환.

노예상의 수사 목적으로 알펜시아 저택에 남아있던 그녀들은 오늘 왕궁으로 돌아간다. 세리스 암살을 기도한 크리스는 이미 발키리아를 이끌고 먼저 돌아갔고······.


"······."


자신을 암살하려고 했던 크리스를 떠올린 탓일까? 세리스는 쓰게 웃으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크리스를 왕족 시해 기도로 고발할까 해도 증거가 없었다. 또 같은 왕녀에 쌍둥이인 크리스를 고발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고. 그 결과 크리스는 오만상을 지으며 먼저 왕궁으로 돌아간 것이다.

생각해보면 요 며칠간 굉장히 많은 일을 겪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일까? 세리스는 드물게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괜찮겠어?"


"네?"


세리스의 질문에 엘레노어는 고개를 갸웃, 그녀를 보며 작게 되물었다.


"그 녀석. 로렌시아로 갈 텐데, 따라가지 않아도 돼?"


알펜시아의 차남. 아니, 이제는 글라디에 남작이라 불러야 하나?

믿을 수 없는 기책을 선보인 열 살 된 소년은 노예상을 붙잡고 노예들을 구출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들리는 말로는 알펜시아 백작이 서명한 딜러 계약서로 단판을 짓고 로렌시아 영지를 돌려받았다는데······.

여하튼 글라디에 남작은 어제 로렌시아 영지로 출발했으니, 아마 그 소문이 사실인 모양이다.

그런데 어째서 제피란이 글라디에 남작이냐고?


'그거야 내가 하사해 주었으니까.'


자작과의 결투에서 이기고, 알펜시아 기사단을 궤멸시켰으며, 노예상에 붙잡힌 공주님들을 탈출시킨 것으로도 모자라 손수 노예상을 토벌하기까지 한 녀석이다. 그것도 열 살이란 어린 나이에······.

이런 놈을 등용하지 않는다면 이 나라 귀족들은 전부 모가지 아니야?!

세리스는 홍조로 붉어진 얼굴로 변명하듯 중얼거리며 그 때 일을 회상했다.


"야이 멍청아! 그렇다면 그렇다고 말을 했어야 할 것 아니야!"


노예상의 주검을 회수, 산불을 진압한 후 알펜시아 저택으로 돌아온 세리스는 제피란에게 욕지기를 퍼부었다.

그도 그럴게 노예상에 남아서 노예상을 조종할 생각을 하다니, 미친 짓이 아닐 수 없다. 자칫 잘 못 했다간 편히 죽는 걸론 끝나지 않았을 것이다.


"왜, 왜 그러는데?!"


세리스의 이런 반응을 예상치 못 한 까닭일까? 세영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말더듬 하였다.


"바보냐? 여기 있는 사람 다 걱정시키고, 너 혼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냐?!"


엘레노어만 하더라도 얼마나 땍땍 대던지, 양 볼을 부풀리며 투덜거리는 세리스는 세영을 몰아세웠다.


"···걱정, 했어?"


그러나 세영은 빨갛게 상기된 볼을 긁적이곤 되물었다.

순간, 세리스의 얼굴이 홍조로 붉어졌다. 순간 말실수를 자각한 것일까? 세리스는 횡설수설 옆의 엘레노어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무, 무슨! 내가 아니라 쟤라고 쟤! 어떤 애가 하도 도련님! 도련님! 찾아 대서 잠도 못 자고! 알아들어? 난 걱정 따윈 안 했으니까! 너 같은 찌질이 마마보이 따위 누가 걱정해준데?!"


말하는 본인조차 무슨 말을 꺼내는지 모르는 그 모습이 귀여워서일까? 세영은 풋! 실소를 삼켰다.


"어어! 왜 웃는 건데?!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어디서 착각병이야? 이 왕자병 말기 환자······."


아영이가 옆에 있었더라면 이랬을까? 항상 솔직하지 못 하던 귀여운 여동생을 떠올린 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세리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세계가 얼어붙었다.

그걸 보고 있던 고용인들과 수많은 귀족들과 세리스의 곁에서 그녀를 보좌하던 레이나, 엘레노어, 유리엘, 심지어 세리스의 약혼자였던 레이 알펜시아까지······.

급변한 분위기에 그제서 사태를 파악한 세영은 "···어?!" 얼빠진 소리를 흘렸다. 그리곤 자신의 실책을 깨닫곤 황급히 손을 때었다.

그러나 물은 이미 엎질러진 후다.


"이, 이익!"


귀까지 시뻘게진 세리스는 잔뜩 이를 갈며 죽일 듯 세영을 노려보았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이와 같을까? 세영은 사나운 세리스의 눈빛에 도망치듯 뒷걸음질 쳤다.


"아, 이, 이건, 그게 저, 컬쳐쇼크랄까, 그 문화적 왜 있잖아?!"


세영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뒷걸음질 쳤다. 그러다 발이 엉켜 뒤로 콰당 엉덩방아를 찧었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세리스를 올려다보는 세영은 작게 몸을 떨었다. 그도 그럴게 잔뜩 뿔이 난 세리스가 옆에 있는 레이나의 칼을 험악하게 뽑아든 것이다!

제발 그 칼 좀 내려놔! 목구멍까지 올라온 비명을 꿀꺽 삼키며 천천히 들어 올린 칼을 바라봤다.


"고, 공주님!"


보다 못 한 엘레노어가 세리스를 제지하려 했으나 그보다 세리스가 들고 있는 칼이 먼저 움직였다. 왕녀 모욕으로 사형인가?! 세영은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툭, 하며 칼이 어깨에 닿았다.


"···귀공은 세티아의 검으로서 왕국의 적을 배제하겠습니까?"


"···네?!"


난데없는 세리스의 엄숙한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얼빠진 소리가 나와 버렸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세영으로선 세리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제피란 예를 갖춰라!"


보고 있던 레이의 호통에 세영은 그제서 정신 차리고 "예? 예." 못미덥게 답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세리스의 미간이 꿈틀거렸으나 계속 진행하였다.


"세티아의 방패로서 왕국을 수호하겠습니까?"


맞은편 어깨로 이동한 칼날에 세영은 서둘러 자세를 고쳐 잡고 대답했다.


"···예."


"세티아의 귀족으로서 왕가에 충성을 다하겠습니까?"


"다 하겠습니다."


이번 대답은 마음에 들었는지 세리스의 표정이 한결 풀어지며, "귀공께 글라디에 성을 하사 하여 남작위에 봉합니다." 어깨에 올려놓은 칼을 치우곤 임명식을 끝마쳤다.

여담으로 "그럼 글라디에 공. 한 대 부터 시작할게?" 잔뜩 뿔난 세리스에게 걷어차이고, "도련님은, 바람둥이!" 엘레노어에게 뺨을 맞는 등 그 이후의 소동은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비록 어재 제피란이 로렌시아 영지로 출발하긴 했으나 서둘러 간다면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엘레노어는 세리스의 의도를 깨닫곤 작게 고개를 저었다.


"···저는 공주마마의 하녀인걸요?"


"···정말 괜찮겠어?"


거듭되는 세리스의 질문에 엘레노어는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대로라면 도련님을 뵐 면목이 없는걸요. 저도 노력해서 도련님께 어울리는 여성이 될 거에요."


"······그래."


난데없는 엘레노어의 핑크 무드에 세리스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였을까? 똑똑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공주님. 출발 준비 완료했습니다." 레이나의 보고가 들려왔다.


"수고했어."


충직한 기사의 보고에 세리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레이나가 세영에게 붙은 이유는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한다.

노예상을 습격했던 저녁.


'이게 뭐야?'


세리스를 습격한 발키리아들을 처리한 레이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서류 뭉치를 건네주었다.


'노예상의 거래내역서와 숙박리스트 입니다.'


노예상의 주축 간부직을 맡은 세영이 노예상의 내역서를 빼돌려 레이나에게 건네준 것이다. 비록 귀족들의 서명이 없는 내역서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귀족들로선 내역서와 숙박리스트의 개연성을 연결해 찔러주기만 해도 예전과 같이 세리스를 무시할 수 없었다.

비록 왕녀라 하더라도 세리스는 왕위 계승권 50위 밖, 귀족들의 지지와 후원 없는 허울뿐인 왕녀는 정치나 외교의 도구일 뿐이다. 그 때문에 귀족들의 약점을 잡아둘 필요가 있었다.


'뭐 결국 레이나가 노예상에 들어간 건 날 위한 충성심 아니겠어?'


세리스는 충직한 자신의 기사에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공주님 준비 다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준비가 끝났다. 세면은 물론 옷을 갈아입고 화장 등등 힘을 써준 엘레노어에 세리스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돌아가 볼까?"


언제나 그렇듯, 어린 공주마마는 당당히 자리를 나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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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logue. +1 20.05.26 56 0 11쪽
35 Ep 1. 미운오리새끼(32) 20.05.26 33 0 10쪽
34 Ep 1. 미운오리새끼(31) +1 20.05.25 35 1 20쪽
33 Ep 1. 미운오리새끼(30) 20.05.25 26 0 17쪽
32 Ep 1. 미운오리새끼(29) +1 20.05.24 42 1 18쪽
31 Ep 1. 미운오리새끼(28) 20.05.24 38 0 23쪽
30 Ep 1. 미운오리새끼(27) 20.05.23 32 0 23쪽
29 Ep 1. 미운오리새끼(26) 20.05.23 34 0 27쪽
28 Ep 1. 미운오리새끼(25) 20.05.22 40 0 19쪽
27 Ep 1. 미운오리새끼(24) 20.05.22 37 0 25쪽
26 Ep 1. 미운오리새끼(23) 20.05.21 40 0 25쪽
25 Ep 1. 미운오리새끼(22) 20.05.21 41 0 19쪽
24 막간 20.05.20 43 0 20쪽
23 Ep 1. 미운오리새끼(21) 20.05.20 48 0 19쪽
22 Ep 1. 미운오리새끼(20) +1 20.05.19 54 1 21쪽
21 Ep 1. 미운오리새끼(19) 20.05.19 48 0 18쪽
20 Ep 1. 미운오리새끼(18) 20.05.18 63 3 17쪽
19 Ep 1. 미운오리새끼(17) 20.05.18 56 1 13쪽
18 Ep 1. 미운오리새끼(16) 20.05.17 64 1 12쪽
17 Ep 1. 미운오리새끼(15) 20.05.17 64 0 18쪽
16 Ep 1. 미운오리새끼(14) 20.05.16 70 0 13쪽
15 Ep 1. 미운오리새끼(13) 20.05.16 74 1 13쪽
14 Ep 1. 미운오리새끼(12) 20.05.15 79 1 20쪽
13 Ep 1. 미운오리새끼(11) 20.05.15 89 1 15쪽
12 Ep 1. 미운오리새끼(10) 20.05.14 92 4 19쪽
11 Ep 1. 미운오리새끼(9) 20.05.14 92 0 19쪽
10 Ep 1. 미운오리새끼(8) 20.05.13 102 2 25쪽
9 Ep 1. 미운오리새끼(7) +2 20.05.13 110 2 18쪽
8 Ep 1. 미운오리새끼(6) 20.05.12 138 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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