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w북스

10,000 다마의 망나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포츠

윤희권
작품등록일 :
2019.06.28 16:01
최근연재일 :
2019.07.11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369
추천수 :
62
글자수 :
81,809

작성
19.07.04 20:00
조회
217
추천
3
글자
11쪽

008화

DUMMY

10,000다마의 망나니 008화



“먼저 정식 선수로 등록되려면 시·도 연맹에 선수로 등록해야 되요.”

이지운에게 강제로 카페까지 끌려온 세현은 얼떨결에 상담까지 해주고 있었다.

“선수 등록은 어떻게 하는데?”

주차장에서의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어느새 이지운은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 차라리 이게 편하다.’

만약 이지운이 계속 축 처진 태도를 유지했다면 오히려 세현이 불편했을 것이었다.

자신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존댓말이라는 걸 까먹은 모양인지 항상 반말이었지만 차라리 그게 편했다.

애초에 플레이어는 세현에게는 상사 같은 존재였다.

“등록된 선수 2명의 추천을 받거나 특정 대회에서 8강 또는 4강 이상 올라가면 등록 기회가 생기죠. 보통은 아카데미를 통해서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건 싫어.”

“당연히 그러시겠죠. 류상욱 선수랑도 아는 사이니까 추천을 받는 건 어때요?”

“그것도 싫어. 내가 그놈한테 허리를 굽히라고?”

“잘났어, 정말.”

“뭐?”

세현은 재빨리 말을 돌렸다.

“당연히 종목은 캐롬이죠?”

“캐롬?”

캐롬(Carom) 자체는 구멍이 없는 당구대에서 내 공으로 다른 공을 맞혀 득점하는 모든 방식을 얘기하지만, 주류는 결국 3쿠션과 1쿠션이다.

“3쿠션이요. 류상욱 선수도 캐롬이니까.”

세현은 핸드폰을 열었다. 순간 최수호에게 전화를 하는 것은 아닐까, 움찔했지만 세현은 핸드폰을 들어 올려 달력을 보여주었다.

“일단 주니어 선수권을 목표로 삼죠. 7월 말이 국가대표 선발전이니까 그전까지 선수 자격을 얻어야 해요.”

주니어? 류상욱이 주니어 선수권에서 우승했다는 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우승하는 것도 좋겠지만 지금은.

“난 류상욱이랑 붙고 싶은데.”

“···후. 입상 이력이라도 있어요? 류상욱 선수라면 이번에는 국내 대회에 안 나올 테니까, 11월에 있을 세계 3쿠션 월드컵에서 만날 수 있을 텐데.

거기에 나가려면 지금부터 국내 랭킹을 올려둬야 시드권을 받을 수 있어요.”

1년 동안 이지운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시드권을 얻기는 힘들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현은 조용히 속으로 삼켰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음. 잠시만요.”

세현은 품속에서 메모장을 꺼내 무언가를 쭉 적더니 찢어서 이지운에게 주었다.

“인제 오미자배? 뭐야 이게? 특산품?”

“큰 대회 중 하나에요. 서울, 경기연맹은 들어가기 힘들고 지방에 있는 연맹이 선발전으로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세현이 일어나자 화들짝 팔목을 잡았다.

“뭐, 뭐죠?”

“어디가? 나 혼자 어떻게 하라고?”

세현은 한숨을 푹 내쉬고 나머지 다른 손을 들어 올렸다.

“하나. 지방연맹에 선수 등록할 것.”

손가락 하나를 치켜 올렸다.

“둘. 제가 적은 대회들에 참가할 것.”

또다시 손가락 하나를 치켜 올렸다.

“셋. 7월 주니어 선수권에 참여할 것. 정기적으로 열리는 대회지만 날짜는 변경될 수 있으니까 수시로 찾아보세요.”

“그건 알겠는데 좀 도와주지?”

“저기요.”

원래 이렇게 뻔뻔한 사람인 건 알고 있었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저도 일 해야죠. 제가 어떻게 도와줘요? 이젠 이쪽도 안 올 생각이잖아요?”

반박할 곳 없이 맞는 말이었다.

갑자기 선수를 준비하게 된 이유도 류상욱과 다시 만나기 위해서도 있지만 이쪽이라면 그놈처럼 재미있는 선수가 많을 것 같아서였다.

혼자서도 하려면야 못 할 건 없지만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이끌어주는 게 얼마나 수월한지는 최수호를 통해 충분히 느꼈다.

“지금 얼마나 받지?”

“예? 지금 뭘 물어보는 거예요?”

“내가 지금보다 더 주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야? 그리고 당구 좋아하잖아. 류상욱도 볼 수 있고.”

“류상욱 선수는 상관없잖아요!”

“이 정도면 되나?”

이럴 때는 통 크게 질러야 된다. 손을 쫙 펼쳐서 세현에게 보여주었다.

“월. 단위는 천만.”

세현은 자신의 동공이 흔들린 것을 깨닫지 못했다.

월마다 지출이 많아지겠지만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최수호와 다닌 덕분에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돈이 있었다.

따로 쓰는 곳도 없다 보니 뭉텅뭉텅 모여서 은행에 갈 때마다 VIP실로 안내받을 정도였다.

‘그렇게 듣기 싫어했던 꼰대들의 말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지.’

오랫동안 죽빵을 치면서 주워들은 정보들이 많았기에 어느 정도 돈을 굴리는 방법들도 알고 있었다.

18살이라는 나이 때문에 제약은 많았지만.

“부족하면, 아쉽지만 따로 찾아야지.”

“잠깐만요!”

세현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세현입니다. 오늘부로 그만두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는 손을 내밀었다.

“이세현이에요.”

“뭐야. 가명 아니었잖아?”

“따로 생각하기 귀찮았거든요. 가죠. 갈 길이 머니까.”

“이렇게 그만둬도 돼?”

이세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어차피 전 말단 직원인걸요.”


* * *


“여기가 어디야?”

4시간 정도를 차에서 보내고 나서야 해방될 수 있었다.

기존에 타고 다니던 차는 반납했기에 이세현의 개인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다.

덕분에 한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덜컹거림을 오랜만에 만끽할 수 있었다.

“대전입니다.”

“대전? 대전?”

귀를 의심했다.

“서울, 경기 연맹 선수만 200명이에요. 반면 대전 연맹은 14명 정도죠.”

“파고들기 가장 좋다는 거군.”

“이해하셨으면 바로 들어가죠.”

“아, 근데. 대전에 아는 사람 있어?”

이세현은 갑작스러운 신변잡기에 이상함을 느꼈지만 순순히 대답했다.

“제 본가가 대전입니다.”

“그래? 그럼 됐어.”

둘은 바로 대전당구연맹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카운터를 보고 있는 남성이 무료한 표정으로 잡지를 훑어보고 있었다.

선수 선발전에 관해 안내받은 둘은 서류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일이 순순히 풀리는 듯하는 때.

“출신 지역이 서울이신데요? 대전 소속이신 분들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앗···.”

이건 이세현도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였다.

당황한 얼굴로 이지운을 바라보는 순간.

“지금은 대전에 살아요.”

“네? 여긴 서울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아버지가 이번에 재혼하셔서··· 저희 누나한테 확인해 보세요. 그쵸, 누나?”

이지운은 10대 후반.

이세현은 20대 초반.

실질적으로 이세현이 누나인 것은 맞지만 누나라는 말을 듣는 순간 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이세현은 겨우 참았다.

거기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양, 순진무구한 눈빛까지 보내고 있으니 당장에라도 주먹을 휘두르고 싶었다.

‘참자. 참아.’

이세현은 지갑에서 주민등록증을 꺼냈다.

“네. 여기.”

직원은 이세현의 주민등록증을 받고는 이지운과 이세현을 번갈아 살펴보았다.

“안 되나요?”

직원은 한참 주민등록증을 바라보다 이 정도는 크게 상관없어 보였기에 이세현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뭐. 알겠습니다. 그 정도야.”

“감사합니다!”

이지운이 허리 숙여 인사하자 직원은 허허 웃었다.

“동생이 참 착하네요.”

“네. 그러게요···.”

이세현은 계속해서 구겨지려는 얼굴을 온 힘을 다해서 진정시켜야 했다.

겨우 선발전에 등록을 하고 당구연맹을 빠져나왔다. 건물을 나오기 전까지 이세현은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건물을 빠져나오자마자

“누나? 참나. 알고 있었어요?”

따지듯 물어왔다.

“혹시나 했지. 왜? 그렇게 좋았어?”

“다시는 하지 마세요. 다신.”

“왜? 누나?”

“아 진짜!”

이세현은 확 앞서 걸어나갔다.

‘하아. 이게 뭐하는 짓인지.’

혼자 서울로 올라온 딸을 걱정하는 부모님에게 당당히 말하지 못 하는 직업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월급도 마음을 먹은 이유긴 했지만.

‘내가 미쳤지.’

뒤에서 계속 자신을 놀리며 따라오는 이지운을 보며 깊이 후회했다.

류상욱과의 경기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이지운의 당구에 빠져들었다.

마치 도발하듯 상대의 공을 그대로 재현하고 스펀지처럼 장점만을 흡수해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 보이는 모습까지.

이런 모습을 보고도 빠지지 않는다면 어떤 당구에 빠질 수 있을까.

“선발전은 한 주 정도 남았네요. 그 전에 인성검증도 있으니까 잊지 말고 받으세요.”

“그래? 그럼 한 주 뒤에 보자고.”

“잠깐만요! 제 번호도 모르잖아요!”

이세현은 황급히 자신의 번호를 적어주었다.

‘남 일에는 진짜 무관심하다니까.’

손을 휘저으며 멀어지는 이지운을 보며 한숨만 늘어가는 이세현이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진짜 여기 맞아?”

“네. 현수막도 걸려 있네요.”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선수 선발전이니 뭔가 있겠지 싶었는데 동네 당구장을 빌려서 8명 정도가 참가한 수준이었다.

“오. 젊은 친구가 이런 곳에 다 왔네?”

짧은 스포츠머리에 건장한 체격의 중년 남성이 다가왔다.

“처음 보는 것 같은데. 대회는 이번이 처음인가?”

이세현은 갑자기 자신들에게 친근하게 구는 남자를 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이지운의 성격이 결코 둥글둥글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세현은 괜히 이지운이 시비라도 걸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네! 대회는 처음이라 긴장되네요.”

가증스러운 태도의 이지운을 보며 안도했다.

“오, 시작하려나 본데. 그럼 힘내라고! 요즘은 젊은 나이에 선수 하는 사람도 많으니까.”

이지운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이지운은 조용히 어깨를 털었다.

“웬일로 가만히 있네요.”

“당연하지. 인성 검사도 하잖아. 그 말은 곧 밉보이면 선수 등록이 말소된다. 이 말이지.”

“아니. 인성 검사는 당연한 건데요. 그리고 그 정도까지는···.”

“하여튼! 내 입지가 좋아지기 전까지는 장단에 맞춰줘야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류상욱, 그놈을 다시 만나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수해 줄 수 있다.

“모두 모이신 것 같군요.”

이목이 집중된 곳에는 직원과 함께 5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같이 서 있었다.

아마도 저 남자가 대전당구연맹의 회장이겠지.

“그런고로 이번에는 선수 선발전으로 선수를 뽑게 되었습니다. 각 선수당 두 번씩 경기를 치르며 30점 기준으로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선수가 아니신 분은 잠시 나가주세요.”

“전 밖에 있을게요.”

“네! 누나!”

무뚝뚝한 얼굴로 당구장을 나가는 이세현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예전에도 생각했지만 놀리는 맛이 있다.

“어디 수준 좀 볼까.”

여기서 몇 명이나 한솥밥을 먹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비슷한 수준이길 바라며 첫 게임을 맞이했다.

“뭐야. 내 첫 상대는 고등학생인가?”

당구장에서 많이 굴러본 것인지 연륜 있어 보이는 남자가 이지운과 마주 섰다.

“동호인 대회에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적당히 봐주면서 할 테니까. 어디 한번 해보자고!”

이지운은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네! 어디 한번 뒤, 아니, 해봐요!”

다시는 당구 칠 생각이 안 나도록 밟아줘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10,000 다마의 망나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19.07.12 208 0 -
공지 연재 주기 공지 19.07.01 177 0 -
16 015화 19.07.11 156 3 12쪽
15 014화 19.07.10 141 2 12쪽
14 013화 19.07.09 152 2 11쪽
13 012화 19.07.08 155 2 11쪽
12 011화 19.07.07 172 3 10쪽
11 010화 19.07.06 171 3 12쪽
10 009화 19.07.05 175 2 12쪽
» 008화 19.07.04 218 3 11쪽
8 007화 19.07.03 239 3 11쪽
7 006화 19.07.02 287 5 12쪽
6 005화 19.07.01 249 4 13쪽
5 004화 19.06.30 301 4 13쪽
4 003화 19.06.29 334 5 12쪽
3 002화 19.06.28 383 6 12쪽
2 001화 19.06.28 501 5 11쪽
1 프롤로그 +2 19.06.28 718 10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