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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다마의 망나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포츠

윤희권
작품등록일 :
2019.06.28 16:01
최근연재일 :
2019.07.11 20: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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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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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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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10화

DUMMY

10,000다마의 망나니 010화



이세현은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오랜만에 알람도 맞추지 않고 푹 잘 수 있었다.

항상 가장 먼저 일어나 준비해야 했기 때문에 일정 때문에 늦게 자더라도 제시간에 일어나야 했다.

이지운과 단독으로 일하게 된 뒤에도 대회 준비나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기 위해 일주일간 이곳저곳을 뛰어다녀야 했다.

“벌써 한 달 지났나?”

선발전이 끝나고 한 달이 지났다. 이지운은 1등으로 선발전을 통과했고 총 3명이 대전당구연맹의 선수가 되었다.

“그랬었지···.”

옷을 갖춰 입은 뒤, 객실을 나섰다. 이제는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어도 되련만, 이세현은 항상 같은 스타일의 정장을 고집했다.

자신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일종의 선을 지키기 위한 복장이었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헬스장까지 도착한 이세현은 주변을 살폈다.

한창 런닝머신을 뛰고 있는 이지운이 보였다.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수익이 거의 없다 싶은 상황인데도 이지운은 군말 없이 자신이 말한 금액 그대로 월급을 주었고 숙소도 항상 5성급으로 잡았다.

‘대체 어디서 돈이 나오는 거람.’

“지운 씨.”

“어, 누나.”

그 이후로 이세현은 누나로 굳어졌다. 선발전에서 쓰러진 이지운을 업고 병원까지 갔다는 얘기를 들은 이후 이세현에 대한 이지운의 태도는 180도 바뀌어 있었다.

“오늘도 일찍 일어나셨네요.”

“저번처럼 또 쓰러질 수는 없으니까.”

가장 큰 변화였다. 늘 담배와 맥주를 달고 살면서 운동도 하지 않았지만 선발전 이후로 담배도 끊고 운동을 시작했다.

여전히 술은 가끔씩 마시지만 담배만큼은 확실하게 끊었다.

“그래서? 이제 2월인데.”

“···까먹었죠? 오늘 정기 평가전이 있다고 했잖아요.”

“어차피 연맹 내에서 하는 거잖아? 난 세계대회를 나가고 싶다고.”

“4월 정기 평가전에서 전국체전 진출권이 걸려 있어요. 그 전에 미리 선수들을 파악하는 게 좋을 거예요.”

그놈의 전국, 전국.

러닝머신을 멈춰 세웠다.

“세계로 바로 나가면 안 돼? 야구선수도 잘하면 바로 세계로 나가던데.”

이세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재 당구 시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곳이 어딜까요?”

“그게 한국이라고?”

“전 세계 당구용품의 80%를 소비하는 곳이 우리나라예요. 캐롬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죠.”

“질린다고. 누나 말은 알겠지만, 언제까지 아마추어들이나 상대해야 돼?”

“평가전이나 나가보세요.”

헬스장을 나가는 이세현의 뒷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어쨌든 길잡이로 데려왔으니, 길잡이의 말을 들어야지.

바로 객실로 돌아가 이세현이 준비해둔 옷을 갈아입고 평가전에 참여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굳이 이렇게 입어야 돼?”

항상 허름한 스트리트 패션을 고집하던 이지운은 지금 복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단정한 셔츠에 정장 바지.

그리고 조끼와 나비 넥타이까지.

“복장도 규정 중 하나에요.”

불편한 복장으로 덜컹거리는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도착한 곳은 평범한 당구장이었다.

어쩐지 최수호와 함께 이리저리 차를 타고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붙던 그때가 떠올랐다.

“그지 같아.”

솔직한 감상이었다.

“이지운 선수시죠?”

건물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무원이 뛰어왔다. 다행히도 내리자마자 튀어나온 솔직한 감상은 못 들은 모양이었다.

선발전에서 보았던 사람임을 한눈에 알아보고 바로 태도를 바꿨다.

“네! 여기 2층 당구장 인가요?”

“네. 바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긴장되네요. 하핫.”

“평가전이지만 친목 도모랑 지금의 폼을 선수 스스로 확인할 겸 하는 거니까 마음 편하게 먹어요.”

‘친목 도모는. 쉬벌.’

속마음과는 전혀 다른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당구장으로 올라갔다.

당구장에는 선발전 때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한눈에 누가 선수인지 아닌지는 바로 구분할 수 있다.

광대 같은 옷을 입었는지, 아닌지로 구분하면 되니까.

“어? 왔구만! 왔어!”

당구장에 들어서자마자 과하게 친한 척을 하면서 다가온 스포츠머리의 남자.

이세현이 이름은 알아두라면서 알려줬는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안녕하세요.”

“그래, 그래. 평가전에도 나오고 아주 성실해.”

“네?”

“대회 때문에 바빠서 못 나오는 선수들도 많거든.”

홱 고개를 돌려서 이세현을 째려보았다. 이거 안 나갈 수도 있는 거였잖아!

“이야. 그때 혼신의 당구는 정말 기가 막혔어. 내 당구 열정이 다시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니까?”

“아니요. 아직 많이 부족하죠.”

‘당연히 그래야지. 그 후로 하루 동안 침대에서 낑낑거렸는데.’

“이지운 선수시죠?”

‘아, 또 누구야.’

한 명만으로도 귀찮은데 또 사람이 들러붙다니. 하지만 무시할 수도 없기에 내밀어진 손을 붙잡아 악수했다.

“홍재표라고 합니다.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네네. 이지운입니다.”

“아니, 홍재표 선수. 벌써 견제하는 겁니까?”

“네? 제가 무슨 견제를요!”

환하게 티 없이 웃는 모습이 누가 봐도 착한 사람이다. 겉모습만 봐서는 전부 알 수 없지만.

눈치 없이 가벼운 아저씨와 한없이 밝은 홍재표 선수 사이에 끼어서 열심히 받아치고 있으니 경기가 시작되었다.

총 8명의 선수가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하여 한 명이 우승하는 형식이었다.

제비뽑기를 통해 조가 정해졌다.

첫 경기에 배정되었고 상대는 우연히도 징글맞게 친화적인 스포츠머리의 아저씨였다.

“이거, 처음부터 만나다니. 무서운걸?”

“저도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주 자근자근 밟아줄게. 너랑 어울릴 클라스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지.’

먼저 뱅킹.

갤러리를 포함한 모두가 쳐다보니 항상 둘이서 붙던 죽빵과는 다른 환경에 괜히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선발전 때는 정신이 없었고.

‘이쯤?’

연필보다 먼저 잡은 큐대고, 수없이 때려온 공이다.

타앙!

하지만 공은 조금 더 구르면서 예상보다 멀리 나갔다. 반면 상대의 뱅킹은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이지운의 공보다 더 가까이 위치했다.

‘뭐지? 컨디션이 안 좋나?’

큐대에 공이 맞는 느낌이 이상했다. 혹시나 싶어 큐대를 체크했지만 팁도 마모되어 있지 않았다.

“선공은 이지운 선수에게 양보하겠습니다.”

“네?”

‘지금 날 무시하는 거야?’

“먼저, 먼저.”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별다른 준비 없이 공이 준비되자마자 바로 쳤다.

당연히 맞으리라 생각했던 공은 잘 가더니 세 번째 쿠션에 맞은 후, 마지막으로 남은 공이 아닌 전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갔다.

‘이거 혹시?’

당구대 위의 천을 손가락으로 슥 훑었다. 유독 당구장이 깨끗하다 싶었는데.

‘이래서 선공을 양보했군.’

눈치 빠른 능구렁이 같으니.

자신의 이닝이 끝난 뒤의 태도도 규칙에 적혀 있기에 얌전히 의자에 앉으며 눈을 마주쳤다.

‘당구대의 상태를 몰랐던 것 치고는 상당히 잘 맞았어.’

이지운을 상대하고 있는 스포츠머리의 남자, 김동건은 자신의 계획대로 되긴 했지만 긴장감에 침을 삼켰다.

시간을 착각해서 일찍 온 덕에 당구대의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이제 막 개업을 했는지 당구대는 거의 쓰이지 않은 새 당구대였고 그만큼 공도 훨씬 잘 미끄러졌다.

그래서 김동건은 이지운에게 선공을 양보했다. 당구대의 상태를 좀 더 볼 심산이었다.

하지만, 당연히 자신도 이 테이블에서 쳐야 하기에 예외일 수 없었다.

‘누가 먼저 적응하는지가 관건이군.’

하지만 40대 중반까지 당구를 손에서 놓아본 적이 없는 김동건이었다.

단순한 실력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는 것이 경험이다.

김동건은 대회전을 노리며 폼을 잡았다. 본래라면 하단에 당점을 주고 노릴 공이었지만

‘여긴 상단으로. 힘 조절이 관건이군.’

오랜 경험으로 인해 어떻게 치면 좋을지 바로바로 느낌이 왔다.

회전이 많이 먹히는 당구대이기에 당점과 두께로 조정하는 것보단 샷의 파워를 늘리거나 줄이는 게 더 단순했다.

두 번째 샷.

장쿠션에 두 개의 공이 거리를 두고 붙어 있는 공이었다.

‘이건 하단 끌어치기로.’

하단으로 회전을 많이 줄 필요도 없었다. 원래라면 장쿠션을 맞고 튕긴 공이 잘 돌아올 수 있도록 회전을 더 많이 주겠지만

탕!

첫 공을 맞히고 장쿠션에 튕긴 공은 그대로 앞으로 구르다가 급격하게 휘어지며 쿠션에 튕기고 마지막 공에 닿았다.

마치 예술당구처럼 기묘하게 움직이는 공을 보며 주변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그중에서는 이미 당구대의 상황을 눈치채고 집중해서 김동건의 큐대 끝을 노려보는 이들도 있었다.

물론, 거기에는 이지운도 있었다.

‘회전이 죽질 않는군.’

한 번에 알 수 있었다. 멈췄어야 할 공이 팽이처럼 계속 회전하고 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차례가 돌아왔다.

점수 차는 0 대 2로 2점 차.

‘제기랄. 오자마자 붙들리지 않았으면 연습구라도 쳐봤을 텐데.’

최대한 회전을 줄여본다.

타앙!

첫 공에 맞고 위로 굴러간 큐볼이 쿠션에 맞고 비스듬하게 아래로 굴렀다. 이후 쿠션에 두 번 맞고 아슬아슬하게 마지막 공을 스치며 지나갔다.

‘제길. 생각보다 각이 훨씬 넓어지잖아.’

이지운의 강점은 앞으로 공이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시뮬레이션이 된다는 점이었다.

선발전에서 보여주었던 기계 같은 당구도 그런 강점이 있었기에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얼음 위를 질주하듯 미끄러지는 공을 완벽하게 계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건 김동건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경험으로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칠 것인지 알고 있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공이 미끄러지니 경험처럼 공이 굴러가지 않았다.

“좀처럼 점수가 나질 않네.”

둘의 경기를 지켜보던 사무원이 중얼거렸다. 선발전에서 강력한 모습을 보이던 것과는 영 딴판이었다.

아이에 점수를 획득하지 못 하고 끝나는 이닝도 나왔고 한 이닝에 대량의 점수를 획득하는 하이런은커녕 3점 이상 득점하는 이닝도 없었다.

“저렇게 슬립 기운이 많으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아, 홍재표 선수.”

“저도 계속해서 보고 있지만 감을 잡을 수가 없군요.”

국내 3쿠션 선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히는 선수로 대전연맹의 대표 격인 홍재표가 그렇게 말하니 더욱 실감 있게 다가왔다.

심지어 4대 천왕이라 불리는 선수 중 한 명인 브롬달까지 이긴 실력자의 말은 충분히 권위가 있었다.

“홍재표 선수라면 어떻게 치겠습니까?”

비록 선수들을 보조해 주는 입장이지만 여가 시간엔 항상 큐대를 놓지 않기에 이런 경우의 파훼법이 궁금했다.

“저라도 지금 김동건 선수나 이지운 선수처럼 풀어나갔을 겁니다. 회전은 공 중앙에서 1팁이나 2팁 정도.”

“큐대의 끝이 많이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회전을 주는 거군요.”

“어차피 공이 미끄러지기 때문에 회전을 줘도 쿠션에 별로 먹히질 않습니다. 반면 공은 엄청나게 회전하기 때문에 회전을 많이 줄 경우 공만 이상하게 흘러갈 확률이 높죠.”

“라사지가 빨리 길들여지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건가요.”

라사지, 당구대 위에 깔리는 천은 기본적으로 코팅을 하기에 쓰면 쓸수록 빡빡해진다.

너무 빡빡해도 탈이지만 미끄러워도 탈인 셈이다.

“아니면 선수가 빨리 길들여져야겠죠.”

그 와중에도 이지운과 김동건은 어떻게든 득점하며 20점대까지 올라왔다.

점수 차이는 단 1점.

그곳에 있는 누구도 승리자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때.

“어? 어어?”

사무원의 입 밖으로 자신도 모르게 소리가 새어나온다.

3점 이상 득점이 없던 게임에서 이지운이 한 이닝에 4점을 획득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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