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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다마의 망나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포츠

윤희권
작품등록일 :
2019.06.28 16:01
최근연재일 :
2019.07.11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360
추천수 :
62
글자수 :
81,809

작성
19.07.0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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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011화

DUMMY

10,000다마의 망나니 011화



‘젊은 친구가 생각보다 적응이 느리군.’

김동건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처음 이지운과 대전이 정해졌을 때,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대로 어려웠다. 당구대는 생각보다 더 미끄럽고 이지운의 실력은 예상치를 웃돌았다.

하지만 조금씩, 조금씩 이지운보다 앞서기 시작했고 비록 2점차였지만 서로가 서로의 당구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2점차는 꽤 컸다.

그렇게 생각했다.

‘호오. 잘 따라오는군.’

‘동점인가. 더 도망가야겠어.’

‘이제 슬립이 많이 없어졌나? 아니야. 공은 여전히 많이 도는데?’

‘잠깐?’

“뭣!”

이지운의 4번째 큐에서 결국 김동건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의 소리가 새어 나왔다.

장내의 소란에 묻혀 들리지는 않았지만 당황한 마음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우연히 잘 맞은 건가? 아니. 우연히 잘 맞는 거로는 4점은 말이 안 돼.’

그렇다면 정답은 하나.

이 테이블에 적응을 완료했다는 것.

김동건은 초조하게 이지운을 바라보았다.

늦든 빠르든 정해진 일이었지만 일부러 새 당구대만 찾아서 연습도 해봤던 자신보다 빠르게 적응하는 건 예상외였다.

시간이 지나고 득점 없이 지나가는 이닝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두 선수 모두 2점, 3점씩 득점하면서 끝을 향해 달려갔다.

30점을 넘어서고 선수들의 공 하나, 하나에 감탄과 탄식이 오갔다.

그리고 점차 탄식이 늘어갔다.

이지운의 공이 누가 봐도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당구대가 길들여지면서 감을 잃었나 봐.”

“이건 힘들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동건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쉽게 무너질 선수가 아니지.’

스스로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끝까지 긴장을 풀지 않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자신의 이닝이 돌아오면 어떻게든 끝을 보리라.

김동건은 고개를 돌려 홍재표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대전당구연맹에 들어오게 된 이유이자 목표.

40대의 선수가 30대 선수를 두고 목표로 삼는다고 하면 이상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김동건에겐 그랬다.

반면, 홍재표는 이지운을 신경쓰고 있었다.

“이제 끝났군요.”

홍재표의 말을 들은 사무원이 홱 고개를 돌렸다.

“네? 아직 몇 이닝은 더 있어야 알 것 같은데.”

“아뇨. 끝났습니다. 제가 아까 말했죠. 회전을 덜 주는 편이 좋다고.”

분명 들은 기억이 있기에 사무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도 무회전으로 치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잘 맞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건 임시방편 아닌가요? 모든 공을 무회전으로 칠 수는 없잖아요.”

“어려울 뿐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옛날 가죽 팁이 없던 시절에는 무회전이 아니면 미스가 나서 칠 수가 없었죠.”

처음 듣는 이야기에 사무원은 귀를 기울였다.

“그럼 그때는 시스템도 없었나요?”

당구대 외곽에 박혀있는 하얀 점인 포인트를 활용하여 3쿠션의 진로를 계산하는 시스템은 회전의 활용도 중요했다.

“프랑스의 한 대위가 가죽 팁을 활용하고 영국의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회전을 이용하면서 지금의 시스템이 크게 발달하기 시작했죠.”

“그래서 회전을 잉글리시라고 하는 거군요.”

홍재표는 살며시 미소 지었다.

“뭐 유력한 설 중 하나일 뿐입니다.”

그리고는 이지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갑자기 고득점을 할 때부터 느끼고 있었다.

이지운은 무회전을 노리고 있다는 걸.

선발전에 참여했던 이들을 통해 이지운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었다.

시스템을 완벽히 이해하고 자신의 다음, 다다음 공까지 설계해서 몰아치는 선수가 있다고.

그런 선수를 만나보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국제 대회에서 류상욱을 만났을 때가 그랬다.

“또 다른 류상욱의 탄생인가.”

이지운이 들었다면 당장 쌍욕을 내뱉었을 말을 중얼거렸지만 다행히도 이지운은 관중들의 말을 들을 여유가 없었다.

‘무회전으로 치는 건 익숙해. 대니얼과 당구를 치기 전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역시 모든 공을 무회전으로 처리하는 건 어려웠다. 이닝 관리가 되지 않는 문제 때문에 회전을 활용하는 스타일을 익힌 거니까.

거기다 기껏 점수를 벌려놨더니 능구렁이는 그새 또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래 봤자 늦었다고.’

이지운에게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기묘하게도 무회전으로 때린 공이 훨씬 기분 좋게 잘 나갔다.

감을 잡아보느라 몇 번 공이 빗나갔지만 이제 완벽에 가깝게 계산해 볼 수 있었다.

탕!

당점을 주지 않고 그대로 쿠션을 향해서 때렸다.

평소라면 이어지지 않았을 공이 스무스하게 미끄러지면서 쿠션에 3번 맞고 두 개의 공에 맞았다.

“끝났군.”

계속해서 침묵을 유지하던 김동건도 게임이 끝났음을 직감했다.

이지운의 무회전은 예술적으로 이어지며 계속해서 득점을 이어나갔다.

‘자만했나. 홍재표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는데.’

이지운의 마지막 공으로 길었던 게임이 끝났다. 김동건은 뚜벅뚜벅 걸어가 이지운에게 손을 내밀었다.

“좋은 게임이었네.”

“수고하셨습니다. 그, 김동건 선수님.”

“무회전도 그렇게 잘 치는 줄 몰랐네.”

“뭐 올드한 스타일이죠.”

스스로의 옛날 스타일이란 뜻이었지만 말 그대로 옛날 당구 스타일이라고 이해한 김동건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지. 옛날에는 그랬었지.”

“네? 뭐 그렇죠. 네.”

짧은 인사를 끝마치고 이지운은 구석에 비치된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온몸에 힘이 다 빠지는 느낌이었다. 준비하고 있던 직원들은 열심히 당구대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있던 다른 선수들의 게임이 진행되었고 이지운은 잠시 쉬다가 게임을 구경했다.

이기긴 했지만 박빙의 승부였다.

게임이 끝나고 주워들은 상대 선수의 이름을 확실히 기억했다.

김동건.

예전부터 무회전을 쳐오지 않았다면 졌을 게임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어.”

계속해서 따라붙는 상대방.

주변의 웅성거림.

승리의 쾌감.

지금까지 느껴보기 힘들었던 것들.

대회의 크기가 더 커진다면?

가슴이 두근거렸다. 당장에라도 국제대회든 세계대회든 뛰쳐나가고 싶었다.

마음을 억누르며 경기를 관람했다. 류상욱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선수들의 기본 실력이 상당히 높았다.

‘특히, 저 사람이 재밌는데?’

김동건과 함께 자신에게 인사했던 홍재표라는 선수였다.

마치 당구의 교본과도 같은 선수였다.

대니얼은 화려한 당구를 구사하는 스타일이었고 류상욱은 계획적이라면 홍재표는 기본기였다.

대다수의 선수들이나 이지운도 폼이 좋지만 홍재표의 폼은 정말 교과서에서 그림이 튀어나온 모습이었다.

상대가 화려한 플레이로 시선을 모을 때도 묵묵히 점수를 가져가고 중반부터는 당구대를 자신의 훈련장으로 만들었다.

‘제일 까다로운 상대군.’

당구는 영원한 승자가 없고 그때그때 컨디션에 따라서 이기기도 하고 지는 게임이다.

하지만 저렇게 홍재표처럼 기본기가 탄탄하다면 잘 흔들리지 않는다.

“어때? 사람이 전혀 달라 보이지?”

언제 달라붙었는지 김동건이 옆에 와있었다.

이번에 붙으면서 실력적으로는 인정했지만 이런 모습은 좀 귀찮다.

“그런가요?”

“그럼. 평소에는 항상 허허 웃던 동네 형 같은데 큐대만 잡으면 완전 사람이 바뀌거든.”

확실히 그건 그랬다.

평소의 성격을 숨기고 있는 이지운이나 류상욱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신의 성격과 비슷한 당구를 구사했다.

당구대의 상태 때문에 제대로 된 플레이를 볼 수 없었던 김동건을 제외하고.

“저번 대회는 아쉬웠지. 류상욱까지 이기고 결승에 올라갔는데.”

“네?”

갑자기 나온 이름.

“작년에 있었던 3쿠션 마스터즈.”

“아, 제가 대회 같은 건 잘 못 봐서요.”

당장 지난달 전까지만 해도 대회 같은 건 전혀 생각도 없었으니.

이쪽 선수들에 대한 정보나 대회 같은 걸 알 리가 없었다.

“···홍재표 선수가 누구인지는 알지?”

“아, 네! 그럼요.”

이지운의 거짓말을 김동건은 한눈에 알아챘다.

‘이제 들어왔으니 모를 수도 있겠군.’

전혀 관심이 없기에 몰랐던 것이지만 김동건은 좋게 생각하며 넘겼다.

“국내 랭킹 3위까지 올라갔던 대전연맹의 간판이기도 한 선수지. 유승우 선수도 있지만 포켓볼 쪽이니 만날 일은 없고.”

부탁한 적도 없지만 김동건은 굳이 홍재표에 대해 읊기 시작했다.

자신의 목표이기도 한 홍재표를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던 탓이었다.

“작년 3쿠션 마스터즈에선 대진이 꽤 힘들었는데 세계 랭커인 쿠드롱, 류상욱을 이기고 결승까지 올라갔지.”

“그랬군요. 간판선수.”

평소라면 남한테 관심도 없었겠지만 류상욱의 이름도 나오고 자신도 들어본 적이 있는 쿠드롱까지 나오니 귀가 갈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이기면 홍재표 선수랑도 붙을 수 있겠는데?”

김동건의 말은 실화가 되었다.

한 선수가 사정이 생겨 기권하면서 부전승으로 이지운이 올라가게 된 것이다.

기다림은 더 길어졌지만 덕분에 홍재표를 더 연구할 수 있었다.

‘중·후반부터 더 강해지는군.’

중반부부터 기세를 타기 시작하자 홍재표는 하이런을 달리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자신과도 비슷한 스타일.

상대의 당구를 파악하고 마치 다운로드하듯이 입력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후반부를 한 번에 끌어나가는 이지운과도 비슷했다.

다른 요소라면 홍재표는 끝까지 묵묵하게 기본기를 통해 이끌어나간다는 점이지만.

홍재표와 이지운의 경기만이 남았다.

“마지막 경기 시작하겠습니다.”

이지운과 홍재표가 서로 손을 맞잡았다. 한 번이지만 류상욱을 이겼던 상대라고 하니 더욱 가슴이 뛰었다.

“한 수 배우겠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대(對) 류상욱의 전초전이자 대전당구연맹에서 입지를 확고히 할 기회다.

절대 놓칠 수 없지.

이지운의 눈이 이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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