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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다마의 망나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포츠

윤희권
작품등록일 :
2019.06.28 16:01
최근연재일 :
2019.07.11 20:00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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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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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글자수 :
8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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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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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3화

DUMMY

10,000다마의 망나니 003화



“그럼 먼저 치시죠.”

뱅킹에서 이긴 이지운이 자신이 칠 공을 선택했고 곧 최수호가 공을 세팅했다.

초구는 위치가 정해져 있기에 먼저 점수를 가져오기 쉽다. 그만큼 이지운에게 있어서도 좋은 스타트다.

다만 유일한 적이 있다면.

‘당신은 돈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금액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최수호는 이번 게임으로 이지운을 테스트해 볼 계획이었다. 당연히 패배로 인한 손해를 이지운에게 덮어씌울 생각은 없었다.

겨우 1억 가지고 귀중한 플레이어를 잃을 생각은 없기에.

하지만 반대로 겨우 1억 때문에 게임에 지장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그것도 문제가 있다.

‘큐대조차 무겁지. 자기가 생각하는 길이 맞는지 의심까지 들 거야.’

천천히 또는 빠르게 무너져간 수많은 플레이어들처럼.

최수호가 뒤를 돌아 술잔에 위스키를 채우려던 순간.

탕!

경쾌한 소리와 함께 이지운의 큐대가 공을 때렸다. 최수호는 위스키병을 든 채로 당구대 앞에 찰싹 붙었다.

이지운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다.

긴장감도 여유도.

그저 세수를 하거나 손을 씻는 것과 같이 당연한 일을 처리한 사람처럼 무덤덤했다.

“어이.”

“예?”

“방금 거. 3쿠션.”

‘그 와중에 3쿠션이라니.’

모든 공을 치기 전에 3개의 쿠션을 쳐야 하는 3쿠션은 칩을 하나 더 주지만, 쿠션을 쳐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길이 흐트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까지 최수호가 봐왔던 수많은 플레이어들은 안전하게 득점을 이어나가는 쪽을 선택했다.

‘그래. 초구라면 3쿠션을 노려볼 만하지.’

이지운은 다음 샷을 준비했다. 깔끔하게 공이 퍼져 있어 처리하기에 어렵지 않은 샷이었다.

‘초반에 거리를 벌려놓자.’

선공의 이점은 먼저 점수를 낼 수 있다는 것.

후공은 단순히 점수를 내는 것 외에도 선두와의 격차가 자신을 짓누르게 된다.

특히 길을 보고 흐트러짐 없이 큐대를 휘둘러야 하는 당구는 멘탈 싸움에서 눌리면 스스로 무너지게 된다.

‘무리해서라도 벌릴 수 있는 만큼 격차를 벌려놓는다!’

탕!

또다시 이지운의 공은 3번의 쿠션을 때렸다.

순식간에 2점이 쌓이는 3쿠션.

단 두 개의 공만으로 이지운에겐 4개의 칩이 쌓였다. 1,600만 원에 해당하는 칩이었다.

상대방의 얼굴을 슥 살폈지만 평온한 얼굴이었다.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지운은 이후 총 8개의 칩을 획득했다. 걸린 돈의 액수를 상기하며 분발한 대가였다.

최수호는 묵묵히 턱을 쓰다듬었다.

‘돈에 무감각한 건가? 아니면 자기 자신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인가?’

이후엔 안전한 득점으로 이어나갔지만 처음 3쿠션을 두 번 친 것은 확실히 점수 차이를 벌리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럼 이제 저희 차례군요.”

올백 머리 사내의 말과 함께 거구의 사내는 큐대를 들고 어슬렁어슬렁 앞으로 나섰다.

사내의 거대한 체형 때문에 큐대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보였다.

“후우.”

빈 쿠션을 먼저 치는 뱅크샷을 노리는 건가?

큐대는 쿠션을 향해 있다. 그런데.

“눈이 안 보이는 건 아니지?”

공이 있는 곳과는 정반대 쪽의 쿠션을 노리고 있었다.

아무리 빈 쿠션을 먼저 넣는 뱅크샷이라 해도, 회전을 살린다 해도 정반대를 돌려서 친다니? 당구대 위를 한참 굴리는 대회전이라도 할 셈인가?

“하!”

헬스장에서나 들을 법한 기합 소리와 함께 큐대가 공을 때렸다.

쾅!

정반대로 굴러간 공은 반대편 쿠션을 때리고 빠른 속도로 다음 쿠션을 향해 굴렀다. 속도 때문에 핀볼처럼 보였다.

텅! 텅!

연이어 2개의 쿠션을 때린 공은 아직도 힘을 잃지 않고 빠르게 굴러 첫 공을 맞혔다.

큐대에 맞은 것처럼 빠른 속도로 굴러간 첫 공이 마지막 남은 공을 맞혔다.

세 개의 공이 모두 구르고 있었지만 사내가 때린 공은 득점으로는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텅! 텅! 텅!

아직도 힘을 잃지 않고 쿠션에 부딪히며 수직 운동하고 있던 공에 마지막 남은 공이 굴러가며 맞았다.

“미친. 이건 완전 후로꾸 아냐!”

“플루크 샷처럼 보이십니까?”

올백 머리 사내가 재수 없는 얼굴로 웃고 있다.

“후로꾸든 프루크든 프랑크든! 이게 말이나 되는 샷이야?”

“플. 루. 크 입니다. 원래 이런 스타일로 치는 분입니다. 그쪽 분도 정석으로 치시진 않을 텐데요?”

확실히 이지운도 제대로 치는 것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득점이죠. 깨끗하게 칠 필요 있나요?”

그러고는 재수 없게 웃는다. 생긴 것부터가 얄상한 게 볼 때마다 밥맛 떨어지는 놈이다.

거구의 사내는 아무런 말 없이 손가락 3개를 들었다. 곧 칩 3개가 쌓였다.

이후의 큐도 똑같은 식이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힘으로 때려 맞히는.

“아~ 아쉽네요.”

전혀 아쉽지 않은 목소리와 함께 올백 머리가 박수를 쳤다. 상대방에겐 이미 9개의 칩이 쌓여 있었다.

이지운이 6번을 쳐서 겨우 8개를 획득한 반면에 상대는 절반인 3번만으로 9개를 획득한 것이다.

벌써 17개의 칩이 깔렸다. 이제 남은 칩은 33개.

‘먼저 17개. 17개만 더 얻어도 본전이다.’

저건 따라 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방식대로 칠뿐이다.

무리하지만 않는다면 몇 개의 공이든 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지고는 못 살지.”

이지운은 큐대를 잡더니 목적구들이 있는 반대편을 향해 큐볼을 때렸다.

‘미친놈.’

최수호의 솔직한 감상이었다.

‘내가 뭘 데려온 거지?’

이지운의 공이 먼저 3번의 쿠션을 치고 완벽하게 3쿠션을 완성시킨 것을 본 최수호의 연이은 감상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한 큐에 400. 총 2억이 걸린 게임에서 상대방이 3뱅크샷을 친다고 따라서 치진 않는다.

최수호는 슬쩍 자신의 후배를 살폈다. 흥미진진한 얼굴로 당구대와 이지운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진짜 건드려서는 안 될 놈을 건드린 거라고.’

자신의 후배가 가지고 있는 악명.

플레이어 킬러.

흥미로운 플레이어를 보면 그 플레이어가 무너질 때까지 계속해서 강한 적을 매칭시켜서 한계를 드러내게 만드는 인간이었다.

그래서 최수호는 그를 같은 매니저로 인정하지 않지만.

“어이. 나도 3뱅크샷 이지?”

이런 상황을 알 리가 없는 이지운은 자신만만하게 손가락 3개를 들어 보였다.

“네. 틀림없네요.”

올백 머리가 칩 3개를 쌓았다. 다시 3뱅크샷을 노려서 상대방의 기세를 죽이고 싶었지만 공이 겹쳐서 길이 좋지 않았다.

‘이건 그냥 치기에도 힘들지.’

최수호가 보기에도 지금 공은 쉬운 공이 아니었다.

3쿠션에서 난구, 어려운 경우로 뽑히는 경우는 주로 공이 붙어 있거나 일렬로 정렬된 경우다.

‘이렇게 큐볼과 다른 공이 가까우면.’

이지운의 3뱅크샷을 보기 전까지 이지운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던 올백 머리도.

‘큐볼로 가장 처음 노리는 첫 구가 강제되어 버리지.’

이지운을 데려온 장본인인 최수호도 이 공을 이지운이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집중했다.

큐볼과 빨간 공 사이엔 종이 한 장 정도나 통과할 수 있을 만한 공간밖에 없었다.

‘하필 바로 옆에 붙었군. 반대 방향으로 치기엔 큐대가 빨간 공에 걸리고, 다른 방향은 세로 방향밖에 없다.’

세로로 친다면 빈 쿠션을 때려서 뱅크샷을 노릴 수도 있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는 마지막 공까지 닿지 않을 것이 뻔했다.

한동안 당구대 위를 이리저리 훑어보던 이지운이 마침내 움직였다.

항상 이지운이 쳐오던 것처럼 큐볼을 노리는 큐대의 위치는 정중앙.

중앙을 당점으로 두고 큐대는 비어 있는 대각선 방향으로 멈췄다.

‘조금이라도 큐대가 흔들리면 끝이다.’

탕!

모든 이들의 걱정이 무색하게 이지운의 큐는 거침없이 큐볼을 때렸다.

텅! 텅! 텅!

3번의 쿠션에 부딪혀 반대편을 크게 한 바퀴 돈 큐볼은,

퉁!

떨어져 있던 공을 맞히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큐볼에 맞은 공이 튕겨 나오며 다시 큐볼에 맞고 졸지에 교통사고를 당한 이지운의 공은 엉뚱하게 흘러갔다.

‘역시 무리였···.’

모두가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

토옹.

쿠션에 튕긴 큐볼이 마지막 공에 맞으며 3쿠션이 성립했다.

3뱅크샷이었다.

‘노리고 친 건가? 아니면 우연인가?’

이지운의 얼굴만으로는 알 수가 없었지만 노려서 쳤다고 해도 부정할 수 없다.

이미 공은 맞았으니까.

그때 이지운은 상대의 얼굴만 살피고 있었다.

공이 이어질 것이라는 거엔 의심이 없었다.

당점을 조정하여 끌어 치거나 밀어치는 등의 기술 없이도 이지운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

정확하게 자신이 시뮬레이션한 대로 공을 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번 공은 나도 좀 운이었지만.’

하지만 운에 맡겨야만 했다.

이지운의 죽빵 1원칙.

상대방의 멘탈부터 깨부순다.

사기 치는 놈이 사기를 당하면 더 정신적 타격이 큰 법이다.

콰직.

나무가 으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거한의 손에 들려 있던 큐대가 아귀힘을 버티지 못하고 부러진 것이다.

부러진 큐대를 타고 피가 뚝뚝 떨어졌다.

‘저딴 말도 안 되는 샷을!’

오직 힘으로 치는 자신도 말도 안 되는 샷을 성공시켜왔지만 직접 당해보니 그동안 상대방들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은 그저 초심자의 행운 속에서 살아온 게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잠시 경기를 중단하겠습니다.”

최수호는 침착하게 쉬는 시간을 가졌고 곧 바텐더가 들어와 응급조치를 하고 피가 흐르던 손에 붕대를 감았다.

이후 경기가 다시 시작했지만 손에 부상까지 입은 사내는 더 이상 자신만의 당구를 펼칠 수가 없었다.

“41점 대 9점으로 모든 이닝이 끝났습니다.”

그 이후로 단 하나도 치지 못한 사내는 약 7천만 원을 잃게 되었다.

주저앉아 허공만 바라보는 사내를 두고 이지운과 최수호는 VIP룸을 나서려던 순간.

“꼭 다시 보죠.”

올백 머리가 이지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지운은 그를 빤히 바라보다가.

“돈 가져와 그럼.”

씨익 웃고는 VIP룸을 나갔다.

건물 밖에는 이미 세현이 대기하고 있었다. 뒷좌석에 탄 후, 창문을 열고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뭔가 석연치 않은 승리였다. 스스로도 놀란 샷이었지만 너무 쉽게 상대방의 멘탈이 무너져 버렸다.

“이봐.”

“네?”

“저 사람. 죽빵 처음 쳐보나?”

“이지운 씨.”

최수호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이곳에서 당구를 치는 사람은 두 분류입니다. 이지운 씨처럼 스카우트 되었거나.”

헛기침 소리가 들려왔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어서 마지막 도박을 걸어봤거나.”

백미러를 통해 최수호와 눈이 마주쳤다.

냉정한 시선.

핸드폰을 꺼내 들었으나 전원이 꺼져 있다. 그러고 보니 충전도 못 시켰다.

“뭐 볼 거 없어? 신문이라든가.”

뭐라도 기분을 전환시키고 싶었다.

“그럼 이거라도 보시죠.”

무언가 뒤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얇은 잡지 하나가 좌석 사이로 뻗어 나왔다.

당구 잡지인 듯했는데 그 앞에는 단정한 옷차림의 사내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떠오르는 신예, 류상욱의 완벽한 큐!]


“류상욱?”

“요즘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입니다. 초등학생 때 이미 250점을 쳤고 고등학생 때는 500점을 쳤죠.”

항상 조용하던 세현이 갑자기 나서서 말했다.

“세계주니어선수권도 2연패 중이고 이번 겨울에 열릴 세계 3쿠션 선수권에서도 가장 촉망받고 있죠. 최연소로 국내 랭킹 1위에 올랐으니까요.”

가만히 듣다가 잡지를 옆자리에 집어 던졌다.

“나도 알고 있어.”

“당구 치는 사람 중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겠죠.”

“그래. 그렇겠지.”

나는 다시 곁눈질로 잡지를 슥 살폈다. 표지 사진의 자신만만한 얼굴이 참으로 꼴 보기 싫었다.

담배 한 개비를 더 꺼내서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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