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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0 다마의 망나니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포츠

윤희권
작품등록일 :
2019.06.28 16:01
최근연재일 :
2019.07.11 20:00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4,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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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8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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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6.2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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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001화

DUMMY

10,000다마의 망나니 001화



숨을 가다듬는다.

한 큐, 한 큐에 사람들의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빨리 좀 칩시다.”

“길도 안 보고 치나? 그러니까 그따위로 공이 가지.”

대충 대답하고 큐대의 끝을 노려본다. 이미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한 큐도 놓칠 수 없다.

한 큐, 한 큐에 돈이 걸려 있으니까.

“아무리 고민해 봤자 이건 길이 없다니까.”

남자는 팔짱을 낀 채로 자신만만하게 당구대를 내려다보고 있다.

당구대 위에는 흰 공과 빨간 공이 맞붙어 있고 다른 공 하나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쳐야 하는 공과 빨간 공이 워낙 붙어 있기 때문에 어떻게 치더라도 붙어 있는 공을 먼저 맞힐 수밖에 없었다.

탕!

마침내 큐대가 흰 공을 때렸다.

“너무 두꺼운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혀를 차며 훈수를 두는 남자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누가 봐도 방금 공은 얇게 맞혀야 하는 공이었다. 두껍게 맞혀서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흰 공은 아무것도 없는 빈 곳으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아, 입 겁나 놀리네.”

공을 때린 남자, 이지운이 말했을 땐 이미 흰 공은 3번의 쿠션을 때리고 다음 공에 닿아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이 당구를 못 치는 거야. 알아?”

3쿠션. 자신이 친 공이 2개의 공과 함께 3번 쿠션에 닿아야만 성립되는 공이다.

“이게 3쿠션으로 들어간다고?”

사내는 이 게임을 중계한 옆의 남자를 째려본다.

“진짜 초짜 맞아?”

“죽빵만 쳐봤지, 제대로 당구 배워본 적도 없어. 우리가 그런 거로 속이겠어?”

‘확실히, 회전이나 당점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사내는 자신의 앞에 쌓인 칩과 이지운 앞에 쌓인 칩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점수를 낼 때마다 쌓이는 칩이 이지운 앞에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반면, 자신의 앞엔 몇 개 정도 초라하게 놓여 있을 뿐이었다.

‘10년 동안 당구만 친 놈들도 설설 기는 게 죽빵인데. 18살쯤 됐나?’

군대도 안 다녀온 애송이가 돈 무서운 줄 모르고 자신 있게 치는 모습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느 당구장이든 모두 씹어 먹던 자신이 저런 어린놈에게 진다는 것도.

“당구 치던 사람 어디 갔나. 짜장면 시키러 갔나?”

반면에 이지운은 여유가 넘쳤다. 어릴 적에 조금 쳐봤을 때도 쉽다고 느꼈지만 본격적으로 내기 당구, 죽빵을 시작한 뒤로 이지운은 패배해 본 적이 없었다.

쉬운 스포츠였다. 대충 봐도 공이 어떻게 흘러갈지 머릿속에 그려졌고 제대로 치기만 하면 공은 똑바로 갔다.

왜 저걸 못 치는 걸까?

“진짜 알 수가 없네.”

몇 개의 공을 가까스로 성공시키고 좋아하는 사내를 보며 이지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도, 회전이니 당점이니 신경 안 써도 이길 수 있는데 기를 쓰고 하는 꼴이 우스웠다.

누군가는 이지운을 천재라고 불렀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고 당구장은 정적에 잠겼다.

“칩 하나에 20이니까. 다 합쳐서 600 맞지?”

단 한 게임만으로 몇백만 원을 날려 버린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큐대를 잡은 손을 떨기만 했다.

그러다가

“이딴 식으로 한다 이거지!”

큐대로 있는 힘껏 당구대를 내려쳤다. 부러진 큐대와 함께 튀어나간 공이 바닥을 굴렀다.

“날 뜯어먹겠다고 이런 놈을 붙여? 안 줘. 네놈들 줄 돈 없다고!”

부러진 큐대를 들고 휘두르던 남자는 난동도 부리지 못하고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가드들에게 제압당했다.

“이야, 오늘도 수고했네. 진짜 200 맞아? 아무리 봐도 300, 400은 될 것 같은데.”

대답도 하지 않고 장갑을 벗는 이지운.

그 태도가 배알이 꼴렸지만 뭐라고 말도 할 수 없었다.

‘지금은 왕이라도 된 것 같지? 서울에서 자리만 잡으면 네놈을 그냥!’

하지만 지금은 이지운에게 설설 길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서 죽빵이 큰 판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이후 작은 조직을 운영 중인 사내는 동네 당구장에서 소소한 내기 당구나 치고 있던 이지운에게 접근했고 서울로 올라가, 세력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큰 거로 준비한다며? 언제까지 동네에서 팽이치기나 하고 있어야 돼?”

이지운의 성깔이 매번 자신의 속을 긁어놓는 게 문제였다.

“조금만 기다리라니까. 진짜 큰 거 하나 잡아 올게. 이게 숨겨져 있어서 접근하기가···.”

“댁 사정은 모르겠고. 다음에도 이딴 거면 부르지 마.”

그리고는 갓 뽑은 믹스커피를 들고 당구장을 나섰다.

뒤에서 시원한 욕지거리가 들려왔지만 이지운은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나한테 무슨 짓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지.’

왜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걸 이지운도 쉽게 알 수 있었다.

지하 당구장을 나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아까 당구 치던 분 맞으시죠?”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거는 정장의 사내.

“근데?”

호의로 다가오는 인간은 없다. 오랫동안 거리 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이다.

“저랑 죽빵 한 번 치시죠.”

하지만 돈이 걸린 문제라면 좀 다르지.

“당신이 누군지 알고?”

“제 정체가 중요합니까? 돈이 더 중요하죠.”

전신을 슬쩍 훑어보니 차고 있는 시계나 넥타이, 구두에서 돈 냄새가 술술 난다.

“이 정도 걸고 한판 하시죠.”

남자가 한 손을 쫙 편다.

“5만 원?”

“······.”

“50?”

“······.”

“500?”

그때서야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누군지가 뭐 중요하겠어?”

“제가 알고 있는 곳이 있습니다. 거기로 가시죠.”

그러더니 앞장서서 걷기 시작한다.

‘약간 느낌이 싸한데?’

경찰일 리는 없다. 경찰이라면 저 정도로 명품을 떡칠하진 않을 테니까.

혹시 다른 조폭 패거리일까? 아니. 이곳에 또 다른 패거리가 있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다. 그 정도로 큰 동네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의심을 하는 와중에 도착한 곳은 작은 사무실이었다.

한가운데를 당구대가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다.

“죽빵은 얼마나 쳐보셨죠?”

대뜸 들어오는 질문에 순간 당황했지만 기침을 몇 번 하고, 최대한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칠 만큼 쳐봤지.”

돈을 걸고 치는 내기 당구, 죽빵은 꽤 어릴 때부터 주 수입원이었다.

고아로 자라온 이지운의 청춘은 8할이 내기 당구였다.

“이건 뭔지 아십니까?”

그 질문에 이지운은 헛웃음을 쳤다.

“지금 장난치는 거야?”

최수호가 당구대 앞에 서서 이게 무엇인지 물어본 것이다.

“아니요. 당구장에서 흔히 사용하는 당구대랑은 좀 다릅니다. 더 크죠. 대대라고 합니다.”

그 말대로 광활한 대지가 펼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요즘은 일반 당구대에서 쓰는 중대보다 큰 국제식 대대가 당구장에도 모두 설치되어 있지만 이지운이 있는 동네에는 국제식 대대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없었다.

‘공이 애매하게 가운데 있으면 치기도 힘들겠네.’

“오늘은 이걸로 칠겁니다. 괜찮으시죠?”

“이걸로?”

“일단, 간단하게 테스트를 해볼까요.”

남자는 재킷을 벗고 소매를 걷어 올리며 큐대를 잡았다.

깔끔한 폼. 깔끔한 스트로크.

“큐볼이 중앙에 떨어졌군요. 대대는 이런 경우 좀 치기 힘듭니다.”

“큐볼?”

“제가 치는 공을 큐볼이라고 합니다. 어, 이걸 큐대라고 하죠.”

국어 시간이라도 된 마냥 하나하나 단어를 가르치는 남자에게 손을 절레절레 휘저었다.

아버지를 따라서 당구를 곁눈질로 배웠기에 이지운도 정식 명칭 같은 건 전혀 몰랐다.

빨리 치기나 하라는 의미로 흰 공, 큐볼을 가리켰다.

“뭐, 단어가 중요한 건 아니죠.”

남자는 몸을 힘껏 밀어서 당구대 중앙에 놓인 큐볼을 겨냥했다.

‘확실히 넓긴 넓은걸.’

보통 당구장에 놓인 중대에서도 공이 가운데에 놓이면 꽤 치기 힘들다. 어디서 치든 제대로 된 자세가 안 나오기 때문이다.

탁.

시원찮은 소리와 함께 큐볼은 첫 번째 공을 맞히고 두 번째의 쿠션에 닿았을 때 힘을 잃더니 멈춰 버렸다.

“그럼, 한번 쳐보시겠어요?”

남자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그 말투에서 이지운은 미묘하게 기분이 상했다.

마치 어린아이에게 장난감을 툭 던져놓고 ‘한번 놀아보련?’ 같은 느낌이 들었다.

“처음엔 좀 어려우실 수도 있습니다.”

“쫑알쫑알 시끄럽네.”

탕!

어렵지 않은 공이었다. 가볍게 첫 공을 쳐 냈지만 남자는 싱글싱글 웃고 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몇 개의 공을 더 쳐 냈을 때, 남자가 말을 걸었다.

“그런데 대부분 공을 어렵게 치시네요? 따로 회전 같은 건 안 거시고.”

“그런 거 모르는데. 어쨌든 치기만 하면 되지.”

“칠 수 있다면 되긴 하죠.”

정말 찡얼찡얼 말이 많은 놈이다. 그렇다면 본 게임에 들어가기 전에 좀 보여줄까?

두 개의 공이 양옆의 쿠션에 딱 달라붙어 있다. 큐대를 움직여서 맞는 당점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 회전은 노리지 않는다.

잘 치지도 못하는 회전을 치겠다고 치는 곳이 흐트러지면 오히려 망하는 꼴이다.

‘그딴 거 일일이 하는 것도 귀찮고.’

공의 경로가 많아질수록 끝의 경로를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경로쯤이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탕!

첫 공을 맞힌 큐볼이 전혀 상관없는 곳으로 굴러간다. 첫 번째 쿠션. 두 번째와 세 번째 쿠션을 맞추고 또 다른 쿠션을 향해 구른다.

토옹.

다섯 번째의 쿠션을 맞추고 난 뒤, 큐볼은 천천히 굴러 마지막 공을 맞혔다.

“돌려서 친다. 그러면 큐볼 컨트롤이 어렵지 않겠어요?”

“뭐요?”

“어, 그러니까 흰 공이···.”

“큐볼이 뭔지는 이제 알아.”

“크흠. 회전을 안 주고 치게 되면 큐볼을 원하는 곳으로 굴리기 힘들지 않겠냐는 말입니다.”

남자를 빤히 바라보다가 큐대를 잡고 폼을 잡았다.

이 경로라면 가능할 것 같다.

큐대에 묻히는 초크를 손에 묻혔다. 그리고는 당구대 위에 작은 원을 그렸다.

“그럼 죽빵치기 전에, 내기 하나 합시다.”

“내기요?”

“내가 지금 3구를 쳐서, 여기 위에 그린 원에 공이 서는지, 안 서는지.”

남자는 당구대 위와 날 번갈아 쳐다보다

“호오.”

가방에서 돈다발을 꺼내 당구대 위에 턱하고 올렸다.

“쳐보시죠.”

“후회하지 말라고.”

지금 이지운의 머릿속에는 자신이 친 공이 어떻게 굴러갈 것인지 그림처럼 그려졌다.

폼이 흐트러지지 않는다면 공은 때린 곳으로 굴러간다.

탕!

첫 공을 맞히고 2개의 쿠션을 맞힌 뒤, 마지막 공에 맞은 큐볼은 당구대 위에 그려진 원 안에 정확히 착지했다.

‘이렇게 정확히 설 줄은 몰랐는데.’

스스로도 조금 놀랐지만 태연한 척, 남자가 있는 쪽으로 다가가 돈다발을 손에 쥐는 순간.

턱.

이지운의 손 위로 남자의 손이 덮어졌다.

“시펄. 뭐···.”

“이런 푼돈 말고, 더 크게 벌어볼 생각 없습니까?”

“뭐, 푼돈?”

남자는 품에서 명함 하나를 건넸다.

명함에는 ‘매니저 최수호’라는 글자와 함께 핸드폰 번호가 적혀 있었다.

“저랑 같이 서울로 가시죠. 몇천 정도는 손쉽게 만질 수 있습니다.”

“몇천?”

여기서는 많이 벌어봤자 백만 원이 한계.

‘근데 갑자기 몇천으로 뛰어오른다고?’

“서울로 갑시다.”

손을 잡고 눈을 빛내는 최수호를 보며 침을 삼켰다. 그리고.

“그전에 이 돈은 챙겨도 되지?”

얻을 수 있는 것부터 챙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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