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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61
추천수 :
1,045
글자수 :
68,168

작성
18.10.27 21:05
조회
2,704
추천
63
글자
8쪽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3)

DUMMY

톱스타? 가즈아! 012화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3)



“아, 네. 급한 일이라도 있던지 먼저 나갔습니다.”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던 이필모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거 참. 자식이. 기다리고 있으라니까.”

김상부 대표가 쓴 웃음을 짓고는 박건호가 앉아 있던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이필모가 슬그머니 자세를 바로잡았다.

불현 듯 박건호가 건네 준 녹취록이 떠오른 것이다.

조폭 출신 사업가.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성격.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끝까지 괴롭히는 악마.

자신에게도 호구라고 비아냥거렸으니 배상도가 그저 멋대로 떠든 말이라고 여겼는데 막상 조폭처럼 덩치 큰 사내가 눈앞에 나타나니 자신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그러나 김상부 대표는 이필모와 멱살잡이라도 하려던 게 아니었다.

“그나저나 오랜만입니다.”

“······네?”

“아, 저를 기억 못 하십니까? 예전에 최 대표님 사무실에서 한 번 뵌 적이 있는데요.”

“최 대표라면······ 제 안사람 말입니까?”

“하하. 네. 실은 최 대표님이 가지고 계신 오피스텔을 저희 애들 숙소로 사용 중이거든요.”

“아, 그렇습니까?”

순간 잔뜩 굳어 있던 이필모의 표정이 반쯤 풀렸다.

아내와의 관계가 있으니 적어도 자신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 거란 안도감이 들었다.

“최 대표님은 건강하시죠?”

“네. 아시다시피 자기 관리 하나는 끔찍하게 하지 않습니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행이네요. 이 대표님은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새로 사업을 구상중이시라는 이야기는 얼핏 들었던 것 같은데요.”

“그게······ 보시다시피 이렇게 됐습니다.”

이필모가 쓰게 웃었다.

잘해보려고 시작한 일인데 이런 식으로 끝나버릴 줄은 예상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어쩌다가 저놈하고 엮이신 겁니까?”

김상부 대표가 넌지시 물었다.

배상도는 도망쳤고 박건호마저 사라졌으니 이 일에 대해 물어볼 사람은 김상부 대표뿐이었다.

“실은······.”

이필모는 고해성사라도 하듯 지난 일들을 털어놓았다.

여러 사업을 궁리했으나 마땅한 걸 찾지 못했고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다시 엔터테인먼트 쪽을 기웃거리던 중에 지인의 지인의 지인이었던 배상도를 만나 일을 추진하게 된 정황까지 차분히 풀어냈다.

“그렇게 되셨군요.”

김상부 대표도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지금은 대한민국 10대 기획사의 대표로 불리고 있지만 그 역시도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땐 숱하게 사기를 당했다.

돈만 주면 다른 회사의 아티스트를 빼올 수 있다던 놈들부터 시작해 이름뿐인 기획사를 비싼 값에 팔아넘기려는 놈들까지.

온갖 종류의 사기꾼들을 상대했고 버티고 넘어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라왔다.

그래서 이필모의 변명이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런데······ 배 사장은 어찌 됐습니까?”

“놓쳤습니다. 쫓아가 보긴 했는데 택시를 타고 도망을 치더라고요.”

“그럼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지······.”

“글쎄요. 마음 같아서는 다시는 제 이름을 못 팔고 다니게 혼쭐을 내주고 싶은데 그렇다고 저런 놈을 쫓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저도 답답합니다.”

김상부 대표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이 바닥에 배상도 같은 놈들은 차고 넘쳤다.

기획사 대표라고 명함을 내미는 이들 중 열에 아홉은 똑같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런 놈들을 싹 잡아서 콩밥을 먹이고 다시는 그러지 못하게 만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똥은 더러워서 피한다는 말처럼 그저 상종하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상도, 그 놈이 저희 회사에서 왜 쫓겨났는지 알고 계십니까?”

“쪼, 쫓겨난 겁니까? 저한테는 독립을 했다고······.”

“고작 연습생들 로드 매니저나 하던 놈입니다. 그마저도 더러운 짓을 하다가 쫓겨났고요.”

“더러운 짓이라면······?”

“제 얼굴에 침 뱉기이긴 하지만 이렇게 된 거 설명은 드리는 게 도리겠죠.”

김상부 대표는 배상도가 먹다 남긴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고는 잠시 마음을 진정시킨 뒤에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희 회사는 월마다 연습생들을 평가하는 월말평가라는 게 있습니다. 이 월말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면 데뷔가 불가능하죠.”

“배 사장에게 들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그렇게 거창할 게 없었습니다. 연습생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눈으로 확인하는 자리였어요. 겸사겸사 맛있는 것도 먹고 건의 사항도 좀 들어 보고요. 그런데 회사가 커지고 바빠지면서 시간 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변명 같겠지만 대표인 제가 나서는 것 보다는 담당 트레이너들이 평가를 하는 게 더 객관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어떤 상황일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래서 트레이너들에게 모든 걸 맡겼습니다. 그러다 탈이 났죠.”

“배 사장 때문입니까?”

“상도에게 연습생들의 합숙 태도나 기본적인 인성 평가를 맡겼는데 이놈이 저 몰래 연습생들과 뒷거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돈 좀 있는 연습생들은 뒷돈을 받고 평가 점수를 높게 주고 마음에 안 드는 연습생들은 일부러 점수를 깎아 내리고요.”

“허허······.”

“그 정도에서 끝났다면 좋았을 텐데······ 성추행까지 저질렀습니다.”

“서, 성추행이요?”

“네. 여자 연습생들에게 좋은 점수를 주는 대가로 성추행을 일삼았다고 합니다. 그 때문에 회사가 발칵 뒤집어졌고요.”

“허허······.”

이필모는 그저 헛웃음만 났다.

그런 줄도 모르고 더블엑스에서 연습생들을 총괄했다던 배상도의 말만 믿고 있었으니 스스로가 너무나 한심스러워졌다.

“그 일로 회사에서 내쫓았는데······ 이 대표님을 만나고 있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따로 고소 같은 건 하지 않으셨습니까?”

“고소야 하고 싶었죠. 그런데 연습생들이 원치 않았습니다.”

“어째서요?”

“이 바닥은 좁고 소문은 금방 퍼질 테니까요.”

“그래서 연습생들을 위해 묻어두기로 하신 겁니까?”

“그 땐······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관리 감독을 잘못한 제 책임도 컸으니까요.”

김상부 대표는 이쯤에서 변명을 마쳤다.

더 이상 시끄러워져봐야 회사 입장에서도 좋을 게 없다는 말까진 차마 하고 싶지 않았다.

이필모도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자신 또한 회사 생활을 하며 비슷한 일들을 겪어 봤으니 김상부 대표를 비난할 자격이 없었다.

“그럼 건호 씨는 어떻게 된 겁니까?”

“건호요?”

“네. 배 사장 말로는 자신이 데리고 나왔다고 하던데요.”

“아닙니다. 건호는 나이 제한 때문에 더블엑스를 나온 겁니다.”

“나이 제한이요?”

“저희 회사는 만 19세까지만 연습생이 가능합니다. 그 나이가 되도록 데뷔를 못했다는 건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재능이 없다는 이야기인가요?”

“재능 문제일 수도 있고 노력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저희 회사 시스템과 맞지 않아서일 수도 있죠. 어쨌거나 3년 이상 기회를 줬음에도 성장하지 못한 친구들은 나이 제한을 핑계로 내보내는 편입니다. 그렇게 해야 그 친구들도 더 이상 시간 낭비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군요.”

이필모의 표정이 씁쓸하게 변했다.

배상도에게는 놀아났지만 적어도 박건호만은 진짜이길 바랐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김상부 대표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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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1. 어떤 하루(1) +4 18.10.24 3,849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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