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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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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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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168

작성
18.10.24 16: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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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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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2. 예전의 내가 아냐(2)

DUMMY

톱스타? 가즈아! 007화



02. 예전의 내가 아냐(2)



박건호는 혀를 내둘렀다.

한 달 내내 영화판에서 노예처럼 일하다 빈손으로 쫓겨난 스스로가 한심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영화 촬영장 아르바이트 월급은 생각 이상으로 짰다.

고광열을 꼬드긴 스태프는 최소 100만 원을 보장한다고 말했지만, 강진우에게 물어보니 이런저런 경비를 빼면 채 50만 원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그마저도 다다음 달 말일 지급이었고 제때 들어온 경우도 손에 꼽힐 정도.


-야, 우리가 뭐 돈 보고 아르바이트하냐? 촬영장 분위기도 익히고 하면서 이쪽 관계자들하고 얼굴도 트고 하려는 거지.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하는 거라고 떠들던 고광열은 채 하루를 버티지 못하고 잠수를 타버렸다.

박건호 역시 한 달간 죽어라 고생만 하다 조명 기기를 살리고 장렬하게 해고를 당했다.

“드라마를 너무 봤어.”

박건호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당초 고광열의 계획은 간단했다.

방성탁 감독의 성격상 조연 배우들이 갈릴 가능성이 높으니 스태프로 기회를 엿보다가 그때 눈에 띄자는 것이었다.

고광열은 실제로 그런 식으로 배우가 된 선배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건호는 그런 고광열의 말을 너무 진지하게 믿어버렸다.


‘노력해서 이룰 생각을 해야지. 요행부터 바라는 순간 글러 먹게 되는 거야.’


불현듯 둘리의 목소리가 명치 쪽을 강하게 후려쳤다.

“한심하다. 한심해.”

박건호는 쓰게 웃었다.

지난 한 달간 바보 같은 짓을 했다고 생각하니 속이 쓰려왔다.

그렇다고 혼자 방에 틀어박혀 이불킥이나 하고 있을 순 없었다.

“지난 이십이 년을 개판으로 살았는데 이제 와서 후회는 무슨. 앞만 보고 가자, 박건호.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사는 거야.”

박건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지금껏 기회를 기다리기만 했으니 밖으로 나가서 뭐라도 해 볼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책상 위로 자리를 옮긴 핸드폰이 다시 요란스럽게 울어대기 시작했다.

“창민이 형인가?”

박건호가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러다 액정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확인하고는 얼굴을 구겼다.


ㄱㅅㄲ


차마 모음을 달아 줄 가치도 없어서 자음으로만 입력했던, 다시는 얼굴을 보고 싶지 않은, 전 매니저라는 인간이었다.

“미친.”

절로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사장하고 합작해 내쫓을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전화질이라니.

뻔뻔스럽다 못해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다.

“배상도. 꺼져라.”

박건호는 힘껏 움켜쥐었던 핸드폰을 책상 위에 다시 내려놓았다.

홧김에 집어 던지기에는 요즘 핸드폰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군대 제대 후 어머니가 큰마음 먹고 신형 핸드폰으로 바꿔 주셨는데 고작 이딴 놈 때문에 고장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핸드폰은 한참을 더 울고 나서야 잠잠해졌다.

“끝났냐?”

나갈 채비를 마친 박건호가 다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그 순간.

지이잉, 하는 울음과 함께 ㄱㅅㄲ가 메시지를 보냈다는 알람이 떠올랐다.

“뭐야? 나한테 볼 일이라도 남은 거야?”

박건호가 미간을 찌푸리며 엄지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러자 화면 가득 장문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건호야. 상도 형이다. 내 번호 안 지웠지? 바쁜 거 같아서 문자로 대신한다. 너,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 잘 봤다. 아직 안 죽었더라? 선곡은 꽝이지만 나름 봐줄 만했다. 그런데 성량이 많이 죽었더라······]


연락을 끊고 산 지 3년이 지났지만, 배상도의 메시지는 여전했다.

“쥐뿔도 모르면서 평가질 하는 건 여전하네.”

박건호는 코웃음을 쳤다.

애당초 배상도는 정식으로 뽑힌 매니저가 아니었다.

연습생들을 챙기던 로드 매니저가 사고가 나면서 땜빵으로 들어온 케이스였다.

실장이 연습생들에게 갑질할 생각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배상도는 완장질을 즐겼다.

당시 데뷔 가능성이 있는 연습생들은 합숙을 했는데 그 합숙소를 통제하는 게 배상도의 주된 임무였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하루 종일 합숙소에만 갇혀 있기란 쉽지 않은 일.

당연히 탈주를 꿈꾸는 연습생들은 많았고 배상도는 그중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애들만 따로 외출을 허락했다.

그 외에는 철저하게 뒷돈을 받고 문을 열어주었다.

박건호도 바깥 공기를 한번 쐬고 싶은 욕심에 배상도에게 잘 보이려 노력했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다녀오는 것만으로는 억압감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배상도는 자신이 뭐라도 되는 것처럼 연습생들을 강압했다.

자고 일어나서 먹고, 싸고, 쉬는 것부터 시작해 이성 관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하려고 굴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트레이너라도 되는 것처럼 연습생들을 평가하고 점수를 매겼다.

배상도의 눈에 들지 못했던 박건호의 평가는 박했다.


외모는 A 등급.

보컬과 안무는 B 등급.

끼는 C 등급.

평균 B 등급.


얼핏 보면 준수해 보였지만 배상도가 편애하는 연습생 대부분이 평균 A등급이었다.

그리고 그 A등급의 연습생들은 배상도의 편애 속에 저녁 식사 후 10시까지 연습실을 사용할 수 있는 특혜를 누렸다.

“나에 대해서 뭘 안다고.”

박건호가 신경질적으로 화면을 내렸다.

고작 평가질이나 하려고 배상도가 연락을 해왔을 것 같지 않았다.

어디서 주워들은 말들의 짜깁기가 끝나자 배상도의 본론이 나왔다.


[참, 형 작년에 더블엑스 나와서 새로 기획사 차렸다. 조만간 투자자 만나기로 했는데 잠깐 나와서 얼굴 좀 비춰라.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알지? 형이 무슨 이야기 하는지.]


“기획사라고?”

순간 박건호의 눈이 커졌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완장질 뿐인 배상도가 기획사를 차렸다니.

“이젠 개나 소나 다 기획사 한다 이거지?”

박건호는 그저 헛웃음이 났다.

본래 몸담았던 더블엑스도 좋은 곳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배상도 같은 인간이 운영하는 회사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기획사는 개뿔.”

박건호는 핸드폰을 다시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리고 머리 손질을 마치려는데 배상도가 남긴 마지막 말이 자꾸 마음에 걸렸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알지?]


“투자자를 소개해 주겠다는 건가?”

박건호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향했다.

배상도에게 그동안 당한 걸 생각하면 코웃음을 쳐야 하는데 자꾸 딴생각이 들었다.

배상도에 대한 기대는 전혀 없지만 만약에 투자자의 눈에 들기라도 한다면?

로또에 당첨되는 것만큼이나 희박한 확률이겠지만 속는 셈 치고 한 번 나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형들. 나 어떻게 해야 할까?”

박건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자 대답처럼 둘리가 입버릇같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뭘 망설여? 감나무 밑에서 입 벌리고 있으면 감이 뚝 떨어져 줄 거 같아?’


“그래. 가자. 가. 둘리 형 말처럼 이대로 빈둥거리는 것 보단 나으니까.”

어차피 되는 대로 지인들을 찾아가 보려고 했으니 배상도를 만난들 문제 될 건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예전의 박건호처럼 굽신거릴 생각은 없었다.


[언제요?]


박건호가 거두절미하고 물었다.

그러자 배상도가 훅 들어왔다.


[혹시 오늘 시간 되냐?]


“뭐야. 깜빡이도 없이.”

박건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나가려고 마음먹은 것을 어찌 알고 만나자고 하니, 괜히 기분이 나빠졌다.

“그냥 시간 없다고 할까?”

잠시 고심하던 박건호가 엄지를 움직였다.

“아니야.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저 아직 집인데요.]

[잘됐네. 기왕 나오는 거 잘 차려입어. 연습생 때처럼.]

[시간 하고 장소요.]

[3시까지. 우리 사무실 근처로 와. 약도 보낼게.]


“까짓것 만나보면 알겠지.”

위치를 확인한 뒤 박건호는 연습생 시절 애용했던 재킷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러자 소화 시킨답시고 거실 주변을 배회하던 박선미가 길을 막았다.

“뭐야? 어딜 나가? 삼겹살은?”

“친구 만나고 올 거야.”

“여친도 없는 놈이 누굴 만나는데?”

“누구라고 말하면 누나가 알아?”

“뻔하지. 네 친구가 광열이 말고 또 있냐?”

박건호와 고광열은 십년지기 친구였다.

당연히 박선미도 고광열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가려고?”

“왜? 쫌 멋지나?”

“미친놈아. 멋 부리다 얼어 죽어. 패딩 입고 나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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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1. 어떤 하루(1) +4 18.10.24 3,849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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