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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45
추천수 :
1,045
글자수 :
68,168

작성
18.10.24 16:00
조회
3,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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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글자
10쪽

01. 어떤 하루(3)

DUMMY

톱스타? 가즈아! 004화



01. 어떤 하루(3)



4


“얘기 들었다. 그만두게 됐다고?”

“네. 그렇게 됐습니다.”

“아쉽네. 그래도 열심히 했었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페이는 다다음 달 말쯤에 통장으로 들어갈 거다. 사정상 한두 달 더 늦을지도 모르니까 그건 이해해 주고.”

“네. 알겠습니다.”

“괜히 페이 안 들어왔다고 전화하지 말란 소리야.”

“네. 잘 알고 있습니다.”

“암튼 잘 지내라. 일 할 데 없으면 나중에 연락 한번 하고. 내가 괜찮은 현장 있나 알아봐 줄 테니까.”

“네. 감사합니다.”

영화 제작부장과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눈 뒤 박건호는 정들 뻔했던 현장을 나섰다.

억울하게 잘렸다는 아쉬움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조명 기기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렸는데 돌아온 게 부당 해고였다는 사실에 화가 나긴 했지만 그렇다고 영화 현장 보조 아르바이트에 미련이 남을 리 없었다.

생각해 보면 특별히 거창한 포부를 가지고 영화 스태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다.

다시 오디션이라도 보고 다니려면 돈이 필요했고.

집에 손을 벌릴 처지는 아니었다.

언제까지 집구석에만 있을 거냐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부담으로 느껴질 때쯤 연습생 동기였던 고광열에게 영화 현장에서 일해보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페이는 최저 시급보다 못한 열정 페이 수준이었다.

근무 환경은 열악했고 밤샘 촬영도 각오해야 한다고 했다.

하루 세 끼 식사와 간식을 챙겨주는 것 빼고 장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아르바이트였다.

하지만 박건호는 고광열의 사탕발림에 속아 제 발로 고생길에 들어갔다.

“그냥 안 한다고 했었어야 했는데.”

박건호가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고광열이 무슨 소릴 하더라도 무시했다면 고생만 하다 쫓겨나는 일도 없었을 것 같았다.

그때 손에 쥔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발신자는 고광열.

“양반은 못될 놈.”

박건호는 피식 웃으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핸드폰 너머로 고광열의 간사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크흐흐흐흐흐

“그만 웃어. 미친놈아.”

-너, 짤렸다며?

“누구한테 들었냐?”

-나, 진우 형이랑 쫌 친하잖아.

“소문 한번 빠르네. 그래, 짤렸다. 좋냐?”

-좋지 인마. 그 지옥 같은 곳에서 탈출했는데.

“하루도 못 버티고 내뺀 놈이 할 소리는 아닌 거 같은데?”

-어쨌거나 어디냐? 형이 한잔 쏠게~

“그러는 너는 어딘데? 또 홍대냐?”

-당연하지. 암튼, 얼른 와라. 여기 물 죽인다!

“야. 나 오늘은 그럴 기분 아냐.”

-주접떨지 말고 오라고 할 때 와. 머리 망가졌으면 올 때 모자라도 하나 눌러쓰고 오고.

“안 간다고.”

-빼지 말고 와, 인마. 노래방 가서 나하고 노래 한 곡 뽑자.

“됐다니까.”

박건호는 퉁명스럽게 전화를 끊었다.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고광열에게 위로를 기대하느니 차라리 혼술을 하는 편이 나았다.

그런데 막상 집에 들어가기도 애매했다.

“지금 들어가면 다들 깨어 있을 텐데······.”

박건호가 잠시 고심하는 사이 고광열이 메시지를 보냈다.


[야. 오고 있는 거지? 오늘은 형이 확실히 책임질 테니까 얼른 와라. 알았지?]


“에라, 모르겠다.”

박건호는 어쩔 수 없다며 홍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언제나 말뿐인 녀석이었지만 지금 이 시간에 자신을 상대해 줄 사람은 고광열 뿐이었다.


5


불금을 맞이한 홍대의 밤은 여느 때처럼 뜨거웠다.

택시에서 내린 박건호는 길거리 좌판에서 모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검은 색깔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스타일이었다.

“요즘 그거 엄청 유행이에요. 가격도 착해서 8천 원밖에 안 해요.”

모자를 파는 젊은 여자의 입에서 준비된 멘트가 흘러나왔다.

“아, 네.”

박건호는 대수롭지 않게 모자를 눌러 썼다.

연습생 중에서는 머리가 조금 큰 편이었는데 모자가 딱 맞았다.

“잘 생기셨네요.”

젊은 여자가 새삼스러운 눈으로 박건호를 바라봤다.

땀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가 사라지니 제법 또렷한 이목구비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박건호는 그 정도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럼 좀 깎아주세요.”

“······네?”

“오천 원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손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 되죠.”

“제가 여기 모자 좋다고 홍보도 할게요!”

“안 그래도 장사 잘되거든요?”

“근데 사장 누나는 몇 살이세요? 스물셋? 스물넷? 저보다 누나는 맞는 거죠?”

“어휴. 알았어요. 알았어. 천 원 빼 드릴게요. 대신 어디 가서 말하고 다니면 안 돼요?”

“넵! 물론이죠.”

“진짜 손해 보고 파는 줄이나 알아요.”

“싸랑합니다. 누님~”

박건호가 능글맞게 웃으며 칠천 원을 건넸다.

그리고 몸을 돌려 고광열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디야아~

“야. 나 홍대인데 어디로 가야 해?”

-홍대야? 모자는?

“썼어. 너 때문에 쌩돈 나갔다.”

-잘했어. 그리고 너는 모자가 잘 어울린다니까. 오면 괜히 딴소리 말고 분위기만 잡고 있어라. 내가 다 이빨 까놨으니까.

“또 뭐라고 했는데?”

-뮤지션이라고 했지 인마.

“뮤지션은 개뿔. 아직도 그러고 노냐?”

-암튼 우리 예전에 자주 술 마셨던 쪽으로 오다 보면 노래 대회 같은 거 하고 있거든. 그 옆에 새로 생긴 룸소야.

“룸소?”

-룸 소주방. 자꾸 아저씨티 낼래?

“나도 알아, 인마. 그건 그렇고 노래 대회는 또 뭐야?”

-몰라. 개인 방송 BJ인가 뭔가 하는 놈이 판을 벌였나 본데 시끄러워 죽겠다. 아무튼, 빨리 와.

“그래. 알았다.”

-괜히 거기 기웃거리지 말고. 우리가 놀 수준은 아냐.

“알았다니까.”

고광열이 알려준 골목으로 들어서자 시끌벅적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걸어가 보니 작은 광장에 이백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진짜네.”

박건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개인 방송 BJ로 보이는 사내가 다음 참가자를 찾자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손을 들었다.

“누구? 가운데 회색 모자? 에이, 지난주에 노래 불렀잖아요. 나 눈썰미 좋다니까? 최근 한 달 사이에 참여한 사람은 안 돼요. 그럼 재미없다고.”

한참 동안 뜸을 들이던 BJ는 앞줄에 앉아 있던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를 무대로 끌어 올렸다.

“저 노래 못해요!”

“거짓말. 노래 잘할 것 같이 생겼는데요?”

“저 진짜 못하는데······.”

“정말 못하면 커트해 줄 테니까 조금만 불러줘요. 네?”

한참을 빼던 여자는 반주가 시작되자 눈빛이 달라졌다.

그러더니 박정연의 ‘꿈에’를 원키로 소화하며 분위기를 뜨겁게 달궈 놓았다.

“내가 뭐랬어요. 노래 잘할 얼굴이라고 했잖아.”

BJ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웃었다.

자꾸 눈을 맞추는 게 심상치 않아서 무대에 올렸는데 이 정도로 노래를 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영상을 지켜보던 개인 방송 시청자들은 조작이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노래사랑(klfjhqkj) 박정연의 꿈에를 원키로? 실화임? 아무래도 가수 지망생 같은데?

└아트(safrkwj) ㅇㅂㅇ 주작각

└키긱키킥(zzskdh2) 주작인 듯

└만식(Manssic94) 딱 봐도 미리 섭외했네.

└의지의 한국인(sehklkj24) 주작 인정


“여러분. 이거 주작 아니에요. 저 못 믿으세요? 저 창민이잖아요!”

BJ 창민이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한번 시작된 조작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진짜 주작 아니라니까! 알았어요, 알았어. 이제 여러분들이 시키라는 사람 시킬게. 그럼 됐죠?”

BJ 창민은 다급히 촬영 중인 카메라를 돌렸다.

그러자 몇몇 시청자들이 검은 모자를 쓰고 있던 박건호를 지목했다.


└배나온고양이(gkjslkah) 저기 검은 모자는 아까 안 보이던데?

└97724(mjkljlak) 저 사람 100퍼 구경꾼임!

└곰탕나라(jwujg135) 검은 모자 가즈아아아!

└만식(Manssic94) 검은 모자 섭외 못 하면 주작 인정하는 걸로 ㅋㅋㅋㅋ


“검은 모자? 어디? 저쪽에 저분? 오케이. 잠깐만요.”

BJ 창민은 후다닥 박건호에게 달려왔다.

그리고 노래 한 곡만 해 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저 노래 못 해요.”

“노래 못 해도 괜찮으니까 한 곡만요. 네?”

“친구랑 약속 있어서 들어가 봐야 해요.”

“1등으로 뽑히면 상금 100만 원이에요! 그리고 참가비도 따로 드리니까 한 번만 도와주세요. 네?”

예전 같았다면 단호하게 거절했을 것이다.

아이돌 연습생으로 산 세월이 얼마인데 길거리에서 이런 식으로 노래를 부를 수는 없다며 말이다.

하지만 불현듯 떠오른 둘리의 한 마디가 박건호의 마음을 움직였다.


‘사칠아. 기회란 말이다. 원래 불쑥 찾아오는 거다. 그러니까 뭐든 해. 이리 빼고 저리 빼다 보면 기회도 물 건너가는 거야.’


인간 박건호에게 주어진 세 번의 기회.

어쩌면 그중에 한 번이 지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주저할 수가 없었다.

“참가비가 얼마인데요?”

“참가비요? 문화상품권 5장이요.”

“그럼 5만 원? 별로 안 내키는데······.”

“그, 그럼 두 배로 드릴게요. 지금 생방송 시청자들이 지목을 해서요. 바꿀 수가 없어요.”

“오케이. 10만 원 콜. 그리고 제 영상으로 수익 나면 수익은 5대 5로.”

“······네?”

“이거 미튜브에 올릴 거 아니에요? 제 초상권도 있는데 수익이 나면 나눠야죠. 안 그래요?”

박건호가 얄밉게 웃었다.

그 모습이 창민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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