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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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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8,168

작성
18.10.24 16:0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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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
9쪽

02. 예전의 내가 아냐(1)

DUMMY

톱스타? 가즈아! 006화



02. 예전의 내가 아냐(1)



1


빰빰 빰빰빰 밤빰빰빠

밤빠라밤빠 빰빰빰~


갑작스럽게 귓가에서 기상나팔 소리가 울려 펴졌다.

“아이, 씨······.”

박건호는 반사적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문제의 기상나팔 소리를 없애려고 발버둥 쳤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대신 장난기 가득 섞인 목소리가 박건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이, 씨? 군기가 왜 이 모양이야? 일어나라! 박 병장! 아직 정신 못 차리나!”

거의 보름 만에 집에 들어 온 박건호에게 군대 장난을 치는 건 다름 아닌 박선미.

박건호의 하나뿐인, 원수 같은 누나였다.

“아, 쪼옴!”

“어허! 박 병장! 기상! 기상이다!”

“그만 좀 하라고오!”

“일어나라! 일어나! 박 병장! 이렇게 굼떠서야 어디 나라를 지킬 수 있겠나!”

박건호가 짜증스럽게 이불을 끌어 올렸지만, 박선미의 엉터리 소대장 놀이는 좀처럼 끝나지 않았다.

거기에 어머니까지 합류해 잔소리를 해대니 박건호도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그만 안 해? 건호, 너도 얼른 일어나!”

“아, 진짜! 모처럼 잠 좀 자려는데 왜들 그래!”

“넌 집에 잠자러 오니? 12시가 넘었는데 언제까지 잘 거야?”

“나 요새 거의 잠 못 잤다고오!”

“너 촬영장 안 가? 오늘 쉬는 날이야?”

“당분간 촬영 없어요!”

“그런다고 계속 잠만 잘 거야? 빨리 일어나서 씻어! 홀딱 벗겨서 내쫓아버리기 전에.”

창문을 열어젖히며 어머니가 으름장을 놓았다.

박건호가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써먹는 멘트였지만, 의외로 효과는 좋았다.

“엄마는 다 큰 아들한테 아직도 그러고 싶어?”

박건호는 툴툴거리며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박선미가 기다렸다는 듯이 이죽거렸다.

“커? 니가?”

“뭐야? 어딜 보는 거야?”

“어딜 보긴. 거길 보지.”

“헐, 아줌마! 요즘 그러면 성희롱인 거 몰라요?”

“성희롱은 개뿔. 가족끼리 그딴 게 어디 있냐? 그리고 아줌마? 군대 갔다 오더니 요즘 너 막 나간다?”

“막 나가는 건 누나고. 도대체 기상나팔 소리는 왜 자꾸 트는데?”

“그야 네 머릿속 어딘가 봉인되어 있을 짜증스런 군 생활의 기억을 다시 일깨워주기 위해서지.”

“후우······. 진짜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쫄리면 뒈지시던가~”

“적당히 해. 그래서 시집이나 가겠냐?”

“내 걱정 말고 너나 걱정해 인마. 요만해 가지고. 너야말로 장가가겠냐?”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남매가 있다.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인 남매.

그리고 너무나 현실적인 남매.

두 살 터울 박선미와 박건호는 현실 남매의 끝을 달렸다.

물론 만났다 하면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 현실 남매를 홀로 키운 어머니도 보통 어머니는 아니었다.

“이것들이 엄마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네?”

어머니가 식칼을 든 채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자 박선미와 박건호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딴청을 부렸다.

“건호, 너는 얼른 씻고. 선미, 너는 요리 좀 도와.”

“아 왜에에~ 엄마는 왜 나만 시키는데?”

“대신 설거지는 건호가 할 거니까 잔말 마.”

“칫.”

박선미가 마지못해 주방으로 끌려가는 사이 박건호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후다닥 옷을 벗고 샤워기 꼭지를 올리니 시원한 물줄기가 쏟아졌다.

“으으, 차거!”

박건호는 샤워기 앞에 머리를 들이밀었다.

찬물로 샤워를 하기에는 이른 날씨였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머릿속이 말끔해질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하면서 뜬금없이 환생 시절을 기억하게 됐다.

덕분에 어제 하루는 드라마 같았다.

“잘려놓고 팔자 좋게 노래자랑이라니.”

박건호는 괜히 웃음이 났다.

예전 같았다면 골방에 처박혀 혼자 술로 화를 삭였을 텐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게 신기하기만 했다.

“형들 때문인가?”

일칠. 둘리. 머피. 홀수.

만약 누군가에게 그들의 존재를 언급한다면 당장 정신병원에 연락할지 몰랐다.

그러나 박건호는 갑자기 든든한 전우가 생긴 기분이었다.

“확실히 꿈은 아닌 거 같은데······ 진짜 머리를 다친 건 아니겠지?”

박건호는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아직 뭐가 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처럼 매사 남 핑계나 대며 패배자처럼 사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2


샤워를 마치고 박건호는 식탁에 앉았다.

모처럼 박건호가 집에 왔지만, 식탁 위 풍경은 한결같았다.

찌개 하나.

계란 프라이 셋.

그리고 온통 풀, 풀, 풀.

그리고 풀.

“뱀 나오겠네.”

박건호가 미간을 찌푸렸다.

눈치 보며 먹긴 했지만, 고기 반찬은 빠지지 않았던 촬영장 식사가 새삼 그리워졌다.

“엄마가 너무했다. 이건.”

박선미도 냉큼 박건호의 편에 섰다.

아무리 그래도 어제저녁에 먹은 메뉴와 똑같은 건 심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면전에서 쏟아지는 반찬 투정에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래서? 밥 먹기 싫다고?”

“감사히 잘 먹겠다고요.”

“그럼 군소리 말고 먹어. 봐서 저녁에 삼겹살 사 올 테니까.”

“넵!”

저녁에 먹을 삼겹살을 고대하며 박건호는 손을 움직였다.

그렇게 열두 번 밥을 떠먹으니 수북했던 밥그릇도 바닥을 드러냈다.

“뭐야, 너?”

“뭐가?”

“왜 이렇게 잘 먹어? 거긴 밥 안 주냐?”

“그냥. 좀 허기져서.”

“그럼 내 밥 좀 먹어라. 응?”

젓가락을 깨작거리던 박선미가 제 밥그릇을 내밀었다.

그러다 어머니의 서슬 퍼런 시선을 받고는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조용히 식사에 열중했다.

“부족하니? 한 공기 더 줄까?”

“아니. 지금이 딱 좋아.”

“그런데 아들.”

“응?”

“아르바이트 그만둔 거 아니지?”

“잠깐 촬영 쉬는 거라니까.”

“미리 말하지만, 연예인이 되고 싶으면 네 힘으로 해. 더 이상 뒷바라지 못 해준다. 알지?”

어머니가 싸늘한 눈으로 말했다.

그 시선을 피해 박건호는 도망치듯 방으로 들어갔다.

지이잉. 지이잉.

침대에 드러눕기가 무섭게 머리맡에 둔 핸드폰이 울어대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고광열.

“아, 어제 광열이 만나기로 했었지?”

습관처럼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박건호가 손을 멈췄다.

길거리 노래 자랑이 끝나고 BJ 창민과 어울리느라 고광열을 잊어버렸으니 전화를 받아봐야 좋은 소리는 못 들을 것 같았다.

“참. 창민이 형이 연락한다고 했는데?”

핸드폰의 울림이 멈추기를 기다린 뒤 박건호는 깨톡을 확인했다.

예상처럼 존잘창민형이라고 저장된 대화창에 5개의 메시지가 쌓여 있었다.


[건호야. 형이야.] (오전 10:27)

[살아있냐?] (오전 10:28)

[뭐야, 아직도 안 일어났어?] (오전 10:57)

[일어나면 연락해라] (오전 11:21)

[참, 미튜브에 동영상 올렸으니까 함 봐봐. 주소 보낸다.

https://www.metube.con/watch?v=2y8Sa4As21] (오전 11:24)


“벌써 동영상이 올라왔다고?”

박건호는 반사적으로 링크를 눌렀다.

잠시 후 85회차 창민의 길거리 노래방 우승자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떠올랐다.

“와우!”

조회 수를 확인한 박건호가 절로 감탄을 터트렸다.

업로드한 지 3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벌써 1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영상을 본 뒤였다.

“50만은 거뜬할 거라고 하더니 허풍이 아니었네?”

박건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이 추세라면 미튜브 오늘의 추천 영상에 올라갈 가능성이 높았다.

자연스럽게 더 많은 사람이 영상을 클릭할 터.

그만큼 BJ 창민에게 받기로 한 동영상 수익도 늘어날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백만 원만 나왔으면 좋겠다.”

박건호가 아르바이트에서 잘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은 BJ 창민은 한 달 후에 약속한 동영상 광고 수익을 정산해 주겠다고 말했다.

BJ 창민이 알려 준 수익은 조회 수 당 대략 2원 정도.

우승자의 동영상 조회 수는 최소 100만이라고 했으니 BJ 창현과 수입을 반씩 나눠도 100만 원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박건호는 손가락을 움직여 다른 참가자들의 동영상 조회 수를 확인했다.

박건호와 함께 85회차 노래방에 참가했던 이들 대부분이 5만 조회 수를 넘어섰다.

박건호의 바로 앞에서 빼어난 가창력을 선보였던 여자의 가창 동영상은 ‘핵반전! 박정연인 줄?’ 이라는 제목 때문인지는 몰라도 20만을 훌쩍 뛰어넘었다.

업로드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85회차 창민 노래방 참가자 동영상들의 조회 수만 더해도 어림잡아 100만.

“돈 버는 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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