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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56
추천수 :
1,045
글자수 :
68,168

작성
18.10.24 16:00
조회
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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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
8쪽

02. 예전의 내가 아냐(3)

DUMMY

톱스타? 가즈아! 008화



02. 예전의 내가 아냐(3)



“아, 무슨 패딩이야.”

싫다는 박건호를 외면하고 박선미는 멋대로 새까만 패딩을 가져왔다.

“닥치고 입으라면 입어. 감기 걸려서 나한테 옮기지 말고.”

“그런데 내 패딩이 왜 누나 방에서 나오는데?”

“너 없을 때 내가 좀 입었다. 꼽냐?”

“어휴, 어깨 깡패. 이게 맞냐?”

“니 어깨가 좁은 거거든?”

박건호는 재킷 위로 패딩을 걸쳤다.

군대에 다녀오면서 제법 몸이 좋아졌으니 조금이라도 끼길 바랐건만.

‘제길.’

딱 맞았다.

맞춤 정장이 따로 없을 정도였다.

“암튼 오늘 들어 올 테니까 내 삼겹살 남겨 놔라. 다 먹지 말고.”

“싫은데?”

“진짜 다 먹기만 해라.”

“시른데~ 시른데~ 시른데에에~”

“내 거 남겨 놓으면 조만간 치킨 쏜다. 콜?”

신발을 구겨 신으며 박건호가 제안했다.

“콜!”

치킨 귀신 박선미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데 너 술값은 있냐?”

“차비는 있어.”

“어휴. 궁상맞은 자식. 그게 뭐냐? 잠깐만 있어봐. 누나가 줄 테니까.”

치킨에 감동이라도 받은 것일까.

박선미가 다시 어딘가로 뛰어갔다.

“왜? 용돈이라도 주게? 안 그래도 되는데에~”

박건호는 기대 어린 얼굴로 박선미를 기다렸다.

하지만 박선미가 가지고 나온 건 음식물 쓰레기 봉투였다.

“뭐냐?”

“아까 엄마 말 못 들었어? 좋게 말할 때 버려라.”

“후우······. 누나가 그럼 그렇지.”

쿡쿡 웃는 박선미의 손에서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받아 들고 박건호는 집을 나섰다.

빌라 뒤쪽에 마련된 음식물 쓰레기 보관함에 봉투를 비우고.

다시 뽀득뽀득한 소리가 날 때까지 손을 씻고.

잠깐 사이에 5분이 후딱 지났다.

“으으. 춥다.”

패딩을 입었는데도 찬바람에 몸이 시렸다.

“으으으으으으!”

박건호는 서둘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2


농원구에서 목적지인 흥대까지는 지하철로 45분 거리.

박건호는 환승을 위해 동대문 역사공원에서 내렸다.

내리자마자 곧바로 열차를 탄다면 딱이겠지만.

“아오, 진짜.”

열차는 그런 박건호를 놀리듯 코앞에서 출발해 버렸다.

허탈함을 삼키며 박건호는 빈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약속 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40분 정도.

흥대역에서 내려 걸어가야 하는 것까지 감안하면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았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손에 쥔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발신자는 고광열.

“형 바쁘다.”

박건호는 애써 전화를 외면했다.

그러자 곧바로 문자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나 방금 선미 누나하고 통화했는데 너 나 만나러 나왔다면서? 그런데 왜 전화 씹냐? 응?]


“스토커 같은 놈.”

박건호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충 둘러댄 말이 이런 식으로 되돌아올 줄은 미처 몰랐다.

때마침 다시 핸드폰이 울어댔다.

이번에도 발신자는 고광열.

이 전화마저 안 받으면 단단히 삐칠 것 같았다.

“어, 형이야.”

박건호는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았다.

동시에 고광열의 장기인 속사포 랩이 귓가에 박혔다.

-형 같은 소리 하네. 이 개새리야. 지금 나랑 장난쳐? 알바 짤려서 위로주라도 사 주려고 불렀더니 뻘짓을 해? 이 개새리야? 니가 사람 새리냐? 형이 널 위해 얼마나 핫한 언니들을 작업해 놨는지 알기나 해? 어?

“뻘짓이라니?”

-이 새리가? 나 몰래 길거리 노래자랑 나가면 내가 모를 줄 알았어? 나 그거 즐겨찾기 걸어놨어. 오늘 아침에 빡쳐서 미튜브 들어갔는데 추천 영상이 뜨데? 근데 어디서 많이 본 미친 새리가 나랑 자주 부르던 노래를 부르데? 응? 응? 주댕이 집에 놓고 왔냐? 변명이라도 해 봐, 이 새리야.

박건호는 속으로 뜨끔했다.

고광열을 팔아 집을 나선 건 그렇다 쳐도 길거리 노래자랑 때문에 고광열을 바람 맞춘 건 해명이 필요해 보였다.

그렇다고 어제 있었던 모든 일을 구구절절 늘어놓을 수는 없는 노릇.

‘그래. 구질구질하게 가자.’

박건호는 냉큼 콘셉트를 잡았다.

그리고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운을 뗐다.

“그냥 참가비 현금으로 준다고 해서 참가했던 거야. 내가 그때 가진 돈이 하나도 없었거든.”

-이 새리가 그걸 변명이라고 하냐? 좀 창의적인 거 없어? 형이 창의력 스쿨 좀 보내줘?

“진짜야 인마. 니 말대로 모자 하나 사고 나니까 주머니에 오천 원 남더라. 그런데 창민이 형이 참가비 현금으로 준다고 해서 차비라도 벌자는 심정으로 참가한 거야.”

-지금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폼생폼사 박건호가 돈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 거라고?

“진짜다. 후우······. 나도 이런 내가 너무 싫다.”

다행이 구질구질 전술은 통했다.

-어휴. 시발. 지지리 궁상맞은 새리. 그래서 형이 뭐랬냐? 항상 대실비 포함 십만 원씩은 지갑에 넣고 다니랬지?

잔뜩 열이 올랐던 고광열의 목소리가 살짝 누그러졌다.

박건호는 내친김에 쐐기를 박았다.

“그래서 지금도 알바 자리 구하려고 나왔다.”

-알바? 무슨 알바?

“그냥 알바 자리 난 곳은 다 돌아보려고. 나도 입에 풀칠은 해야 하잖아. 안 그래?”

-어휴. 시발. 지지리 궁상맞은 새리. 어휴.

“그런데 왜 전화했어? 술 마시자고?”

-왜 전화하긴 이 새리야. 어제 온다는 놈이 사라졌으니 걱정되어서 전화한 거지.

“짜식. 역시 너밖에 없다.”

-알면 잘해 인마. 세상에 나처럼 너 챙겨주는 사람이 어디 있냐?

고광열이 생색내듯 말했다.

연습생 시절부터 제대 후 지금까지.

박건호의 옆을 지켜 준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단지 매사에 제 방식대로 챙겨주는 게 문제겠지만.

-암튼 끝나고 목이나 적시자.

“시간 봐서.”

-닥치고 형 홍대 쪽에 있을 거니까 무조건 와. 어제 안 왔으니까 오늘은 네가 쏘고.

때마침 열차가 도착한다는 알람이 울렸다.

“나 지하철 탄다.”

박건호가 자연스럽게 전화를 끊으려 했다.

하지만 고광열은 아직 할 이야기가 남아 있었다.

-야, 야. 끊지 마. 뭐 하나 해줄 이야기 있었어.

“해줄 이야기라니?”

-너 배상도 알지?

“배상······ 도?”

-기억 안 나? 우리 겁나 괴롭히던 찐따 새뤼. 기숙사 사감하던.

“어, 알지. 기억난다. 그런데 배상도가 왜?”

-그 새뤼 연습생 하나 잘못 건드렸다가 쫓겨났거든. 근데 요즘 기획사 차렸다면서 더블엑스에서 나온 애들 만나고 다닌다더라.

“······왜?”

-왜긴 왜야. 뻔하지. 어디서 투자라도 받으려면 그럴듯해야 하는데 배상도가 뭐가 있냐? 그러니까 애들이라도 앞세워 보려는 거지.

“그래?”

-그러니까 혹시라도 너한테 연락 가면 쌩까. 괜히 엮이지 말고. 알았지?

“오케이. 좋은 정보 쌩유~”

-야, 박건호! 내 이야기 아직 안 끝······.

슬그머니 통화 종료 버튼을 누르고 박건호는 열차에 올랐다.

애당초 배상도를 믿은 게 아니었지만 정말로 자신을 이용해 먹으려 했다는 사실을 아니 짜증이 치밀었다.

“오냐 오냐 하니까 사람이 물로 보이지? 좋아. 배상도. 거기서 딱 기다려라.”

취이이익.

문이 닫히고 열차가 다시 움직였다.

그로부터 정확하게 15분 뒤.

박건호는 씩씩거리며 흥대역에서 내렸다.


3


“어, 여기다. 건호야.”

커피숍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저만치서 배상도로 보이는 사내가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살 좀 쪘네.”

박건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전에는 제법 호리호리한 느낌이었는데 지난 2년간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턱 주변으로 살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투자자는요?”

박건호가 배상도의 맞은편에 앉으며 물었다.

약속 시간이 다 되었으니 투자자가 와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배상도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새끼가. 오랜만에 봤는데 인사도 안 하냐?”

“아까 인사 했잖아요.”

“뭐? 고개만 까닥거린거?”

“그럼 그게 뭐였겠어요?”

“새끼. 안 본 사이에 많이 컸다?”

배상도가 어이없다는 얼굴로 박건호를 바라봤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자신의 한마디에 찍소리도 못하던 놈인데.

잠깐 사이에 겁대가리를 상실한 것 같았다.

하지만 박건호도 예전처럼 배상도에게 굽실거리려고 이 자리에 나온 게 아니었다.

“그래서 불만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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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01. 어떤 하루(1) +4 18.10.24 3,849 5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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