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kw북스

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67
추천수 :
1,045
글자수 :
68,168

작성
18.10.24 16:00
조회
3,216
추천
55
글자
10쪽

01. 어떤 하루(2)

DUMMY

톱스타? 가즈아! 003화



01. 어떤 하루(2)



“조, 조건?”

“그래도 지난 한 달간 함께한 사이인데 그만두더라도 제대로 인사하고 그만두고 싶어요. 그 정도는 가능하죠?”

“인사······?”

강진우는 한참 눈만 끔뻑거렸다.

박건호가 무슨 꿍꿍이인지 도무지 파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건호도 특별히 다른 속셈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버텼던 첫 아르바이트인데 이런 식으로 쫓겨나고 싶진 않아.’

일칠도 늘 사람은 떠난 자리가 깨끗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오점을 남겨 놓으면 그게 두고두고 발목을 잡게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가뜩이나 다들 자신의 탓을 하는 상황이었다.

잘리는 것도 억울한데 온갖 오명까지 뒤집어쓰고 싶진 않았다.

그런 식으로 뒷말이 나도는 건 더 싫었다.

‘그냥 인사만 하겠다는데 말리진 않겠지.’

박건호는 느긋한 얼굴로 강진우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감독님이 오라신다.”

원하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2


병원에서 촬영장까지는 차로 40분 거리.

“건호야. 알았지?”

가는 내내 강진우는 박건호에게 사고 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알았으니까 그만 좀 해요. 그냥 인사만 하러 가는 거라고요.”

박건호는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후 3시 즈음 쓰러졌을 땐 땡볕이 눈부셨는데 벌써 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번쩍거렸다.

“뭐 보냐?”

“응? 그냥요.”

“그냥? 여자들 보냐?”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긴 뭐가 아니야. 저기 하늘색 블라우스 입은 여자 예쁘네.”

“어디요?”

“거봐. 여자 보는 거 맞네.”

“형이 예쁘다고 하니까 그렇죠.”

박건호가 쓴웃음을 흘렸다.

생각해 보니 강진우와는 늘 이런 식으로 농담만 주고받았던 것 같았다.

“형은 계속 이 일 하실 거예요?”

“뭐? 영화?”

“네.”

“해야지. 영화감독이 되겠다고 지금껏 고생했는데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강진우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어려서 영화감독을 동경한 이후로 지금껏 영화감독이 되겠다는 꿈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성질 고약한 방성탁 감독 밑에서 고생하는 중이었다.

“그러는 너는? 이제 뭐 할 거야?”

오른쪽 깜빡이를 넣으며 강진우가 말을 돌렸다.

“저야 뭐······ 열심히 살아야죠.”

박건호는 딱히 할 말이 없었다.

학창 시절에는 연예인병에 걸려 살았다.

스무 번 가까이 오디션을 보러 다닌 끝에 제법 이름 있는 소속사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데뷔의 길은 멀고도 험했다.

조금 생긴 것 말고는 재능이 없다는 평가 속에서도 박건호는 어떻게든 데뷔할 수 있을 거라며 버티고 버텼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했다.

끝내 데뷔는 무산됐고 연습생은 만 19세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소속사 규정에 따라 쫓겨나 도망치듯 군대에 갔다.

그렇게 군대에서 제대해 오디션을 준비할 돈이라도 마련해 보자고 해서 시작한 게 영화 현장 보조 아르바이트였다.

그런데 그마저도 한 달을 겨우 채우고 그만두게 됐으니······.

‘내가 진우 형 걱정할 처지가 아니구나.’

박건호의 입가를 따라 쓰디쓴 웃음이 번졌다.

“딱히 할 거 없으면 며칠 기다려 봐. 다음 주에 다른 영화사 스태프로 일하는 친구 만나기로 했으니까 거기 자리 있나 알아봐 줄게.”

괜히 미안해진 강진우가 말을 붙였다.

영화에 대한 열정 없이는 하루도 버티지 못하는 게 영화판이었다.

다른 촬영장도 분명 인력이 부족할 테니 박건호 자리를 하나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고 여겼다.

물론 박건호도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시간 낭비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괜찮아요. 형. 마음만 받을게요.”

“짜식이, 존심은.”

“존심 부리는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래. 알았다. 어쨌거나 촬영장 가면······ 알지?”

“어휴. 귀에 딱지 생기겠어요.”



3


강진우는 가는 내내 박건호의 기분을 풀어주려 애를 썼다.

혹시라도 박건호가 방성탁 감독에게 대들었다가 현장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까 봐 겁이 났다.

실제 홧김에 그만두는 이들이 감독이나 스태프에게 덤벼드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박건호는 차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방성탁 감독을 찾아가 90도로 인사를 했다.

“걱정 끼쳐서 죄송합니다. 감독님.”

“크흠, 그래서? 몸은 좀 괜찮고?”

“크게 다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암튼 조심 좀 하자. 너 때문에 이게 뭐냐?”

방성탁 감독도 평소처럼 화를 내지 못했다.

박건호가 오기만 하면 갈아 마시겠다며 벼르고 있었는데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오니 딱히 성질을 부리기가 어려웠다.

박건호는 다른 스태프들에게도 일일이 사과를 했다.

“괜찮은 거지?”

“병원에 못 가서 미안하다.”

“됐어 인마. 네가 뭘 잘못했다고.”

“아이고. 나한테까지 안 그래도 된다니까.”

우습게도 조금 전까지 박건호를 탓했던 이들이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박건호를 걱정해 주었다.

‘일칠 형 말대로네.’

쓰게 웃으며 박건호는 마지막으로 배우들에게 발걸음을 돌렸다.

영화 일탈의 주연급 배우는 총 네 명.

그중 현장에 있었던 건 남자 주인공 고성열과 여자 주인공 손미나였다.

나이는 손미나가 한 살 많지만, 데뷔는 고성열이 더 빨랐다.

그래서 촬영 내내 두 사람의 신경전이 끊이질 않았다.

“누구한테 먼저 갈까?”

“당연히 손미나지.”

“고성열이 아니고?”

“고성열 때문에 다쳤는데 고성열한테 가겠냐?”

스태프들은 박건호가 손미나의 벤을 먼저 들릴 거라 여겼다.

하지만 정작 박건호는 촬영장 귀퉁이에서 쉬고 있던 중견 배우 박무석부터 찾았다.

“오늘 저 때문에 촬영이 지연되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박무석 선생님.”

“아이고. 그럴 수도 있지, 뭘. 나는 괜찮으니까 가서 일 봐요.”

“네, 선생님.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무석은 평소처럼 사람 좋은 얼굴로 박건호를 다독였다.

박건호가 사고가 나던 순간을 지켜본 당사자로서 박건호에게 사과를 받는 게 솔직히 불편하기만 했다.

그러나 지나던 길에 촬영장에 들렸던 아내, 조미래의 생각은 달랐다.

“쟤가 아까 사고 났다던 걔 아냐?”

“맞아.”

“재밌네.”

“뭐가?”

“말하는 걸 보니까 잘린 줄 아는 것 같은데 아무렇지도 않게 와서 인사하는 게 대견하잖아.”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또 시나리오 쓰신다.”

박무석이 가볍게 혀를 찼다.

드라마 작가 아니랄까 봐 조미래는 항상 사람을 관찰하고 제멋대로 판단하는 버릇이 있었다.

“그럼 쟤가 왜 사과를 하고 다니는 거 같은데?”

“을이니까 그렇지. 을이니까. 이 바닥에서 뒷소문 안 좋으면 손해인 거 몰라?”

박무석은 박건호가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 하루살이처럼 보였다.

그 역시도 대형 기획사 소속의 잘 나가는 후배들 앞에서는 제대로 큰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처지이다 보니 박건호의 심정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지만 조미래는 박건호와 박무석은 다른 과라며 선을 그었다.

“어떻게든 현장에 붙어먹을 생각이었으면 더 바짝 엎드렸어야지. 까놓고 방 감독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 하는 거 아냐?”

“그걸 왜 나한테 따져? 그리고 방 감독이 애걸복걸한다고 봐줄 성격이야?”

“암튼, 내기하자.”

“또 시작이군. 또 시작이야.”

“왜? 싫어? 틀린 사람이 감자탕에 소주 사기. 콜?”

“그래, 좋아. 암튼 틀리기만 해!”

“큰소리치지 말고 얼마 남지 않은 용돈 다 털릴 각오나 하시라고.”

조미래는 대학 후배인 강진우를 조용히 불렀다.

“네. 선배님.”

“너, 쟤하고 친해?”

“누구 말씀이신지?”

“아까 너하고 같이 왔던 예쁘장한 놈.”

“아, 건호요?”

“이름이 건호야?”

“네. 박건호라고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지만 친한 편입니다.”

“쟤 뭐하는 얘야?”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군대 갔다 와서 첫 아르바이트라고 하던데요.”

“연극 하는 놈 아니고?”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습니다.”

“그래? 암튼, 쟤는 자기가 잘리는 거 알아, 몰라?”

조미래가 넌지시 물었다.

그러자 강진우가 좌우를 두리번거리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압니다.”

“알지? 그렇지?”

“네.”

“하나만 더. 쟤는 뭘 기대하고 여기 와서 이러는 거야? 저렇게 하면 방 감독이 봐줄 줄 아는 거야?”

“아뇨.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그럼?”

“저도 저 녀석 속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까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싶다는 말은 했습니다.”

“깔끔하게 마무리한다? 역시 재밌네. 저 친구.”

조미래가 씩 웃으며 박무석을 바라봤다.

내기에서 져서일까.

박무석은 젠장할, 이라는 욕지거리를 내뱉고는 담뱃갑을 집어 들었다.

“또 박 선배님하고 내기하신 거예요?”

“그건 우리 후배가 알 필요 없고. 나 저 친구 연락처 좀 알고 싶은데?”

“그, 그게······.”

강진우는 잠시 망설였다.

호불호가 명확한 조미래가 연락처를 달라는 건 박건호가 마음에 들었다는 의미다.

이 바닥은 인맥이 반이라는 말이 있었다.

무슨 용건인지는 몰라도 조미래의 눈도장이 찍혔으니 박건호에게는 잘된 일이었다.

문제는 이 사실이 방성탁 감독의 귀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

만약 연락처를 가르쳐 준 게 자신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괜히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촬영장에서 잘리게 생긴 박건호를 나 몰라라 하기도 미안했다.

“뭐야? 몰라?”

“아뇨. 알긴 아는데······ 제가 알려드렸다고는 말하지 말아주세요.”

“내가 그런 말을 누구한테 하겠어? 암튼, 알면 찍어.”

“네, 잠시만요.”

강진우가 조미래의 핸드폰을 받아 박건호의 번호를 입력했다.

“오케이, 고마워.”

조미래는 건호라는 이름 옆에 능구렁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어떤 캐릭터인지는 조금 더 겪어봐야겠지만 요즘 젊은 애들처럼 소속사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허접한 부류는 아닐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톱스타? 가즈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십니까, 독자님들. 재연재 공지입니다. +2 18.10.24 3,824 0 -
19 04. 놀아볼까?(5) +8 18.11.06 2,723 58 8쪽
18 04. 놀아볼까?(4) +3 18.11.05 2,143 59 7쪽
17 04. 놀아볼까?(3) +3 18.11.05 2,123 63 8쪽
16 04. 놀아볼까?(2) +2 18.11.01 2,418 56 8쪽
15 04. 놀아볼까?(1) +1 18.10.30 2,596 54 8쪽
14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5) +3 18.10.29 2,592 59 8쪽
13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4) +2 18.10.28 2,579 55 7쪽
12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3) +2 18.10.27 2,705 63 8쪽
11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2) +2 18.10.26 2,853 59 7쪽
10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1) +3 18.10.25 2,941 57 7쪽
9 02. 예전의 내가 아냐(4) +5 18.10.24 2,942 48 9쪽
8 02. 예전의 내가 아냐(3) +1 18.10.24 2,533 42 8쪽
7 02. 예전의 내가 아냐(2) +4 18.10.24 2,727 37 9쪽
6 02. 예전의 내가 아냐(1) +3 18.10.24 2,882 52 9쪽
5 01. 어떤 하루(4) +3 18.10.24 2,868 53 9쪽
4 01. 어떤 하루(3) +3 18.10.24 3,065 57 10쪽
» 01. 어떤 하루(2) +3 18.10.24 3,217 55 10쪽
2 01. 어떤 하루(1) +4 18.10.24 3,849 54 10쪽
1 Prologue - 돌아오다 +3 18.10.24 4,999 64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