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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48
추천수 :
1,045
글자수 :
68,168

작성
18.11.05 10:03
조회
2,121
추천
63
글자
8쪽

04. 놀아볼까?(3)

DUMMY

톱스타? 가즈아! 017화



04. 놀아볼까?(3)



‘······!’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귓가에만 머물던 박건호의 목소리가 갑자기 귓속을 파고들었다.

이수아의 놀란 눈이 박건호를 향했다.

박건호는 더 이상 미간을 찌푸리지도 않고 성대를 억누르지도 않았다.

이재범처럼 부르길 포기한 듯.

억지로 이재범의 음색을 흉내 내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 나갔다.

당연하게도 원곡의 느낌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재범이 굴곡진 삶을 살아왔던 중년 남성이라면 박건호는 오랜 첫사랑과 헤어진 뒤 아파하는 청춘 같았다.

그런데 원곡을 수없이 들으며 익숙해진 이재범의 목소리보다 박건호의 목소리에 심장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 노래가 원래 이런 느낌이었던가.

이수아는 홀린듯 마이크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박건호의 감성을 좇아 목소리를 끌어냈다.


너 떠나고~ 너의 미소, 볼 수 없지만

항상 기억할 게 너의 그 모든 걸~


박건호와 이수아가 만들어 낸 새로운 하모니가 문을 타고 흘러나갔다.

“와우.”

스탠바이를 알리러 나왔던 이상규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BJ 창민의 매니저로 지내며 수많은 가창을 들어 왔지만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노래가 좋았다.

마음 같아선 끝까지 들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조급함에 먼저 방송을 켠 BJ 창민 때문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본방으로 들어야겠다.”

후렴구가 끝나길 기다린 뒤 이상규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일찍 왔죠? 약속대로 방송은 30분부터 시작이니까 어디 가지 말고 기다리세요. 3만 명 찍고 갑시다!”

BJ 창민의 개인방송이 재개됐다.

“대박. 지금 2만 4천 명이나 보고 있어요!”

시청자 수를 확인한 이상규가 호들갑을 떨었다.

“2만 4천 명이면 많은 거예요?”

“엄청 많은 거죠. 평소에는 1만 명 정도 보거든요.”

“그럼 3만 명까진 무리 아니에요?”

“솔직히 3만 명 넘긴 적 별로 없는데······ 오늘은 왠지 가능할 것 같아요.”

이상규의 바람대로 방송 시간 1분을 남기고 시청자 수 앞자리가 3으로 바뀌었다.

“좋았어!”

BJ 창민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일단 판은 제대로 깔렸다.

이제 남은 건 시청자들의 궁금증과 기대를 환호와 감동으로 바꿔 줄 최고의 무대.

“둘 다 준비됐지?”

BJ 창민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그러자 박건호와 이수아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내 방송 시청자들 은근 깐깐하니까 정신 바짝 차려라.”

BJ 창민이 슬쩍 겁을 주었다.

이런 무대는 시작이 중요했다.

첫 소절부터 제대로 분위기를 타지 못하면 노래 잘하는 참가자들에게 익숙한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기 어려웠다.

하지만 박건호는 걱정하지 않았다.

먼저 부르는 건 자신이 아니라 이수아였다.

그리고 이수아는 자칭 무대 체질로 불렸던 자신이 보기에도 강심장이었다.

예상대로 전주가 끝나자 이수아는 담담히 입술을 뗐다.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내가 원한 너였기에~


청아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울렸다.

순간 소란스럽던 채팅창이 뚝 하고 멈춰 섰다.

이수아의 첫 마디에 다들 홀려버린 것이다.

‘대단하다 진짜.’

박건호도 반쯤 질렸다는 눈으로 이수아를 바라봤다.

박정연의 감성에 집중하는 이수아에게 지지 않기 위해 이재범스러움을 버렸는데 이수아도 보란 듯이 박정연의 감성을 벗어 던져버렸다.

‘정신 차리자, 박건호.’

폭발한 채팅창에서 눈을 떼며 박건호는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모든 감각을 이수아가 전달하는 감정에 집중했다.

이수아의 파트가 끝나가자 채팅창도 다시 고요해졌다.

과연 검은 모자는 얼마나 잘할까.

3만 명의 시선이 박건호를 향해 몰려들었다.

덩달아 긴장이 풀린 듯 이수아의 끝 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박건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너의 눈물 속에 내 모습~ 아직까지 남아 있어~”


보란 듯이 덤덤한 얼굴로 노래를 이어받았다.

순간 채팅창이 다시 한번 폭발했다.


└만식(Manssic94) 오오!

└곰탕나라(jwujg135) 잘하는데?

└[CM] 낙(kwjljlk73) 와우

└97724(mjkljlak) 헐, 대박.

└어글어글(aggro89214) ???? 이 목소리 무엇?

└배나온고양이(gkjslkah) 잘하네

└의지의 한국인(sehklkj24) 좋다~


전체적인 반응은 감탄보다 놀라움에 더 가까웠다.

BJ 창민도 눈을 부릅뜨고는 박건호를 돌아봤다.

처음 박건호가 듀엣곡을 제안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 BJ 창민은 내심 영악하다고 생각했다.

서로 한 곡씩 부르다 보면 이수아 쪽으로 반응이 몰릴 테니 듀엣곡으로 적당히 묻어가려는 거라 여겼다.

한편으로는 이해도 갔다.

이수아는 길거리 노래방 역대 참가자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힐 정도의 실력자였다.

노래를 지나치게 잘해서 주작 논란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런 이수아를 상대로 정공법으로 이기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여겼다.

그러나 이수아의 노래를 자연스럽게 받아 부르는 박건호는 자신과 함께 무대를 뛰어다니던 박건호가 아니었다.

어제의 박건호가 에너지가 넘쳤다면.

지금의 박건호는 감성이 충만했다.

채 2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춘 거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이수아의 감정을 하나도 흐트러뜨리지 않고 이어갔다.


너 떠나고~ 너의 미소~ 볼 수 없지만~


이수아에서 박건호로 이어진 감동은 후렴구에서 폭발했다.

“······!”

BJ 창민은 방송 중이라는 사실도 잊고 입을 쩍 벌렸고.


└mild77(wlfqjf928) - !!!!!!

└최고다(cjllwjjkg) - !!!!!

└사랑꾼(ljlkjql) - !!!!!

└97724(mjkljlak) - !!!!!!!!!!


채팅창은 충격과 전율을 의미하는 느낌표로 도배가 됐다.

덩달아 별사탕도 미친 듯이 터졌다.


[CM] 낙(kwjljlk73) 님이 별사탕 10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키긱키킥(zzskdh2) 님이 별사탕 200개를 선물하셨습니다.

[CM] 베스트(vkjljklw) 님이 별사탕 777개를 선물하셨습니다.

곰탕나라(jwujg135) 님이 별사탕 55개를 선물하셨습니다.


1절이 끝나기도 전에 5만 개를 넘어서더니 노래가 끝날 때 즈음 15만 개를 돌파했다.

“뭐, 뭡니까 이건?”

뒤늦게 정신을 차린 BJ 창민이 누적 별사탕을 확인하고는 다시 한번 입을 찢었다.

특급 게스트를 초대해서 대여섯 시간 방송해야 겨우 벌어들일 수 있는 별사탕을 고작 4분 만에 얻은 것이다.

수수료를 뗀 환전 금액만 1,200만 원.

‘크흐흐흐.’

BJ 창민은 삐쳐 오르는 입꼬리를 힘껏 억눌렀다.

그러고는 오른쪽 가슴을 쥐어 잡으며 앓는 소리를 냈다.

“이거 모처럼 제대로 별폭행 당했네요. 지금 거의 빈사 상태라 정신 차릴 시간이 필요한데 수아 씨하고 건호 씨 노래를 더 듣는 건 어떨까요?”

BJ 창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채팅창으로 요청곡들이 쇄도했다.

“수아는 박정연의 꿈에가 제일 많네요. 건호는 어디 보자······ 너를 위해? 오케이. 노래는 이걸로 정하고 누구 먼저 들어 볼까요? 챗 치지 말고 투표 갑시다!”

BJ 창민은 즉석에서 투표창을 열었다.

박건호와 약속한 게 있으니 재대결은 불가능하지만, 투표를 통해 논란을 잠재울 생각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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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04. 놀아볼까?(4) +3 18.11.05 2,143 59 7쪽
» 04. 놀아볼까?(3) +3 18.11.05 2,122 63 8쪽
16 04. 놀아볼까?(2) +2 18.11.01 2,416 56 8쪽
15 04. 놀아볼까?(1) +1 18.10.30 2,595 54 8쪽
14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5) +3 18.10.29 2,591 59 8쪽
13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4) +2 18.10.28 2,578 55 7쪽
12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3) +2 18.10.27 2,704 63 8쪽
11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2) +2 18.10.26 2,853 59 7쪽
10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1) +3 18.10.25 2,940 57 7쪽
9 02. 예전의 내가 아냐(4) +5 18.10.24 2,941 48 9쪽
8 02. 예전의 내가 아냐(3) +1 18.10.24 2,532 42 8쪽
7 02. 예전의 내가 아냐(2) +4 18.10.24 2,726 37 9쪽
6 02. 예전의 내가 아냐(1) +3 18.10.24 2,881 52 9쪽
5 01. 어떤 하루(4) +3 18.10.24 2,867 53 9쪽
4 01. 어떤 하루(3) +3 18.10.24 3,064 57 10쪽
3 01. 어떤 하루(2) +3 18.10.24 3,216 55 10쪽
2 01. 어떤 하루(1) +4 18.10.24 3,849 54 10쪽
1 Prologue - 돌아오다 +3 18.10.24 4,996 6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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