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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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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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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68

작성
18.11.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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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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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04. 놀아볼까?(5)

DUMMY

톱스타? 가즈아! 019화



04. 놀아볼까?(5)



이수아가 생긋 웃으며 방을 나섰다.

덩달아 박건호와 BJ 창민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졌다.

“돈 만한 피로 회복제가 없지.”

“그러게요. 저도 봉투 받으니까 피곤이 싹 가시는데요?”

“그럼 어떻게, 심야 방송 갈까?”

“사장님, 저도 먼저 가 보겠습니다.”

“농담이야, 인마. 그리고 넌 뒤풀이 가야지. 수아도 없는데 너까지 빠지면 어떻게 해?”

“저 진짜 피곤하다니까요.”

“그럼 딱 정해. 추가로 심야 방송 2시간 할 건지. 아니면 뒤풀이 얼굴만 비칠 건지.”

“심야 방송 2시간 하고 형이랑 인연 끊을게요.”

“뒤풀이가 그렇게 싫어? 이런 게 다 인맥이라니까 그러네.”

BJ 창민이 답답하다는 투로 말했다.

인기 BJ 중에는 연예 기획사에 소속된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과 친하게 지내다 보면 새로 기획사를 구하기도 쉬울 터.

일일이 오디션 보러 다니는 것보다는 백배 효율적이었다.

박건호도 그 사실을 모르는 바 아니었다.

솔직히 예전이었다면 BJ 창민의 제안을 넙죽 받았겠지만.

새로 시작하기로 마음먹은 지금은 달랐다.

“일단 학원 좀 다니고요. 지금 상태로는 오디션도 무리에요.”

“그러니까 기획사부터 찾고 트레이닝 받으면 좋잖아?”

“그럼 더블에스 꽂아 줄 수 있어요?”

“짜식이, 꿈도 크네. 더블에스를 내가 어떻게 꽂아주냐?”

“솔직히 그 정도 아니면 관심 없어요. 저 더블엑스에서만 7년이라니까요.”

“어휴, 얄미운 놈.”

“대신 다음에 둘이 한잔해요.”

박건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BJ 창민도 어쩔 수 없다며 차 키를 집어 들었다.

“가자. 내가 태워다 줄게.”

“괜찮아요. 택시 타면 돼요.”

“이럴 땐 그냥 고맙다고 하면 되는 거야.”

“그럼 그냥 택시비를 주셔도 되는데요.”

“택시비를 주기 싫어서 이러는 거란 생각은 안 하냐?”

박건호와 BJ 창민은 티격태격하며 차에 올랐다.

BJ 창민의 차는 벤츠 S클래스.

이제 막 30대로 접어든 BJ 창민이 타고 다니기에는 조금 과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BJ 창민의 생각은 달랐다.

“너 나중에 데뷔해서 돈 벌면 말이야. 일단 차부터 하나 질러라. 알았지?”

“형. 저 장롱면허에요.”

“그러니까 좋은 차 타야지. 운전도 서툰데 평범한 차 타 봐. 그것도 민폐다 너?”

“그럼 형도 운전이 서툴러서 좋은 차 타는 거예요?”

“야, 인마. 형은 베스트 드라이버지. 내가 운전병이었다고 말 안 했냐?”

BJ 창민은 정말로 베스트 드라이버였다.

규정 속도 준수하고.

신호 꼬박꼬박 지키고.

앞차와의 간격도 널찍이 유지하고.

비싼 차가 잘못되기라도 할까 봐 마지막까지 안전운전을 잊지 않았다.

“형, 진짜 운전병 맞아요?”

“짜식이, 뭘 모르네. 악셀만 미친 듯이 밟는다고 운전을 잘하는 게 아냐.”

“그럼요?”

“브레이크를 최대한 밟지 않는 게 진짜 프로다.”

집 앞 골목으로 들어서며 BJ 창민은 군 시절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자신이 몰던 차 안에서 대대장이 코를 골며 숙면을 취했다는 이야기부터 시작해 운전을 너무 잘해서 포상만 몇 번을 받았다는 이야기까지.

딱히 궁금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한참이나 떠들어댔다.

“건호, 너는 땅개라고 했지?”

“네. 형이 꿀 빠는 동안 저는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 다녔죠.”

“짜식이, 운전병 무시하냐?”

“무시는 형이 먼저 한 거 같은데요.”

“암튼 군대 다녀온 거 잘했어. 난 스물다섯까지 버티다가 군대 갔다 왔잖아.”

군대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인생 이야기로 흘렀다.

“형이 어제 말했지? 너하고 나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BJ 창민은 박건호처럼 괜찮은 기획사에서 아이돌 가수를 준비하다 포기했다.

이후 인디 밴드에서 활동하다가 연예인의 꿈을 접고 입대를 결정했다.

아이돌 연습생에서 시작해 도망치듯 군대에 들어간 것 까지.

두 사람의 인생은 놀랍게도 닮아 있었다.

그래서일까.

BJ 창민은 제대 후 새로운 선택지 앞에 놓인 박건호가 남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제대하고 나니까 한동안 멍하더라. 이제 뭘 하고 살아야 할까. 나는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뭔가는 해야겠는데 뭘 해야 할지는 모르겠고. 2년이라는 공백은 크게만 느껴지고. 아마 지금의 너도 비슷할 거라고 본다.”

박건호는 묵묵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짓궂게 말장난으로 받아치기에는 BJ 창민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곡을 찔렀다.

“군대 갔다 오면 새 출발을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되더라. 군대 가기 전에도 안 되던 일을 제대 후에 다시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걸 아는데 쉽게 포기가 안 되더라고. 그래서 한 1년 정도 더 해봤는데 안 되겠더라.”

“목이요?”

“목도 목이지만 더는 현실을 외면하기가 어려웠어. 부모님 뵐 면목도 없었고.”

“뻔한 스토리네요.”

“당연히 뻔하지. 어쩌면 패배자의 변명일지도 모르고. 그러니까 너는 나처럼 되지 마. 알았어?”

BJ 창민이 박건호의 어깨를 손등으로 툭 하고 쳤다.

인생 선배랍시고 누군가에게 조언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지만, 박건호는 계속해서 자신의 꿈을 좇아가길 바랐다.

“형 따라서 개인 방송할까 했는데 하지 말까요?”

“짜식이. 누구 밥줄 끊으려고 작정을 했나.”

“농담이에요. 솔직히 형처럼 열심히 개인 방송할 자신도 없고요.”

“암튼, 앞으로는 농담으로라도 그런 소리 마라. 이 바닥에 들어올 거면 무조건 서른 넘기고 와. 알았어?”

“그 전까진 꿈에 올인해라, 이거죠?”

“그래. 나야 제대했을 때 스물일곱이었지만 너는 이제 스물둘이잖아. 너 아직 안 늦었어. 그리고 너 재능 있다.”

“제가요?”

“솔직히 길거리 노래방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수아랑 노래 부르는 거 보고 확신이 들었다. 넌 가수 해야겠더라.”

BJ 창민이 단언하듯 말했다.

2년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오늘 박건호의 노래는 좋았다.

그리고 그 공백을 극복할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더 좋은 노래를 부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겼다.

“고마워요. 형.”

박건호는 씩 웃었다.

장난기 어린 BJ 창민의 독려가 그 어떤 말보다 힘과 위로가 됐다.

“그렇다고 너무 가수만 되겠다고 집착하진 말고. 뭐든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일이면 닥치는 대로 해야 해. 네가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네, 형. 명심할게요.”

“연습 열심히 하고 무슨 일 있으면 형한테 연락해. 종종 형 방송도 나오고.”

“결국 목적이 그거죠?”

“그래도 알바 하는 것보다는 내 방송 도와주는 게 낫잖아. 안 그래?”

BJ 창민이 짓궂게 웃었다.

“그야 그렇죠.”

박건호도 부정하진 않았다.

앞으로의 방송이 매번 오늘 같을 수는 없겠지만 4시간 정도 고생해서 목돈을 번다면 어지간한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나을 것 같았다.

골목을 돌고 돌던 차가 박건호의 집 앞에 도착했다.

“여기지?”

“네. 고마워요, 형.”

“말로 때울 생각 말고 조만간 날 잡을 테니까 빼지 말고 나와.”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생각만 하지 말고 나와 인마. 나한테 튕기려면 십 년은 이르니까.”

“알았어요.”

“그리고 건호야.”

“또 왜요?”

“문 살살 열어라. 문콕하지 말고.”

“······.”

BJ 창민의 주문대로 박건호는 조심히 차에서 내렸다.

“그럼 형 간다.”

마치 잠자는 사람들을 깨우지 않으려고 작심이라도 한 것처럼 BJ 창민은 초저속으로 골목길을 빠져나갔다.

“저러다 날 새겠네.”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자동차 라이트를 보며 박건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였다.

지이잉. 지이잉.

손에 쥔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어댔다.

발신자는 강진우.

“이 시간이 무슨 일이지?”

잠시 고심하던 박건호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박건호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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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4. 놀아볼까?(3) +3 18.11.05 2,122 63 8쪽
16 04. 놀아볼까?(2) +2 18.11.01 2,416 56 8쪽
15 04. 놀아볼까?(1) +1 18.10.30 2,596 54 8쪽
14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5) +3 18.10.29 2,592 59 8쪽
13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4) +2 18.10.28 2,579 55 7쪽
12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3) +2 18.10.27 2,704 63 8쪽
11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2) +2 18.10.26 2,853 59 7쪽
10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1) +3 18.10.25 2,940 57 7쪽
9 02. 예전의 내가 아냐(4) +5 18.10.24 2,941 48 9쪽
8 02. 예전의 내가 아냐(3) +1 18.10.24 2,532 42 8쪽
7 02. 예전의 내가 아냐(2) +4 18.10.24 2,726 37 9쪽
6 02. 예전의 내가 아냐(1) +3 18.10.24 2,881 52 9쪽
5 01. 어떤 하루(4) +3 18.10.24 2,867 53 9쪽
4 01. 어떤 하루(3) +3 18.10.24 3,064 57 10쪽
3 01. 어떤 하루(2) +3 18.10.24 3,216 55 10쪽
2 01. 어떤 하루(1) +4 18.10.24 3,849 54 10쪽
1 Prologue - 돌아오다 +3 18.10.24 4,997 6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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