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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58
추천수 :
1,045
글자수 :
68,168

작성
18.10.24 16:00
조회
2,867
추천
53
글자
9쪽

01. 어떤 하루(4)

DUMMY

톱스타? 가즈아! 005화



01. 어떤 하루(4)



└mild77(wlfqjf928) 진짜다! 진짜가 나타났다!

└[CM] 낙(kwjljlk73) ㅋㅋㅋㅋㅋ 갑자기 흥미진진!

└최고다(cjllwjjkg) 대박! 창민이 고민 중 ㅋㅋㅋ 미튜브를 탐내다니!

└만식(Manssic94) 저러니까 또 주작 같은데?

└97724(mjkljlak) 주작 타령 좀 그만해라 주작무새야.

└배나온고양이(gkjslkah) 미튜브 수익에 목숨 거는 창민이가 이런 걸로 주작을 할 리가 ㅋㅋㅋ

└[CM] 승리(victory81cm) 창민아, 포기하고 그냥 주작 인정하자 ㅋㅋㅋ 상대를 잘못 골랐어~


실시간 방송 채팅창은 난리가 났다.

BJ 창민이 노래 자랑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우승 상금을 포함해 제작비로 회당 500만 원 이상을 쓰지만, 참가자들의 가창 동영상을 미튜브에 올리면 그 몇 배의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래서 참가자들에게 소정의 참가비를 주며 가창 영상을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 오던 차였다.

그런데 대놓고 미튜브 수익 분배를 요구했으니 BJ 창민의 말문이 막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형! 어떻게 하실 거예요?”

보다 못한 매니저가 다가와 결정을 종용했다.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방송이다 보니 어물쩍 시간을 끌었다간 시청자들의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잠시 박건호를 노려보던 BJ 창민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케이.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정말이죠?”

“저 창민, 방송 중에 한 말은 무조건 지킵니다. 그러니까 제대로 불러 주세요. 아셨죠?”

BJ 창민이 박건호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박건호가 노래라도 잘 불러 주길 바랐다.

박건호는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움켜잡았다.

살짝 끈적한 기분이 손바닥을 타고 전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모처럼 마이크를 드니 한동안 뽐내지 못했던 연예인 지망생 시절의 흥이 끓어올랐다.

“어떤 노래 부를거예요? 참고로 발라드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발라드만 아니면 상관없는 거죠? 그럼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요.”

“네에? 말 달리자요?”

예상치 못한 박건호의 선곡에 BJ 창민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998년에 발표되어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명곡이긴 하지만 솔직히 노래 자랑에 어울릴 만한 선곡은 아니었다.

그러나 박건호는 말 달리자를 부르고 싶었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아이돌 연습생 시절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을 때마다 불러왔던 노래였다.

이 노래를 불러제끼다 보면 오늘 받았던 스트레스도 전부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오케이. 말 달리자. 대신 진짜 잘 불러 주셔야 해요. 아셨죠?”

전주가 시작되는 동안에도 BJ 창민은 걱정을 놓지 못했다.

조작 논쟁으로 실시간 채팅창이 뜨거워진 상황에서 박건호가 무대를 망치면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작 박건호는 심장을 타고 울리는 드럼 비트에 턱을 까닥거리는 여유를 부렸다.

고음역대가 많은 노래는 버겁지만, 애창곡이나 다름없는 ‘말 달리자’는 자신 있었다.


살다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전주가 끝나자 박건호는 마이크를 입에 바짝 가져다 대고 힘껏 노래를 내질렀다.

딱히 기교를 섞지도 않았고 멋을 부리지도 않았다.

애당초 ‘말 달리자’는 잘 부를 필요가 없는 곡이었다.

전 세계를 뒤흔들었던 박재상의 강남 스타일처럼 신나게 부르는 게 포인트였다.

대신 시작부터 모든 걸 쏟아내야 했다.

첫 소절에서 김이 빠지면 마지막까지 그 흥을 끌고 갈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박건호의 첫 소절은 반응이 좋았다.

생목에 가까운 박건호의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리자 관중들의 입가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딱히 잘 부른다는 느낌은 없지만, 신이 나는 목소리였다.

실시간 채팅창에도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CM] 낙(kwjljlk73) 쌩목돋네 ㅋㅋㅋㅋ

└[CM] 승리(victory81cm) 저러다 목 나가는 거 아님? ㅎㅎ

└mild77(wlfqjf928) 그래도 제법인데? 저 노래 저렇게 부르는 게 쉽지 않은데

└97724(mjkljlak) 인정!

└최고다(cjllwjjkg) 린정!

└사랑꾼(ljlkjql) ㅇㅈ!

└[CM] 베스트(vkjljklw) 잘흔다!


박건호가 두 번째 소절을 부르자 몇몇 관중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조마조마한 눈으로 지켜보던 창민도 반응을 보고는 냉큼 보조 마이크를 집어 들었다.


우리는 달려야해!

바보 놈이 될 수 없어!

마아아아아알! 다아아아알! 리이이이이! 자아아아아아!


클라이막스 구간에 이르자 박건호와 BJ 창민은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녔다.

누가 특별히 시켜서 한 게 아니었다.

노래를 부르다 보니 신이 났고 호응이 좋으니 더 까불게 됐다.

그 모습이 어찌나 재미있어 보이던지 룸 소주방 창가에 앉아 술을 홀짝거리던 이들의 시선도 전부 무대로 쏠렸다.

“언니! 저 남자 봐!”

“뭐야? 가수라도 온 건가?”

“일반인인 거 같은데?”

“와아. 되게 잘 논다.”

“그러게. 우리도 저기 갈 걸 그랬어.”

애써 꼬신 여자들의 관심이 엉뚱한 곳으로 향하자 고광열은 애가 탔다.

“미치겠네! 이 자식 왜 안 오는 거야?”

고광열은 잠깐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박건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박건호는 무대 위를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6


“후우······.”

열광적이었던 무대가 끝나고 박건호는 천천히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렇게 신나게 놀아본 게 얼마 만이던가.

땀까지 흠뻑 빼고 나니 왠지 모를 개운함이 밀려들었다.

“목 괜찮아요?”

BJ 창민이 살짝 쉰 목소리로 물었다.

대놓고 말을 하진 않았지만, 박건호의 무대에 감명이라도 받은 얼굴이었다.

“네. 괜찮습니다.”

박건호가 천연덕스럽게 대답했다.

처음보다 목소리가 걸걸하게 변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을 지었다.

BJ 창민은 그런 박건호의 뻔뻔함이 마음에 들었다.

“목소리 쉰 거 같은데?”

“아닌데요?”

“에이, 쉰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그럼 앵콜 가능해요?”

“말 달리자로요?”

“왜요? 자신 없어요?”

“저는 상관없는데······ 그럼 제가 1등인 건가요?”

박건호가 되물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관중들의 호응만큼은 앞서 ‘꿈에’를 멋들어지게 부른 여자보다 나은 것 같았다.

그러자 BJ 창민이 풉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본인이 1등인 것 같아요?”

“아닌가요?”

“와아, 이 당당함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죠?”

“어머니가 어디 가서 기죽지 말고 다니라고 하셔서요.”

“헐, 마마보이세요?”

“좋게 효자로 포장하시죠.”

“어쨌든 심사는 실시간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의 투표로 진행하는데······ 딱히 할 필요가 없을 거 같아요.”

“······?”

“노래 부를 때 반응이 워낙 좋았거든요.”

BJ 창민은 투표를 할 필요가 없다고 확신했다.

실시간 채팅창뿐만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조차 박건호의 열정에 반쯤 넋이 나가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노래 실력을 겨루는 대회라면 박건호보다 더 노래를 잘한 참가자에게 1등을 주는 게 맞았다.

하지만 BJ 창민이 진행하는 길거리 노래방은 노래 실력과 더불어 끼를 겨루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 끼에 있어서 박건호는 모든 참가자를 압도했다.

“축하합니다! ‘말 달리자’를 부른 검은 모자 참가자님! 제85회차 길거리 노래방에서 1등을 하셨습니다!”

BJ 창민이 그 자리에서 1등을 발표했다.

그러자 좌우에서 대기하고 있던 매니저들이 준비한 폭죽을 터트렸다.

“이렇게 얼렁뚱땅 1등을 발표해도 되는 건가요?”

“왜요? 싫어요?”

“아뇨. 좋죠.”

“설마 앵콜이 부담스러운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좋습니다. 그럼 우리 같이 죽어 보죠! 자, 여러분! 다 일어나세요! 달립시다! 오늘 한번 죽어 봅시다!”

BJ 창민의 주도 속에 다시 한번 ‘말 달리자’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아니라곤 했지만, 박건호는 내심 부담스러웠다.

1등까지 했는데 앵콜 곡을 제대로 부르지 못해 망신을 당할까 걱정스러웠다.

그때 독려하듯 머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쫄지 마, 인마. 좀 못 하면 어때서 그래? 신이 아닌 사람이니까 매번 잘할 수는 없는 거야. 그러니까 그냥 즐겨. 그게 남는 거다.’


‘그래. 까짓것 죽어 보자!’

전주가 끝나자 박건호는 마이크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리고 BJ 창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크게 소리쳤다.


살다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

난 모든 걸 알고 있지. 닥쳐!


박건호의 앙칼진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그 노랫소리에 맞춰 수백 명의 관중이 제 자리에서 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박건호는 더욱 힘을 냈다.

아이돌 연습생 시절 그토록 꿈꿔 왔던, 팬들이 가득 들어찬 음악 방송 무대는 아니었지만 이렇게나마 관중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박건호의 심장을 쿵쾅거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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