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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가즈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한지훈
작품등록일 :
2018.10.02 17:37
최근연재일 :
2018.11.06 10:00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54,863
추천수 :
1,045
글자수 :
68,168

작성
18.11.01 22:19
조회
2,416
추천
56
글자
8쪽

04. 놀아볼까?(2)

DUMMY

톱스타? 가즈아! 016화



04. 놀아볼까?(2)



“오케이. 그럼 이렇게 해요.”

잠시 뜸을 들이던 BJ 창민이 결심하듯 입을 열었다.

“솔직히 우승자와 준우승자 불러 놓고 재대결 각 잡는 건 매너 없는 짓이니까 일단 듀엣곡부터 한번 들어 봅시다. 알죠? 혼자 부르는 것보다 둘이 부르는 게 더 어렵다는 거.”

BJ 창민의 한마디에 채팅창의 여론이 바뀌었다.


└[CM] 승리(victory81cm) 오, 그거 좋은 생각.

└최고다(cjllwjjkg) 굿! 굿!

└사랑꾼(ljlkjql) 듀엣 좋다! 가즈아!

└어글어글(aggro89214) 미친, 뭔 뜬금없이 듀엣이야?

└노래사랑(klfjhqkj) 듀엣 ㄱㄱ

└[CM] 승리(victory81cm) 올, 기대기대


“그럼 준비 시간이 필요하니까 여기서 잠깐 끊고 갈게요. 30분 있다가 다시 방송 켤 테니까 어디 가지 마요. 알았죠?”

BJ 창민은 냉큼 방송을 끄고 새로운 공지를 올렸다.


[방송 안내]

85회차 길거리 노래방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펼치는 특급 하모니!

8시 20분에 방송 켜고 30분에 방송 시작합니다.

무대는 순삭인 거 아시죠?

다들 늦지 마세요.


공지가 오르자마자 실시간으로 댓글들이 쏟아졌다.

여전히 재대결을 원하는 이들이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는 듀엣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압도적으로 많아 보였다.

“살았다.”

BJ 창민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재대결 문제로 채팅창이 발칵 뒤집힐 때까지만 해도 오늘 방송은 망했다 싶었는데 기사회생한 기분이었다.

“그런데 건호하고 수아는?”

“방금 둘이 연습한다고 나갔어요.”

“그래? 무슨 노래 부른데?”

“그건 비밀이라는데요?”

“내 방송인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에이, 형. 방해하지 말래요.”

“방해 안 하고 듣기만 하면 되잖아?”

말리는 이상규를 뿌리치고 BJ 창민은 냉큼 밖으로 나갔다.

때마침 옆방에서 낯익은 전주가 흘러나왔다.


이재범과 박정연이 함께 불렀던 사랑보다 깊은 상처.


“이 노래를 하겠다고?”

BJ 창민이 씩 웃었다.

일단 선곡 자체는 마음에 들었다.

실력 있는 보컬리스트들에 대한 갈망이 큰 시청자들의 특성상 제대로만 부른다면 먹힐 가능성이 높았다.

“건호가 또 살짝 허스키하니까.”

BJ 창민은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다시 방송실로 들어갔다.

길거리 노래방 최고의 가창력을 선보였던 이수아와 최고의 열정을 선보인 박건호의 콜라보레이션이 벌써부터 기대가 됐다.

“너의 눈물 속에 내 모습~”

박건호도 시청자들의 기대치를 맞추기 위해 이재범과 비슷한 음색을 만들었다.

평소보다 굵게.

조금 더 남성적이고 야성적인 맛이 살도록.

더블엑스 연습생 시절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기 위해 다양한 가수의 모창을 따라 했으니 특별히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수아는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건호 씨. 원래 목소리가 그래요?”

“왜요? 좀 이상해요?”

“좀 억지로 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요.”

“아무래도 원곡의 느낌이 강한 곡이라 이재범스럽게 불러 봤는데 별로예요?”

“솔직히 말해도 되요?”

“누나가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무서워지는데요.”

“나쁘진 않아요. 그런데 건호 씨가 자꾸 억눌러서 부르니까 저까지 기운이 빠지는 느낌이에요.”

“아······.”

박건호가 멋쩍게 웃었다.

연습 부족으로 고음역대의 성량이 달린 게 이수아의 눈에는 기교적으로 느껴진 모양이었다.

“너 떠나고, 거기서부터만 다시 불러볼까요?”

“좋아요.”

박건호와 이수아는 다시 한번 목소리를 맞췄다.


너 떠나고~ 너의 미소, 볼 수 없지만

항상 기억할 게 너의 그 모든 걸~


벌스 부분을 빼고 곧바로 후렴구로 들어가니 박건호의 목소리에도 다시 힘이 실렸다.

“좋은데요?”

“아까보단 낫나요?”

“네. 건호 씨가 이렇게만 불러준다면 지금의 느낌대로 가도 괜찮을 거 같아요.”

이수아의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박건호가 이재범의 스타일을 제대로만 따라가 준다면 원곡의 감성을 살리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건호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냥 괜찮은 정도인 거죠?”

“왜요? 건호 씨는 별로예요?”

“솔직하게 말하면 제가 노래를 쉰 지 좀 됐거든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잘 부를 자신이 없어요.”

후렴구 직전의 벌스는 구성상 박건호의 파트였다.

그리고 그 부분을 살려 부르다 보면 후렴구 직전에서 호흡이 어긋났다.

최대한 호흡에 신경 써 부른다 해도 지금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그게 고작 괜찮은 정도라면 듀엣곡을 제안한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후렴구 앞부분을 그냥 저 혼자 부를까요?”

“그렇게 되면 느낌이 확 죽을 거예요. 듀엣곡에서는 그 부분부터가 하이라이트잖아요.”

“그럼 지금이라도 곡을 바꿀까요? 건호 씨가 편한 곡으로요.”

“아뇨. 듀엣곡은 제가 고집했으니까 누나가 익숙한 곡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BJ 창민이 연습으로 준 시간은 고작 30분에 불과했다.

그중 10분이 지났는데 이제 와 다른 노래를 찾는 건 너무 늦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노래를 바꾸고 싶지도 않았다.

‘내가 이 노래를 얼마나 많이 불렀는데······.’

이수아가 박정연의 노래에 빠져 살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게 바로 사랑보다 깊은 상처였다.

월말 평가 때 듀엣 미션이 나오면 마음에 드는 연습생 친구와 함께 꼭 사랑보다 깊은 상처를 불렀다.

실력도 뽐내면서 사랑도 쟁취하고.

매번 성공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여자 연습생들의 방심을 흔든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그냥 괜찮은 정도라니.

‘이 누나 실수하네.’

다시 간주가 시작되자 박건호는 크게 숨을 골랐다.

그리고 복근을 쥐어짜듯 목소리를 끌어 올렸다.


너 떠나고~ 너의 미소, 볼 수 없지만

항상 기억할 게 너의 그 모든 걸~


하지만 신경 써서 불러도 한창 목소리가 좋았을 때만큼의 실력은 나오질 않았다.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그뿐.

2년이라는 공백을 하루아침에 따라잡는 건 어려워 보였다.

박정연의 감성에 충실한 이수아도 부담스러웠다.

이수아와 함께 원곡의 느낌을 살려 부른다 해도 전체적인 평가에서 밀릴 것 같았다.

‘그래. 그냥 내 스타일대로 가자.’

잠시 고민하던 박건호는 이내 작전을 바꿨다.

그리고 이수아에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맞춰보자고 말했다.

“건호 씨,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에요?”

“이 정도는 괜찮아요.”

“여기서 연습 더 하면 목이 상할 거 같은데······.”

“그래서 조금 다르게 불러보려고요. 괜찮죠?”

“나는 괜찮으니까 편하게 불러요. 건호 씨.”

이수아의 표정이 걱정스럽게 변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전주가 흐르고 자신의 파트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감정을 가다듬고 노래를 시작했다.


“오랫동안 기다려왔어~ 내가 원한 너였기에~”


‘이 누나 너무하네.’

박건호는 쓴웃음이 났다.

이쯤 됐으면 한 번 봐줄 만도 하건만.

마지막이라는 말 때문에 오히려 더 전력을 다하는 느낌이었다.

“후우······.”

마이크를 입에서 떼고 길게 숨을 골랐다.

이대로 이수아의 분위기에 끌려가는 건 위험했다.

원곡 느낌대로 간다면 이수아를 이길 방법이 없었다.

‘오버하지 말고 담담하게 가자. 담담하게.’

박건호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이수아의 파트가 끝나자 몸에 힘을 빼고 내뱉듯 첫 마디를 시작했다.


“너의 눈물 속에 내 모습~ 아직까지 남아 있어.”


스피커를 타고 담담한 목소리가 울렸다.

순간 이수아의 입가가 파르르 떨리며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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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4) +2 18.10.28 2,579 55 7쪽
12 03.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아(3) +2 18.10.27 2,705 6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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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2. 예전의 내가 아냐(3) +1 18.10.24 2,533 42 8쪽
7 02. 예전의 내가 아냐(2) +4 18.10.24 2,727 37 9쪽
6 02. 예전의 내가 아냐(1) +3 18.10.24 2,882 52 9쪽
5 01. 어떤 하루(4) +3 18.10.24 2,868 53 9쪽
4 01. 어떤 하루(3) +3 18.10.24 3,064 57 10쪽
3 01. 어떤 하루(2) +3 18.10.24 3,216 55 10쪽
2 01. 어떤 하루(1) +4 18.10.24 3,849 54 10쪽
1 Prologue - 돌아오다 +3 18.10.24 4,999 6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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