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학교재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최근연재일 :
2023.06.17 23:20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075
추천수 :
10
글자수 :
205,422

작성
23.06.06 23:30
조회
19
추천
0
글자
9쪽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DUMMY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입 닫고, 제가 실종자 찾아내는 모습이나 잘 지켜보라고요.”


일그러진 조율의 표정을 보니 속이 시원했다.


아까부터 계속 비시털더니, 드디어 한방 먹였다.


“최아린...”


“누나라고 불러.”


순간 내가 호칭을 고민한걸 눈치챈 최아린이 말했다.


“최아린 누나를 부른것도 그런 이유였겠죠.”


한번 까놓고 그냥 있는 그대로 솔직히 말해보자.


헬퍼들 중에 남자가 많을까, 여자가 많을까?


‘남자지.’


그리고 가출 청소년들 중 헬퍼에게 주워질 가능성이 높은게.


여학생일까 남학생일까?


‘여학생이지.’


헬퍼. 가출 청소년들을 돕는 사람들.


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아청법 따위 무시하고 자기들 더러운 욕망이나 채우려는 잠재 범죄자들이다.


진정한 헬퍼는 여중생들 데려다가 2달동안 공부만 시킨 그 일본 아저씨뿐.


그러고보니 그 아저씨, 남학생들도 데려다가 공부시켰었다면서?



[ 몇 살이야? ]


[ 어디야? ]



뭐 그렇다고 해도, 일반적인 절대 다수의 헬퍼들은 여전히 이모양이다.



[ 일할 생각 있어? ]



무엇보다 헬퍼들을 따라간 조서현 자체가 여학생이지 않은가.


굳이 저딴 이유를 붙이지 않아도 저런 놈들한테 빠르고 확실하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협조가 필요한건 분명하다.


우리같은 남학생들이 도움 요청해봤자 기다리는 결말은 염전노예나 원양어선뿐이니까.


그래서 조율은 최아린을 끌여들인거다.


“자기 대신 헬퍼들한테 좀 접촉해달라고.”


...한심한 놈.


아무리 그래도 한 사람이 실종된 사건이다.


그런데 자기 대학 잘가자고 이따위로 이용하려 들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조율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틀리긴 뭐가 틀려요? 결국 한사람 사지로 몰아넣어서 이용하려는건 똑같은데.”


“네가 말하는 것들, 다 사실이긴 해.”


그는 빠르게 충격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그건 부차적인, 아니. 내가 이 사건에 매달리는 이유 축에도 끼지 못해.”


“그걸 믿으라고요?”


“내가 이 사건에 매달리는 진짜 이유...조서현은...”


조율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내 여동생이다.”


...뭐라고?


내가 지금 제대로 들은게 맞아?


조서현이, 조율 여동생이라고?


“그래서 너희 부장한테 도와달라고 했던거야.”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가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으리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그걸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들어온 한가지 충격적인 사실을 해석하느라 바빴으니까.

그 충격적인 사실이 온몸을 뱀처럼 휘감는 느낌이 들었다.


“여동생이요?”


앞뒤가 안맞는건 아니었다.

조서현은 2학년이고 조율은 3학년이고...두 사람 모두 조씨고...


하지만 전혀 생각도 못했던 반전에 나는 충격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그...그럼, 그 편지는?”


자기 여동생이 납치당할 위기에 처했다는데, 왜 그걸 알리지 않은거지?


“경찰에는 왜 안알렸어요?”


“알리려 했다. 근데...너도 봤잖아.”


녹슬어가는 책상과 아무도 오지 않는 청소년부 사무실.

그리고 낡아 삐걱거리는 <청소년부> 라는 자랑스러운 팻말.


“경찰에 뭘 기대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혼자 해결하시려고 한거였어요?”


“괜히 어설프게 쑤시다가 다 꼬리 자르고 숨어버릴 수 있으니까.”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우리나라 정부와 경찰을 믿어라.


라고 하기에는 이미 나도 본게 있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강력범죄, 청소년 사건만이라도 학교에 위탁해 인원낭비를 줄이려 한 결과가 이거였다.


‘여학생 실종 사건을 경찰 한명이 혼자서 담당하는거. 그것도 좌천된 사람이.’


죄책감이 들었다.


나 지금까지 무슨 망말을 내뱉은거지?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실종된 여동생 찾으려고 변호사한테 도움 요청하고.

뭐라도 해보려고 전혀 상관도 없는 최아린 같은 사람이라도 끌여들이는 사람한테...


‘자기 좋은 대학 가려고 범인 잡으려는 쓰레기라고 욕한거야?’


얼굴이 화끈거렸다.


와, 죽고싶다.


나새끼 진짜 머리 왜 들고 다니는거지?


상황은 정확하게 맞췄는데 동기를 완전히 틀려버렸잖아.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이야.


“학교에도 알릴 수 없었어.”


그야 그렇겠지.


이미 마약 상단은 교내에 침투해있고, 그들은 조서현을 납치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누가 선량한 학생이고 누가 마피아인지 모른다.


무엇보다 소문으로 정보가 얼마든지 새어나갈 수 있기에 학교에 알리는건 자살행위다.


상대는 사람 납치해서 중국으로 팔아넘기는 놈들에 거대 마약상단.

그리고 우리는? 그냥 평범한 학생들.

우리가 저놈들을 잡으려고 수사한다는걸 상대가 알면 어떻게 될까?


요즘같이 흉흉한 세상에선 양동이에 콘크리트랑 같이 담겨서 강에 빠질지도 모르는 일이지.


“그래서 살짝 불안했었다...근데 안평안은 안온다고 가버리니...”


...그건 확실히 화날만 했네.


여동생 찾는거 도와준댔는데 갑자기 혼자 조사하겠다고 파토내버린거니.


“너한테 막말한건 미안하다.”


그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저도 만만치 않게 막말했잖아요.


“저도 죄송해요.”


“그리고 부탁한다.”


조율의 왼쪽 눈에 투명한 눈물 한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나를 좀 도와줘.”


왼쪽 눈에서만 흐르는 반쪽짜리 눈물은 조율의 부서진 마음을 대변해주는 듯 싶었다.


“염치없는건 알고 있다. 실컷 할만큼 욕해놓고 가족 팔아서 동정심 얻으려 한다고 생각하겠지.”


아니, 저 그렇게까지 심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요.


“그래도 부탁이다. 도와줘라. 그놈들보다 조서현을 먼저 찾아야 한다.”


하. 잠깐 생각 좀 하자.


이건 굉장히 위험하다.


아니, 그냥 위험한것도 아니고 존나게 위험한거지.


존나게요. 존나게.


아까도 말했지만 이건 벌집에 벌이 아니라 사자들이 들어가 있는거라고 봐야할 정도다.


잘못 건들이면...큰일날 수도 있는 사건.


그건 누가 책임진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하지만 난.


이미 이 사건에 휘말려버렸다.


‘망할.’


피고인 조서현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


그녀가 사라지기 직전의 모습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


그게 나다.


경찰은 내가 아는게 없다는 사실을 안다.


하지만, 저놈들은 그걸 알까?


안다고 해서 그걸 믿을까?


‘나도 길가다가 납치당하는거 아니야?’


괜히 불안해졌잖아.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려서는...


조서현을 찾기 위해서 나를 잡아놓고 심문할 수도 있는 놈들이다.


내가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한다고 해도, 그걸 믿을거라는 보장도 없고.


무엇보다 그 다음에 나를 무사히 놔준다는 보장도 없었다.


“...알겠어요.”


그렇다면 여기서는 같이 싸울 동료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게 중요하다.


그래야 내가 잘못되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보험이 생기니까.


“도와드릴게요.”


덤으로 여동생 찾는걸 도와주면서 조율한테 빚을 만들어둘수도 있겠지.


결국 이미 한쪽 발을 걸치고 있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하나밖에 없었다.



**



우리는 자리를 바꾸어 앉았다.


이제 조율의 노트북 앞에 앉아있는 것은 최아린이었다.


그녀는 타자를 치며 새 SNS 계정을 만들고 있었다.


이름은 아링.


“내가 아린이니까 아링으로!”


라면서 혼자 신나게 정한 이름이었다.



[ 이제 돈도 다 떨어졌는데ㅠㅠ 오늘은 또 어디서 자야하지...하...ㅠㅠㅜ

#가출#청소년#헬퍼#도와줘요#원상시#원상고#무서워ㅠ ]



태그까지 아주 완벽하네.


“한 삼일동안 연락이 안되는걸 보면 헬퍼한테 잡혀서 이용당하고 있을거야.”


최아린이 말했다.


근데 어떻게 되먹은 인맥이길래 그런걸 물어봐?


“그러니까 일시켜준다는 애들부터 한번 쫙 훑어보자고.”


“꽤 잘 아시네요?”


내가 최아린에게 말했다.


“내 친구가 헬퍼랑 같이 살 정도인데 말 다했지.”


최아린은 배달시킨 햄버거를 한입 베어물며 말했다.


“집에서 혼자있을 때면 가끔씩 이런 가짜 계정 만들어서 외롭다고 올렸거든.”


그럴때마다 이런 놈들이 꼬이더라고. 라며 담담하게 말하는 최아린이었다.


인맥으로 대형 헬퍼들을 조사하고, 헬퍼 집에서 납치 계획서 주워오고, 집에서는 헬퍼들이랑 랜덤채팅이라니.


최아린 당신, 도대체 어떤 인생을...


“아마 5분 안에 바로 몰려들걸?”


그녀가 장담했다.


우리 세 사람을 아무런 말 없이 햄버거를 먹기 시작했다.


각자 저마다의 생각을 하던 도중.


띠링-


하는 소리가 노트북으로부터 울려퍼졌다.


“봤지?”


최아린이 소리쳤다.


“금방 왔...”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띠링.



[ 새 메시지가 157개 도착하였습니다. ]



허, 이것들봐라?



[ 어디야? ]


[ 학교에 있어? ]


[ 왜 집 나왔어 위험하게. ]


[ 교복 입고 있어? ]


[ (사진을 보냈습니다.) 기프티콘이야~ 이거부터 받아. ]


[ 혹시 도움 필요해? ]


[ 일할 생각 있어? ]


[ 몇 살이야? ]


[ 요즘 세상이 얼마나 위험한데 가출을... ]



아주 발정난 놈들 투성이네?



[ 전확 가능? ]


[ 학생,,집나가면,,,,고생이야,,,아저씨가... ]


[ 우리 집 올래? ]



[ 지금 혼자 있어?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학교재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주. 23.06.18 13 0 -
48 48화. 재판(7) 23.06.17 12 0 10쪽
47 47화. 재판(6) 23.06.16 15 0 9쪽
46 46화. 재판(5) 23.06.14 16 0 9쪽
45 45화. 재판(4) 23.06.13 16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21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8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20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5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7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6 0 9쪽
»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20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9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5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8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8 0 9쪽
33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21 0 9쪽
32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8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6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6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7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4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7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5 0 9쪽
25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4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7 0 10쪽
23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21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8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3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8 0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