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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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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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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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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7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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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연애금지구역(12)

DUMMY

28화. 연애금지구역(12)



“그렇지 않나요? 피해자 김지한님.”


이제 재판의 마지막 장에 도달했다.


이 이야기의 끝이 다가오는게 느껴졌다.


“...”


김지한은 조용히 날 바라볼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지한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받은 이후 증인에게 연락하여 현재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였습니다.”


나는 그를 기다리지 않았고 곧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피고인이 바람을 피웠다는 말은 없었으며 단지 피고인과의 대화를 위해 찾아가야겠다고만 적혀 있었죠.”


최아린은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피고인이 바람을 피우지 않았기에 김지한은 그 이야기를 하지 않은겁니다. 정확히는 못한거죠.”


어째서인지 내 생각을 꿰뚫어보는 것 같은 눈빛이었다.


“증인.”


내가 최아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증인의 휴대폰을 잠시 보여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지한이랑 톡한거 보려는거지?”


“잘 아시네요.”


쭉 뻗은 내 왼손에 최아린의 휴대폰이 올려졌다.


“잠금 풀어주십시오.”


“아, 미안!”


곧 다른 학생회 학생이 다가왔고 김지한과 최아린의 대화 내용을 읊어주었다.


내용은 최아린이 지금까지 말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혜진이 학교재판에 회부되었고, 자신이 다친 이유에 대해 거짓 증언을 부탁하는 내용.


“...그리고 마지막 문자는 [ 너도 우리랑 같이 말 좀 맞춰줘라. 부탁한다. ] 라고 되어있습니다.”


최고의 사나리오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물론 지금처럼 우리에게 유리한 증거가 나온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지만 톡에서 특별한게 나오지 않아도, 최아린이 휴대폰을 건내주지 않아도 솔직히 난 상관없다.


어차피 내 목적은 최아린을 심문하는게 아니라 시간을 끄는거니까.


그걸 알기에 최아린은 간단하게 포기하고 휴대폰을 넘겨준거다.


그리고.


“미안! 지한이가 부탁을 해서 그랬어!”


빠르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포기가 빠른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겠지만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어차피 거짓 증언한게 들킨 이상 그냥 인정하고 선처를 바라는게 현명하니까.


“나랑 자기가 같이 있는걸 혜진이가 보고 오해했다고 말해달라 그랬었어.”


“증인, 하지만 그것은 거짓 증언입니다.”


“알아요. 죄송합니다.”


“어쨌든 중요한건 피해자와 증인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받은 적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사건 당일 두 사람이 싸운 이유는 따로 있겠군요.”


판사가 말했다.


“맞습니다.”


내가 간결하게 대답했다.


이것만으로도 굉장한 수익이었다.


아무래도 오늘 안에 확실히 승부를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저 이만 들어가볼게요?”


최아린이 말했다.


“나중에 학생회에서 따로 연락이 갈겁니다. 지금은 들어가보십시오.”


판사가 말했다.


최아린은 천천히 몸을 돌려 법정을 빠져나갔다.


난 잠시 나를 위기에 빠트린 여자의 등을 바라보았다.


저 사람이 계속해서 말하지 않았다면 난 검사도 아니고 저 최아린이라는 증인에게 패배했을거다.


하지만 결국 내가 이겼다.


‘노을이다.’


붉게 물든 하늘과 구름.


하루 중 그 어느때보다도 밝게 빛나는 듯한 태양이 대지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힘들었다.


증인한테 쓸모없는 질문들이나 쏟아내면서, 이 순간까지 기다리느라 정말 힘들었다.


“재판장님, 저희 변호측은 마지막 증인을 요청합니다.”


난 저 노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공식.


그 공식이 완성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감동적이고 아름다운 노을이니까.


나는 가람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올라오는구나.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줄 증인이.


“이번 재판에서 가장 중요한 증인인.”


나는 휴대폰을 다시 가람 누나에게 돌려주었다.


곧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교실 문이 열렸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 문으로 향했고.


문턱을 넘어, 두 사람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한명은 우리 변호사 동아리 담당 선생님이신 이은혜 선생님.


그리고 또 한명은 이번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하여 증언을 해주실.


“피고인 이혜진의 부모님이십니다.”


“부모님?”


방청객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시작되었다.


은혜 선생님은 조용히 부장의 옆자리에 앉았고, 이혜진의 어머니만이 당당한 발걸음으로 법정을 걷고 있었다.


곧 그분은 증인석에서 멈춰섰고.


“선서.”


오른손을 든 채로, 증인 선서를 시작했다.


“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를 말하고 만일 거짓이 있다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잠시만요.”


판사가 말을 끊었다.


“부모님이요?”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문제 있나요?”


내가 되물었다.


“재판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난 이혜진의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분의 표정에 나타난 결연한 의지가 그렇게 든든할 수 없었다.


우리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딸을 위해서 무엇이든 하겠다는 그 결심이.


노을지는 태양보다 더 강하게 타올랐다.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인으로 부를 수 있지 않습니까?”


내가 판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피고인의 어머니. 이 사건에 이분보다 더 깊게 관여되신 사람이라면 당사자인 피고인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알겠습니다.”


판사라고 해도 결국은 학생.


형이라고 해도 결국 19살 고3.


재판에 부모님이 오시는건 좀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


그래도 덕분에 어그로를 확실하게 끈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이혜진의 어머니가 무슨 말을 할지 기대하고 있으니까.


“변호인 그럼, 증인 심문 하십시오.”


“네.”


내가 당당하게 증인석을 향해 걸어갔다.


증인의 뒤쪽에는 각기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선생님들은 학부모의 등장에 긴장하고.


학생들은 재미있어했다.


“증인.”


내가 조용히 말했다.


“피고인, 이혜진과의 관계를 설명해주십시오.”



**



처음 학교재판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신과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안심하기도 했다.


우리 딸이, 혜진이가 조금은 더 안전한 학교에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질 나쁜 놈들이 모두 재판을 통해 처벌되면 더 안전한 세상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재판에 우리 딸이 회부되었다.


죄명이 폭행죄와 상해죄란다.


‘혜진이가...’


혜진이가.


재판을 받는다.


죄를 지었다고...


그 뒤로 5일동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재판 자료는 다시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재판 당일.


최대한 빠르게 온다고 해도 결국 늦었다.


서둘러 법정으로 뛰어올라가던 중, 어디선가 울음 소리가 들려왔다.


그 울음소리가 누구의 것인지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바로 사랑하는 우리 딸, 혜진이의 울음소리였다.


‘혜진아!’


나는 그 소리가 나는 교실 문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딸이 맞았다는데 연애하지말라는 말 어겼다고 화내시진 않을거에요.”


그 말을 듣자 마법에 걸린 듯, 내 손은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미닫이문의 문고리를 잡은 그 상태로.


몸이 굳어버렸다.



**



“전 피고인...그러니까 혜진이 엄마 되는 사람입니다.”


“증...”


“증인!”


내가 이혜진의 어머니에게 말을 걸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내 말이 시작하기도 전에 가람 누나가 먼저 선수를 쳤다.


“증인은 십대의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계십니까?”


가람 누나의 목소리는 상기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모르겠으나.


어째서인지 누나는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십대 땐...아직 연애하기엔 이르다고.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순간 법정의 중심에 서 있는건 내가 아니었다.


법정의 주인공인 사람들은 세 명의 여자.


한가람 누나와 피고인 이혜진.


그리고 이혜진의 어머니였다.


“그래서 증인은 딸인 피고인의 연애를 반대하였습니다. 맞습니까?”


“...맞습니다.”


가람 누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누나에게 증인석 바로 앞자리를 양보해줘야 했다.


내가 양보하지 않았다면 양보당했어야 할테니까.


“중학교 때, 피고인이 비밀연애를 하던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증인은 어떤 조치를 취하셨죠?”


“혼냈지요.”


눈 앞에 있는 것은 18살의 고등학생.


그런 학생이 자신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내는 것도 모자라, 그것을 스스로의 입으로 말하게 만들고 있었다.


우리와 배 이상 나이차이가 나는 저분의 입장에서는.


확실히...기분이 나쁠 수도 있었다.


‘그러니 어머니, 대단하십니다.’


자신의 자존심 따위는 내려놓고, 딸을 위해 증인석에 선 어머니.


그리고 십대에 불과하지만 변호사인 우리를 신뢰해준 어머니.


그럼 이제 우리가 해야할 것은 단 하나.


“그렇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딸에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신뢰에 보답하고.


피고인을 무죄로 만드는 것.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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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재판(7) 23.06.17 12 0 10쪽
47 47화. 재판(6) 23.06.16 15 0 9쪽
46 46화. 재판(5) 23.06.14 16 0 9쪽
45 45화. 재판(4) 23.06.13 16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21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8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20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5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7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6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20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9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5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8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8 0 9쪽
33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21 0 9쪽
32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8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6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6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7 0 10쪽
»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5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7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6 0 9쪽
25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4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7 0 10쪽
23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21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8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3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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