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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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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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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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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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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연애금지구역(7)

DUMMY

23화. 연애금지구역(7)



“그냥 즐겨. 이 재판 자체를.”


내 손을 잡고 있던 누나의 손이 사라졌다.


가까이에서 들리던 숨소리가 멀어졌다.


그 잠깐 사이에 손떨림은 사라져 있었다.


“여기부터는 제가 발언을 이어가겠습니다.”


누나가 발을 움직여 법정의 한가운데에 섰다.


“그러니.”


누나는 마지막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변호사님!”


나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변호사석으로 돌아와 멍하니 법정을 바라보았다.


“아, 그러면 지금 어디까지 말했었죠?”


사람들은 모두 가람 누나의 등장에 당황했다.


하긴. 나조차도 잠깐이지만 놀랐으니 그럴 수밖에.


“지금까지 변호측의 주장이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추측일 뿐이라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아! 그랬군요.”


가람 누나는 천천히 법정 중앙을 돌아다녔다.


얼굴에는 여유로운 미소가 피어올라 있었고.


불리하기 짝이 없는, 패배가 눈 앞에 아른거리는 이 상황에서도 동요따위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확실히 저희의 주장에는 증거가 부실합니다.”


잠시동안 생각에 잠겼던 가람 누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건 이제부터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무슨 말이시죠?”


검사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똘망똘망했던 그의 눈빛에는 한심함이 약 2%정도 첨가되어 있었다.


“주장에 증거가 없는데, 그걸 어째서 조사해야 한다는 말입니까?”


“주장에 증거가 부족하다는건 맞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희 변호측의 주장이 부실하거나 신빙성이 없지는 않잖아요?”


“아까도 말했듯이 지금 중요한 것은 피고인의 행동에 대한 것입니다.”


“아니요. 그렇지 않죠.”


“어째서죠?”


“피고인이 협박당했다면, 그 이전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누나.


누나는 진짜 대단한 사람이야.


사람들은 방금 전까지 법정에 서 있던 나와 가람 누나를 비교하고 있다.


그리고 비교적 철저했던 나에 비해, 아무런 말이나 내뱉는 가람 누나를 보며 한심하게 생각하겠지.


예상치 못한 주장으로 사람들을 놀래켰던 나와 달리.


누나는 계속해서 여유롭게 미소지으며 즉흥적인 논리와 가벼운 말투를 쓰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건 단지 스타일의 차이.


가람 누나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다.


검사는 우리의 주장에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가람 누나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비록 작은 단어일지라도 상대가 캐치한다면 자신에게 치명적인 공격으로 되돌아올 수도 있다.


만약 실수로라도 증거가 없다고 말한다면 그 이후에는 더욱 강한 맹공격이 펼쳐질 테고.


결국 우리가 더욱 불리해진다.


분위기도 저쪽으로 흐르겠지.


하지만 가람 누나와 검사는 모두 그런 틈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것은 절대 운으로 가능한게 아니다.


재능에서 나오는 능력이고, 경험에서 나오는 능숙함이다.


패배가 눈앞에 있는 상황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았고, 즉흥적으로 계속 새로운 추리를 하며 재판을 이어간다?


난 절대 못해.


저건 가람 누나라서 가능한거야.


“피고인이 바람을 피웠다. 당연히 잘못된 행동입니다.”


방금전까지 내가 있었던 자리에, 가람 누나가 서 있었다.


“피고인이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분명히 그 상황에서 굉장히 회를 낼거에요.”


누나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누나가 진심으로 즐거울 때, 누나의 진심이 나올 때마다 나타나는 파스텔톤의 미소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재판을 이용해서 상대를 협박할리는 없죠. 화를 내거나, 상대방을 때릴 수야 있겠지만.”


저 말은 결국 피고인의 행동은 평범하지만 피해자의 행동은 그렇지 않다는 말이겠지.


“그렇지 않나요? 배심원 여러분.”


가람 누나는 배심원들을 바라보았다.


검사한테 말한다면 분명히 반박할 테고.


판사에게 말한다 해도 무언가 답변이 날아올 것이다.


하지만 배심원들이라면 다르다.


그들은 가람 누나의 말에 조용히 집중할 것이다.


그러나 배심원들은 이 재판의 판결을 내리는 사람들.


배심원들에게 이야기를 함으로서 자신의 말이 끊이지 않게 유지하고.


동시에 그들에게 자신을 각인시켜 판결에 영향을 미치도록 만든다.


누나.


누나는 아마 그런 이유에서 배심원들 보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거겠지?


“그러니까 제 결론은 피해자가 피고인을 협박했다는 것에 대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그건 저희에게 조사를 요구하시는겁니까?”


검사가 으르렁댔다.


“아니요? 전 그냥 그러는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이었습니다.”


가람 누나는 검사의 말에 지나칠정도로 밝게 대답했다.


“그래도 검사측의 추가적인 조사도 좋은 것 같습니다. 조언 고마워요.”


누나는 마치 이 재판이 하나의 게임이나 연극인 듯 행동했다.


그 모습은 재판을 즐기는 변호사의 모습.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던 누나였다.


그 때 누나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누나는 슬며시 입모양으로 나에게 말했다.


단 두 어절.


‘즐겨.’


즐겨라.


이 상황을 즐겨라.


지금 상황은 누가봐도 우리가 불리했다.


하지만 누나는 여전히 미소를, 여유를 잃지 않았다.


“그럼 저희 변호측은 해당 사실에 대해 검사측의 추가적인 조사를 요청하는 바입니다.”


진짜 누나는...


누나는 진짜.


‘멋있는 사람이잖아?’


“피고인에게 판결을 내리는 것은 그 다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변호측의 주장에 반대합니다.”


포기하지 않는 것은 검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말했다시피 이 재판의 주요한 논점은...”


“아 알아요. 하지만 그러면 이렇게 생각해보면요?”


가람 누나가 검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저희의 주장이 진짜라면 어떻게 하실거죠?”


“그렇다면 그 주장이 진짜라는 증거를 보여주십시오.”


정희성이 이를 갈며 대답했다.


“김지한이 이혜진을 협박했다는 증거를요! 당사자들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닌가요. 협박을 당하는데 누가 사실대로 말할 수 있을까요?”


누나는 검사에게서 눈을 떼고 다시 법정 안을 걷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피고인이 협박당했다고 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합니다.”


검사는 천천히 가람 누나를 향해 걸어갔다.


“여기서 진실을 밝히면 그대로 무죄를 받고 자신에게 협박을 한 피고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데 어째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것이지요?”


“방금 정답을 말해주셨네요. 피고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겠죠.”


가람 누나가 다가오는 검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요. 그럼 어째서 피고인이 벗어날 수 없는거죠?”


변호사와 눈이 마주치자 검사는 그대로 자리에 멈춰섰다.


누나는 얼굴을 찡그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저희는 그 이유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진짜 고민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마치 연극에서 연기를 하는 것처럼 과장되고 거짓된 표정이었다.


“피고인의 부모님은 피고인이 연애를 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하였습니다. 중학교 때 연애하는 것을 걸렸을 때엔 엄청나게 혼나셨다고 했죠.”


“하지만 이미 재판을 열렸습니다. 피고인으로 기소를 당했고, 이 사실을 부모님이 모르실 수는 없습니다.”


“네. 그렇죠. 하지만 제 말 아직 안끝났습니다.”


바로 직전에 주장이 반박당했다.


하지만 누나는 포기하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것처럼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전 피고인이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트 폭력이라.


그래. 그것도 충분히 말이 되겠네.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어 지금도 사실을 말하면 폭행을 당할까봐 말하지 못하는거죠!”


...아니 잠깐만.


데이트 폭력?


“어때요? 꽤 신빙성 있는 주장 아닙니까?”


나는 옆에 앉아있는 피고인을 바라보았다.


이번엔 피고인에 대한 정보들이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

이름. 이혜진.

나이

]



아니. 이딴건 패스해.


그냥 자리만 차지할 뿐이야.



[ 바람둥이? 그렇다면 상대는? ]



그러고보니 이상하네.


바람을 피우고 있다고 생각만 했지, 그 상대가 누군지는 정확하게 몰라.



[ 협박당하고 있다. ]


[ 연애를 강력하게 반대하시는 부모님. ]


[ 데이트 폭력? ]


[ 거짓말을 하는 중. ]


[ 비밀을 철저하게 숨김. ]



...알았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칭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하였기 때문에 피고인은 남자친구 김지한에게 분노하였고 그를 폭행했다. ]


[ 바람을 피운 여자친구 이혜진에게 분노하여, 그녀가 다시 돌아오라고 협박했다. ]



이 사건은 증언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과 추리를 통해 밝혀낸 진실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는 사건이었다.


대칭은 굉장히 아름다운 모습이고 안정감과 복선 회수라는 쾌감을 선사하지만.


하지만.


증언과 진실이 대칭을 이루어야 한다는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했으나 우리 역시 두 사람의 증언에 휘둘리고 있었다.


두 사람의 증언에 포함되어 있었던 바람이라는 자극적인 단어.


그 단어로 인해서 이 사건의 진실에 바람을 포함시켜 버렸다.


그것보다 더 자연스러운 정답이 바로 옆에 있었는데!


“그만, 그만 하십시오!”


난 곧바로 피고인을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양측의 주장은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 옷 밑에 숨겨져 있던.,


피고인의 피부에 박제된 멍자국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목부근 바로 아래,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선명한 멍자국이 있었다.


“현재 재판이 과열되었으며 재판에 주어진 시간이 모두 흘렀고, 변호측의 말대로 추가 조사가 필요해보입니다.”


그가 판사봉을 천천히 들어올리며 말했다.


“따라서 오늘 재판은 이만 페정하며 5월 재판은 다른 날로 연기합니다.”


탕.


탕.


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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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재판(7) 23.06.17 12 0 10쪽
47 47화. 재판(6) 23.06.16 15 0 9쪽
46 46화. 재판(5) 23.06.14 16 0 9쪽
45 45화. 재판(4) 23.06.13 16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21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8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20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5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7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6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19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9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5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8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8 0 9쪽
33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21 0 9쪽
32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7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6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6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7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4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7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5 0 9쪽
25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3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7 0 10쪽
»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21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8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3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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