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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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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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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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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6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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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연애금지구역(11)

DUMMY

27화. 연애금지구역(11)



“증인을 요청합니다.”


재판이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았았으나 검사측은 곧바로 증인을 불렀다.


정희성은 어떤 증인을 불렀을까.


이혜진의 친구인 김하윤인가?


아니면 함께 사건을 조사한 검사 동료?


그것도 아니라면 김지한 본인일까?


“선서!”


훌륭한 관리 상태를 자랑하는 똑단발과 고양이 같은 눈매.


증인은 바로 어제 만났었던 김지한의 친구 최아린이었다.


“진실만을 말하고, 위증을 할 시 처벌을 받겠습니다!”


근데 왜 갑자기 저 사람을 부른거지?


최아린을 불러서 뭘 하려는 생각인거야.


“그래도 오해가 풀어져서 다행이에요. 제가 불륜녀라니 솔직히 그건 재밌었어요.”


최아린은 누가 질문하기도 전에 혼자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니 근데 지한이는 그냥 가족이죠. 제가 걔랑요?”


그녀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소름끼쳐.”


“증인.”


판사가 말했다.


“근데 또 변호사쪽에서는 혜진이가 그런 불륜녀라고 하네에?”


“증인!”


“변호사 맞아? 바람 피고 남친 다치게 만든 여자라는 얘기잖아.”


순간 탕 하고 짧게 판사봉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증인. 질문에 대답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네. 알겠어요.”


최아린이 목을 돌리며 뼈에서 소리를 내었다.


“검사측, 증인 심문 하십시오.”


“...이미 증인께서는 제가 원하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나는 미심쩍은 눈빛으로 최아린과 정희성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혹시 방금 있었던 돌발행동은, 사실 돌발행동이 아니었던건가?


일부러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서 우리를 공격하려 했던 것일까?


‘아니. 그건 아니야.’


정희성의 얼굴을 보니 확실히 그도 당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최아린은 아니었다.


그녀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나한텐 그게 중요한게 그게 아니다.


‘노을이 질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이길 수 있으니까.


“피고인이 협박당했다는 증거도 없으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다치게 한 것은 분명합니다.”


검사가 말했다.


“그렇기에 저희 검사측은 계속해서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합니다. 그리고 아무래도...저희가 더 이상 심문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판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변호측. 심문하십시오.”


나는 미리 정해둔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너, 이든 맞지?”내가 최아린의 앞에 서자, 그녀가 말했다.


“어제 집에 잘 들어갔었어?”


대답을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무시해야 하나?


“대답 좀 해줘라. 그래도 반가워서 그런건데.”


수상했다.


“전 잘 들어갔죠. 잘 들어가셨어요?”


저 사람과 나의 관계란 별것 없었다.


“나도 잘 들어갔지! 근데 혹시 긴장되지 않아?”


얼굴조차 잘 모르는 사이, 굳이 여기에서 그것도 재판 도중에 저렇게 행동할 필요가 있을까?


“재판이라고 하니까 난 좀 긴장되던데.”


거짓말 하네.


아무리 봐도 긴장한 티가 전혀 안나는데.


아니, 긴장을 커녕 오히려 신난 것 같았다.


“그래도 정식 재판도 아닌데 뭘! 너도 그렇게 긴장하지 마!”


“뭐...긴장이 아예 안되진 않죠.”


“변호인. 증인.”


판사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지금 뭐하시는겁니까?”


아. 좀 조용히 해봐.


지금 생각하고 있잖아.


“이건 재판입니다. 사담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래.


바로 그게 문제라고.


“네 알겠습니다.”


저 사람은 검사측 증인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어떻게 말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검사와 함께 상의했을거고.


하지만 방금전 정희성의 반응을 살펴보면 그도 최아린의 행동에 당황한 듯 보였다.


그 말인즉 최아린이 돌발행동을 했다는건데.


문제는 그 돌발행동이 검사의 심문을 완전히 생략해버리는 행동이었다는거다.


덕분에 검사의 심문 시간은 사라졌고 곧바로 우리 변호사들의 심문 시간이 찾아왔다.


그리고 내 계획은 이 재판을 노을이 질 때까지 질질 끄는 것.


‘내 계획을 알아낸건가?’


아니면 그냥 충동적으로 한 행동인가?


후자라면 다행이지만 전자라면...


만약 내 계획을 예측하고 그걸 망치기 위해서 일부러 검사의 심문 시간을 생략해버린거라면...


그런거라면 위험했다.


계획이 어긋나고, 우리는 곧바로 패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진짜 문제는.


“그럼 첫 번째 질문을 하겠습니다.”


저 사람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겠다는거다.


“재밌겠다. 근데 너무 무섭게는 하지 말아줘 든아.”


최아린이 책상에 몸을 기대며 말했다.


“증인. 증인과 피해자의 관계는 어떻게 되시죠?”


어쨌든 일단 심문은 시작되었고, 나는 시간을 끌어야 한다.


잠시라도 질문을 멈춘다면 그 즉시 심문 시간이 끝난다.


생각하는 동시에 질문을 던지고,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해.


이 심문이 끝난 후에는 바로 마지막 증인 심문이 시작된다.


그러나 노을이 질때가 아니라면, 마지막 증인 심문을 하기도 전에 우리는 지게 된다고.


“방금전에 말했잖아. 그냥 가족이지.”


“진짜 가족은 아니시잖습니까. 성씨도 다르신데.”


“에이. 말이 그렇다는거지! 가족같은 친구. 몰라?”


최아린이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든아 너 꽤 융통성이 없구나?”


“재판인 만큼 확실하게 해야 하니까요.”


“그래. 그렇겠지.”


“그럼 피해자와의 관계를 다시 말씀해주십시오.”


“에이. 굳이 또 물어봐야 해?”


“대답해주십시오.”


“이미 다 나왔잖아? 가족같은 친구라고...든아.”


가람 누나가 그럴 때에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다.


하지만 최아린, 저 사람이 내 이름을 줄여서 부르고 있으니.


이상하게 거슬렸다.


“왜 자꾸 했던 질문 계속해?”


“제가요?”


“혹시 시간 끄는거야?”


“네?”


“그렇게 나랑 계속 말하고 싶어?”


“일단 그건 아니에요. 그리고 재판이잖아요.”


이걸로 확실해졌다.


아예 본인이 말해버리셧네.


“확실하게 딱 떨어지는 대답이 필요합니다.”


저 사람은 내 계획을 알고 있다.


“학교재판이라고 해도 꽤나 깐깐하네.”


적어도 시간을 끄는게 내 목적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저런 말을 하는거겠지.


“...그래도 변호인.”


방금 그 말로 시간을 끄는게 내 계획이 맞는지 떠보고.


동시에 사람들에게 시간을 끈다는 그 단어를 인식시켜 내가 쓸모없는 질문을 던지는걸 힘들게 만들었다.


“증인의 말처럼 너무 반복적인 대답은 삼가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젠장.


저 사람 분명히 일부러다.


어떤 이유에서 저런 행동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그건 확실해졌다.


저 사람이 내 게획을 망치려고 한다는 것.


“아까 증인께서 말하셨듯이 피해자와 바람을 피었다고 오해를 받았습니다.”


“지한이랑 같이 여친 선물 고르는데 잠깐 화장실 갔다오니까 둘이 싸우고 있었어.”


“...네?”


“그거 물어보려던거 아니야? 그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네. 아니요.”


정신 나가겠네.


“아니 그러니까 맞아요. 그거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그래. 내 계획을 확실하게 망치시겠다는거지?


저렇게 내가 할 질문을 예측하고, 미리 대답하면서까지 말이야.


“좋아! 그럼 또 궁금한거 있어?”


“그...”


빨리.


제발 빨리.


뭐라고 생각해봐.


질문할걸 생각해보라고.


무슨 질문을 하지? 어떤 부분을 물어봐야 하지?


“그 때 꽤 살벌했지. 조용히 우리 두 사람 쳐다보다가 슬며시 돌아가는데...”


속이 타들어가는 나를 앞에 두고, 최아린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와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꽤 소름돋네?”


최아린이 이혜진을 바라보았다.


“자기가 바람 피워놓고 화낸거야?”


“...혹시 두 사람이 싸웠다는 얘기를 김지한에게 들으셨나요?”


“응? 어. 문자로.”


최아린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때 백화점에서는 안싸웠고...나중에 지한이한테 얘기 들었었지.”


“어떤 이야기가 오고갔었죠?”


“별거 없었어. 혜진이랑 싸웠다...왜 그랬냐...우리가 바람피운걸로 오해했다더라...뭐 그런 얘기?”


“그리고 혹시...학원으로 찾아가겠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았나요?”


“아 그랬어. 그 이야기도 있었다. 혜진이랑 얘기 좀 하겠다고 그러더라고.”


“그거 이상하네요.”


“이상하다고?”


“두 사람이 싸운건 피고인 이혜진이 바람을 피웠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던거죠?”


“어?”


최아린은 과장된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러게? 왜 그랬지?”


하지만 당황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건 나도 잘 모르겠네. 그냥 까먹은거 아닐까?”


“아니요 그게 아니죠. 피고인이 바람을 피운적이 없었으니까 그런겁니다.”


“변호인?”


판사가 어리둥절한 채 나에게 되물었다.


“그건 변호인의 주장이지 않습니까?”


“자신의 주장을 자신이 반박하는 이유가 뭐죠?”


검사가 말했다.


“간단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었다면 최아린은 나를 위기에 몰아넣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최아린의 행동은, 오히려 나에게 완벽한 무대를 만들어주었다.


“피고인은 다른 이유로 협박을 당했던거죠.”


피고인은, 죄가 없었다.


죄가 있던 것은 오직 피해자.


아니. 가해자 김지한 뿐.


“그렇지 않나요? 피해자 김지한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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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재판(7) 23.06.17 12 0 10쪽
47 47화. 재판(6) 23.06.16 15 0 9쪽
46 46화. 재판(5) 23.06.14 16 0 9쪽
45 45화. 재판(4) 23.06.13 16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20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8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20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5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7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6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19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9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5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8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8 0 9쪽
33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21 0 9쪽
32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7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6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6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7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4 0 9쪽
»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7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5 0 9쪽
25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3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7 0 10쪽
23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20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8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3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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