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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학교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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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최근연재일 :
2023.06.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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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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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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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22

작성
23.06.03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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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DUMMY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왜 여기서 최아린의 사진이 나오는거죠?”


최아린.


보라색처럼 보이는 적안을 가진 매력적인 여학생.


레옹의 마틸다를 연상케 하는 딱 떨어지는 단발에 밤하늘을 풀어놓은 것 같은 검은색 머리카락.


한국인이면서, 한국인같지 않은 외모.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것 같은 사람!



...뭐 그만큼 인상적이셨다는 거지.


어쨌든 중요한건 그런 사람의 사진이 왜 여기에 있냐는 거다.


좀 이상하고 꺼림칙하긴 했어도 아무리 봐도 그냥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확실히 걔가 유명하긴 하지. 검사나 변호사 제외한다면 아마 제일 유명할테니까.”


유명하다고?


“...뭔데.”


“네? 뭐가요?”


“네 눈빛이랑 표정 말이야. 대체 뭔데?”


“제가 왜요?”


“지금 최아린이 유명하다는 말 듣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잖아.”


그걸 바로 아네?


“소문에 관심 좀 가져라.”


학교재판의 검사.


전교 1등. 모의고사 1등.


학생회장...후보였던 사람.


당연히 취미는 공부요 독서실은 PC방이라 생각할법한 인간의 입에서 소문에 관심을 좀 가지라는 말이 나오다니.


난 속으로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소문이 무엇인가?


가십거리 아닌가?


저 사람입에서 그런 가십거리에 신경쓰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교 1등 입에서?


“왠지 들으면 안되는 말을 들은 것 같은 표정이네?”


조율이 내 얼굴을 보더니 떨떠름한 듯 말했다.


“검사 동아리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하는게 뭔지 알아?”


“저야 모르죠.”


김연우의 재판 장면을 보고나서 학교재판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부터.


난 그저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소문을 빠르게 듣기 위한 방법부터 만들어.”


검사같은건 처음부터 안중에도 없었다고.


“소문이란건 학교 내에서 일어난 범죄를 찾기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뭐. 그거야 그렇겠지만.


“아, 사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알아보려고 한다고 한거 때문이에요?”


“그래. 그리고 증거 수집하기에도 좋지.”


맞는 말이다.


우리가 그냥 서류만 보고 재판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는 이유도 그거니까.


증거 수집.


소문을 통해서도 굉장히 많은 단서를 얻을 수 있겠지.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는 다음 쿤제다.


어쩌면 그걸 통해서 사건을 해결할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겠지.


“그런걸 만들어두지는 못하더라고 최소한 소문에 관심은 가져라.”


“전교 1등에 학교 최고 검사님께서 그런 말을 하세요?”


“어쨌든 최아린은 이번 사건의 시작이나 다름없는 사람이야.”


무시당했네.


“이 실종 사건이 단순한 실종사건이 아니라는걸 알게 해준 사람이니까.”


조율이 나에게 편지 한 장을 건내주었다.



**



최아린은 어느 사무실에 홀로 앉아있었다.


사장실은 연상시키는 그곳의 문이 열리더니 한도윤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


“왔니?”


최아린이 말했다.


“왔니는 무슨...”


한도윤이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왜그래애. 요즘 일이 힘들어서 그래?”


“나와.”


한도윤이 짧게 손짓을 했다.


하지만 최아린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한도윤이 익숙한 듯, 최아린의 옆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왜 학교재판을 끌여들인거지?”


“왜냐니? 너 도와주려고 그런거지!”


“날 도와준다고?”


“너 요즘 꽤나 열받아있던데?”


“...내가 언제.”


최아린이 의자를 천천히 돌리기 시작했다.


“우리 구역인데 강력반 애들이 설친다거나...”


의자가 180도 돌아 한도윤은 의자의 뒤편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놈들 족지고 싶다거나...아니면...”


그 때.


벌컥, 하고 다시 한번 사무실의 문이 열렸다.


“도윤이 있냐?”


한도윤은 돌아가던 의자를 잡고 빠르게 방향을 잡았다.


덕분에 최아린은 의자에서 살짝 미끄러진 채, 책장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야, 출근을 했으면 말을 해야지. 서운하네?”


“아, 나도 방금와서.”


한도윤은 천천히 둥근 안경을 꺼내 얼굴에 얹어두었다.


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건, 결국 무언가 왜곡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안경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은 언제나 진짜 세상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러니까,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거다.


지금 일어나는 이 일을 최대한 열받지 않는 방향으로 인식하도록.


“그래도 말이지! 한가족인데 말을 해줘야지!”


“아, 그래.”


문을 박차고 들어온 남자들은 성큼성큼 한도윤을 향해 걸어왔다.


“앞으로 계속 같이 살거 아니야?”


그들 중 가장 덩치가 큰 남자가 한도윤과 어께동무를 하며 말했다.


한도윤도 작은 체격은 아니었으나 그 남자와 나란히 서 있으니 삼촌 옆에 서 있는 조카같은 모습이었다.


“사진 좀 찍자. 붙어봐.”


안경 너머로 억지 웃음을 지어보이는 한도윤과 사람 좋은 미소를 지어보이는 남자가 한 앵글 안에 들어섰다.


“찍습니다!”


‘참자. 참아.’


한도윤이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놈들은 조직에서 밀어주는 놈들이다...괜히 적대해서 좋을게 없어.’


그러니까 그냥 참자. 라고 자신에게 다짐하는 그였다.


“얼굴 근육 풀어라야.”


한창 사진이 찍히던 도중, 어께동무를 하고 있던 남자가 한도윤에게 말했다.


“비리비리한게 약쟁이들 데리고 돈 좀 벌었다고 으스대냐?”


...방금 뭐라고?


“어차피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하는데 잘 좀 지내보자고?”


...염병.


뭐라고 쏘아붙이고 싶은데 그럴수가 없다.


그래서야 좋은 일이 하나도 없으니까.


“아니면 뭐 한번 붙어도 되고...뭐 네가...”


남자는 천천히 한도윤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자신 있으면 말이야.”


내가 절대 질리 없다고, 남자는 그렇게 확신했다.


“다 찍었냐!”


남자는 한도윤과의 어께동무를 풀고 휴대폰을 통해 사진을 확인했다.


“야! 역시 도윤이! 사진빨 잘받는거 봐라.”


그와 그 일행들이 한바탕 폭소를 터뜨렸다.


“너 그냥 손 떼고 모델하는게 어때? 그게 돈 더 잘벌리거 같은데?”


“...조언 고맙네.”


한도윤이 애써 웃어보였다.


“그래, 한번 생각해봐라. 우리 없으면 콱 죽어버릴것처럼 생겨서 어떻게 계속 이일하냐?”


망할놈들.


이젠 아예 대놓고 비아냥대겠다는건가?


“아, 그러고보니 초밥 잘먹었다!”


남자가 다시 문 밖으로 나가며 소리챴다.


“너희들 그동안 돈 많-이 받고 있었더라? 보스한테 안부 전해드릴게-”


그들은 한도윤이 있는 사무실의 문조차 닫지 않았다.


한도윤은 활짝 열린 문 너머로 그놈들이 사무실 밖으로 완전히 나가는걸 바라보았다.


쾅, 하는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철문이 닫혔다.


사무실에서 각자 할 일을 하던 사람들은 긴장된 눈빛으로 한도윤을 바라보았다.


걱정하는 얼굴, 긴장하는 얼굴. 불안해하는 얼굴.


그리고 불신하는 얼굴들이 가득했다.


그는 아무말없이 천천히 자신의 사무실 문을 닫았다.


“봐봐!”


문이 완전히 닫히자 최아린이 의자를 돌려 한도윤을 바라보았다.


“너 얼굴도 지금 이런데 화 안났다고?”


“내 얼굴이 어떤데?”


“잘생겼어.”


염병. 하고 한도윤은 짧은 욕을 내뱉었다.


“아까 질문이나 대답해.”


한도윤은 다시 천천히 최아린의 옆 의자에 앉았다.


“학교재판은 왜 끌여들인거야?”


그가 주머니에서 편지 하나를 꺼내었다.


“말했잖아! 너 도와주려는거였다니까?”


“그러니까 왜.”


“너 쟤들 족치고 싶어하잖아.”


최아린이 발을 책상 위에 올렸다.


“그래서 성적표 조작도 신고한거 아니야?”


“그건 어디까지나 경찰을 끌여들이기 위한거였고.”


원상고 성적 조작 사건 피고인 8명.


그들 중 한명이, 방금전 찾아왔던 그놈들의 강력반에 속해있다.


“성적 조작을 조사하다 보면 걔가 강력반 소속인것도 알고 결국 다 잡힐테니까.”


작년에는 열댓명이나 서울대에 간 이 도시 최고이자 최대의 학교에서 성적 조작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당연히 철저하게 수사하겠지.


그러니 분명히 강력반에 소속된 사실을 알게 될거고 그러면 강력반은 끝이다.

그런데...


“굳이 학교재판 변호사랑 검사놈들을 끌여들일 필요가 있었나?”


“당연히 있지!”


최아린이 슬며시 미소지었다.


“너도 잘 알잖아? 학교재판 변호사랑 검사들은, 경찰이 할 수 없는걸 할 수 있어!”


말도 안되는 소리.


변호사? 검사? 재판?


이름만 그럴듯하지 결국엔 다 학생들 아닌가.


경찰이 못하는걸 걔들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래봤지 고등학생들이잖아.”


“그래! 바로 그거야!”


최아린은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면 분명 간단하게 끝나겠지.”


네 계획대로 말이야. 최아린이 그렇게 말했다.


“근데 위기도, 절정도, 카타르시스도 없는 스토리가 재미있을까?”


“...그래서. 나한테 그걸 선물해주려고 그놈들을 끌여들였다?”


“그렇지! 요즘 너무 우울해보여서 즐길거리 하나 준비해봤어.”


학교재판 변호사와 검사.


스스로가 진짜 검사나 변호사가 되었다고 착각하고 달려드는 그놈들과, 한번 싸워봐라.


뭐 그런 얘기인가?


“그래서 일부러 편지를 흘린거야? 걔들이 널 조사하도록?”


“그냥 여흥이잖아? 게임 한다 생각하고 즐겨봐.”


“...뭐 확실히.”


기분전환정도는 될 것 같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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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재판(7) 23.06.17 10 0 10쪽
47 47화. 재판(6) 23.06.16 12 0 9쪽
46 46화. 재판(5) 23.06.14 13 0 9쪽
45 45화. 재판(4) 23.06.13 13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16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2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16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3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5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3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16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7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3 0 9쪽
»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6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6 0 9쪽
33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16 0 9쪽
32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5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4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4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4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2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4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3 0 9쪽
25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1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3 0 10쪽
23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17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6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1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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