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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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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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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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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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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화. 연애금지구역(16)

DUMMY

32화. 연애금지구역(16)



감정을 읽는 능력은 굉장히 유용하다.


타인의 감정을 읽는 재능은 굉장히 드무니까.


사람들은 셀 수 없이 많은 이유들로 타인의 감정을 알고싶어한다.


그리고 그건 한가람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을 봐주지 않는, 부모님의 감정을 알고 싶어했다.


그렇기에 항상 자신의 감정을 내보였다.



“엄마!”


밝게, 더 밝게.


“아빠!”


더 크게 웃으면 항상 무관심한 부모님들이 자신에게도 웃어줄 것이라고.


“이거 봐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래서 언제나 지나칠정도로 밝게 웃었다.


“가람이는 항상 애가 밝아서 저도 보기가 좋아요.”


“그러니까요. 가만 보고 있으면 저도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그런가요?”


실제로 그럴 때마다, 부모님께서 한가람을 돌아보아주셨으니까.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단지 잠깐의 관심일 뿐.


‘엄마가 우울해하셔...’


한가람은 부모님의 마음을 읽기 시작했다.


부모님이 원하시는걸 미리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을 미리 하지 않고.


“말도 안했는데...가람아 네가 한거야?”


“응!”


그럴 때에도 부모님이 한가람을 바라봐주셨으니까.



한가람은 더, 더 크게 웃고 지나치게 밝게 미소지었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그게 자신의 성격이 되어버렸고.


사람의 감정을 읽는 것은 그녀의 재능이 되었다.



하지만.


“변호사?”


“그래. 학교재판에서 변호사로 생기부 채우면 대학 졸업하고 바로 로스쿨 갈 수 있어.”


변호사인 엄마는, 딸인 한가람도 변호사로 자라나기를 바랐다.


‘변호사 하기 싫어...’


끊임없이 나타나는 사건들.


누가 누굴 죽였네, 누굴 폭행했네, 누구에게 사기를 쳤네.


한가람은 그런 이야기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나.”


“좋겠지?”


순간 한가람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릴 때부터 줄곧 바래왔던 부모님의 밝은 웃음.


그 웃음이 지금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내가...변호사가 된다고 생각하시니까 행복해하셔.’


언제나 바래왔던 순간이 찾아왔다.


그동안 계속.


무관심한 부모님의 눈치를 보면서, 사람들의 감정을 읽으면서.


매일 매일 한가람이 바래왔던 순간이었다.


부모님의 미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미소는 한가람의 불행과 맞닿아 있었다.


“알...았어.”


하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교 원상고로 지원할게.”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았다.


한가람이 원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까지도.


“그래?”


하지만 한가람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없었다.


“가람아 너 분명히 잘할거야.”


눈 앞에서 화려하게 미소짓는 부모님의 얼굴.


“어려운거 있으면 엄마한테 말해. 엄마가 변호사잖아.”


드디어 자신에게 따뜻하게 미소지어주는 부모님에게서.


다시 미소가 사라진다니.


‘그건 싫어...’


그래.


차라리 내가 참자.


어차피 3년이잖아.


3년이면...끝날거야.


부모님이 기뻐하시고 웃어주시잖아.


드디어 엄마가 웃어줬는데...


내가 아무것도 안해도, 내가 밝게 감정을 표현하지 않아도.


엄마가 날 돌아봐주었는데.


‘내가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하면 다시 원래대로 될거야.’


그런 불안감에, 한가람은 자신의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하...”


하지만 억지로 변호사가 된다 해서, 안힘들 리가 없지.


“사건은 왜 이렇게 복잡해서는...”


일은 많고 복잡했다.


‘시험에 방해되게...’


변호사 일을 하면서 우울해질때마다.


한가람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지나치게 밝게 웃었다.


밝게, 더 밝게.


그렇게 웃다보니.


밝은 한가람의 얼굴 뒤에는 짙은 그림자가 생겨나 있었다.


강한 빛은 동시에 짙은 그림자를 만드는 법이니까.


“넌 변호사가 하고 싶은거야?”


그런 그녀에게 처음으로.


한가람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물어본 사람이 나타났다.


“하기 싫으면 하지 마.”


동아리 부장.


당시에는 2학년이었던 안평안이었다.


“부모님이 원하셔서...어쩔 수가 없어요.”


“누가 동아리 나가래?”


“네?”


안평안이 내놓은 해결책은 한가람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재판 준비? 하지마. 피고인 면담? 하지마.”


“하지만! 그것들 안하면 그냥 지잖아요.”


“지든말든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


“어차피 계속 이 일 해야 한다면, 그냥 너 하고 싶은대로 해.”


하고싶은 대로 해라.


“남 눈치 보지 말고.”


네가 원하는대로 해라.


“어차피 피할 수가 없다며?”


“그렇죠...”


“그럼 답 나왔네.”


어차피 피할 수가 없다면, 벗어날 수가 없다면.


그냥 하고싶은대로 해라.


잘되든 못되든 상관없으니.


“그냥 즐겨. 재판을.”



“판결을 내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해 5월.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한가람은. 자신의 인생 첫 번째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이것으로 이만 재판은 페정합니다.”


비록 완전히 홀로 해낸 것은 아니었으나, 한가람은 재판을 즐긴다는게 무엇인지 확실히 깨달았다.


어차피 계속 해야 한다면, 주변 눈치 보지 말고 그냥 하고싶은대로 하자.


재판도 최대한 재미있게, 헛소리도 좀 하면서.


사람들 반응도 구경하면서.


“거봐. 오히려 하고싶은대로 하니까 잘되지?”


그리고 무엇보다 처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물어봐준 사람.


안평안이 고마웠다.


“네! 부장!”


언제나 지나치게, 가짜로 지어보였던 웃음.


하지만 이것만큼은 절대 거짓말이 아니었다.


“고마워요!”



**



“...그랬었어.”


다시 현재.


이든은 조용히 한가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랬구나...부장이...”


“응. 그랬어.”


배알이 꼬이는 느낌이었다.


“부장이 도와줬지. 재판 즐길 수 있도록.”


왜지?


뭐 잘못먹은것도 없는데 왜 갑자기 배가 뒤집히는 기분이 드는거지?


“근데 든아.”


“어 응?”


“갑자기 이 얘기는 왜 꺼낸거야?”


“아...그냥...그냥 지금까지 수고했다고.”


...든아, 설마 그게 끝이야?


“그냥 그 말 하고 싶었어 누나.”


한가람은 순간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아야 했다.


눈 앞에 있는 이든이, 자신의 감정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상한 답변만 내놓고 있었으니까.


‘든아. 자기 감정도 잘 모르면 어쩌니.’


처음에는 말주변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든이는 그냥 자기 감정을 정확하게 모르는 것 뿐이었다.


지금 왜 이 얘기를 하는지 든이 너 자신도 모르고 있겠지.


하지만 난 알아. 넌 나를 위로해주고 싶었던거야.


부모님 눈치보면서 다른사람 감정 읽게 되고.


하고싶지도 않은 학교재판에서 변호사가 되고.


그런 나를 위로해주고싶은거야.


근데 든아.


넌 왜 나를 위로해주고 싶은걸까?


응?


왜일까?


왜일까아?


뻔하지!


“부장이 진짜 고마운 사람이지. 그땐 잘생겨보이기까지 했었어.”


든아. 네 반응 진짜 재밌는거 알아?


부장 얘기할때마다, 부장이 날 구원해주었다고 들을 때마다 나오는 네 반응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


“아, 그래?”


내가 부장 칭찬할 때마다, 기분이 좀 안좋지?


넌 모르겠지만 난 그이유를 알아.


네가 날 위로해주고 싶어하는 이유랑 똑같지.


너도 알고 있듯이.


난 사람의 감정을 알 수 있으니까.


‘나 좋아하지? 든아.’


한가람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앞장서서 걸어갔다.


구태여 본인의 마음 따위는 말하지 않은 채.


그저 단지.


행복하게 웃으며 걸어갈 뿐이었다.


‘여자의 아픈 곳을 건드리다니. 너도 좀 아파봐라.’


**


- 넌 진짜 미친놈인거 같다.


“미친년이겠지.”


최아린은 증언을 마치고 버스 정류장에 서서 전화를 하고 있었다.


- 증언을 한건 그렇다고 쳐도 굳이...


“아니이, 근데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꼭 보고 싶어지잖아.”


- ...그 변호사한테 친한 척할 필요는 없었잖아.


휴대폰을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도윤의 그것이었다.


- 너 아까도 이랬지?


“응? 뭘?”


- 사람들 말 끝나기 전에 미리 대답하는거.


“당현히 그랬지. 어차피 다 예상되는 내용들인데 빨리빨리 대답하면 좋잖아?”


- 너 답다.


“사실 걔 반응이 보고 싶었거든.”


- 반응?


“걔는 재판을 최대한 질질 끌려고 했었어.”


최아린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래야 혜진이 어머니가 오실거고, 노을이 질 때 증언을 하실 수 있으니까.”


붉은색, 그리고 분홍색이 뒤섞인 혼란스러운 노을이 최아린의 보랏빛 눈동자에 비추어졌다.


“그리고 노을을 배경으로 한 어머니의 호소가 혜진이의 감정을 자극해서 증언을 하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 그래서 미리미리 답변을 한거냐? 시간 못끌게 만들려고.


“맞아! 계획이 어긋나면 어떻게 나올까 보고싶었거든 그런 의미에서 너도 좀 배워보는게 어때?”


- 뭘 배우라는거지?


“노을이 질 때 사람은 감정적이게 되잖아. 쟤는 그 때 어머니의 증언을 통해 비극을 보여주고 이혜진을 설득하면서 배심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든거야.”


- 그래서?


“사람이 감정도 좀 이용해보라는 말이야.


- 굳이 그래야 하나?


“뭐 하긴. 너라면 그러기도 전에 해결했겠지만.”


- 어쩄든 내 말은 왜 굳이 걔한테 네 존재를 인식시켰다는 거야. 우리 일 생각하면 안그러는 편이 좋을텐데.


“근데 네가 그랬었잖아 윤아.”


한도윤과 함께하면서 인생에서 역경이라는 존재가 사라졌다.


그는 사건을 해결하는 해결사가 아니라,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방지하는 리더였으니까.


그런 그가, 어느날 이렇게 말했다.


“유이든. 그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고.”


최아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한가람과 함께 걸어가는 유이든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공허한 보랏빛 눈에 두 사람의 모습이 비추었다.


곧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피어올랐다.


“네 입에서 나온 그 이름의 주인이, 난 너무 궁금했었거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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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46화. 재판(5) 23.06.14 16 0 9쪽
45 45화. 재판(4) 23.06.13 16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21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8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20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5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7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6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19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9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5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8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8 0 9쪽
33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21 0 9쪽
»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8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6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6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7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4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7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5 0 9쪽
25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4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7 0 10쪽
23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21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8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3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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