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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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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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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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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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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연애금지구역(9)

DUMMY

25화. 연애금지구역(9)



“흐흑....으흐흑....나...나...”


한번 터진 이혜진의 울음은 쉽사리 멈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얼마나 서러웠던 것일까.


얼마나 울분이 쌓여있었던 것일까.


내가 아무리 감정이 서툰 사람이라고 해도, 그정도는 알 수 있었다.


“나...무서워...”


“괜찮아.”


가람 누나가 떨고 있는 이혜진의 손을 잡아주었다.


“말해도 괜찮아. 우리가 도와줄게.”


누나의 손에는 신비로운 힘이 있는 것 같다.


잠깐, 아주 잠깐이었으나 누나가 내 손을 잡아주자 손떨림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지금도 마찬가지.


누나가 이혜진의 손을 잡자 신기하게도 이혜진은 금세 안정되기 시작했다.


역시 가람 누나는 사람의 감정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아는 것 같다.


“우리가 재판에서 다 밝혀줄게. 네가 안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우리 변호사는 그러라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하지만 이혜진은 여전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머리카락이라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별처럼 빛나는 눈물이 다시 한번 그녀의 손에 떨어졌다.


“정 힘들면 아무말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내가 조용히 말했다.


“누나는 그냥 고개만 끄덕여 주세요.”


말할 수 없다면.


알아내면 되겠지.


“제가 알아낼게요. 괜찮죠?”


그러자 이혜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자 가람 누나가 나를 바라보고 웃으며.


‘화이팅!’ 이라고 입모양을 통해 말했다


자.


그럼 이제 시작이다.


“이혜진. 당신의 부모님은 학창시절 때 연애를 하는 것을 반대하시는 분들이에요.”


나는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천천히 추리를 시작했다.


“그렇지만 당신은 그걸 따르지 않았고 중학교떄부터 이미 연애를 시작했어요. 결국 한번 걸리기도 했지만 그만두지도 않았고요. 맞죠?”


이혜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와중에 당신은 현재 남자친구인 김지한을 만났습니다. 처음엔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김지한과 당신의 관계는 일반적인 연인의 관계가 아니게 되었어요.”


이혜진이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와중에도 여전히 눈물을 쉼없이 흘렀다.


“데이트 폭력. 김지한은 당신에게 폭력을 휘둘렀고 결국에 당신은 김지한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게 되었지만 헤어질 수는 없었어요. 당신의 부모님이 연애를 반대하시니까.”


가람 누나는 이제 이혜진의 등을 토닥거리고 있었다.


“물론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아서 이별을 통보했다가 데이트 폭력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중요한건 김지한이 그걸 이용해서 당신을 협박했다는 거에요.”


저 등에 얼마나 많은 멍자국이 있을지 상상하자 등이 아파오는 것 같았다.


“나랑 헤어지면, 너희 부모님한테 연애 사실을 말하겠다고.”


뒤에는 연애를 반대하시는 부모님.


앞에는 자신을 협박하는 남자친구.


부모님이 연애 사실을 알면 어떻게 될까.


김지한으로부터 벗아나고 싶다.


하지만 뒤로 도망쳐 봤자, 기다리는 것은 연애를 금지시키는 부모님 뿐.


결국 이혜진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주변에도 알리지 못했겠죠. 김지한이 그걸 막았을테니까.”


자신이 이혜진을 폭행한다는 사실이 주변으로 퍼지면 어찌될지 장담할 수 없다.


본인이야 말하지 않으면 끝이지만 중요한건 이혜진.


그렇기에 협박을 통해 이혜진의 입을 막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지금까지 시간이 흘렀고, 아마 지난번엔 해어지고 싶다고 얘기하니 또 찾아와서 협박했겠죠. 그러니까 결국 누나도 폭발했고 그 결과가...”


내가 손을 들어 주변을 가리켰다.


“이거인거죠.”


부모님이 연애를 막은 이유도 분명 딸 이혜진을 지키기 위해서였겠지.


아직 어린 청소년 시기에, 딸이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연애를 금지시켰을거다.


하지만 그건 절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김지한은 그런 부모님의 반대를 이혜진을 협박하는데 사용하였고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이혜진에게 자신의 마음을 강요했다.


부모님이 딸을 협박하는 원인이 되다니.


비극이지.


‘그래도...이혜진이 부모님에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만약 이혜진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부모님에게 사실을 말했다면.


아니, 적어도 우리에게라도.


우리 변호사들에게라도 사실을 말했다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것도 아니라면 부모님이 딸에게 진짜 필요한게 뭔지 물어봤거나.’


귀를 막고 딸의 연애를 금지시키는 행위를 하는게 아니라 딸에게 진짜로 필요한게 무엇인지 그냥 물어봤다면.


연애를 금지시킨게 아니라 건전한 연애를 할 수 있도록 조언을 해주었다면.


이런 일도 없지 않았을까.


결국 문제는 대화의 부재였다.


“나...나...어떠케 해?”


이혜진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울음 때문에 발음은 완전히 뭉개졌다.


“엉마한테 말하면...나...”


“그래도 부모님이시잖아요.”


내가 말했다.


“딸이 맞았다는데 연애하지말라는 말 어겼다고 화내시진 않을거에요.”


그러자 이혜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아니야...절대...도와주시긴 할테지만 분명히 화낼거야...”


“...어차피 이미 재판은 열렸는데 아시게 되었잖아요?”


학교재판에 기소당했고 이미 재판까지 열렸으니 부모님이 모르실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미 아시게 되었는데 그럼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만난지 얼마 안됐다고...한달 됬다고 하려고...”


“...그거 남자친구쪽 생각이죠?”


이지혜가 다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잖아요. 그거 그 사람이 자기 원하는대로 하려고 막 말한거라는거.”


“...그래서 어쩌라고?”


이혜진이 화를 내었다.


“나 말 못햬! 못한다고! 근데...근데 나보고 어쩌라고!”


그녀는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무래도 내가 실수했나보다.


‘젠장할.’


지금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 필요했던건가?


역시 난...감정은 잘 모르겠다.


‘어쩌지?’


내가 그런 마음을 담아 가람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곧 내 눈빛은 읽은 것인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혜진아.”


곧이어 누나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괜찮을거 같아? 내가 지금...그동안...”


“지금까지 힘들었잖아. 알아.”


가람 누나는 이혜진의 어께를 토닥거렸다.


“괜찮아 혜진아. 괜찮아.”


“싫어...그만하고 싶어, 제발 나 좀 도와줘...”


“알았어. 우리가 도와줄게. 그러니까 우리한테 다 말해줘.”


“못해, 우리 엄마 절대 안받아들이실거야.”


이혜진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마나 강하게 떨었는지, 가람 누나의 손까지 함께 떨리는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걔가 알거잖아. 분명 복수할텐데 나...나...”


다시 한번 굵은 눈물이 이혜진의 손에 떨어졌다.


그 뒤로도 우리는 몇십분동안이나 노력했다.


하지만 단지 노력하는게 끝이었다.


가람 누나가 이혜진을 진정시키면, 곧 극심한 두려움으로 인해 패닉에 다시 빠지기 일수였다.


“안에 있니?”


똑똑, 하는 노크 소리와 함께 이혜진 선생님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오셨다.


“쌤?”


가람 누나가 말했다.


“선생님 저희 이제 곧 가려고...”


“이든.”


선생님은 순식간에 교실을 훑어보셨다.


가람 누나가 이혜진을 위로하는 것을 본 선생님은 나를 바라보며 말하셨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나올 수 있니?”


“저만요?”


“그래. 너만.”


갑자기 무슨 일이지?


난 1학년이고 이은혜 선생님은 2학년 담당 선생님이시다.


수업 관련된 이야기일 리는 없다.


그렇다면 남은건 역시 하나.


‘변호사와 관련된 일이겠지.’


그래도 혼자 갔다와도 괜찮은가?


나는 조용히 가람 누나를 바라보았다.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괜찮다는 뜻으로 이해한 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교실 밖으로 향했다.


내가 밖으로 나오자 이은혜 선생님이 교실 문을 닫으셨다.


복도에서는 한 아주머니가 울 것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청바지와 하얀 셔츠. 손에 든 것은 휴대폰과 가방 뿐.


아무래도 퇴근한 직후 바로 학교로 달려오신 것 같았다.


하지만 굳이 그런 것들을 바탕으로 추리하지 않아도, 저분의 정체는 쉽게 알 수 있었다.


“네가, 우리 딸 변호사니?”


교실 안으로 목소리가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인지 굉장히 작아 알아듣기 힘든 목소리였다.


“맞아요.”


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어디까지...들으셨어요?”


“...”


아주머니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셨다.


‘전부 다 들었다는 얘기네.’


일이 복잡해졌다.


하긴 그래. 자기 자식이 피고인이 되었다는데 부모님께선 분명히 학교로 오시겠지.


미처 그 생각을 하지 못한 탓에 결국 충격적인 진실을 들려드리게 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행동이 딸을 몰아붙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어머니의 마음은 어떨까.


‘자...그럼. 이제 어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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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재판(4) 23.06.13 16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21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8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20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5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7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6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19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9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5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8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8 0 9쪽
33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21 0 9쪽
32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7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6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6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7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4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7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5 0 9쪽
»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4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7 0 10쪽
23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21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8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3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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