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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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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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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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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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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4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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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4화. 연애금지구역(8)

DUMMY

24화. 연애금지구역(8)



재판이 연기되었다.


일단은 살았다.


난 변호사실에 앉아 어지러운 머리를 달래고 있었다.


밖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소음이 들려왔다.


재판에 대해 불평하는 누군가의 목소리.


승소를 기뻐하는 웃음소리.


복도를 빠르게 걸어가는 발소리와 길어진 재판에 힘들어하는 한숨 소리.


그 모든 것들이 내 휴식을 방해하고 있엇다.


그래도 재판이 미뤄졌으니 다행이야.


누나가 마지막에 잘 버텨줬어.


우리는 재판이라는 줄타기를 하고 있었다.


한걸음만 잘못 내딛어도 즉시 줄에서 떨어지며, 재판에서 패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보다 훨씬 조심스럽게 행동할만한 그런 순간이었다.


하지만 가람 누나는 그곳에서 대담하게 행동하다 못해 춤을 춰버렸다.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바로 지는 상황이야.


우리가 내건 주장은 모두 반박당했고, 그걸 증명해줄 증거조차 존재하지 않아.


검사는 우리가 증거를 찾을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고 하고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 게속 미소지으며 여유로움을 유지하고 같은 증거들을 이용해 새로운 반론을, 추리를 계속해서 쏟아내는걸 모두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그냥 아무 말이나 하는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결국 가람 누나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판사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가람 누나의 주장을 받아들이며 재판을 휴정했다.


누나는 검사에게 밀리지 않은 채로, 계속해서 추리를 쏟아내는 것도 모자라 판사까지 설득해버린 것이다.


아까부터 계속 말했던 것처럼, 그 모든 것들은 패배의 위기 속에서 이루어진 일이다.


그건 정말 대단한 행동이었다.


“왜 혼자야?”


문이 열리며 세 명의 남자가 변호사실로 들어왔다.


변호사 동아리 부장 안평안과 성운 형, 이서준 형이었다.


“가람이는?”


부장이 말했다.


“피고인이랑 화장실 갔어요.”


“그래?”


성운 형이 말했다.


“얘기 들었어. 재판 미뤄졌다며.”


“맞아.”


“근데 폭행죄 사건 아니야? 재판 미룬것도 꽤 대단한데.”


“내가 한건 아니고. 가람 누나가 거의 다했지.”


그래.


난 그냥 증거없이 내 추측만 늘여놓았을 뿐이다.


그걸 어떻게든 수습해서 다음 기회를 만든게 가람 누나고.


“든아, 의외로 잘 아네?”


문이 드르륵- 열리며 가람 누나가 들어왔다.


“이제 집에 갈거냐?”


성운 형이 말했다.


“아니? 아직 할게 남았어.”


변호사 대기실로 들어오는 가람 누나의 뒤쪽에는 피고인 이혜진이 서 있었다.


“그렇지? 든아.”


...역시 누나야.


말 안해도 바로 준비해주다니.


“아 맞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직 할게 남았지.”


“자. 다 들었지? 그러니까 먼저 나가주세요.”


가람 누나는 부장과 성운 형, 이서준 형을 모두 변호사실 밖으로 내보냈다.


부장은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며, 이서준 형은 아무런 말도 없이.


그리고 성운 형은 마지막까지 가람 누나와 장난을 치며 사라졌다.


곧 세 사람의 발걸음이 멀어지자 누나가 피고인과 나를 돌아보았다.


“우와. 다들 진짜 고생했다!”


누나는 가까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안해. 재판 한번 더하게 생겼네. 힘들게.”이어 기지개를 피며 말했다.


“그리고 혜진아. 진짜 미안.”


“어? 나?”


이혜진이 되물었다.


“아니야. 나 변호하려고 그런건데 재판 미뤄져도...”


“그거 말고.”


가람 누나가 조용히 말했다.


“네가 바람 피웠다고 오해한거. 넌 그냥 완전히 피해자였던건데.”


누나의 얼굴에서는 핏기가 싹 사라져 있었다.


긴 머리카락 한올 한올에서 모두 냉기가 쏟아져나오는 듯 했다.


너무나 잘 만들어진 가짜 미소의 뒤에는 무엇이 숨어있는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네가 그동안 어려웠던거 이제 알았어. 그러니까...”


“혜진아, 집가자.”


그 때 문이 다시 한번 열렸다.


교실의 입구에는 피해자 김지한이 서 있었다.


“아니.”


이혜진이 무어라 말하기도 전데.


나와 가람 누나가 동시에 김지한에게 말했다.


“지금 추가로 물어봐야할게 있어서 그래. 오늘은 따로 가줄 수 있을까?”


가람 누나가 말했다.


김지한은 소름끼치는 눈빛으로 가람 누나를 쓱 훑어봤다.


“뭘 물어보려는건데?”


“글세?”


누나는 다시 한번 뻔뻔할 정도로 밝게 웃었다.


“그건 이제 정해봐야겠지?”


“그럼 나도 같이 있을게.”


역시.


김지한도 바보는 아닌지라, 우리가 뭘 하려는지 대충 감을 잡은 것 같다.


그렇다면 방해하도록 그냥 둘 수는 없지.


“아니요. 그건 힘들 것 같아요.”


내가 김지한의 말을 딱 잘라 거절했다.


“이번에는 피고인이랑만 얘기해야 할 것 같아요.”


“왜?”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그런 느낌이 든다고?”


김지한의 시선이 나를 훑고 지나가는게 느껴졌다.


“뭐야?”


그 때. 김지한의 뒤쪽에서 이서준 형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형?”


“너희 할거 남았다면서? 왜 안하고 있어.”


이서준 형이 교실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아 그럴 일이 있어서...”


난 말끝을 흐리며 김지한을 바라보았다.


내가 김지한을 보는 것을, 이서준 형도 보았다.


“형은 왜 왔어?”


“휴대폰 놓고 왔더라고.”


형이 책상 위에 놓여 있던 휴대폰을 가겨가며 말했다.


“그러니까. 너희 두명이랑 저분만 여기에 있어야 한다는 말이지?”


이서준 형이 말했다.


“응. 그게 나을 것 같아.”


“아쉽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한데.”


형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김지한을 바라보았다.


“안그래요?”


그건 질문 같은게 아니었다.


국어시간에 배우는 설의법도 아니었다.


저건 명령이었다.


이 장소에서 나가라는, 방해하지 말고 사라지라는 그런 명령.


“...전 들을건데요?”


김지한은 물러서지 않았다.


“왜죠?”


물론 이서준 형도 물러나지 않았다.


“제 여자친구니까요.”


“여자친구분을 무죄로 만들고 싶지 않으신겁니까?”


형은 김지한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두 사람의 키는 얼추 비슷했다.


하지만 이서준 형은 팔뚝에 허벅지를 달고 다녔기 때문에 형의 모습은 더욱 위협적이었다.


“여자친구분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서 더 이야기해야 한다고 그러지 않습니까.”


이서준 형이 말했다.


“그걸 방해하려는건가요?”


김지한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준 형을 바라보았다.


이서준 형은 눈도 깜빡거리지 않은 채, 터미네이터처럼 미동 없이 김지한을 바라보았다.


“...아니요.”


“그럼 같이 가시죠.”


이서준 형이 김지한을 문 밖으로 밀어내었다.


“이야기 잘해라.”


형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곧 문이 닫혔고, 이서준 형과 김지한의 발소리가 천천히 멀어져갔다.


아, 형은 진짜 최고야.


안그래도 어떻게 돌려보낼지 걱정이었는데 이렇게 깔끔하게 해결해주다니.


4월달에는 내가 피고인이랑 대화할 수 있도록 자리도 피해주었었는데.


역시 제일 눈치가 빠르고 남 생각 많이하는건 아무래도 형인거 같아.


진짜 고마워 형.


‘형은 최고야.’


변호사실 안에 남아있는 우리 세 사람은 그 소리가 사라질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앗다.


그리고 이윽고 그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자 가람 누나가 입을 열었다.


“아, 그럼 이제 우리만 남았으니 애기를 해보자.”


누나는 이혜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혜진아. 말해줄 수 있어?”


“...뭐를?”


“전부 다.”


“...그러니까 뭐를?”


“데이트 폭력을 당하고 있었다는거요.”


내가 가람 누나 대신 입을 말했다.


누나는 미소지으며 살갑게 사람을 대할 수 있다.


하지만 난 그런건 절대 못헤.


내가 그런짓을 하면 오히려 수상하게 보일걸?


그러니까, 착한 역할은 가람 누나에게 맡겨두고 난 악역을 자처하면 된다.


“바람 피웠다고 생각해서 미안했어요. 생각해보니 그건 진짜로 증거가 없더라고요.”


“아니야...괜찮아.”


“근데 김하윤한테서 들었어요. 부모님이 연애 금지시키셨다고. 아까 가람 누나가 말한거 들으셨죠?”


“그래. 들었어.”


이혜진은 매우 천천히 말했다.


아마 목이 매여 말이 잘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데이트 폭력당하고 있었잖아요.”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진짜 미안해요. 완전히 피해자인데 잘못 추리해서 멋대로 오해한거.”


아무래도 이게 내 추리의 문제점인 듯 싶다.


작은 단서를 바탕으로 그 이유를 추론하고, 스토리를 만들어 진실에 다가가는 것.


결국 이혜진이 협박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 이유는 완벽하게 틀려버렸다.


완벽하게 엉망이었지.


“부모님한테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으니 데이트 폭력 당하고 있단것도 숨겨야 했겠죠.”


“어떻게 알았어?”


“아까 재판 도중에 그 생각이 들었을 때, 바로 고개 돌려서 누나를 봤었어요.”


이혜진의 옷 아래에 있는 다양한 멍자국들을 이제야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내 추리 방법은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아야 하는 방법인 것 같다.


“평소에 집에서도 옷 다 입고 있죠?”


“응. 근데 그건 또 어떻게...”


“멍든 자국을 숨기려면 그럴 수 밖에 없죠.”


이혜진은 여전히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부들거리는 손이 미동없는 허벅지 위에 놓여 있었다.


이혜진이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고, 머리카락은 흘러내려 커튼처럼 이혜진의 얼굴을 가렸다.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말해주세요. 전부 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이혜진은 몇분동안이나 아무런 말이 없었다.


난 4월 재판 때를 기억하며 그런 피고인을 기다렸다.


피고인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그런 피고인을 기다려주고, 먼저 그 이유를 해아리는 것.


절대. 짜증을 내거나 조바심을 내선 안된다.


“...으흐흑...”


이혜진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파랗게 질린 얼굴은 생기를 찾아볼 수 없는 시체와 같았다.


곧 투명한 무언가가 이혜진의 손 위로 떨어졌다.


머리카락이 커튼처럼 얼굴을 가렸기에, 이헤진의 얼굴을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지금, 별빛같은 눈물을 떨어트리는 모습을 볼 때.


그녀가 무슨 얼굴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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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45화. 재판(4) 23.06.13 13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16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2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16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3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5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3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16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7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3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6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6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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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4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2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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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4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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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6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1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6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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