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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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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공사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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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17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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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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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DUMMY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그 시험지는 어떻게 얻으셨나요?”


지금로부터 이틀 전.


조서현과의 면담은 카페에서 진행되었었다.


“스터디클럽 같은게 하나 있어. 거기서 받았던거야.”


“혹시 그거 이름이 있어요?”


“이데아.”


“이데아? 플라톤 그거요?”


“맞아.”


조서현은 담담하게 커피를 홀짝였다.


그런데 이데아라니.


문제의 본질인 정답을 알려준다, 뭐 그런 뜻에서 이데아인건가?


이름 한번 사악하게도 잘 지었네.



시험지 유출이나 하는 불법 조직인 주제에.



“근데 누가 신고한건지 알아?”


“신고요?”


잠깐만. 신고자가 있었나?


없었는데?


“그래. 다들 철저하게 숨겨서 절대로 외부에 흘러나갈 일이 없는데...”


조서현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


“내부고발 말고는 이걸 알릴 방법이 없다고...대체 어떤 놈이야...”


그때 난 어이없다는 감정을 표정에 여실히 드러냈었다.


‘내가 잘못들은건가?’


저 사람 양심은 있는거야?


시험지 유출 했잖아. 그걸로 시험 잘봤고 내신도 잘나왔잖아.


부정행위잖아.


영락없는 부정행위.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짓.


그런데 지금 뭐라고?


“진짜 누가 신고한건지 몰라?”


그런 와중에 누가 신고한건지 내부 고발자를 찾고 있다니.


진짜 양심이 없는건가?


“몰라요.”


그 때 내 말투는 내가 들었어도 굉장히 싸가지가 없었을거다.


근데 어쩌라고.


나도 피해자야. 나도 사람이야!


“아 진짜! 어떤 새끼야!”


조서현은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난 할 말을 잃은 채 조서현을 바라보았다.


“나 유죄겠지?”


그거야 당연한 소리를.

이라고 생각하던 난 조서현의 다음 행동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조서현은 책상 위로 천천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렇겠지? 맞아. 아마 유죄겠지. 시험지를 유출했는데...”


지난 5월 재판에서 봤었던 별빛같은 눈물.


이혜진의 것과 굉장히 비슷한 눈물이었다.


“아 진짜...누구냐고...누가 말한거냐고...”


...그런거였구나.


조서현. 저 사람도 결국 사람이었던거야.


누가 신고자인지 찾았던 건, 부정행위를 저질렀어도 뻔뻔하기 때문이 아니야.


조서현이 양심이 없는 싸이고패스라서 그런게 아니야.


그냥...무서운거지.


자신이 잘못한걸 알고 있으니까, 재판에서 유죄를 받을걸 알고 있으니까.


그게 무서우니까 이걸 신고한 신고자를 찾는걸로 두려움을 해소하려는 거야.



**



“대충 그랬었어요.,”


그리고 그로부터 이틀 후인 지금.


“음...그 때, 뭐 특이사항은 없었나?”


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었다.


“네. 없었어요.”


“어디로 사라질 것을 암시하는 말도?”


“없었어요.”


“주변에 이상한 사람도 없었나? 요즘들어서 납치 사건이 늘어나서 납치에 초점을 두고 수사하고 있거든.”


“그것도 없었어요.”


“확실한가?”


“네. 확실해요.”


“그 때 말고, 따로 조서현을 만난적은 없나?”


“없죠.”


“그런가...”


형사님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마에 주름이 박혀 있었는데, 인상을 쓰니 훨씬 진한 주름이 생겨났다.


“혹시 헤어질 때 어디로 간다고 목적지를 특정했었나?”


“그랬죠.”


순간 형사님의 눈이 빛났다.


야근에 쩔어있는 형사님의 눈이 오늘 중 유일하게 빛나는 순간이었다.


“바로 집으로 간다고 했었어요.”


근데 죄송하네요.


드릴 수 있는 정보가 이것뿐이라.


“알겠다.”


형사님이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입을 열었다.


“이만 가 봐라.”


“조사 끝인가요?”


“그래. 사실 뭐 물어볼게 있어야지.”


형사님은 자신의 앞에 놓인 키보드를 멀리 밀었다.


“혹시 다른 정보같은건 없나요?”


“정보라니?”

“CCTV나, 목격자 정보...뭐 그런거요.”


“...하기야 너도 피고인이 사라졌으니 머리가 아프겠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당연히 말할 수 없지.”


형사님이 담담하게 말하셨다.


그래 뭐. 사실 바로 알 수 있으리란건 기대도 안했다.


“네가 그 애 변호사인건 맞지만 우리 입장에선 그냥 똑같은 목격자일 뿐이야. 수사 사료를 외부인한테 말할 수는 없다.”


“그렇죠.”


내가 맞장구쳤다.


“하지만 변호사인 저희의 도움이라도 필요하시지 않으시겠어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


형사님이 사무실을 둘러보셨다.


사무실의 크기가 큰만큼 텅 빈 모습이 더욱 부각되었다.


“청소년과는 무슨 청소년과야. 유령부서구만.”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는 형사님이셨다.


사람이라고는 우리 둘 밖에 없는 텅 빈 사무실.


짜게 식은 책상들과 그 위에 내려앉은 먼지들은 이곳이 얼마나 방치되었는지 쉽게 짐작하게 해주었다.


“형사님은 원래 이 과가 아니셨나요?”


< 반장 남성하 > 라고 쓰인 형사님의 책상도 마찬가지였다.


구석구석 미처 닦지 못한 먼지들이 눈에 띄었다.


“그래. 강력반이었지.”


형시님이 툴툴대기 시작하셨다.


“실종사건 맡게되면서 동시에 부서이동당했다.”


“그래도 반장 되신거면 승진하신거 아닌가요?”


“승진은 무슨. 지원도 안나오는 청소년부로 옮겨서 좌천시킨거나 다름없는데.”


뭐. 그 이유야 어렵지 않게 추측할 수 있었다.


사람이 모인 곳이라면 그게 어디든 정치 싸움이 존재하고 그건 경찰서도 예외가 아니지.


한줄요약하자면 정치 싸움에서 패배하였기에 이곳으로 좌천된 것이라 할 수 있을거다.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한가지.


어쨌든 명색이 한 부처인 청소년부인데, 왜 이렇게까지 사람이 없는건가.


“근데 사람은 왜 이렇게 없어요?”


“...너 변호사라며.”


“그렇죠.”


“학교재판 변호사라며.”


“맞아요.”


“...그런 놈이 청소년부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몰라?”


“어...왜요?”


재판을 하는 동안에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난 또 다시 초보 변호사로서의 밑바닥을 드러내고야 말았다.


“너희 학교재판이 청소년 사건 수사권을 다 가져가버려서 유령 부서가 된거 아니냐.”


“근데...학교재판은 10개 학교만 시행하잖아요?”


“그러니까. 그게 문제지!”


남성하 형사님. 아니 반장님인가?


어쨌든 눈 앞에 있는 저 아저씨가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하필이면 이 원상시로 발령을 받아서는 이렇게 좌천되고 말았잖아! 운도 더럽게 없지.”


형사님은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토해내듯 말하셨다.


“경찰이 범인만 잘 잡으면 된거지 뭐하러 정치질을 하냐.”


역시. 사내 정치에서 밀려난 사람이었던 것이다.


“어쩄든, 내 책상 위에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이 모두 놓여져 있다.”


형사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하셨다.


180은 간단히 넘어버리는 키에 넓은 어께와 다부진 몸.


정말 아저씨같은 반팔 아래로 그 모델같은 몸매가 눈에 띄었다.


“대외비인데다가, 목격자라고 해도 결코 알려주면 안되는 자료들이지만...”


형사님이 슬며시 나를 바라보셨다.


빠르게 계산을 끝마친 그가 말을 마무리했다.


“뭐 CCTV도 없고,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는것도 아니니.”


그는 책상 위의 담배와 라이터를 집어들었다.


“누가 뭘 본다고 해서 눈치채기나 하겠나? 담배 피고 오마.”


형사님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움직여 문 밖으로 나갔다.


“한 20분 걸릴거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사무실 안에는 나 한사람이 남아있었다.


미처 문이 닫히기도 전에, 나는 이미 형사님의 책상을 훑어보고 있었다.



[ ...원상고등학교 학교재판의 피고인인 조서현은... ]


[ ...이번에 원상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 ]


[ ...원상시에서 일어난 연쇄 실종 사건... ]



셀 수 없는 정보들이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난 빠르게 기억의 궁전에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지만...



[ 조서현이 실종된 시간은 오후 8시에서 10시 사이. ]


[ 반복적이고 비슷한 정황이 포착된 실종사건. ]


[ 실종자들 간의 네트워크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고찰 - 실종자들 간의 유사점을 중심으로. ]


[ 주로 밤, 그리고 CCTV가 없는 곳에서 실종된 사람들. 철저하게 계획된 실종? ]



‘뭐가 이렇게 많아?’


아무리 막장인 부서라고 해도 결국 경찰은 경찰인가보다.



[ 피해자인 조서현의 친모와 친부의 증언. ]



학교재판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숫자의 증거들이 눈 앞에 있었다.



[ 조서현의 휴대폰을 추적한 마지막 위치. ]



상상만 하고,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얻지 못했던 증거부터.



[ 납치 범죄의 가능성. ]


[ 원상시의 지하 범죄 조직들 – 납치를 수행할만한 세력과 목적이 있는 이들. ]



절대로 구할 수 없기에,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증거들까지.


그 모든 증거들을 기억의 궁전에 넣으려고 하니, 머리에 과부하가 올 것 같았다.


“납치 범죄의 가능성이라...”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단지 추측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


온 몸에 전율이 흘렀다.


난 기억의 궁전을 더, 더, 더 넓혔다.


여기에 있는 모든 증거들을 담은 즉시.


난 형사님이 돌아오시는 것도 기다리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갔다.


“이제 5시...”


저 수많은 증거들을 해석한 난.


딱 한군데, 내가 가야할 곳이 어디인지를 깨달았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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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48화. 재판(7) 23.06.17 12 0 10쪽
47 47화. 재판(6) 23.06.16 15 0 9쪽
46 46화. 재판(5) 23.06.14 16 0 9쪽
45 45화. 재판(4) 23.06.13 16 0 9쪽
44 44화. 재판(3) 23.06.12 20 0 9쪽
43 43화. 재판(2) 23.06.11 18 0 10쪽
42 42화. 재판(1) 23.06.10 20 0 9쪽
41 41화. 피고인 실종 사건(9) 23.06.09 25 0 10쪽
40 40화. 피고인 실종 사건(8) 23.06.08 17 0 10쪽
39 39화. 피고인 실종 사건(7) 23.06.07 16 0 9쪽
38 38화. 피고인 실종 사건(6) 23.06.06 19 0 9쪽
37 37화. 피고인 실종 사건(5) 23.06.05 19 0 10쪽
36 36화. 피고인 실종 사건(4) 23.06.04 15 0 9쪽
35 35화. 피고인 실종 사건(3) 23.06.03 18 0 9쪽
34 34화. 피고인 실종 사건(2) 23.06.02 18 0 9쪽
» 33화. 피고인 실종 사건(1) 23.06.01 21 0 9쪽
32 32화. 연애금지구역(16) 23.05.31 17 0 10쪽
31 31화. 연애금지구역(15) 23.05.30 16 0 9쪽
30 30화. 연애금지구역(14) 23.05.29 16 0 9쪽
29 29화. 연애금지구역(13) 23.05.28 17 0 10쪽
28 28화. 연애금지구역(12) 23.05.27 14 0 9쪽
27 27화. 연애금지구역(11) 23.05.26 16 0 9쪽
26 26화. 연애금지구역(10) 23.05.25 15 0 9쪽
25 25화. 연애금지구역(9) 23.05.24 13 0 9쪽
24 24화. 연애금지구역(8) 23.05.24 17 0 10쪽
23 23화. 연애금지구역(7) 23.05.22 20 0 10쪽
22 22화. 연애금지구역(6) 23.05.20 18 0 10쪽
21 21화. 연애금지구역(5) 23.05.19 23 0 9쪽
20 20화. 연애금지구역(4) 23.05.18 18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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