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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won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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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won
작품등록일 :
2020.05.11 20:10
최근연재일 :
2020.05.16 18: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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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030

작성
20.05.1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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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터 통제 (2)

DUMMY

“네 가정사를 내게 알려줬으니 나도 내 삶에 대해서 알려주는 것이 공평하겠지. 나도 그렇게 행복하게 살고 있지는 않아. 결혼을 했고 아이도 있지만... 뭐랄까. 내 인생이 진짜가 아니라는 느낌? 그런 것을 받아왔었어. 그러다가 작년 초에 이 게임이 론칭하고 우연히 알게 돼서 처음 사이버 세계란 것을 접해보면서 센세이션을 느꼈지. 진짜가 아니지만 진짜 같은 세계... 그게 너무 좋았어. 내 현실 속 인생은 너무나 허무했거든.

그래서 깊이 빠져들어서 연구도 하고 사냥도 하고 그러다가 흑의사자 님을 알게 돼서 그 분의 길드에 들어갔고 이렇게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지. 지금은 이게 내 인생의 의미이자 동기가 되고 있어.”

“아. 그러시군요.”

서이수의 말에 강지민은 적절한 리액션을 해주며 회 한 점을 집어서 먹었다. 그런 강지민을 연민의 눈빛으로 바라보며 서이수는 격려를 해주었다.

“초등학생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도 그렇게 되고... 많이 힘들었겠구나. 그래도 그런 상황에서 정말 잘 버틴 것을 보니 참 대견하네. 네게도 이 게임이 좋은 반전이 되길 바랄게.”

“네. 고마워요. 헤헤.”

서이수의 말에 강지민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답을 했다. 그러나 그의 속은 그렇지 않았다.

‘쳇! 값싼 동정을 하고 있군...’

서이수의 이런 격려는 강지민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었다. 어린 나이에 부모가 그렇게 되고 주변 사람들이 보내었던 시선이 바로 이것이었다. 힘내라, 안 되었구나, 대견하구나, 그런 말과 시선은 강지민을 매우 화나게 했다.

‘그 따위 입만 산 격려 백 마디보다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돈을 달라고. 정말 상대를 염려한다면 말이야.’

강지민은 그리 생각하였으나 겉으로는 이를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미소를 지으면서 서이수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그런데 제가 여러 게임을 하긴 했지만 사이버 세계에 접속하여 하는 것을 처음이라서요. 주의해야 할 것이라던가 팁 같은 것 있나요?”

“음? 아. 정말 좋은 질문이야. 대부분은 제네시스 측에서 주의사항을 종합하여 만든 책자를 보면 될 거야. 게임방이 비치되어 있지. 부상 중에는 접속하지 마라, 음주 상태에선 접속을 자제하는 편이 좋다 등 말이야. 아무래도 뇌파를 다루는 것이다 보니 몸에 멀쩡한 상태로 하는 것이 안전하겠지. 이것은 민문구 사장님이 잘 검사해주시겠지만 혹시나 네가 부상 투혼을 발휘하겠다고 몰래 숨기고 하는 일은 없었으면 해.

그리고 이것은 확인되지 않은 팁이긴 한데 나는 접속하기 전에 유스베리 차를 마시는 편이야. 그렇게 하면 이상하게 게임 속에서 더 집중이 잘 된다고나 할까.”

“오오~ 그런 것이 있었군요.”

서이수는 어렵게 사는 강지민을 돕고 싶은 마음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팁을 다 알려주었다. 이것에 강지민은 그리 진지하게 듣지는 않았다. 게임 쪽에 상당히 재능이 있는 그는 사실 저번에 섬광 길드원의 도움으로 배우면서 대부분의 감을 잡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남의 팁 같은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런 것을 모르는 서이수는 먹으면서 쉬지 않고 설명을 했고 일식 정식을 다 먹은 후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바로 섬광 길드의 게임방으로 가기로 했다.

“안녕하세요. 문구 아저씨. 호호.”

“음? 아니. 이게 누구야. 전장의 여신. 서이수잖아. 좀 자주 좀 와. 여기는 남자들만 있어서 너무 칙칙하다고.”

“헤헤. 35세 아줌마가 더해져봤자 거기서 거기지요. 그리고 여신이란 단어를 오프라인에서 들으니 정말 부끄럽네요. 그 말 듣고 누가 얼굴 봤다가 바로 욕할 것 같은데...”

서이수가 인사를 건네자 민문구는 환하게 웃으며 담화를 이어갔다. 그러면서 그는 서이수 뒤에 서 있는 강지민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아아. 동재가 이수한테 저 아이의 교육을 맡긴 모양이구나. 그런데 왜 여기로 왔어? 네 집 앞의 게임방이 더 가까울 텐데?”

“네? 그게 무슨 소리죠?”

“뭐야. 지민이가 얘기 안한 모양이구만. 쟤 너랑 같은 동네에서 살아. 거리가 1킬로미터도 되지 않을 걸?”

“아~ 그래요? 이거 인연이네요.”

민문구의 말에 서이수는 강지민을 돌아보며 뭔가 이해한다는 얼굴을 했다. 그녀가 사는 동네는 주머니 사정이 그리 풍족하지 않은 이들이 많이 살았고 강지민처럼 힘든 과거를 가진 이가 살고 있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다.

“그럼 나중에는 내가 주로 이용하는 게임방에 가면 되겠네. 오늘은 여기로 왔으니 같이 접속하자.”

“네. 누나.”

서이수의 말에 강지민은 빙긋 웃으면서 접속 장치로 향하였다. 그리고 민문구는 잠시 기다리라고 한 후 무언가를 만들어 그녀와 강지민에게 대령하였다. 그것은 바로 유스베리 차였다.

“헉! 오랜만에 왔는데 기억하시네요?”

“당연하지. 우리 서이수 여신님의 취향인데. 너무 부담가질 것 없어. 너를 위해서 준비했다기보다는 이 길드에서 너 따라 이 차를 마시는 인간들이 좀 되거든. 하핫.”

“오~ 확실히 향도 상큼하고 머리도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민문구에게서 차를 받아서 마신 강지민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것에 서이수는 만족스러워 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접속을 했다.

그렇게 서이수와 강지민은 제네시스 온라인 속 세상에서 다시 만났고 그녀는 강지민의 교육을 위해 선공 형 몬스터가 없는 고렙 사냥터로 향하였다. 저렙 몬스터는 서이수가 어떻게 때리든 한 방이 죽기 때문이었다.

“그오오오오”

그러나 그 사냥터 자체에는 선공 형 몬스터가 없다고 해도 그곳으로 가는 길에는 흉폭한 몬스터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유저를 발견하고 달려들었다. 레벨 차이가 상당했기에 강지민이 이들에게 공격을 받는다면 한 방도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그러나 그럴 일은 생기지 않았다. 서이수가 자신이 속한 길드의 이름에 걸맞게 섬광처럼 움직이면서 그들 모두를 제거했기 때문이었다.

‘스각 슈가가각 스악’

“쿠에엑!”

서이수는 현란하면서도 우아한 검술을 선보이면서 몬스터 모두를 베어 넘겼다. 그리고 강지민은 이를 관찰하며 그녀가 왜 전장의 여신이라고 불리는지를 알 수 있었다. 제네시스 온라인을 즐기는 여성 유저들의 대부분은 외모와 몸매 보정을 최대한 예쁘게 하려 하는 편이었다. 남녀 성비가 8대2에 달하는 이 게임의 현실에서 비주얼이 좋은 여성 유저는 많은 이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공대에 여자 신입생이 입학할 경우 받게 되는 이점과 비슷했다.

여러 남자 유저들이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려고 하는 편이었고 비주얼이 좋을수록 그 효과는 더 컸다. 그런데 그에 비해 서이수는 외모 등 보정을 그다지 하지 않았다. 그냥 익명성을 위하여 게임 속의 얼굴을 보고 실물을 바로 알아보는 일만 없게 하기 위해 가볍게 변화만 준 정도였다.

즉, 다른 여성 유저에 비해 비주얼적으로 전혀 앞선 것이 없음에도 그녀가 여신 소리를 듣는 것은 이런 아름다운 동작에 있었다. 몬스터를 칠 때이든 유저와 싸울 때이든 그녀는 항상 예의가 있었고 단아한 검술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그녀와 파티 사냥을 하거나 전투를 한 유저들 모두가 그녀에게 매료되는 것이었다. 서이수는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는 강지민을 보고 피식 웃으면서 그를 끌고 목적지에 당도하였고 지나다니는 몬스터 매머드에게 다가가 가볍게 검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순박한 얼굴을 하고 있던 매머드는 갑자기 눈꼬리를 올리면서 상체를 반쯤 일으켰고 그대로 서이수에게 앞발로 공격을 가했다.

‘부우우웅’

서이수는 이것을 능숙하게 피한 후 몬스터에게 시선을 계속 둔 채 입만 움직여서 설명을 해주었다.

“이 게임의 타격법이 다른 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같은 스킬에 같은 무기로 한 공격이라고 해도 데미지가 일정하지 않다는 거야. 어떻게 때리느냐에 따라 데미지가 완전히 다르게 들어가지. 스치는 정도로는 거의 타격을 주지 못하지만... 이렇게...”

‘수아아악’

“크아아아악!”

서이수는 몸을 270도로 회전시키면서 매머드의 복부에서 머리까지 검을 베어갔고 그 타격을 느낀 매머드는 괴성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그 소리에 서이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길면서도 강하게 베어버린다면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지.”

“아. 그렇군요.”

“반대 케이스도 있어. 상대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버린다면 굉장한 고통과 함께 데미지를 입게 되지만 이런 식으로...”

서이수는 이번에는 방어법을 알려주기 위해 공격을 멈추고 방패를 든 채 매머드의 돌진을 기다렸다. 그리고는 상대의 머리가 자신의 방패와 부딪치는 타이밍에 백스텝을 밟으며 뒤로 물러섰다.

‘투아앙’

그럼에도 매머드의 돌진력은 상당했고 서이수는 대략 5미터 정도를 날아가다가 겨우 균형을 잡고 착지를 했다. 꽤 아파 보였지만 서이수는 이를 전혀 내색하지 않고 말하였다.

“상대의 공격 방향에 맞춰 발을 잘 움직이면, 그래서 상대의 힘을 흘리면 데미지를 최소화할 수 있어. 사실 이것은 정말 제대로 된 구현화라고 할 수 있지. 스치는 거랑 제대로 맞은 거랑 데미지가 같은 것은 사실 말이 안 되잖아. 나는 이것을 정말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

“네. 저도 꽤 재미있는 요소 같네요.”

강지민은 서이수의 설명에 열혈 학생이 된 것처럼 반응해주면서 배워갔다. 이에 서이수는 강지민의 레벨에 맞는 사냥터로 그를 데려가주었고 그가 사냥하는 것을 보면서 하나하나를 짚어주고 가르쳐주었다. 이 강의는 5시간 동안 이어졌고 서이수와 강지민 모두 열정적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그러면서 서이수는 강지민이 꽤 센스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음... 초보 티가 나긴 하지만 내 초보 시절을 생각하면 훨씬 더 나은 면들이 많아. 꽤 능숙한 느낌이랄까? 자세도 좋고. 점점 더 가르쳐보고 싶게 하는 아이인 걸?’

사실 강지민의 원래 계획은 처음에는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서이수의 열정적인 강의에 몰입하면서 그는 본래 실력을 보이면서 배우고 있었다. 이것은 강지민의 실수였지만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강지민의 어두운 가정사를 본 서이수가 그에 대한 모든 의심을 지운 채 가르치는 것에 열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오늘은 이제 그만. 게임을 이 이상 오래 하는 것은 건강에 안 좋아. 슬슬 돌아가자.”

“네? 벌써요? 하하.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더니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

강지민은 서이수가 제동을 걸자 놀란 얼굴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접속을 해제했다. 그렇게 현실로 돌아온 두 사람은 접속 장치에서 나왔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다른 수십 개의 접속장치는 두 사람이 왔을 때나 지금이나 계속 사람이 들어가 있었다.

“으음... 그러고 보니 오늘이 사냥터 통제 첫날인데 다들 바쁜 모양이네요. 제가 같이 했어야 하는데 이거 좀 미안한데요?”

“하하.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글쎄... 확실히 요즘 서동재가 힘들어 하는 것 같기는 해. 아니, 이 게임방 분위기 자체가 다 좋지 않아. 나야 게이머가 아니어서 그 내부 사정을 자세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천상 길드가 사라진 후로 그런 느낌이 짙어졌단 말이지? 6인의 용병단 연합 내에서도 갈등이 있어 보이고 이 천상 길드 내에서도 길천수 녀석이 좀 트러블을 만드는 것 같고 말이야.”

“그렇군요. 말씀 감사해요. 제가 한 번 나서봐야겠네요. 그럼 또 봬요.”

“그래. 잘 가. 나중에 또 오고.”

민문구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가감 없이 서이수에게 알려주었다. 이에 서이수는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다고 보면서 게임방을 떠났다. 강지민은 그런 서이수의 뒤를 따라갔고 둘은 버스에 타서 자기들이 사는 ‘소호동’으로 향하였다.

이후 버스가 멈춘 후 둘은 내렸고 서이수는 그냥 헤어지는 것보다는 바래다주는 편이 좋겠다고 보았다. 고등학생이라고는 하지만 강지민은 중학교 저학년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왜소했기 때문이었다.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이런 동네에 그를 혼자 보내는 것은 왠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그렇게 서이수는 강지민이 사는 집으로 향하였고 한 가지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소호동에서 그나마 괜찮은 구역이 서이수의 집 근처라는 점을 말이었다.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구나.’

거의 판잣집 수준의 위태로운 집들이 가득한 동네가 서이수의 시야에 들어왔고 강지민은 그중에서도 특히 안 좋아 보이는 집으로 들어갔다. 그는 열쇠로 문을 열었지만 서이수가 보기에 그 문은 열쇠의 의미가 별로 없어 보였다. 그냥 발로 차면 열릴 것처럼 느슨하였다.

“바래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으음? 그, 그래. 잘 지내렴. 이건 내 번호야. 앞으로 매일 접속해서 연습하자. 너는 재능이 있어 보이니까 한 달 정도 배우면 꽤 좋은 전력이 될 수 있을 거야. 나한테 물어볼 것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서이수의 번호를 받은 강지민은 예의바르게 대답을 하고 인사를 해주었다. 이에 서이수는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그의 집을 떠났다. 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보고는 다시 한 번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힘들게 살아가는 아이구나. 잘 되면 좋을 텐데...’

서이수는 자기처럼 마음의 그늘이 보이는 강지민을 생각하며 단순히 동정심 이상의 감정이 생겨나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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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서이수 (1) 20.05.11 82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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