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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8,216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11.0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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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전쟁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125화

진짜로 이영기 경감은 낄낄댔다. 이럴 땐 뒤통수를 한 대 탁, 쳐야 하는 게 정상이지만 오히려 솔직해서 정감이 갔다. 이영기 경감이 내민 손을 잡았다. 곱상한 게 뉴욕의 여피(Yuppie)족처럼 생겼어도 손은 운동한 손이었다.


- 하향이가 말 안 해요, 별명도 이름과 비슷하다고?

- 아뇨, 반대로 아작날 뻔했어요, 남친을 그렇게 살뜰하게 챙길 줄 몰랐어요.

- 남친이 아니고 하향이랑 나 사이에 딸이 하나 있어요.

- 네?! 결혼했어요, 선배?



- 그래도 골대엔 골키퍼가 없으니 안심해도 됩니다. 무주공산이라고나 할까...


그 말은 듣기 싫은지 아니면 날 의식했는지 하향이가 내 어깨를 주먹을 툭 쳤다.

실로 서민교의 얼굴은 두 눈을 뜨고 못 볼 정도로 망가졌고 짓이겨져 있었다. 눈알까지 튀어나와 있었다. 서민교 미모도 자기 말로 스스로 디스한 말이지만 텐프로 출신이라고 했듯이 지나가면 돌아볼 정도로 가히 역대급인데, A4 용지를 손으로 움켜쥐고 구겨놓은 것처럼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지리멸렬(支離滅裂)했다.

순간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수사도 좋지만, 인간적으로 야속한 마음이 들었다. 정상적인 얼굴로 되돌려놓지 않고선...

하향이가 눈치를 챘는지 먼저 미안하다고 했다. 수사 중이기도 하고 아직 연고자를 찾을 수 없어서 그대로 보존할 수밖에 없었으니 양해 바란다고 했다. 못 지킨 내 잘못이지 누굴 탓하랴...

당장 용천을 들고 성제에게 달려가 요절을 내고 싶었다. 만리장성을 쌓고 운우지정을 나눈 사이인데도 처음엔 얼굴을 분간 못 할 정도로 처참한 몰골에 치를 떨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가 치밀어 어떻게 성제 새끼를 발기발기 찢어 죽이지, 하는 복수심에 하향이가 옆에서 뭐라고 해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보통 또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오바이트가 나서 웩웩 거리는데 나는 속에서 주체할 수 없는 1차원적인 울분과 증오심만 분기탱천(憤氣撑天)했다. 그리고 나약한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다. 좋아한다고 했을 때 형식적으로 나도 좋아한다고 해 줄걸, 나 같은 게 뭣이라고 튕겼냐... 후회가 막심했다. 차가운 민교 손을 만지며 민교야 미안하다 좋은데 가서 좋은 남자 만나 행복하게 살아라... 속으로 그렇게 기원하고 하얀 시트를 덮어줬다. 하향이가 내 행동을 보고 의아해했다. 말은 안 했어도 그런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래 우린 니가 짐작한 대로 그렇고 그런 사이야, 니가 왜?... 다 까놓고 싶을 만큼 괜한 용심이 발동했다. 허망하고 허탈했다. 아야코가 머리에 떠올랐다. 아 될 대로 돼라,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다. 멱살잡이하든 머리로 받아서 코피를 내던지 재량(裁量)에 맡길 테니 다 까발려서 나 하고 싶은 대로 조촐하고 소박해도 성심껏 민교 장례를 치러주고 싶었다.


- 이래도 아직 타살인지 자살인지 확정을 못 해? 세 살 먹은 애들도, 삼척동자(三尺童子)도, 동물원 원숭이도 이건 타살이야 틀림없어, 내 이름 건다, 할 정도로 분명한 타살인데... 뭐가 두려워 망설여?! 젊은 층의 우상 성제라서? 아니면 권력의 중심에 있는 성제 새끼 아버지 장제갈 때문이야?!

- 아냐, 그건... 정확한 증거 때문에 그래, 타살이라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피의자가 성제라는 확실한 한방이 없어.

- 범인이 아니라 피의자라고? 니네들 잘 쓰는 범인으로 확정되기 전에는 무죄 추정

의 원칙 그런 거야?

- 비슷해...

- 그럼, 드라마 보니까 그런 거 나오데, 음식물 그런 거 가지고 사망추정 시간 유추해 내는 거...

- 위장의 내용물이 밥과 야채가 나왔는데 완전히 소화되려면 24시간이니까 삼분의

일정도 소화된 걸 보면 8시간 전에 사망한 걸로 나와 그러나 이것도 복잡해, 사망 자가 독감이나 폐혈증 등 질병이 있느냐 없느냐, 계절에 따라 바깥 온도가 달라지 고 옷 입은 상태 즉 속옷 차림이냐 두꺼운 파카 차림이냐 따라 또 달라지고 여러 각도로 체온 하강 속도를 계산해 봐야 사망 추정 시간을 예측할 수 있어, 말 그대 로 예측이고 추정이야, 어떤 변수가 끼어들지 몰라...

- 연고자가 있어?

- 수소문 중이야...

- 연고자가 안 나타나면 조달호 교수나 나는 안 돼, 장례 치르는 거?

- 응... 정 안되면 조달호 교수를 연고자로 해 볼게...

- 사고무친(四顧無親)이야?

- 아니, 세 살 위 오빠가 있는데 10여 년 전 중국 연변으로 가서 조폭 생활하다가 지금은 아마 흑룡강성 등 동북 3성에서 차오스(喬(乔)四:교사)파 중간 보스로 활동한다는 소문이 있어, 확실하진 않아, 아버지와 엄마는 일찍 이혼했고, 아버지는 세월호 때 학생들과 같이 생을 마쳤고 엄마는 5~6년 전에 췌장암으로 죽었어, 현재는 혼자인 거지...


시펄... 성제 개새끼, 입에서 욕이 나왔다. 물론 속으로 했지만 언젠가 죽이고 말겠어, 그러면서도 민교가 혼자였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더 우리 집 가족이 되고 싶어 했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다.

또 한 사람이라는 여형사가 잰걸음으로 다가왔다.

쳐다봤다. 소름이 확 끼쳤다.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피가 거꾸로 솟았다. 그 여형사도 기절초풍해

한동안 입을 열지 못 했다.


- 몽대 학생...


최반장이 나를 보자 새파랗게 핏기가 간 얼굴로 불렀다. 나는 아는 척도 안 했다.


- 이 여자가...

- 왜, 아는 사이니?


내가 벌겋게 달아오르자 하향이가 놀랐다.


- 내가 그냥 장례 치르게 해줘?

- 좀 더...

- 해줘!!


내가 소리를 쳤다. 최반장이 꿇어앉았다. 그때 조달호 교수가 헐레벌떡 뛰어왔다.


- 몽대야 이게 뭔 일이고? 대체...

- 갑시다, 내가 가면서 말씀드릴게요.


나는 벙쪄있는 하향과 이영기 경감 그리고 풀이 죽어 꿇어앉아 있는 최반장을 뒤로하고 조달호 교수를 끌다시피 해서 그곳을 벗어났다.

10여 년 전 성제와 나 사이 일어났던 학교폭력 사건 때 담당 형사가 여형사 최반장인데 그 최반장이 그때 나를 뒤에서 망치로 때렸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 진짜로 때리거나 발등을 찍은 게 아니다. 성제가 경찰서서 풀려나 패거리들과 술 취한 상태로 오토바이를 타고 다대포 해안도로로 달리다가 전봇대를 받아 상처가 났는데 그 상처가 내가 때려서 그랬다고 하자 사실이라고 거짓으로 증언한 그 여형사였다. 그것 때문에 아버지는 성제 아버지 장제갈 선거 유세차량에 올라가 내 아들은 학폭 가해자다, 내 아들이 성제를 때려 안와골절(眼窩骨折)이 왔고, 이빨 세 개가 흔들릴 정도로 주먹으로 때렸고, 심심하면 빵셔틀을 시켰고, 페트병에 오줌을 싸 마시게 했다고 아버지인 내가 이렇게 이실직고하고 용서를 빌겠다, 유권자들을 향해서 큰절하며 내 아들을 용서해달라 빌었다. 무조건 반성과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팩튼 줄 알고 아버지는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아버지는 비참했다. 온갖 수모와 치욕을 당하며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장제갈 지역구를 누비고 다녔다. 그래도 나는 조몽대를 용서하겠다고 성제가 마이크를 잡고 떠들었다. 뭐, 죄가 밉지 사람이 밉느냐고... 개새끼 그렇게 떠들었다. 주둥이에 커다란 반창고를 붙이고 떠들었다. 결국엔 아버지가 죽기보다 싫은 성제와 부둥켜안는 용서의 퍼포먼스까지 했다. 심지어 장제갈과 같은 당 후보의 요청으로 다른 지역구에 원정까지 가서 치욕의 퍼포먼스와 당신이 한때 서면 아가리라는 조폭이었다고 간증(?)까지 해야 했다. 아들인 나 조몽대를 위해 추상(秋霜)같은 자존심을 아버지는 다 버리고 아들을 위해 읍소(泣訴)했다. 그 결과 장제갈은 간신히

당선되었다. 그때 그 사실을 내가 알았으면 당장 일본에서 한국으로 날아갔을 것이다. 아버지와 엄마는 아들이 만약 돌아오면 감방 갈까 봐 일절 나에게 발설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지만, 엄마가 고작 소박하게 복수한 건 성제 집 연못에 키우는, 1마리 일억원 상당의 금용이라는 관상용 아로나 물고기와 수족관에서 키우는 한 마리에 3백만 원 호가(呼價)하는 크리스털 새우를 잡아서 성제 일당들에게 당선 축하 만찬을 베풀어(?) 줬다는 것이다. 사건을 뒤죽박죽 만들고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민주주의가 무르익은 나라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끔찍하고 엽기적인 사건의 최초 원인 제공자가 바로 최반장이라는 여형사다. 내가 눈 돌아가지 않겠는가?...

- 놔소, 마, 확 차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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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시리즈1 킹덤 : 전쟁 22.10.17 25 1 9쪽
112 시리즈1 킹덤 : 전쟁 22.10.02 27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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