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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 님의 서재입니다.

대충 사는 인간의 세상 뒤집記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keju0422
작품등록일 :
2022.06.14 04:52
최근연재일 :
2023.01.30 19:55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8,227
추천수 :
373
글자수 :
836,773

작성
22.10.17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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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시리즈1 킹덤 : 전쟁

시리즈1 킹덤 : 왕들의 무덤




DUMMY

113화

책을 꺼내 보려고 손을 내미는 순간 아야코가 숙여서 내 품으로 들어왔다. 싱긋 웃었지만,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두리번거렸다. 마침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의자에 앉은 사람들은 책을 본다고 우리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아야코 손이 동면에 빠진 늑대 동굴의 문고리를 잡았다. 나는 경악(驚愕)했다. 비명을 안으로 삼켰다. 아야코 손이 내 바지의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내 몸은 얼음처럼 굳었다. 무슨 짓이지?... 내가 바지 지퍼를 잡은 아야코 손을 와락 잡았다. 아야코가 그 큰 눈으로 나를 쳐다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손을 치우라는 눈빛이었다. 동면에 빠졌던 늑대가 갑자기 으릉, 으르렁거렸다. 문만 열면 튀어나갈 태세였다. 늑대 울음소리가 그랬다. 들어보면 안다.


- 니가 빼려고 한 책 사실 내가 쓴 소설이야...

- 뭐?!


나는 깜짝 놀랐다.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원조교제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18세 소녀 네가 썼다고? 고작 18살이 D.H 로렌스가 쓴 소설이나 헨리 밀러 소설보다 더한 색정(色情) 소설을 썼단 말인가? 물론 평가는 헨리 밀러는 물론이고 D.H 로렌스 보다 문학성이나 예술성이 높다는 게 이구동성이지만... 책도 전 세계적으로 대중 소설이 아닌 순수소설로서 3권이 한 질인 5천만 질이 팔렸다. 아야코 그대는 누구인가? 진정 하늘에서 내려온 올림프스 신전의 여신인가? 대체 뛰어남이 어디까지인지?

아주 짧은 순간이었다. 현실적으로는 1분 채 안 걸렸지만, 나에겐 24시간 온종일처럼 길었다. 일각(一刻)이 여삼추(如三秋)란 말이 실감 났다. 껍데기만 남고 다 빠져나갔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초 끝에 아련히 아쉬움이 남지만 나는 얼른 늑대를 넣고 자물쇠를 잠갔다. 더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었다. 충분히 나를 증명했다. 아야코가 그 뇌쇄적인 눈으로 쳐다보며 가볍게 내게 입맞춤을 했다. 나쁘지 않았다는 뜻일까? 아니면 이젠 명실공히 일심동체가 되었다는 걸까? 마침 인기척이 있어 우리 둘은 서둘러 떨어졌다. 나는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정신 차려보니 나는 도저히 민망해서 아야코를 쳐다볼 수 없었다. 몸 둘 바를 몰랐다. 무슨 핑계라도 대고 그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안 되면 애들이라도 나타나 주면 얼마나 좋을까... 나의 분신 쥰페이는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약속도 하지 않은 쥰페이가 원망스러웠다. 내 심정이 이런데 아야코는 어떨까?... 아야코도 말없이 나를 따라다니지만 자기가 주도해서 일을 치렀지만 나름 당황스럽고 뻘쭘한 것 같았다. 이야기로도 몇 번 듣지 못했을 정도로 순진무구한 10대 소녀가 남녀 간의 성행위를 직접경험했으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아야코에게는 후회란 없었다. 엄밀히 따지면 오히려 뿌듯했다. 부모를 비롯한 누구에게도 부끄러울 게 없었다. 거추장스러운 고등학생이라는 신분이 거슬릴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사회적 제약은 가소로웠다. 나를 옭아매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합궁이 뭐가 나쁜가, 결혼까지 하지 않았는가, 결혼하지 않아도 나는 얼마든지 장소 불문하고 몽과 사랑을 나눌 수 있고 자신할 수 있다. 뻔뻔스러운 게 아니라 떳떳하다. 뭐가 부끄러운가, 뭐가 부도덕한가, 옛날에는 허용되는 사회적, 도덕적 규범이 오늘의 잣대로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게 웃기지 않는가, 그럴 바에야 그놈의 규범은 무시해버리는 게 상책일 것이다. 욕정(欲情)이냐, 사랑이냐 묻는다면 나는 사랑이라고 단언한다. 나는 내 사랑을 한 번도 의심한 적 없다. 두 암수의 꾀꼬리가 노니는데 왠 참견이지? 이상한 눈초리를 거두어라... 아야코는 나와 하염없이 걸으며 자신에게 몇 번이나 되물었고 세상에 외쳤다. 그렇게 바짝 붙어서 요시야 서점 8, 9층을 3번이라 오르락내리락했다. 전혀 피곤하지 않았다. 상상도 하기 힘든 요시야 서점에서 아야코와의 운우지정(雲雨之情)의 파장이 육체적 고됨을 상쇄시켰다. 아야코에게서 비로소 인간의 냄새가 났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여자 냄새가 났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여자들만 풍기는 그런 냄새였다. 우리나라 시인이 봄날의 물오른 뭐라고 했는데 그 물오른 뭐라는 여자가 내뿜는 그였다. 그 냄새 때문에 눈 돌아간 늑대가 자물쇠를 물어뜯었지만 절대로 열지 않았다. 나는 욕정을 잠재우기 위해 9층을 3번이나 걸었고, 아야코는 합체가 되는 그 순간의 오르가즘(orgasm)을 온몸에 되새김하기 위해 걸었다. 한 번씩 쳐다보는 이글거리는 눈빛을 외면하는 이유는 그 자리서 그녀를 안고 쓰러지고 싶은 걸 자제하기 위함이었다. 저 큰 눈의 눈빛, 사람을 미치게 하는 눈빛, 제발 거두어다오, 감당하기 힘들단다, 아야코...


- 아이스크림 먹을까?


아이스크림을 파는 카페를 지나갈 때 아야코가 말했다. 너무나 반가운 소리였다.


-좋지...


나는 주문하기 위해 손을 놓으며 말했다.

아야코가 으잉~ 코뱅뱅이 소리를 내며 다시 내 손을 잡았다. 같이 주문하자는 거였다. 사실 손은 내가 먼저 잡았다. 손을 잡고 싶어서라기보다 자꾸 나에게 아야코가 슬쩍슬쩍 몸을 기대거나 스킨십으로 애정 표현을 할 때마다 으르렁거리는 늑대를 잠재우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그날은 나와 아야코는 단순해졌고 1차원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 들어가...


내 말에 누나가 망설였다. 성제 일당이 머문다는 호텔 로비까지 와서 수진 누나가 망설였다. 악귀가 든 술을 성제가 먹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왔지만 수진 누나는 결정적인 순간에 망설였다. 결연한 의지는 보였지만 얼굴은 굳어 있었다. 무슨 일일까? 밝히지 못하는 뭔가를 수진 누나는 숨기고 있었다. 나는 누나 손을 잡고 호텔 문 밖을 나섰다. 이런 상황이 구차해 보였다. 유우도 잘했다며 내 어깨를 툭 쳤다.


- 어떤 일이든 아니 어떤 일이 벌어지든 우리가 해결하면 되잖아?

- 그래서 나온 거야.


내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유우가 말했고 내가 대답했다.

내 옆에는 당연히 수진 누나가 앉았고 뒷자리에 유우가 앉았다.


- 미안해... 도저히 그 인간 앞에 못 가겠어...

- 어허이, 누나도... 내가 미안하지, 누나 입장은 생각도 안 하고 내 고집만 피웠으니, 어떻게 돼든 유우 말대로 우리가 해결해, 누나?


내 말에 누나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핸드폰 시계가 오전 7시를 가리켰다.


- 예, 엄마...

- 성님하고 같이 있다...

- 선의는?

- 아버지보고 잘 지켜보라고 했다.

- 예, 우리도 그리로 가는 중입니다, 나중에 뵐게요...


내가 전화를 끊자 수진 누나가 충격적인 고백을 했다.


- 대학 2학년 때 성제가 한국에서 대마초 흡입하고 정신을 잃은 상태로 운전하다가 사람을 치어 죽이고...

- 음주가 아니고 대마초였어요?

- 응, 음주로 언론과 검경과 짜 맞춘 거지, 국내 여론이 들끓자 내가 있는 미국으로 왔어...


이야기는 자초지종 이랬다. 미국에 와서도 성제는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수진 누나는 동생이라 따끔하게 훈계도 했지만, 성제는 콧방귀만 껴서 한집에 살아도 남처럼 지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밤에 성제가 몰래 탄 수면제가 든 생수병의 물을 마시고 잠들었는데 깨보니 성제가 벌거벗은 채로 자기 몸을 더듬고 있어서 비명을 지르고 뛰어나와 기숙사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 뒤로 성제는 민암재단의 돈으로 집을 구해 나갔고 수진 누나는 그 집을 팔고 생모가 마련한 집에 들어가 살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남자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했다.


- 근데 유우, 나한테는 누나가 과민반응을 안 보여, 맞지, 누나?

- 응, 신기하게도 몽대와 신체 접촉을 해도 소름이 끼치지 않았어...

- 나의 순수함 때문에 그래, 헤... 암, 나는 착한 놈이야, 하하...


나는 어깨에 힘을 주며 차가운 수진 누나 손을 잡고 떡 주무르듯이 주물렀다.


- 봐, 유우... 누나가 아무렇지 않잖아, 하하

- 그럼, 고분에서...


유우가 또 고분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일을 꺼낼 모양새였다.

나는 얼른 끼어들었다.


- 그 누구도 발굴 못 하는 것을 내가 고분에서 직호문녹각제도장구를 발굴한 건 내가 그만큼 순순한 사람이라는 걸 조상이 증명해 준 거지...

- 발굴이 아니라 발견이라는 게 맞지 않을까?...

- 그래도 상관없고...


유우가 더 이상 파고들지 않아서 안심이었다. 발굴이든 발견이든 별 관심도 없다 아무렴 어떠랴, 파렴치한만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 비하해도 좋다.


그때였다. 청천벽력 이상의 일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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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시리즈1 킹덤 : 전쟁 22.10.22 2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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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1 킹덤 : 전쟁 22.10.17 26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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