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8 09:05
연재수 :
903 회
조회수 :
3,851,291
추천수 :
119,348
글자수 :
10,001,832

작성
23.12.06 09:05
조회
1,757
추천
97
글자
23쪽

Frank Castle.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퍼니셔의 코스튬 상징이라고 하면 해골이다.

원작 코믹스에서 해골의 기원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프랭크 캐슬이 해병대수색대원으로써 참전한 베트남전에서 자신의 상징으로 삼은 것을 퍼니셔가 된 이후에 다시 사용하기 시작한 것.

다른 하나는 <퍼니셔 맥스>에서 묘사된 것처럼 프랭크 캐슬의 꿈에서 가족의 죽음에 대한 복수가 너무나 커서 형상화된 해골 낙서를 가슴에 그리게 되었는데, 적들이 자신의 머리보다 해골 마크가 그려진 방탄조끼를 먼저 쏘도록 유도하는 전술을 구사하게 되는 것에서 기원했다는 것이다.

이전 삶의 <퍼니셔> 실사영화에서는 프랭크 캐슬의 아들이 시장에서 사온 티셔츠에 해골 마크가 새겨져 있다는 설정이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했다.

일종의 액땜의 의미다.

류지호는 이전 삶의 액땜 설정과 꿈속 설정 두 가지를 섞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돌아온 프랭크 캐슬이 유약한 아들이 친구들에게 얕보이지 않도록 전쟁터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해골 문양을 티셔츠에 그려서 선물한다.

코스타 패밀리에게 살해당하는 아들이 입고 있던 셔츠가 바로 프랭크 캐슬이 선물해 준 해골 문양 티셔츠다.

프랭크 캐슬이 악몽에 시달릴 때마다 꿈속에서 등장하는 아들은 언제나 해골문양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있다.

프랭크 캐슬은 가족의 죽음을 발판으로 복수심을 불태우기 위해 마이크로가 조력자로 합류하면서 방탄조끼에 해골문양을 넣기 시작한다.


[어둠 속에서 해골 마크가 적들의 눈에 확 들어올 수 있도록.]

[고담시티의 서치라이트처럼.....?]

[마스크를 뒤집어 쓴 슈퍼히어로란 놈들은 다운타운에만 관심이 있지.]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있잖아.]


1974년 <어매이징 스파이더맨>에서 스파이더맨을 빌런으로 오인해 죽이려는 적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로 퍼니셔는 스파이더맨과 적대도 하고 함께 힘을 합치기도 하는 등 복잡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암튼 현실에서는 어떤 방탄조끼도 완벽히 착용자를 보호하진 못한다.

<REMO>부터 류지호의 영화마다 총기 프롭을 담당하고 있는 윌링턴이 설명했다.


“뒤퐁사가 개발한 케블라(kevlar)라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방탄조끼는 액션영화 주인공이 입으면 자동소총에 맞아도 잠시 쓰러졌다가 일어나는 마술을 부리게 하지만. 현실에서는 25년 이상 개발되어 온 이 방탄조끼 기술력도 자동소총이나 기관총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야. 해외 작전에 투입되는 미군이 착용하는 15Kg 10만 달러짜리 특수 방탄조끼도 20m 안에서 자동 소총급 이상의 총기를 갈기면 즉사할 수밖에 없어.”


관객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제작비용이 투입되는 블록버스터 액션영화에는 현실적인 디테일 보다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할리우드적인 오버 액션이 자주 사용된다.

특히 액션영화의 필수격인 총격신은 현역 군인들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장면들로 스크린을 채울 수밖에 없다.

<히트>에서 도심 총격전을 굉장히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

그 영화에서조차 사운드 테크닉이 상당히 많이 들어가 있다.

액션영화에서 소음기를 장착한 총기들이 단골로 등장하는데...


푸슉.


소리 크기를 상황에 맞게 강조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실제 소음기는 총알을 발사시키는 가스의 속도와 소음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소음을 약간 줄여줄 뿐이다.

완전히 없애지는 못한다.

일반 총소리가 140~160 데시벨이라면, 소음기를 단 총은 120~130 데시벨을 낸다.

귀 바로 옆에서 전동식 드릴을 돌리는 소리와 비슷한 데시벨이다.

또 하나 익숙한 장면 중에 샷건에 맞고 뒤로 날아가는 설정이다.


“물리 법칙을 무시하는 장면이지. 빅키, 째려보지 마. 난 과학적인 근거를 말할 뿐이야. 스턴트 디자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인상을 구긴 빅키 햄휴즈가 입을 열었다.


“우리가 몰라서 그렇게 연출하는 줄 알아?”

“알지. 멋져 보이니까. 사실 총을 쏘는 사람이 받는 반동이나 총알을 맞는 사람이 받는 반동이나 비슷해. 샷건을 맞아도 약간의 반동으로 몸이 뒤로 밀리게 될 뿐이지.”


가장 어이없는 총기액션은 무제한 발사되는 총알이다.

고증이 철저해야 할 전쟁영화에서조차 몇 분이 지나도록 총알을 퍼부으면서 탄창을 전혀 갈지 않은 채 장면이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류지호는 <REMO> 시리즈부터 그 부분은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군대를 두 번씩이나 다녀와서 기본적인 총기액션고증을 소홀히 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기에.


“윌링턴, AK-47을 자동으로 사용할 경우 탄창 하나 비우는데 얼마나 걸릴까?”

“3~4초?”


사실 영화에서 몇 초마다 탄창을 갈아 끼우면 스토리가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온몸에 탄창만 주렁주렁 매달고 다릴 수도 없고.

그럼에도 류지호는 스턴트팀과 총기 프롭팀에게 매 장면에서 총알이 발사되는 한 발 한 발을 일일이 계산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의미 없이 총 쏘는 장면에서 멋 부리지 말라는 의미에서다.


“또 완벽주의가 발동했네....”


반만 맞았다.

등장인물들이 자주 탄창을 갈아 끼운다면 얼마나 산만하고 액션 흐름이 뚝뚝 끊기겠는가.

액션 시퀀스의 총알 개수까지 계획을 세우라는 것에는 CG와도 연관이 있다.

<Frank Castle>에서는 길거리 총격씬도 제법 많지만, 주로 실내에서 각종 액션 상황이 펼쳐진다.

인물 간 근접거리에서 사격을 할 경우가 꽤 많다.

그 때문에 해병수색대 군사고문을 대동해서 근접전투술(CQB) 고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격자세도 총기별로 실제 해병수색대에서 행하는 그대로 적용했다.

이미 90년대부터 할리우드 액션영화 사격장면에 화염 CG를 넣었다.

이전에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총구 화염(muzzle flash)을 만들었다.

CG가 가미되기 시작한 주된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다음이 아름다운 총구 화염효과 때문이고.

<Frank Castle>에서는 총을 쏘는 사람과 맞는 사람이 한 화면에 자주 잡힌다.

마치 <존 윅>처럼.

때문에 안전한 거리로 인물들이 떨어진 경우에는 피탄 주머니를 아날로그로 터트리고, 근접한 거리는 모두 CG를 넣기로 했다.

특히 이마, 목, 손 등에서 피가 터지는 연출은 무조건 CG가 들어간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피가 품어지는 효과가 어색한 구석이 있었다.

이젠 아니다.

매우 리얼한 피탄 효과를 CG로 구현할 수 있다.

D-Cinema의 장점 중에 하나다.

화질의 손실 없이 디테일한 VFX 효과들을 마음 놓고 넣을 수가 있게 되었으니까.

물론 그만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배우가 일부러 피탄 주머니를 차는 경우도 있다.

몸에 부착한 화약이 터지면 몸을 툭툭 건드리는 정도다.

따라서 실감나는 연기를 위해 배우가 일부러 피탄 주머니를 몸에 부착하기도 한다.

원래 피탄 주머니에 안전상의 쿠션을 넣는데, 리얼한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쿠션을 조금 빼기도 한다.

충격이 좀 더 배우에게 전달되면 그만큼 강렬한 리액션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철컥.


공이치기를 뒤로 당겨 격발 준비상태로 만드는 ‘코깅‘ 소리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필수 장면이다.

그런데 너무 과도하게 보여주면 몰입을 확 깨는 요소 중에 하나가 되기도 한다.

클리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 준비 됐어’ 같은 클리셰가 그렇다.

어쨌든 류지호의 <Frank Castle>은 어떤 면에서는 시대를 역행하는 액션영화다.

이 당시 할리우드 액션영화 흐름은 대략 두 부류다.

<X-맨>, <스파이더맨>처럼 화려한 CG가 듬뿍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

다른 하나는 <본> 시리즈로 촉발된 핸드헬드 촬영기법과 빠른 편집 스타일로 버무려진 중저예산 규모의 영화다.

특히 후자의 경우는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되어버렸다.

류지호가 스턴트 코디네이터 팀에게 요구한 액션은 아날로그 정통액션에 가까웠다.

다만 총알 궤적, 총구 화염, 피탄 효과 등에는 적극적으로 CG가 사용된다.

카체이스와 폭발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전 삶의 인상적인 총기액션 영화들, 가령 <히트>, <액트 오브 밸러>, <존윅> 같은 영화들의 액션 장점만 집대성한 아날로그 건액션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를 위해 빅키 햄휴즈와 스턴트 코디네이터들은 미해병수색대 전술교범을 통달해야 했고, JHO Security Service의 해병수색대 출신들과 머리를 맞대고 영화 속 상황에 어울리는 액션 시퀀스를 만들어냈다.

류지호는 마음에 드는 아이디어를 고른 후에 이전 삶에서 인상적이었던 액션 시퀀스를 녹였다.

완전히 새로운 액션 시퀀스는 아니다.

다만 지금의 세계적인 액션영화 흐름과 다르긴 하다.


“휘유!”

“정말 많이도 죽어 나간다.”


<Frank Castle>에서 액션씬만 찍었다 하면 수없이 사람이 죽어나갔다.

코스타 패밀리 멤버라서 죽고, 마약 팔다 죽고, 무장 비용이 모자라 희생양이 되고, 직소의 부하라서 죽고, 빈민가 아파트 주민들을 괴롭혀서 죽고, 겁도 없이 프랭크 캐슬에게 시비 걸어서 죽고, 죽고... 또 죽고.

저격총에 맞아 죽고, 자동소총에 난사당해 죽고, 베레타에 맞아 죽고, 군용 대검에 목이 썰리고, 정글도에 머리가 쪼개지고, 도끼에 허리가 두 동강... 주먹에 맞아 죽고, 밴에 치어 죽고...죽고 또 죽고.

그렇다고 해서 영화 내내 살인 장면이 끊임없이 이어지진 않는다.

다만 싸움이 벌어지거나 액션이 펼쳐지면 무수히 죽어나간다.


“Jay는 몇 명이나 죽일 생각이래?”

“200명 조금 넘나?”

“전쟁영화도 아닌데?”

“그것 때문에 동부에서 활동하는 스턴트맨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서 스케줄을 확인한 걸 생각해보면.....”


L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턴트맨이 대략 5,000명 정도다.

동부는 그보다 적긴 하다.


“아프리카계, 이탈리아인, 러시아인, 중국인, 베트남... 또 히스패닉까지.... 어휴, 말도 마.”


미국 감독들은 아시아 각 국가별 출신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당연하지만 류지호는 정확하게 구분한다.

캐스팅 디렉터나 스턴트팀이 인종을 헛갈리게 데려오면.... 혼난다.


“100분... 아니, 120분 정도 되는 러닝타임에서 일일이 총을 쏴서 200명 가까이 죽이는 걸 다 보여줄 수 있어? 재미없지 않나?”

“고문해서 죽이고, 불을 질러 통구이로 만들어서 죽이고, 떼로 몰아서 죽이고, 한 명 씩 암살도 하고, 클레이모어도 터트려서 날려버리고, 자동차 사고로 사람을 깔아버리고... 암튼 미쳤어. Jay는.”


헬기 프로펠러로 적들을 갈아버리고 싶었다.

제작비 때문에 포기했다.


“그걸 다 퍼니셔가 하는 거야?”

“직소가 죽이는 건 뺀 숫자야.”

“crazy Jay가 강림했군.”

“학부형 단체에서 난리치는 거 아닌지 몰라.”

“R등급이라고 아주 막 나간다니까.”


이 시점에서 할리우드 영화에서 사람이 가장 많이 죽은 것으로 알려진 영화는 2002년에 개봉된 <섬 오브 올 피어스>다.

영화 속에서 모두 2,922명이 죽었다.

그 다음으로 <반지의 제왕 : 왕의 귀환> 2,798명, 두 개의 탑이 1,741명, <매트릭스 : 레볼루션>이 1,647명, 1995년 개봉한 <브레이브 하트>가 1,297명이다.

사람을 많이 죽였을 것 같은 <터미네이터>나 <다이하드>는 생각보다 사람이 엄청 죽어나가진 않았다.

액션의 스케일이 커보였을 뿐이다.

류지호가 영감을 받은 이전 삶의 <존 윅>은 대략 120명 정도가 직접적으로 죽는 것으로 묘사되었다.


“스토리텔링은 어떻게 한대?”

“액션시퀀스 템포나 호흡이 무척 빨라. 영화가 전반적으로 루즈한 부분 없이 죽죽 나갈 것 같아. 물론 30분 정도는 인내심을 발휘해야겠지만.”

“Jay가 오랜 만에 할리우드 영화로 돌아오는 건가?”


그래봐야 1억 달러짜리 영화도 아니고.

겨우 5,500만 달러 예산 영화일 뿐이다.

사실 A-List에 이름을 올린 류지호에게 어울리는 프로젝트는 아니다.


“그런 셈이지.”


스토리와 액션의 관계는 생선의 뼈와 살점의 관계와 닮았다.

사람들이 즐기는 건 생선의 살점이다.

하지만 뼈대가 없으면 살점이 형태를 유지할 수 없다.

그처럼 액션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탄탄한 전개와 개연성, 입체적인 캐릭터 같은 것들이 필요하다.

그런데 막상 액션이 시작되면 서사적인 요소들은 방해물에 가깝다.

설명이 많을수록, 내면을 집중하기 시작할수록, 잔가시가 많은 영화가 된다.

가시를 뽑아내느라 서사의 속도를 늦추다보면, 액션의 들뜬 열기가 식는다.

지나치게 설명이 많다는 불편을 겪기도 한다.

때문에 할리우드 액션영화는 공식이라고 할 순 없지만, 일종의 서사 전략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액션을 먼저 정하고, 스토리를 만드는 방식이다.

선후의 문제다.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액션을 집어넣는 게 아니라, 액션을 먼저 짜고 이야기가 이를 받쳐주기 위해 뒤따라오는 것이다.

여기서 개연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장면들을 이어주는 접착제가 바로 개연성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액션스릴러 장르는 액션이 서사보다 앞선다.

문제는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쓰다보면 액션이 죽는다.

반대로 액션에 집중하다보면 스토리가 느슨해진다.

이런 난제를 풀기가 어려워 보인다.

답은 캐릭터에 있다.

캐릭터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특히나 액션영화의 심장이다.


‘오! 퍼니셔라면 저럴 수 있어.’


캐릭터에 대해 관객의 납득과 동의가 이뤄지면, 그 다음부터는 영화가 제시하는 개연성을 받아들이고 따라가게 된다.

존 맥클레인(다이하드), 릭스(리셀 웨폰)가 대표적이다.

좀 더 현대로 오면 <케리비안 해적>의 잭 스패로우, 넓게 보면 <배트맨> 프랜차이즈와 TCU 영화들이 캐릭터가 곧 서사와 같은 영화다.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캐릭터는 공고해지고 액션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Timely Knights 프랜차이즈는 액션 장르에 충실한 영화다.

액션시퀀스 아이디어들이 돋보였다.

사실보다 더 사실 같은, 더해 코믹스보다 더 코믹스 같은 액션들을 자랑했다.

히어로들의 시그니처 액션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반복 혹은 변주될수록 캐릭터는 더욱 선명해지게 되고, 결국 하나의 세계관으로 통합되게 된다.

<인크레더블 헐크>부터 시작되는 <어벤저스> 세계관은 액션영화의 혁신을 보여주게 된다.

두 명의 괴수(헐크와 어보미네이션)가 벌이는 싸움이라던가, 토니 스타크가 MK 시리즈 수트를 입고 싸우는 것이라던가.

류지호의 <Frank Castle>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혁신적인 액션영화는 아니다.

90년대 아날로그 액션으로의 회귀나 진화도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액션영화의 매력과 본질을 복습하는, 클래식한 영화에 가깝다.

세상에는 아날로그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도 많다.


‘그런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액션영화도 필요한 법이지.’


트라이-스텔라처럼 보편적인 정서를 담은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도 필요하고.

ParaMax처럼 마니악한 영화를 만드는 영화사도 필요하며.

JHO Pictures처럼 그 중간 어디쯤의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사도 필요하다.

그것이 흥행 사업에서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다.

창작측면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길이기도 하고.

JHO Company Group은 연간 100여 편에 이르는 영화(비디오 및 TV용까지)와 애니메이션 , TV시리즈를 생산·유통한다.

모 아이스크림 브랜드보다 몇 배나 많은 맛이 메뉴판에 올라온다.

관객들은 그 중에서 골라 즐기기만 하면 된다.


❉ ❉ ❉


크리스마스 시즌에서부터 연말까지 <Frank Castle> 촬영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한 것이다.

틸 슈라이버는 휴가를 받아 독일로 돌아갔다.

배우와 헤드스태프들도 서부의 집으로 날아갔다.

뉴욕에 남은 것은 류지호 밖에 없다.


- 설에는 올 수 있는 거니?


아쉬움을 꾹꾹 누르는 태가 역력한 심영숙이었다.


“그때 즈음 촬영이 끝나서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 그럼 연말에도 며느리랑 미국에서 지내렴. 괜히 힘들게 왔다 갔다 하지 말고.

“전용기 타고 가는데요, 뭘....”

- 영화 촬영하느라 바빠서 며늘아기랑 데이트도 못했을 텐데, 이번에 점수 좀 따.

“하하. 알겠어요. 그럼 설에 찾아뵐 게요.

- 사돈과 사부인에게도 안부 전해주고.

“네. 설에 뵐게요.”


뉴욕에 남은 류지호는 레오나와 오붓하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뉴욕 거리를 걷다보면 알아보는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요청하기도 하고, 사인을 부탁하기도 했다.

경호원들과 함께 다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뉴욕 시민들 대다수는 기본적으로 류지호 부부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해주었다.

단 파파라치는 예외다.

뉴욕에서 평온하고 달달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 류지호로 인해 꽤나 시끄러웠다.

영화 시상식에 후보로 올라온 <군계> 때문이다.

일본영화가 어떻게 한국영화 최고 권위의 시상식 후보가 될 수 있냐는 것이다.

외국영화상이면 몰라도.

서구권에서는 국가 간 합작이 활발하기에 해당국가가 관여한 영화는 모두 자국 영화로 간주한다.

반면에 한국 영화계에서는 합작영화라도 메인이 어디인가를 반드시 따졌다.

<군계>는 일본에서는 일본이 먼저 표기되고, 일본이 아닌 국가에서는 한국을 먼저 제작국가로 표기하기로 계약이 되어 있다.

혼란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한국 배우가 한 명도 출연하지 않는데, 어떻게 한국영화로 볼 수 있겠습니까?”

“합작 제작사와 감독과 메인 스태프가 한국인입니다.”

“과거 그랜드벨 어워즈에서도 합작영화를 한국영화로 인정한 선례가 있습니다.”

“그건 그랜드벨 어워즈의 선례이지 본 시상식의 선례는 아닙니다.”


<군계>가 한국영화인지 일본영화인지에 대한 논쟁이 치열했다.

류지호로서는 논란이 된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어쩌랴 한국 영화계는 그것이 무척 중요한 것을.

암튼 무척 진지한 논쟁이 진행되었다.

가온그룹이 스폰서로 참여하는 춘사영화상까지 불이 번졌다.


“영화 시상식도 노이즈 마케팅을 합니까?“


류지호는 어이가 없다 못해 황당함이 밀려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WaW 정운규 대표의 음성은 담담했다.


- 아무래도 일본이라고 하면 쌍심지를 켜는 사람이 많으니까요.


일본과는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는 정서가 있긴 하지만.

합작영화에 대해 문제제기를 한다는 사실이 류지호로서는 도저히 이해를 할 수 없었다.


- 처음 평론가 한 명이 영화의 국적성을 따지는 글을 모 신문에 실었습니다.


진보신문이었다.


- 제작사의 국적을 문제 삼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영화의 정서와 스토리가 일본적인 것을 분석하고 해석한 글이었습니다.

“그 비평글이 발단이 되어서 확대 재생산 되었다?”

-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그와 관련해 토론이 벌어지고, 그것을 또 언론이 다루고... 포털에서 시끌시끌해지고 또 다시 매스컴에서 다루게 되고. 그러다 보니 별의 별 것까지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결론이 났습니까?”

- 감독님 말씀처럼. <군계>는 류지호 영화라고 했습니다.

“내가 일본사람이냐는 말도 나왔겠군요?”

- ....

“그래서 후보작에서 빼버린 겁니까?”

- 예.

“잘 했어요. 어차피 시상식에도 못 가는데.”


일본대중문화가 개방 될 때.


“일본은 싫지만, 애니메이션은 좋다.”


그런 식으로 말하는 마니아들이 많았다.

한국 가수가 일본에서 활동해 인기를 얻는 것은 괜찮고, 일본 가수가 한국에서 활동하며 인기를 얻는 것은 어딘지 불편하다.


“논란은 수그러들었어요?”

- 그게 조금 웃긴 상황입니다.

“아직도 논쟁 중입니까?”

- 베를린영화제 수상작이 후보작에서 빠졌다고 또 난리입니다.


일본합작이기에 한국영화라고 인정하긴 싫지만, 3대 국제영화제 수상 기록은 우리 거다.


“심보들이 참... 난 신경 안 쓰니까. WaW도 괜히 오버하지 마세요.”

- 일단은 시상식 시즌이 끝나야 조용해질 것 같습니다.

“디렉터스컷 어워즈는 어떻게 했대요?”


벌써 9회째를 맞이한 디렉터스컷 어워즈다.

한 해를 빛낸 영화인을 선정해 그 활동을 치하하는 자리 성격이 강해서 작품성이나 예술적 가치도 고려하지만, 동료 감독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성격이 좀 더 강했다.

류지호는 감독조합 정회원이 됐다.

드디어 디렉터스컷 어워즈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Frank Castle>을 촬영하고 있기에 참석할 수 없었다.

대신해서 감사를 표하는 동영상을 찍어 한국으로 보냈다.

미국의 감독조합상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디렉터스컷 어워즈도 연차가 쌓이면서 조금씩 권위를 갖기 시작했다.

류지호는 잘 나가는 감독 몇 명이 주도하고 즐기는 그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길 바랐다.

그동안 남녀 주연상으로 나뉘어 주어졌던 올해의 연기상은 <괴물>의 박씨 가족 전원에게 상을 시상함으로써 그 파격이 눈에 띄었다.

올해의 영화인상은 스크린쿼터 투쟁에 자금을 대고 큰형처럼 막후에서 조절해 준 영화인회의 이사장이, 올해의 사회활동 부문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해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감독 두 명이 공동수상했다.

얼핏 보면 젊은 감독들의 친목질처럼 보일 수도 있다.

류지호는 한국영화계의 상들이 천편일률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영화감독들이, 촬영감독들이, 배우들이 동료에게 시상하는 상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

때론 동업자 혹은 동료가 주는 상이 당사자에게 큰 의미를 가질 수 있으니까.


- 한국영화계가 독한 다이어트에 돌입했습니다.

“후우~”


류지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답답했다.

한편으로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도대체 언제까지 한국영화 위기론을 들먹일 것인지.

스크린쿼터 축소로 위기, 금융위기로 투자가 위축되었다며 위기, 천만영화가 몇 편이 나와도 위기, 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했다고 위기, 한국영화가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도 위기, 할리우드 메이저들의 공습이 시작되었다면서 위기... 위기 또 위기.

위기가 아닌 적이 없다.

90년대 초반부터 영화인들이 불공정 타파, 체질개선을 부르짖었다.

달라진 것이 없다.

위기 때마다 나오는 말이 대기업 나쁜 놈, 그 다음이 인건비 축소다.


“또 고통을 분담하자면서 스태프 인건비부터 후려치는 겁니까?”


동업자 정신을 주장하면서 한다는 짓이 겨우 스태프 인건비 깎는 짓이다.


“WaW는 그대로 갑니다. 휩쓸리지 마세요.”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Bhagavat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연참대전 열심히 달려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96 Frank Castle. (7) +5 23.12.07 1,791 99 24쪽
695 Frank Castle. (6) +3 23.12.07 1,580 96 24쪽
» Frank Castle. (5) +8 23.12.06 1,758 97 23쪽
693 Frank Castle. (4) +6 23.12.06 1,686 87 24쪽
692 Frank Castle. (3) +9 23.12.05 1,835 94 24쪽
691 Frank Castle. (2) +4 23.12.05 1,799 84 24쪽
690 Frank Castle. (1) +11 23.12.04 1,972 103 23쪽
689 일본 침공. (3) +3 23.12.04 1,820 91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1,937 107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1,961 107 23쪽
686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2,004 94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1,985 103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1,965 106 24쪽
683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2,010 101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2,007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023 108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036 96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071 106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061 106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6 23.11.20 2,091 111 25쪽
676 세기의 결혼식. (1) +6 23.11.18 2,126 106 28쪽
675 TCU의 닻을 올리다! (2) +5 23.11.17 1,942 101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4 23.11.16 1,986 106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1,975 103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1,938 101 26쪽
671 포츠담 광장에서... (4) +11 23.11.13 1,935 107 31쪽
670 포츠담 광장에서... (3) +4 23.11.11 1,919 108 28쪽
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1,896 99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1,893 83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050 101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