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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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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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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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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유니벌스뮤직그룹(UMG)은 저작권의 세금 문제로 인해 본사가 미국과 영국으로 이원화 되어 있다.

자회사와 계열사 운영총괄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한다.

다만 운영 부문은 북미와 인터내셔널로 분리되어 있는데, 해외 법인들은 주로 메이저 방송국이 위치한 뉴욕에서 관할한다.

인터내셔널 산하에는 수십 개 해외 법인이 있다.

북미와 영국 외에 가장 큰 규모의 해외법인은 일본에 있다.

세계에서 2번째 음악시장이기 때문이다.

북미와 인터내셔널 사업을 지휘하는 운영본부는 캘리포니아에 소재하고 있는데, Playa Vista에 JHO 기업들이 모여들면서 새롭게 둥지를 틀게 되었다.

빌딩 앞 공터에 유니버셜 글로브(Universal Globe)가 떡하니 자리하고 있다.

류지호는 그것이 탐탁지 않았다.


“저게 페가수스가 되어야 하는 건데....”


유니벌스 스튜디오를 상징하는 대형 지구본 조형물이 JHO Company Group 산하 사업장 앞에 버젓이 존재하는 것이 오너로서 달가울 리가 없다.

그렇다고 교체할 수도 없다.

초대형 지구본은 그 자체로 브랜드를 상징하기에.

여담으로 류지호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이 유니벌스뮤직그룹에 전달된다.

며칠 뒤, 유니버셜 글로브의 위치가 눈에 잘 뜨이지 않는 건물 옆으로 이동한다.

어쨌든 ‘세기의 결혼식’이라 불린 류지호의 결혼식을 활용해 유니벌스뮤직그룹이 다양한 컴필레이션 앨범을 발매해 재미를 좀 봤다.

가수를 띄우고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 이 바닥이다.

유니벌스뮤직그룹은 온갖 마케팅을 동원해 세기의 결혼식과 관계된 가수의 앨범 판매량을 늘렸다.

그것을 주도했던 곳이 LA본사였다.

런던 본사가 아니라 LA 본사로 주로 출근하는 덱스 모리스 회장을 만난 류지호가 대뜸 물었다.


“베텔스만 그룹이 내게 전한 말은 생각해 봤어요?”


베를린영화제가 끝나고 독일에 머물고 있을 때였다.

독일 최대 복합미디어그룹 베텔스만 회장 부부와 저녁식사를 할 때 처음 언급된 이후로 한국에서 거행된 전통혼례에 참석한 부회장이 정식으로 제안을 한 것이 있었다.


“BMG Music Publishing 인수 문제 말인가?”

“아무래도 반독점 문제가 걸리겠죠?”


현재 BMG Music Publishing은 소닉에픽뮤직그룹과 합작 중이다.


“아쉽지만, 우린 BMG의 자산 매각에 끼어들 수 없을 것 같네.”

“소닉에픽은 가능해요?”

“소닉일수도 워너-타임일수도....”

“EMI는요?”

“16억 3천만 유로를 그들이 부담할 수 있을까?


미화로 대략 24억 달러다.

3대 음반사가 아니면 쉽게 뛰어들 수 없는 인수전이다.


“휘유~ 지분 50%가 24억 달러라니.... 대단하네요.”

“그보다 나는 영국의 레코드 레이블 Santutuary Records에 관심이 많아.”

“UMG는 더는 M&A를 못하게 된 거 아니었어요?”


세계 최대 음반사로 우뚝 서면서 점유율이 40%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BMG Music Publishing 규모의 음반사를 인수하게 되면 과반에 도달할 수가 있다.

경쟁사들이 연합해 시비를 걸게 되면 반독점 시비에 휘말릴 수가 있다.


“열심히 로비를 하고 있지.”

“독립 레이블 가운데 가장 많은 IP를 가진 회사라면서요? 로비로 인수가 가능하다고요?”


Sanctuary Records Group은 영국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 음반사다.

영국에서 가장 큰 독립 레코드 레이블이자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독립음악 매니지먼트 회사다.

음악관련 지적 재산권만 무려 16만 곡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가능할 것 같으니까 로비를 벌이고 있지.”

“제가 알만한 아티스트는 누가 있어요?”

“제이든 비버, 레이디 소피... 더 말해 줘?”


레이디 소피는 데프잼 소속인 줄 알았는데, 계약이 종료되었던 모양이다.


“됐어요. 다른 메이저가 BMG 지분을 차지하면 업계 점유율이 변해요?”

“별로 달라질 것 같진 않네. 다만 음악시장 자체가 위기라서 그것이 더 문제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거죠. 달리 보면 전통적인 음악시장 자체가 포화상태라는 뜻도 되잖아요.”

“인터넷 음원 유통 플랫폼은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겐가?”

“일단은 아이튠즈와 NeTube로 트렌드를 확인해 보세요.”

“스웨덴에 투자한 스타트업이 있다면서?”

“NeTube와 UMG의 합작까지 포함해서 여러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지금은 그렇게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특히 덱스만 알고 있도록 해요.”


‘세기의 결혼식‘이 한창 준비 중일 때, GARAM Ventures의 데이브 보우먼이 스웨덴으로 날아갔다.

스톡홀롬에서 막 법인등록을 마친 스타트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이전 삶에서 온라인 음원 유통 시장의 최강자였던 SpotyTrack이었다.

2008년 런칭을 목표로 열심히 개발 중이었는데, GARAM Ventures의 투자로 개발에 속도가 붙었다.


“누구한테 들었어요?”


류지호 개인 자금으로 운용되는 GARAM Ventures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일절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실리콘밸리 VC 중에서 알 사람은 다 안다던데?”


정식 서비스가 되기 전까지는 비밀을 지킬 것이 투자계약서에 첨부되어 있건만.


‘낮말을 주워듣는 쥐들이 원체 많아야지....’


류지호가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너도 나도 달려들 터.

증권거래소에 상장 된 상태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반면에 MacIntosh를 비롯해 기존 대형 음반사들이 어떤 식으로든 방해할 수도 있다.


“그들이 하는 걸 봐서... 키워서 인수할 수도 있고. 당장은 그대로 놔둘 생각이에요.”

“UMG 자체적으로 할 수 있어.”


류지호는 귓등으로 들었다.

이미 스트리밍 서비스를 대차게 말아먹은 전적이 있는 유니벌스뮤직그룹이다.

신뢰할 수 없었다.


“MJ가 슬슬 몸을 풀고 있는 것 같아요.”

“오! 그래?”

"덱스와 UMG는 안달하지 말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세요.“


덱스 모리스는 마이키 잭슨 사안과 관련해서는 전적으로 류지호를 믿었다.

네버랜드 랜치에 칩거만 할 줄 알았던 마이키 잭슨이 부쩍 외부 일정을 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네만 믿겠네.”


❉ ❉ ❉


뉴욕으로 돌아가기 전, 류지호는 샌프란시스코 북부의 마린 카운티로 날아갔다.

샌프란시스코 만의 해변을 끼고 있는 부촌 파라다이스 케이스로 향했다.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다.

그 부자 가운데 한 명이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맥클로닌 윌리엄스였다.

2003년경이었다.

80만 평의 포도밭을 사들인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부지 6,000평의 대저택을 완공했다.

자녀들은 따로 살고 지금은 부부만 살고 있다.

영화 촬영을 할 때는 LA에 있는 집에서 생활한다.

류지호가 벨에어에 새롭게 조성하고 있는 신혼집보다는 소박(?)한 편이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초호화 대저택이지만.


“아내와 함께 오지 못했어요.”


류지호는 윌리엄스 부부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본래는 부부동반으로 초대되었다.

졸업 논문 준비로 정신이 없는 레오나는 함께 오지 못했다.


“아무렴 어때. 환영한다. Jay!"


류지호는 준비해 온 선물을 전했다.

티타임을 가진 후, 성대한 저녁까지 대접받았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 이상도 없는데....?’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여전히 쾌활하고 유머가 넘쳤다.

하이 코미디와 성인용 유머를 넘나드는 재치는 여전히 명불허전.

그럼에도 류지호는 눈치 챘다.

그 모습이 일종의 가면우울증이라는 것을.


“네가 온다고 해서 특별히 이놈을 개봉하기로 했어.”


맥클로닌 윌리엄스가 특유의 웃는 표정으로 와인병을 들어보였다.


“포도밭에서 딴 것으로 만든 와인이에요?”

“안타깝지만 그렇진 않아. 프랑스에서 사온 것이야.”


맥클로닌 윌리엄스가 류지호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는 집 밖으로 안내했다.


찌르르.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 싸여 고즈넉함을 불러일으켰다.

수영장 파라솔 아래 가벼운 안주거리가 세팅되어 있다.

두 사람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산으로 둘러싸인 주변 풍경과 하늘에 떠있는 별을 감상했다.


“Jay, 난 동정이나 연민에 익숙하지 않아.”

“.....?”

“슬픈 표정은 좀 그래. 그런 순진한 표정으로 어떻게 비즈니스 세계에서 전설을 쓰고 있는 거야?”

“아,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아내가 아파?”

“졸업논문을 준비하면서 무리를 하고 있어서요. 컨디션이 좋지 못한 가 봐요.”


둘러댔지만, 허튼 소리라는 것을 모를 리 없는 맥클로닌 윌리엄스다.

그의 마약 및 알코올 중독은 1970년대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던 시절 시작됐다.

간혹 당시 중독을 이겨내려고 몸부림치던 이야기를 농담 삼아 하곤 했다.


“당시엔 내 머리가 마치 진공용기처럼 느껴졌어.”


술을 마신 것도 누군가와 함께 있고 싶어서 또 외로움과 무기력감에서 잠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고 토로했다.


“내가 술에 취해있지 않을 때는 오로지 일을 하고 있을 때였지.”

“20년 동안 끊었던 술을 다시 입에 댄 것은 나쁜 결정이었어요.”

“솔직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난 맥의 친구라고 생각했어요. 지금도 그런 믿음은 확고해요.”

“문득 벼랑 끝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으면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게 바로 ‘뛰어’ 하는 작은 속삭임이야. 그 목소리는 딱 하나만 더 먹으라고 유혹하는 목소리랑 같은 목소리인데... 사실 딱 하나만 더 먹는 것으로 끝낼 수 없는 중독자에게는 불가능한... 아주 위험한 유혹이지.”


우울증은 아주 위험한 병이다.

건강한 사람은 우울증 환자의 정신세계를 이해 못한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왜 항상 우울하냐는 말로 상처를 주어선 안 된다.

우울증이 시작되면 불면증을 호소하는 등 심한 무기력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

많은 우울증 환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끊임없이 생각한다.

실제로 행동으로 옮긴다.

우울증 환자는 곧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정신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병이 절대 아니다.

류지호는 전문가가 아니다.

어쭙잖은 조언을 해서는 안 된다.

매튜 그레이엄이나 제이크 말론 또 배런 렌프로와 맥클로닌 윌리엄스의 상황은 전혀 달랐다.


“난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사람인데, 정작 왜 나는 불행한지 모르겠어. 때때로 내가 하는 것들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들곤 해. 내게 아내가 있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왜 그런 걸까?”

“.....”

“왜 다시 술을 입에 댔냐고? 가끔 감당하기 어려운 공포와 불안감이 날 공격해. 알코올로 안식처를 대신하고 있지. 큭.”


류지호는 뭔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우울증을 앓으며 자살을 고려하는 이들은 현실을 다 비틀어 인식한다고 알고 있다.

아내가 있어도 상관없고, 사랑을 많이 받아도 상관없다고 말한다고 한다.

자기 삶에도 기쁘고 행복한 요소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생각 못 하는 것이다.

왜 그런 사람들은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 봤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제 결혼식에 대해 사람들이 왜 그렇게 저주를 퍼부을까요?”

“미국 대통령보다 더 유명하니까? 아니면 미국 대통령이 Jay보다 못 생겨서? 아니면 미인 아내를 얻었기 때문에?”


농담을 농담으로 응수했다.


“설마 지구의 악당인 미국대통령보다 유명하겠어요? 중동 사람들은 날 전혀 모를 걸요.”

“하하. 그렇지!”

“레오나가 지독한 악성 글을 올린 사람을 쏴버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어요. 허니는 가만있으라고. 차라리 내 손에 피를 묻히겠다고.”

“절대 안 돼!”

“당연하죠. 그런 미친 짓을 벌일 정도로 분별없지는 않아요.”

“Jay가 감옥에 가면 할리우드가 곧바로 멈출 거야. 그렇게 되면 나 같은 사람은 돈을 벌 수 없게 되고. 이 저택을 유지할 수 없게 돼. 안 돼. 절대로. 내가 인정할 수 없어.”

“총기소유권도 없어요.”

“퍼커가의 무법자와 친하게 지내지 마. 물들어.”


노아 파커가 기자들을 향해 위협사격을 한 것을 비유한 것이다.


“맥, 제 나이가 서른다섯입니다.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애송이지.”

“애늙은이라고 하셨잖아요!”

“그 말은 취소.”

“최근 일이 너무 많은 건 아니에요?”

“난 아직 쉴 때가 아니야.”


요 몇 년 간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주·조연 포함해서 4편의 영화를 찍었다.

본래가 다작을 하는 편이긴 했다.

다만 최근 출연한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영 신통치 않았다.

그런 일들이 몇 편 더 반복된다면, 당장 들어오는 시나리오 숫자가 줄어들 터.

엄청난 스트레스도 함께 찾아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맥클로닌 윌리엄스 정도 되는 연차의 배우가 그런 것에 일희일비할 리는 없지만.

마음에 병이 든 상태라면....


“윈드폴 파운데이션 자선 활동도 뜸하신 것 같아요.”

“....”

“내년에 저희 부부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함께 가실래요?”

“남아공에?”

“터너씨가 아프리카에 평화 공원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어요. 저도 조금 보탰고요. 만델라 전 대통령이 우리 부부를 초청할 것 같아요. 맥과 수전도 함께 가면 좋지 않을까 해서요.”

“난 돈 한 푼 낸 적도 없는데?”

“대신 맥으로 인해 대중들의 더 많은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잖아요.”


대중들은 정치인의 참석보다 할리우드 스타의 참석에 더 관심을 보이게 마련이다.


“Jay만 할까.....”

“의약품과 생필품도 챙겨서 방문하려고요.”

“기특하군.”

“부끄럽죠. 지금까지 돈만 줬어요. 한 번도 아프리카에 코빼기 한 번 비춘 적도 없는 걸요.”

“언제 갈 예정이지?”

“내년 7월이요.”

“영화 촬영을 하고 있지 않는 한, 함께 가는 쪽으로 해보자.”

“고맙습니다.”

“근데 비용은 누가...?”


농담을 농담으로 응수하는 류지호다.


“진 케티가 그랬어요. 자신이 가진 돈을 셀 수 있는 부자는 진정한 부자가 아니라고. 맥, 저는 진정한 부자랍니다.”


류지호는 super rich다.

우리말로 하면 큰 부자다.

부호나, 갑부, 거부, 자산가, 억만장자, 백만장자 등 부자를 뜻하는 어휘는 풍부하다.

영어 super rich와 마찬가지로 명확한 개념 정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미국 석유재벌 진 톨 게티가 진정한 부자에 대해 그렇게 정의했을까.


하하하.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 류지호를 보고 로빈 윌리엄스가 폭소를 터트렸다.

UCLA 심리학 강의 중에서 우울증의 가장 나쁜 점은 당사자의 시야를 좁게 만드는 것이라고 들었던 것이 기억났다.

세상을 작은 관을 통해서만 보려고 하기 때문이란다.

다른 길, 다른 방법이 있다는 사실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류지호가 도울 수 있는 일은 사실상 없다.

그저 삶이 더 나아질 것이고, 자신의 행위가 남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꾸준히 상기시켜 주는 것 뿐.

전문가로부터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맥의 삶은 더 나아질 수 있어요...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정상이 되는 게 가능해요. 적어도 정상 상태에 근접할 수 있어요.’


짐짓 쾌활하게 대화하는 맥클로닌 윌리엄스를 보며 류지호가 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언제든지 놀러와.”

“올해는 뉴욕에서 지낼 예정이라. LA로 돌아오면 두 분을 집으로 초대할 게요. 괜찮죠?”

“Jay가 초대하면 일정을 다 미루고 응한다니까.”

“Carpe Diem! 맥.”

“하하. 카르페 디엠. Jay...."


맥클로닌 윌리엄스가 류지호를 가볍게 안아주는 것으로 작별 인사를 대신했다.

류지호는 윌리엄스 부부의 저녁 초대를 마지막으로 서부 일정을 마무리했다.

뉴욕으로 날아가는 전용기 안에 비서 제니퍼 허드슨으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맥이 재활원에?”

“예, 보스.”

“확실해요?”

“아내분과 샌프란시스코 병원의 주치의를 만난 후 재활원을 찾아갔다고 해요.”

“혹시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하진 않던가요?”


류지호가 기억하기로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알코올 중독 외에 심장 대동맥 판막 수술을 받았었다.


“그것까지는 알려진 바가 없어요. 알아볼까요?”


알코올 중독 및 마약 치료센터가 아니라 재활원에 들어갔단다.

그 의미는 가족이 윌리엄스의 심각한 우울증에 대해 경각심을 가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재활원에 들어간 김에 한 6개월 장기 치료를 받고 나오면 좋겠는데....”


사실 마약, 알코올, 심장 대동맥 판막증 그 모두가 문제지만.

더욱 큰 문제는 파킨슨병이다.

이번 기회에 치료를 잘 받는다고 하더라도 파킨슨병이라는 시한폭탄이 남는다.


“보스. 윌리엄스씨가 걱정이 되시면 한국으로 보내보는 것이...”

“소용없어요.”

“그레이엄씨와 말론씨는 효과를 보지 않았나요?”

“그들에게는 심리적인 문제가 없었어요. 약물에 대한 중독과 의존이 심했던 거라 약물로부터 분리시키고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과 어울리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겠지만. 사실 그들 자신이 이겨낸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맥은 달라요. 그는 진짜 전문가가 보살펴야 할 겁니다.”

“사람을 붙이라고 할까요?”

“그건 스토킹이에요. 내가 가끔 전화해서 확인 할 테니 내버려둬요.”

“예. 보스!”


제니퍼 허드슨이 자신의 좌석으로 돌아갔다.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음식을, 교육 기회가 절박한 사람에게는 교육을,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돈을 준다고 해서 사람의 운명이 바뀌면 얼마나 좋을까.

과거는 미련.

현재는 불만.

미래는 불안.

그것이 인생이다.


‘운명(運命)이란 정해져 있는 목숨(壽)과 움직이는 운(運)이 합쳐진 말이 아닐까....?’


인간은 한정 된 시간 안에서 시시각각 움직이는 운을 찾아 살아가고 있는 존재일지도 몰랐다.

회귀자인 류지호는 그 운이란 놈을 강제로 자기편으로 만들어가고 있었지만....


❉ ❉ ❉


류지호가 캘리포니아에 다녀온 며칠 후 예일대 로스쿨 졸업식이 열렸다.

닷새 전에 한국에서 날아온 류지호의 가족들은 신혼집이 아닌 파커 저택에서 지냈다.

류민상은 대저택을 상속한 것은 과분하니 철회해 줄 것을 윌리엄 파커에게 부탁했다.

윌리엄 파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한편 심영숙은 혹시라도 장손인 류지호가 파커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는 것은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그런 일은 절대로 없다고 제임스 부부가 확인해 주었다.


“네 국적은 어떻게 되는 거니?”

“한국이죠.”

“태어날 아이들은?”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국적, 한국에서 출산하면 한국국적.”

“그러면 한국에서....”

“몇 년 지나면 국적법이 개정되어서 복수국적이 가능해져요.”

“그거 안 좋은 거 아니야?”

“이중국적이 듣기에 별로 어감이 좋지 않기는 하죠.”

“그 복수국적이 되면 어떻게 되는 거야? 우리 손주들이 둘 중에 아무 거나 선택해서 살면 되는 거야?”

“한국에서는 한국법이 적용되고, 한국을 벗어나면 미국 시민권자 적용을 받을 걸요. 아마 사내 녀석이 태어나면 한국에서 군대를 가야 할 거예요.”

“....군대!”

“가야죠, 군대. 여자아이는 무슨 서약을 해야 하는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요. 암튼 저는 복수국적이 허용 안 되지만 우리 아이들은 가능할 것 같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전 삶에는 2010년 즈음 복수국적이 허용되었다.

선천적인 복수국적자와 출생 이후 만 20세 전에 부모의 귀화로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6개월 이내로 국적보유신고자에 한하여 외국 국적 불행사서약을 하고, 남성의 경우 병역 의무를 이행하는 조건하에 복수 국적을 허용하게 된다.


‘당장 내 코가 석자긴 하지만....’


미국의 일반 대중 가운데 류지호가 미국 시민권자인 줄 아는 사람도 상당하다.

뉴스기사에서 국적을 따로 표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별명까지 미스터 할리우드이기 때문에 미국 대중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

암튼 류지호는 아들이 태어난다면 한국 군대에 보낼 생각이다.

남자는 한국의 군대를 다녀와야 인정받을 수가 있다.

재벌의 자녀는 그것만으로 일명 ‘까임방지권’을 얻는다.

후손들이 아버지 나라에 떳떳하려면 군대를 다녀오는 것이 좋다.

물론 조금 덜 고생스러운 보직을 받게 해 줄 테지만.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카투사가 되어도 좋고.


“태어나지도 않은 손주 가지고 고민하지 마세요.”

“좋은 소식은 없니....?”

“며느리 변호사 자격증부터 따고요.”

“한약이라도 지어줄까?”

“아들이나 며느리나 너무너무 건강하대요. 조금만 기다리시면 좋은 소식 있을 거예요. 걱정 마세요.”


예일대 로스쿨 졸업식 전에 열린 리셉션에서 로스쿨 학장이 류지호 가족들에게 친근감을 표했다.

2004년부터 예일대 로스쿨을 맡고 있는 학장은 제주 고씨 성을 가진 한국계 미국인이다.

별다른 인연이 없음에도 같은 한국계란 이유로 친분을 과시했다.

졸업식은 2시간이 넘게 거행됐다.

류지호는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다.

부모님께 통역을 해주지 않았다면 쏟아지는 졸음에 꾸벅꾸벅 졸았을지도 몰랐다.

특별초청 연설자의 연설은 왜 그리 재미가 없는지.


‘어르신! 법 강의를 졸업식에서 하는 건 아니죠. 후배들에게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를 주셔야죠!’


지루한 구간이 지나자 학장과 악수를 나누기 위해 졸업생들이 단상으로 올라갔다.

레오나는 200명이 넘는 졸업생 가운데 중간 쯤 단상에 올라 학장과 악수를 하고 내려왔다.

정말 순간이다.


찰칵찰칵!


망원렌즈를 장착한 DSLR 카메라로 레오나가 단상에 올라오는 순간부터 내려가는 순간까지 류지호는 단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찍었다.

레오나의 예일대 로스쿨 졸업을 핑계로 류지호는 짧은 일상을 즐겼다.

그러는 사이 본격적인 여름이 다가왔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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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99 매드원
    작성일
    23.11.29 09:43
    No. 1

    자식들은 미국에서 쭉성장할텐대 한국에대해 그럴의사도 의지도 없을것 같은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6 도뮤
    작성일
    23.11.29 10:15
    No. 2

    오늘도 잘보고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7 lo******
    작성일
    23.11.29 11:31
    No. 3

    국적은 자식들의 선택에 맡겨야죠, 부모라도 군대 가라 말라는 아닌듯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3.11.29 11:46
    No. 4

    자녀들은 18세 이전에 국적포기를 하면 군대를 안 가도 되긴 한데 이걸 애들이 18세 전에 제대로 알고 선택을 할 수가 없어서 어차피 부모가 결정하는 것이죠.

    근데 복수국적 정말 메리트 없어요. 과세만 이중과세할 가능성이 높고. 물론 왕복이 부담이 안될 정도로 돈을 벌면 메리트가 없지는 않겠지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바람으로
    작성일
    23.11.29 13:24
    No. 5

    잘보고갑니다 건필하세요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1.29 21:14
    No. 6

    군대는 어느쪽 으로 보내도 공격 받을 겁니다
    미군에 보내면 한국 우파가 한국군에 보내면 미국 우파가.
    어그로 끌려고 할겁니다.
    군대를 안보내고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 국제기구에서
    몇년 자원 봉사하는게 가장 좋은 방법일겁니다.
    군대 같다 왔다고 하면 살인자 취급하는
    유럽의 미친 단체나 놈들 진짜 많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1.29 21:17
    No. 7

    이번 시진핑 땨문에 가장 많이 들어난게
    중국 고위 인사들 보통 3 - 4 개 국가 복수 등록 하고
    다니 더 군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01 01:59
    No. 8

    잘 봤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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