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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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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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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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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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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Frank Castle.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한국과 관련된 일들에 류지호가 개입하다 보면 혈압이 치솟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이 싫어질 때가 많다.

교민이 많이 사는 캘리포니아주와 미국 정치의 심장 워싱턴에는 한국과 관련된 단체가 상당히 많다.

류지호 개인적으로 혹은 JHO Foundation 외 자선재단이 지원하는 민간단체가 꽤 된다.

물론 공식적으로 후원할 수 없는 한국정부와 관련된 단체도 많고.

한국 정치인들의 쉼터나 스펙 쌓기 놀이터가 된 단체에는 류지호가 눈길도 주지 않는다.

한국이 묻은 재단이니 연구소 들어간 단체명은 거의 거른다고 보면 된다.


“안녕하세요. 의원님.”

“미스터 류. 오랜만입니다.”


전반적으로 동글동글한 인상의 동양인 남자와 류지호가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 미키 M 혼다라는 이름에 민주당 정치인이다.

외교위원회 소속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본계 미국인이다.

잠시 서로의 근황을 묻는 대화가 오갔다.

이윽고 류지호가 오늘 만남의 주제를 꺼냈다.


“1월에 결의안을 상정하기로 했다지요?”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채택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일단은 본회의에 올라가긴 하겠네요?”

“그렇지요.”

“애쓰셨습니다.”

“모두 미스터 류와 한인 그리고 중국계 시민들이 힘을 합친 결과 아니겠습니까? 한국의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도 큰 힘이 되었습니다.”

“일본계인 의원님 입장에서 부담이 상당하셨을 텐데....”

“난 미국인입니다. 이런 일은 출신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렇지요. 모두의 인권과 권리는 존중받고 보호받아야 하지요.”


미키 혼다 의원이 하원 상정을 준비 하고 있는 것은 법률이 아니다.

결의안이다.

바로 <미국연방의회 일본군 위안부 사죄(HR121) 결의안>이다.

일본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죄하고, 그 같은 사실을 일본의 교과서에 기록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다. 이전 삶에는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빠진 결의안이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류지호가 알게 된 이상, 그 부분까지 관철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류지호가 전면에 나설 순 없다.

그래서 교포사회와 미국 정치권을 연결시켜 주었다.

평소 친분이 있는 미서부의 민주·공화 양당 하원위원들에게 암암리에 후원금을 뿌렸다.

워싱턴DC에서 활동하는 재단을 통해 로비도 활발하게 벌였다.

당연하지만, 사사키재단과 일본정부가 극렬하게 반대 로비를 펼쳤다.

그들이 1천만 달러를 쓴다면, 류지호는 1억 달러를 쓸 것이고.

그들이 1억 달러를 쓴다면.


‘난 10억 달러를 쓸 준비가 되어 있지.’


미국에서 돈 싸움이든 인맥에서든 일본을 상대로 류지호가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최후의 보루, 파커와 그레이엄 가문도 있고.


“의원님, 혹시 일본 정부의 배상 문구 때문에 결의안이 채택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까?”

“그 부분은 위원회 내부에서 팽팽하게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의원님들이 부정적인지 알려주시면. 저희 쪽에서 설득 해보겠습니다.”

“....음.”


UN의 권고가 일본정부의 역사적 과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일본에 도덕적 압력을 가 한다면, 미의회 결의는 구체적인 정치적 맥락에서 중요한 압력이 될 수가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결의안 채택을 들어 일본 정부를 정치적으로 압박을 할 수도 있다.

그런 외교적 스킬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한국 정부에 있는지.

또 의지가 있는지는 미지수지만.


“미스터 류, 오해하지 말고 들어주세요.”

“허심탄회하게 말씀해 보세요.”

“나는 이 결의안이 먼저 의회에서 채택되는 것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 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된다면 EU와 유럽 여러 나라들, 호주, 캐나다 등의 국가에서 차례로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높아요. 그렇게 되면 일본군위안부문제는 일본의 전쟁 중 여성인권 침해로서 전 세계의 공식 역사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 일부 국가에서 피해자 배상에 관한 내용을 넣을 수도 있지요. 그렇게 점차 국제사회에로의 구체적인 움직임으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길게 이야기 했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단 이야기다.

양보할 것은 해야 한다는 의미다.


“본의 아니게 의원님이 상정하는 결의안에 간섭하는 꼴이 된 것 같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절대 아닙니다. 미스터 류의 진심을 모르지 않습니다.”

“좋게 생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후로 두 사람은 여유롭게 식사를 즐겼다.

주된 주제는 미국 내 소수인종의 인권과 처우에 관한 내용이었다.

어쨌든 수년의 노력이 그 결실을 맺을 때가 가까워지고 있다.

미국에서 첫 일본군위안부결의안은 1997년 일리노이주 민주당 의원이 제출했다.

이후 2000년에 다시 일리노이주의 다른 의원이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올해 여름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결의안이 가결되었다.

안타깝게도 하원 본회의에는 상정되지 못하고 폐기되어버렸다.

일본정부와 사사키재단의 지원을 받은 단체들의 로비력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렇게 결의안 채택이 물거품이 되는가 싶을 때, 류지호가 팔을 걷어붙였다.

서부지역 민주당 의원을 리서치해서 미키 혼다를 찾아냈다.

그는 평소에도 무슬림 인권운동을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인권문제에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소신 의원이었다.

때마침 일본에서 <군계>가 개봉되고, 큰 논란이 벌어졌다.

미국에서도 개봉됐다.

일본계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도 상영됐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신작이다.

미국의 각종 언론에서 주요하게 다뤘다.

한인교포 단체들이 미키 혼다 의원이 발의한 결의안 지지성명을 발표했다.

중국계 미국인들도 힘을 합쳤다.

한국의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도 나섰다.

미키 혼다 의원이 미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태평양환경소위원회에 일본군위안부 결의안을 제출해 2월 15일에 의회에서 공청회가 개최되었다.

오는 6월 26일에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압도적인 표차로 공식 채택된다.

이어 7월 30일에 미 하원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된다.

피해자 배상과 관련한 문구를 넣기 위해 류지호의 사람들이 총력을 기울인다.

그것까지 실현할 수는 없다.

일본 측의 로비력이 만만치 않았기에.

다만 배상과 관련한 두루뭉술한 표현을 겨우 넣을 수 있게 된다.


‘향후 한국에서 벌어질 일본 전범기업의 강제동원 재판에서 중요한 근거가 되어 주길.....’


추후 영국, 프랑스 등 개별 국가의 결의안과 EU 차원에서 만들어지게 될 결의안에서 좀 더 진전된 내용이 포함되길 류지호는 기대했다.

그럼으로 해서 한국 우파정부나 일본정부가 허튼 짓을 할 수 없는 토대가 되길 바랐다.

두 국가 정부 모두 워싱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으니까.

웃기는 점은 미국의 민간단체와 교포들이 힘을 모으는 과정에서 한미00연구소, 00평화재단 같은 한국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단체는 쏙 빠졌다.

연수를 빙자해 미국에 놀러 온 한국의 전직 국회의원들도 은근슬쩍 발을 뺐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인 주위에는 사사키재단의 지원을 받는 백인 로비스트들이 득실거렸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아이고~ 의원이라니요. 현재는 연구원 신분입니다. 하하.”

“한국에서 두 번이나 국회의원을 지내셨는데, 존중 받으셔야지요.”

“고맙습니다. 보수는 보수끼리 연대를 해야지요. 암.. 그렇고말고.”

“실패는 병가지상사라고 했습니다. 하하.”

“아무렴요. 권토중래해야지요.”


대체로 전직 국회의원이나 고위직 관료들은 자신들에게 접근한 인사들이 사사키재단이나 일본정부의 지원을 받는다는 사실도 몰랐다.

한국 국회의원 혹은 고위 관리 경력이 미국에서 통한다고 우쭐 할 뿐.

미국내 한국계 싱크탱크 역시 어떤 기대를 할 수준이 아니란 걸 류지호는 뼈저리게 느꼈다.

극소수 단체 빼곤 밥만 축내는 수준이다.

류지호는 한국00연구소라는 간판이 걸린 모든 한국계 싱크탱크와 관계를 끊었다.

YNTV를 통해 한국정부나 정치인으로부터 5억 원 이상 지원을 받는 미국 내 싱크탱크의 운영실태를 죄다 까발렸다.

일반 국민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워싱턴의 한국계 싱크탱크가 있다.

한국 정부로부터 처음에는 6억 원가량 지원을 받기 시작했다가 현재는 10억 원 가까이 지원받고 있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며 20억 원까지 늘어난다.

큰돈이 지원되지만, 이 연구소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통해 어떤 성과를 내는지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주력 사업이라고 소개되는 것 중에 북한 전문 웹사이트 활동이 있다.

콘퍼런스니 세미나, 포럼 등을 진행하긴 한다.

한·미 동맹 강화나 공공외교와 별 상관없는 주제가 많았다.

친목질이 주된 일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우파진영의 편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외교 비판이 주를 이룬다.

자체 발간하는 연구실적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런 단체가 존속하는 이유는 별 것 없다.

선거에서 떨어진 한국의 중량급 정치인들이 잠시 워싱턴에 머물기 위한 쉼터 역할이다.

미국의 대부분의 한국계 싱크탱크는 유력 정치인·관료·언론인을 방문연구원으로 받아들여 인맥을 구축하는 기능을 할 뿐.

실상은 미국에서 카르텔을 만드는 것이 주력 사업이다.

류지호는 교포단체를 통해 그 같은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문제점을 지적해 보았다.

소용없었다.


“한국으로부터 공식·비공식 지원금을 받는 미국 내 모든 단체들 조사해 봐요.”

“.....?”

“잘 운영되는 곳은 JHO Foundation에 단체명을 알려주고, 구린 데가 많은 곳은 뒤집어 놓으세요.”


여담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를 석 달 앞 둔 시점에서 미국 내 여러 한국 관련 단체들이 미국 세무당국으로부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진다.

불투명한 운영에도 불구하고 큰돈을 지원받아 온 많은 단체들이 망신을 톡톡히 당한다.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한국 관련 민간 연구소 방문연구원 명단도 낱낱이 공개된다.

여야 전직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진보·보수신문을 막론한 언론인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밝혀진다.

심지어 그들 일부는 외화밀반입 혐의로 FBI조사까지 받게 된다.

자녀가 모기지론으로 미국에서 주택을 구입한 사실까지 드러난다.

현직 국회의원도 아니고, 민간인이 미국 사법체계에 저항할 수단은 없다.

망신을 넘어 한국의 수치로 기록된다.

물론 교민들만 그렇게 생각한다.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간 자들은 걸린 놈이 바보라고 비웃을 뿐이다.

당연하지만, 그 사건은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들.


으드득.


일본과 워싱턴DC 모처에서 일본인들이 이를 갈았다.

그들로써는 류지호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손 쓸 방법이 없다.

워낙에 거물이기에.

미국으로 한정하면 류지호와 처갓집의 네트워크가 일본 정부보다 우월하다.

게다가 류지호는 공식적으로 움직일 수 있지만, 사사키재단은 비공식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일본정부 차원에서 로비하는 곳은 따로 있기에.


“30억 엔을 쏟아 붓고도 결의안 채택을 저지하지 못했단 말이야!”

“저쪽에서는 100억 엔 상당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10억 엔도 쓰지 않았다.

미국 정계에 뿌려놓은 네트워크가 작동했을 뿐.


“일본 기업을 움직여서 류지호에게 타격을 줄 순 없어?”


일본이 자랑하는 전자, 정밀, 기계 분야에서 류지호 사업과 겹치는 분야가 없다.

CCD와 CMOS 분야 역시 DALLSA Corp.은 전 세계 점유율에서 9%를 겨우 넘는 수준.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의 과반을 넘는 소닉 입장에서는 경쟁상대가 아니다.

차라리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다른 한국 기업들이 거슬리면 거슬렸지.

게다가 4K 디지털 카메라 이미지센서 특허는 DALLSA가 일찍부터 선점한 상황이다.

소닉이 특허소송을 걸 처지가 아니다.

만약 두 회사가 특허 분쟁을 벌이게 되면, 끝판왕인 Kojak이 등판하게 된다.

Kojak은 디지털 관련 1,100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1975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한 기업이며, 디지털이미지 처리 핵심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제조사들이 뛰어보았자 Kojak 앞에서 벼룩이란 의미다.

금융부분에서 싸움 걸게 되면 G&P까지 끼어들게 되고 월가 일부가 덩달아 뛰어들 가능성이 높았다.

게다가 잃어버린 10년에서 20년으로 흘러가는 상황에서 경제 분야에서 전쟁을 걸 순 없었다.


“칙쇼! 조센징!”


류지호를 손봐줄 방법을 찾아보면 없지는 않을 터.

개인이 국가를 이길 수는 없을 테니까.

다만 그들도 뭔가를 걸어야만 한다.

류지호가 가진 만큼의 무엇을.

잃을 것이 많은 자는 쉽게 도박에 배팅하지 못한다.

일본회의 멤버들이 진심으로 일본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애국자인지는 오로지 본인들만 안다.

1960년대 말 군국주의 부활을 부르짖으며 할복자살한 극우 소설가를 제외하고, 수십 년 동안 할복자살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본의 우익 정치인 한 명 없는 상황이다.

일본의 교수 나부랭이 몇 명이 할복을 떠들긴 했다.

실제 행동으로 옮긴 자는 단 한 명도 없다.

도리어 한국 정치인이 일본을 위해 단지나 할복을 입에 올리는 현실.

옳은 일을 하기 위해 폭력과 음모를 동원할 필요는 없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할 수 있는 방법도 분명히 있다.

명분도 필요 없다.

필요조건은 돈과 인맥 그리고 권위다.

대한민국이 미국에 맞먹는 G2가 되면 주변국과의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국력이 곧 외교력이니까.

어쨌든, 미하원에서의 일본군위안부결의안 채택은 몇 달 후에나 벌어질 일들이다.

류지호는 당장 닥친 영화 준비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영화작업이야 말로 류지호에게 최우선적이고 옳은 일이다.


✻ ✻ ✻


영화에서 ‘복수’는 매력적인 주제다.

작가들과 영화 제작자들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은 복수의 아주 유명한 예시다.

많은 영화감독에게 ‘복수’를 다루는 방법을 제시해 주었다.


“최고의 복수는 차갑고, 두려움 없이 완벽하게 계산되었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지.”


행복→좌절→부활→복수→구원.

이 구조는 액션스릴러 장르영화의 기본 공식이 되어버렸다.

류지호는 <복수의 꽃>에서 그 같은 복수 서사의 공식을 살짝 비틀기도 했다.

또 다른 면의 예시도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다.

폭력적이며 복잡한 스토리를 통해 악에게 적절한 보복이 따라야 함을 드러냄으로써 많은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많은 영화들이 복수가 도덕성과 상관이 없으며, 때로는 정당화하기도 한다.

복수의 핵심은 인간에게만 내재된 충동이다.

오로지 인간만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복수는 분노와 증오의 화신이다.

그런데 복수는 약(藥)과 같다.

적은 양을 먹으면 도움이 되지만, 과다하면 죽을 수도 있다.

글로벌 기업을 소유한 류지호는 비즈니스 세계를 경험하며 알게 된 것이 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수행되는 의사결정의 상당 부분이 자신의 경쟁자에게 복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것이다.

어떤 연구에서 비즈니스의 40%가 경쟁자에 대한 복수라고 조사되기도 했다.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헨리 게이츠와 스테픈 잡스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복수하기 위해 각자의 기업을 이용했다.

여전히 두 사람은 과거 악연을 잊지 않고 있고.

류지호는 두 번째 삶을 살아가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깨달아가고 있다.

관심이 없었거나 몰랐던 세상의 부조리를 직접 마주하면서 비관주의와 냉소주의가 더욱 강화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Timely 히어로 중에서 유독 어두운 인물에 끌렸다.

복수의 화신이라 불리는 다크히어로가 있다.

어둡고, 우울하며, 매우 폭력적인.

악(惡)을 처리하기 위해 더 큰 악(惡)이 된 존재.

바로 The Punisher다.

Timely Comics 세계관 안에는 수많은 다크히어로들이 있다.

그들 중 극단적이며 과격한 방식만을 고집하는 퍼니셔를 따라올 캐릭터는 많지 않다.

때문에 Timely 마니아 중에서 퍼니셔 팬층이 꽤나 두터운 편이다.


[넌 악이니까 무조건 사형이다.]

[범죄자에게 인권 운운하는 것은 개소리보다 못하다.]


코믹스 세계관에서 그 같은 믿음은 퍼니셔에게 절대적이다.

신념은 법과 정의보다 앞선다.

착한 편이 아닌 그 외 모두가 적이다.

극단적인 흑백논리로 인해 코믹스 속에서 감정 관리가 안 되고, 자기 인식이 부족한 모습을 자주 노출한다.

복수에 사로잡히면 공감력이 부족해진다.

누군가를 용서하기는커녕 과거에만 묶여 살아가며 분노만 할 뿐이다.

그렇다고 무감정한 살인기계는 또 아니다.

피치 못하게 적대관계에 놓이게 된 전우를 죽인 후 괴로워하기도 한다.

악당이 어린이를 건드리면 평소보다 더욱 과격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가족에 대한 복수라는 정당성.

권선징악적인 서사.

그 정도 가지고도 R-등급에 걸맞는 화려하고 잔혹한 폭력묘사만 잘해내면 5,500만 달러 예산 영화 본전치기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상의 흥행 성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프랭크 캐슬 같은 폭력적 정의가 탄생하지 않도록 세상을 바꿔라!]


장르적 쾌감을 중심을 두고 한편으로 장르 규칙을 파괴하면서 그 열린 틈을 통해 정치적인 문제, 인간적인 고뇌, 미국의 역사가 섞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복수심은 인간 본성에 내재하고, 용서하는 능력 또한 인간 본성에 내재한다.

용서가 만연하고 복수가 사라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간을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영화가 이야기 해야 한다.

한편으로 퍼니셔의 폭력적 행위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류지호의 <Frank Castle>에서 퍼니셔만 복수심에 불타올라 악당을 마구 쏴 죽이는 것은 아니다.

숙적이자 불구대천의 원수 ‘직소(Jigsaw)’ 또한 그의 행동은 퍼니셔에 대한 복수다.

퍼니셔의 원수 코스타 패밀리는 범죄단체다.

한편으로 비즈니맨들이기도 하다.

그들은 이권을 얻기 위해 보복과 응징이 일상사다.

퍼니셔에게 죽음 일보 직전까지 내몰렸던 직소는 매우 단순하고 명쾌한 행동을 취한다.

바로 복수다.

퍼니셔는 나름에 명분이 있지만, 직소의 복수는 명분도 논리도 없다.

오로지 감정적이다.


“그래서 빌리 루소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무슨 상관인데?”


소파에 깊숙이 몸을 파묻고 있는 죠 트래볼타가 물었다.


“스크립트에 다 나와 있잖아요.”


죠 트래볼타는 <Frank Castle>에서 코스타 패밀리 보스 역할을 제의받았다.

고민을 거듭하던 차에 뉴욕에 머물고 있는 류지호를 찾아왔다.

그리고 갱단 보스가 아니라 직소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심지어 출연료까지 자발적으로 깎아주겠다고 했다.

흥행수익 분배 계약을 걸긴 했지만.

암튼.


“뭐가 나와 있는데?”

“빌리 루소가 죽인 사람들 이름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다고.”

“그랬나?”

“그거 실제 있는 일이에요. 어떤 사람이 죽은 사람 스무 명인가 이름을 도용해서 모기지론을 받았대요. 은행은 계약자가 사망자인지 확인 하지 않은 거죠. 주택소유장려정책과 저금리가 맞물리면서 주택시장이 활황을 보이자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대충한 거죠. 실적을 위해.”


오하이오 주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었고, 혹시 몰라 금융당국에 익명으로 신고했다.

뉴스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얼마나 많은지, 또 은행이 얼마나 심각하게 관계당국에 로비를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것이 빌리 루소와 무슨 상관이냐고.....”

“잘생긴 슈퍼 킬러가 주인공에게 얼굴이 누더기가 될 정도로 당했으니까 갚아준다는 캐릭터가 재밌어요?”

“평면적이지. 근데 내가 디렉터의 기준에서 잘생긴 얼굴이 아닌가 봐?”

“죠는 잘생긴 것이 아니라 섹시한 겁니다. 나이를 먹어도 마찬가지고요.”


죠 트래볼타가 자신의 무릎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말년에 B급 영화로 커리어를 소비해서 그렇지.

죠 트래볼타는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빌리 루소 캐릭터를 살인 대가로 받은 돈으로 부동산 투기를 하는 잘생긴 투자자로 잡아봤어요. 퍼니셔에 대한 분노와 미국의 금융시스템에 대한 증오를 동시에 터트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돈이 없는 서민층이 저금리로 돈을 빌려서 자기 집을 갖는다는 건 좋은 일 아닌가.....?”

“전체 모기지 대출자 중의 23%가 거주가 아니라 투기 목적의 주택구입이라는 것이 문제죠. 저금리와 주택소유장려정책으로 서민들은 많은 금액을 빚진 상태고 주택가격은 끝을 모르고 오르고 있어요. 그 거품이 ‘펑’ 하고 터지면.... 큰일이 나는 겁니다.”

“디렉터는 닷컴버블보다 심각하다고 보나봐?”

“서민 즉 서브프라임 등급의 사람들이 돈을 빌린 후 갚지 않기만 하면 아마 그 돈을 빌려준 은행 몇 개 망하거나 어쩌면 담보였던 주택 받고 끝날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이라는 것이 문제죠.”

“정부나 월가에서는 그걸 몰라?”

“모르는지.... 알고도 모른 척 하는지.... 그걸 알 수가 없어요.”


GARAM Invest 회장 매튜 그레이엄이 수차례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위험성에 대해 경고했다.

작년까지는 그 위험성을 판단할 만한 근거가 부족했다.

헛소리로 치부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올 하반기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이 최고조에 도달했다.

GARAM 애널리스트들은 거품 규모를 약 2조 달러로 추산했다.

사람들이 주택가격이 너무 높다는 것을 차츰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이미 때는 늦었다.

곧 거품이 붕괴될 가능성이 무척 높아졌다.

지금 급하게 너도나도 주택을 처분하기 위해 내놓게 된다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훨씬 앞당겨 터지게 된다.


“그냥 퍼니셔가 악당보다 더 잔인하게 적들을 응징하는 걸로 끝내고 싶진 않아요. 영화 기저에 월가의 고도화된 금융시스템으로 발생할 문제와 그들의 모럴 해저드를 비판하는 내용을 약간 심어놓고 싶어요. 아주 약간. 알 듯 모를 듯.....”

“듣던 대로군.”


죠 트래볼타가 류지호를 빤히 쳐다봤다.


“뭐가요?”


작가의말

연참을 아침과 저녁으로 나눠 올리는 것을 고민했지만, 혼란을 드릴 것 같아서 기존 대로 오전에 올릴 때 두 편을 올리는 것으로 하기로 정했습니다.

다만 토요일에는 한 편만 올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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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할리우드!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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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Frank Castle. (3) +9 23.12.05 1,816 94 24쪽
691 Frank Castle. (2) +4 23.12.05 1,783 84 24쪽
» Frank Castle. (1) +11 23.12.04 1,953 103 23쪽
689 일본 침공. (3) +3 23.12.04 1,800 91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1,921 107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1,940 107 23쪽
686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1,987 94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1,966 103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1,948 106 24쪽
683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1,992 101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1,988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004 108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017 96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052 106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041 106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6 23.11.20 2,070 111 25쪽
676 세기의 결혼식. (1) +6 23.11.18 2,109 106 28쪽
675 TCU의 닻을 올리다! (2) +5 23.11.17 1,926 101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4 23.11.16 1,969 106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1,956 103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1,919 101 26쪽
671 포츠담 광장에서... (4) +11 23.11.13 1,918 107 31쪽
670 포츠담 광장에서... (3) +4 23.11.11 1,902 108 28쪽
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1,881 99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1,880 83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035 101 26쪽
666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2) +6 23.11.08 1,975 101 24쪽
665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1) +2 23.11.07 2,008 92 24쪽
664 나중에 며늘아기한테 좋은 소리 못 들어. +4 23.11.06 2,063 91 24쪽
663 터무니없는 목표! (2) +5 23.11.04 2,056 10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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