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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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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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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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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일본 침공.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류지호의 입국과 동시에 한국 매스컴에서 <군계> 관련 뉴스가 쏟아졌다.

연예 뉴스마다 〈군계〉를 주요 영화로 다루며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베를린영화제 수상의 영향이 컸다.

또한...


- 역쉬 일본은 까야 제맛 ^^


디카인사이트 커뮤니티 류지호갤에서 시작된 ‘까야 제맛’ 시리즈들이 포털사이트 댓글창에서까지 도배되기 시작했다.

영화에 관심이 없던 이들에게 <군계>가 반일영화로 인식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 영화 평론가 00씨는 이야기는 파란만장하고, 어투는 무거우며, 촬영은 정교하고, 주제는 명쾌하다며, 영화의 서스펜스와 사실적인 세부묘사, 때때로 터지는 유머를 높이 평가했다. 역시 쪽바리는 까야 제맛.


- 일본의 요미우리는 일본사회에서 금기라고 할 수 있는 정치·사회 문제를 영화에 버무려 넣은 패기와 곡예사 같은 카메라 움직임이 돋보이는 점을 들어 ‘특히 칭찬해야 할 점은 틀에 박힌 격투기 영화에 과감하게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군계>를 평가했다. 왜놈은 까야 제맛.


- 엔터테인먼트 밑에 날카로운 현대 일본의 비판을 숨긴 작품이며, 류지호가 지닌 시대 인식의 표상이다. 마지막 장면은 극히 암시적으로, 일말의 일본 사회의 우경화 공포와 비애의 여운을 남긴다. 방파제국은 까야 제맛.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군계>를 통해 반일 말장난이 난무할 때, 기성 언론에서도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할리우드식 권투영화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 현재 한국영화의 기세를 그대로 반영한 압도적인 박력.]


오성그룹 관계사 제일신문이 한 평가다.


[오랜만에 한국영화의 실력을 실감했다. 지리멸렬하게 끝나지 않는 구성력이 압권이다. 류지호에게 거품은 없다.]


최대 판매부수를 자랑하는 보수신문이 웬일로 류지호의 영화를 칭찬했다.

다만 관객이 강하게 느낄 수 있는 정서나 문화적 배경이 일본적이기 때문에 한국 관객이 단순명쾌한 할리우드 장르영화에 비해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분위기는 대체로 호평일색이었다.

사실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을 두고 영화 자체를 폄하하기에는 부담이 만만치 않다.

주로 ‘격투기 영화의 상식을 완전히 뒤집었다’든가, ‘현재 한국영화의 기세를 그대로 반영한 압도적 박력’이라든가, ‘원작만화에 대한 재치 넘치는 재해석’라든가, 오랜만에 한국영화의 실력을 실감했다‘며 극찬이 이어졌다.

류지호 영화마다 죽자고 달려드는 모 여류평론가는 이번에도 <군계>에 대해 “여성의 지위를 모독하는 남성중심의 영화”로 요약되는 지독한 독설을 늘어놓긴 했다.


- 일각에서는 일본 입국이 불허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한 기자가 일본의 분위기를 전하며 류지호에게 물었다.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이 퍼트린 루머일 뿐입니다.”

- 원작만화인 <군계>는 오랫동안 전 세계의 영화 제작자들이 영화화 하고 싶었던 작품으로 전해졌습니다.


아니다.

관심을 가졌던 곳은 홍콩의 한 영화사뿐이었다.


- 놀랍고 매력적인 스토리라인에 매료된 여러 국가의 베테랑 제작자들이 판권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영화화를 할 수 있었습니까?

“원래라면 마니아가 히죽히죽 즐기는 타입의 영화라거나, 극단적으로 폭력적인 영화가 탄생할 수도 있었겠지만.... 원작자도 그렇고 원작 팬들 역시 성질 나쁜 농담이 가득한 영화를 기대했을 것이라 판단했을 테고. 그런 부분을 설득했습니다. 그리고 원작자가 진짜로 원했던 극단적인 장면들의 스토리를 잘 타협했습니다. 원작자나 제작진이나 더 많은 사람이 영화를 보길 원하는 것은 같았습니다.”

- 일본에서 흥행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아시아와 유럽에서도 개봉합니다. 흥행을 자신하십니까?

“류지호 영화는 월드와이드 1억 달러는 벌어야 본전치기라는 말들을 합니다.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모르지만, 글쎄요.... 개인적으로 일본에서의 반응에 만족하고 있고, 각 나라들의 문화적 차이로 인해 어떻게 될지 예단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군계>를 수입해간 배급사들이 손해를 보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 도쿄다카라와 개봉판 편집을 놓고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일본에서 보도가 나왔습니다.


극성스러운 우익 단체들을 의식한 면피용 보도다.


“나는 알지 못하는 내용입니다. 내가 알기로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영했던 그대로 상영되고 있습니다.”

- 한국에서의 흥행은 어떻게 예상하고 있습니까?

“칡뿌리는 쓰지만 몸에 좋습니다. 쓴 칡뿌리를 나름 공을 들여 차로 우려냈다고 생각합니다. 나로서는 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하는데.... 영화가 제법 쓴 맛이 납니다. 감안하고 즐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일본측 제작위원회와 계약에 따라 류지호는 열심히 영화를 홍보했다.

배우들은 일본에서 4개월 이상 홍보활동을 벌여왔다.

류지호는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하지 않던 일정도 군 말없이 소화했다.

한국에서의 홍보활동은 2주간 진행됐다.

류지호는 할리우드 계약을 따르는 편이다.

당연히 프로묘선 활동도 사전에 세세한 것까지 제작사와 합의를 보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 번 만큼은 팬미팅 행사 같은 계약되지 않은 행사도 열었다.


“일본 사회에서 옳고 그르다는 논쟁이 생겼다는 것은 그 문제에 관해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우리는 옳은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 모두는 완전하진 않지만 답을 알고 있습니다. 각자 유리한 방향으로 그 답을 해석하려고 해서 그렇지....”


류지호가 씨네마21과 인터뷰에서 한 말의 일부였다.


❉ ❉ ❉


한국의 대중문화 종사자들은 안다.

재주를 누가 부리고 있고, 돈은 누가 챙기는지.

한국 대중문화의 글로벌 유통 분야는 한마디로 엉성하고 허술함에 극치다.

사실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커버할 수 있는 것은 민간 차원이 아니라 정부 조직이다.

가령 해외 각 국가에 있는 외교공관이나 문화원 같은 조직들.

한국에서 일부 초특급 한류스타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고무되어 있을 때, 일본은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단체 차원에서 또 탐욕스러운 중국인들이 한류를 무단으로 마구 사용하고 있다.

한류가 그들 국가의 문화 콘텐츠로 탈바꿈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실제 이전 삶에서 그런 일들이 버젓이 벌어졌었다.

대한민국 외교공관이라면 자국에서 파생된 한류라는 국가적 자산을 보호하고 더 널리 알리는데 노력해야 할 텐데.... 부질없는 기대일지 모른다.

앓느니 죽고,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류지호는 한류 열매를 온전히 한국이 따먹을 수 있도록 세계 곳곳에 사과나무를 심고 있다.

극장산업이 사양사업임을 알면서도 G.O.M을 확장하고 있다.

거점 마련의 일환이다.

G.O.M International 영업장은 복합공간이다.

전 세계에 깔려있는 그 복합공간이 한류 콘텐츠 유통망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것을 활용하게 되면 가온그룹 입장에서 한류 관리와 글로벌 한류 네트워킹이 편리해진다.

물론 악용하게 되면 가온그룹이 한류 네트워크를 독점할 수도 있지만.


‘가온그룹이 벅차다면 JHO도 있으니까.....’


K-FILM은 트라이-스텔라가, K-POP은 유니벌스뮤직그룹이, K-Web 콘텐츠는 StreamFlicks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NeTube가 될 수 있다.

가온그룹이 열심히 해외에 묘목을 심고 있는데, 누군가 베어버리지 않길 바랐다.

그것도 같은 한국인이.

WaW 엔터테인먼트 정운규 대표가 말했다.


“요즘 제가 화장실을 자주 갑니다. 배가 살살 아파서요......”

“병원에 가 봐요. 날 나쁜 오너로 만들지 말고.”

“장에 탈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일본 측과 흥행 수입을 나눠야 해서 그렇습니다.”


그럴 만도 했다.

개봉 한 달 만에 <군계>가 일본 박스오피스 수입 30억 엔을 찍었다.

한국영화의 일본흥행 최고 기록인 <외출>의 23억 엔을 넉넉히 앞질렀다.

여전히 흥행 분위기가 식지 않았다.

지방 극장으로 스크린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40억 엔은 너끈할 것 같습니다. 한국영화 신기록입니다.”

“정확하게는 합작영화죠.”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냥 WaW 혼자 제작했다면.....”

“일본에서 지금 같은 흥행 페이스가 불가능했겠죠.”


해외 선판매로 제작비를 얼추 회수한 상태에서 일본과 한국에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아시아와 유럽의 흥행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보다 2주 늦게 개봉한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말레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는 개봉 첫 주 각국 박스오피스 2~3위에 오를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도 <복수의 꽃> 정도의 페이스를 보였다.

미국 개봉은 12월 말 일본계 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100개 스크린에서 개봉할 예정으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를 노릴 예정이다.


“반일(反日)영화라는 일각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모여들고 있습니다. 개봉 2주차부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고 있고, 5주차나 6주차에는 40억 엔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아마 장기상영을 하게 된다면 올해 개봉한 일본 극영화 중 흥행 순위 5위까지도 노려볼만 합니다.”


개봉 4주차까지 도쿄다카라가 개봉한 올해 흥행작 성적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1월에 개봉한 <더 우쵸우텐 호텔>은 60억 엔을 기록한 바가 있다.

6월에 개봉한 <데스노트>는 52억 엔의 수입을 올렸다.

7월에 개봉한 <게드 전기>는 70억 엔을 넘어섰다.

<일본침몰>은 50억 엔을 넘겼다.

<군계>는 개봉 한 달 만에 30억 엔이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흥행이었고, 류지호조차 말이 되지 않는 결과라고 여겼다.

푸지TV가 영화의 흥행을 위해 온갖 논쟁과 불필요한 찌라시성 기사를 양산하기도 했다.

한 달 동안, 각종 논란과 이슈에 불을 지폈다.

소문 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지만, 영화 흥행은 전혀 반대다.

소문이 많이 나면 날수록 흥행에 도움이 된다.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물론 일시에 관객이 몰렸다가도 영화가 실망스럽다면 이후 안 좋은 입소문이 퍼지면 관객수가 급감하지만.


‘이제야 일본영화 흥행의 비밀 하나를 엿본 것 같네.’


일본의 우익들이 영화를 보지 말라고 해도 볼 사람은 다 보게 되어 있다.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영화가 볼 만한 가치가 있느냐는 것 뿐.

<군계>는 현지화 전략과 만화원작 기반이었다는 것도 무시하지 못했다.

도쿄다라카라의 막강한 배급력과 푸지TV의 언론 플레이도 주요했다.

여담으로 2006년 일본 박스오피스 결과를 통해 일본 영화팬들은 미스터 할리우드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1위는 115억 엔의 수입을 거둔 <해리포터 : 불의 잔>, 3위는 <다빈치 코드>, 7위는 <군계>, 10위 <데스노트>가 일본 박스오피스를 장식하게 되는데, 모두 류지호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영화들이다.

11위에는 51억 엔의 수입을 거둔 <미션 임파서블Ⅲ>도 빼놓을 수 없다.

2003년 일본 박스오피스에서 미스터 할리우드표 영화 줄 세우기 이후 3년 만에 4편의 영화를 올려놓았다.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일본에서 할리우드 영화가 강력한 힘을 쓰지 못하는 편이다.

일본 3대 메이저가 배급하는 애니메이션과 원작의 실사화 영화들이 흥행이 잘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메이저가 자사 영화 위주로 밀어준다.

제 아무리 할리우드 직배사라고 해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다.

다만 세계 3위 권 영화시장과 폭넓은 부가시장 덕분에 짭짤한 수입을 챙길 수 있긴 했다.

워너-타임은 멀티플렉스 시장에 진출하는 등 나름 일본 시장에 안착했다.

유니벌스와 패러마운틴은 UPI 합작회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고, 20세기 PARKs는 직배를 포기했다.

콜롬비아스는 모회사 소닉을 통해 비교적 잘 적응하고 있지만, 킬러 콘텐츠 부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LOG Company는 일본 애니메이션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번번이 지브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JHO Company는 때론 직배로 때로는 도쿄다카라와 협력해 일본 시장에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올해 <군계>까지 흥행에 성공하면서 일본영화판은 도쿄다카라의 독무대가 되었다.


“아무튼 도쿄다카라는 어떤 면에서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다 해먹지 않습니까?”

“WaW가 그런 소리할 입장이 아닐 텐데요?”

“하하. 우리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상도의는 지킵니다.”


WaW 엔터테인먼트는 한국영화 점유율 43~45%를 차지하고 있다.

때로 분기별 60%까지 치솟기도 한다.

어쨌든 <군계>는 예상 외로 크게 성공한다.

결과적으로 최종 20개 스크린에서 6개월 간 장기상영을 마치고 일본 극장에서 내려온다.

일본 박스오피스는 61억 엔.

한국에서는 512만 명을 동원하게 된다.

전 세계 박스오피스 총매출은 2.1억 달러.

총매출의 절반은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글로벌 수입이다.

지금까지 일본영화의 글로벌 흥행수입 부동의 1위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약 3.7억 달러였다.

그런데 해외 배급수입은 5,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반면에 류지호의 <군계>는 글로벌 매출에서 9,000만 달러 이상을 벌어들인다.

그렇다고 전 세계 모든 영화시장에서 흥행에 성공하진 못한다.

중국과 중동에서는 검열 때문에 개봉조차 못한다.

인도 및 10여 개 국가에서는 망한다.

희망을 품고, 도전정신을 불태우는 것만으로 언제나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군계>의 흥행성공은 단순한 횡재일지도 몰랐다.

다만 <군계> 흥행 성공의 허와 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면, 다음부터 실패 확률을 대폭 낮출 수가 있다.

전 세계 영화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할리우드가 그렇게 하고 있다.

할리우드 빅7은 <군계>의 흥행과 관련된 일련의 프로세스를 낱낱이 분석한다.

그렇게 분석되고 연구된 것들이 자사 영화의 홍보마케팅에 참고가 된다.

거저 얻는 행운은 복권밖에 없다.

그 조차 희박한 확률에 걸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돈을 벌겠다고 달려들면 모두 잃게 된다.

혹은 사기꾼으로 전락하거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진짜 비즈니스는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흥행 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불확실성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그래서 금융을 포함해 수많은 분야의 효율적인 기법들을 벤치마킹한다.

암튼 <군계>는 내수시장에만 의존하는 일본영화계에 큰 충격을 선사한다.


“일본영화도 할 수 있다!”

“미스타 할리우드니까 가능한 일이야.”

“우리에겐 지브리가 있지 않나?”

“류지호는 그 자체가 브랜드다.”

“하야오도 경쟁력이 있다.”

“해외 배급은 누가 하지? 결국 트라이-스텔라나 워너-타임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지 않나?”

“일본 메이저들은 각성해야 해.”


훗날 <군계>가 극장에서 내려가고도 일본 내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할리우드에 영화화 권리를 팔 것이 아니라, 직접 제작해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주장과 일본 영화 제작 수준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일본영화계는 변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변할 생각이 없다.

미스터 할리우드가 한 일은 지극히 예외적인 하나의 사건일 뿐.

일본영화는 1억 3천만 명의 내수시장만으로도 충분하기에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고 믿으니까.

반면의 한국영화계는 엉뚱한 자신감에 차올랐다.


“일본영화로 가능했는데, 한국영화로 못할 이유가 없어.”

“세계에서 통할 영화를 만들자. 우리도 할 수 있다.”


흥행과 상관없이 엉뚱한 논쟁도 벌어졌다.

난데없는 류지호에 대한 과대평가설이 튀어나왔던 것.

한국의 여류 평론가가 할리우드 상업영화 감독 수준을 너무 띄워주고 있다고 주장하며 미국과 한국의 영화권력자에 대해 모두가 비굴하게 고개를 조아린다며 비아냥댔다.

그런 주장에 갑론을박이 붙으며 인터넷에서 논쟁이 불 붙었다.

온라인상에서의 논쟁이 TV연예정보프로그램으로 또 다시 신문매체로 이어졌다.

한국에서 류지호 과대평가론으로 한창 시끄러울 때.

인터넷 커뮤니티 디카인사이트 류지호갤러리에 장문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지호 류의 최신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바로 <민중의 적>이다. 나는 그의 영화를 볼 때면 매 장면마다 감탄을 금치 못한다. 모든 쇼트가 완벽하게 구성되어 조화를 이룬다. 조명 설계 또한 환상적이다. 그의 영화가 가진 매력은 관객을 마치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만든다는 것이다. 때때로 깊은 심도의 화면으로 관객의 주의를 이끈다. 심도가 깊은 화면연출은 그만큼 감독이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는 의미가 된다. 지호 류는 롱쇼트와 롱테이크의 미학에 대해 현 시점에서 가장 탐구적인 감독이라고 단언한다. 그는 쇼트를 쪼개서 서사와 감정을 전달하지 않으려고 한다. 관객이 알아야 할 스토리와 갈등을 한 프레임 안에 때로는 한 쇼트에 집어넣는다. 그의 영화에서 유독 밥 먹는 장면이나 인물들이 함께 모여서 무언가 모의하는 장면이 많은 이유가 인물들을 한 프레임에 넣은 다음 배우들의 앙상블을 통해 의도한 바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영화에서 컷을 많이 나눌수록 감독이 통제할 것이 적어지고 표현하기 쉬워진다. 즉 인물 한 명을 잡고 있으면 그 배우 외에는 감독이 통제할 것이 없다. 하지만 풀쇼트나 롱쇼트를 통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게 된다면 감독은 그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 사실 보통의 재능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엑스트라를 운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각각의 인물의 개연성은 물론이고 공간까지도 입체적으로 묘사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에서는 그 같은 복잡한 연출이 필요한 장면이 유독 많다. 롱테이크는 지루하거나 관객의 주의력을 흩뜨릴 위험성이 높다. 그러나 지호 류는 관객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도록 카메라 무빙, 인물의 예상치 못한 움직임, 조명을 통한 화면의 질감 등 다양한 방식을 사용한다. 누군가는 클래식한 연출법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이 영화의 본질이다. 영화감독이 당연히 연출로 보여주는 거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애석하게도 그걸 못하는 감독이 영국엔 훨씬 많다. 그저 기계적으로 쇼트를 나누고 이어붙이고 할 뿐인 영화가 매년 햄스테드 히스(런던 북부의 언덕) 높이만큼 쌓이고 있다. 지호 류의 영화는 뚝뚝 끊기는 법이 없다. 카메라가 천천히 움직일 때면 중심인물이 변하거나 주제까지도 이동시킨다. 공포영화도 아닌데 새로운 인물이 프레임으로 불쑥 들어오는 연출도 자주 사용한다. 지루함을 깨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게 하는 연출방법이다. 얼굴 클로즈업은 극도로 아껴서 사용하다가 중요하고 극적인 부분에서 몰아서 사용하는 것이 지호 류만의 연출법이다. 그로 인해 클로즈업의 효과가 극대화된다. <민중의 적>은 이전 영화 <복수의 꽃>보다 서사와 플롯이 훨씬 복잡하고 다채롭다. 사실 <복수의 꽃>은 스토리와 플롯은 빈약한 편이다. 그럼에도 장면을 보여주는 연출에서는 남다른 작품이다. 평이한 플롯과 스토리를 연출로 모두 커버하는 놀라운... 그래서 지호 류는 씨네아스트라고 불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영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겸 영화비평가 앤소니 렌의 비평글이다.

디카인사이트 이용자가 류지호갤에 우리말로 번역해 올렸는데, 그 밑으로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 이 글 쓴 비평가가 한국영화에 호의적이다. 객관적이지 않지.

┖ 맞음. <괴물>에 대해 유일하게 호평을 했던 비평가지.

┖ <괴물>은 유럽에서 꽤 호평받지 않았나?


- 이런 비평가들은 한국 비평가들과 달리 영화를 프레임 단위로 낱낱이 해부해. 콘티북까지 구해서 영화와 비교해 가며 치열하게 분석하고 해석한다고 하더라.

┖ 우리나라 비평가들이 배워야 함.


- 영화의 매 장면은 대체로 의미가 있어. 인물이 왜 창가에 서 있는지, 거울을 왜 배치했는지, 화면 어디에서 들어오고 나가고 어디에 위치시키는지, 색감이 어떤지, 감정에 따라 조명이 다 다르기까지. 영화 좀 안다는 이들이 입을 모아 칭찬하는 영화는 아무 장면이나 뚝 떼어다가 분석해 보면 바로 답이 나오지.

┖ 동감. 어떤 장면 하나도 감독의 연출 고민이 없는 장면이 없어.


- 류지호의 영화가 때때로 난해하게 보이는 것은 그의 잘못은 아니잖아. 우리같은 관객 잘못도 아니고. 내가 볼 때 관객에게 이해하기 쉽고 쉬운 언어로 풀어서 해석해 줘야 하는 평론가들 잘못이라고 생각해.

┖ 유X나 같은 여자가 평론가랍시고 으스대는 것이 한국 영화평론 수준임.

┖ 그런 평론가도 있어야 하지 않나. 다들 영화사 촌지 받고 선전하는 글 쓰면 안 되잖아.


류지호는 영화평론가라는 직업을 가진 제대로 된 실력자와 그들에게 충분한 지면을 제공해야 할 매체가 아쉬웠다.

영화애호가들의 눈높이는 날이 갈수록 높아 가는데 영화비평은 제자리걸음이다.

저평가 되고 있는 한국영화가 많았다.

평론과 비평이 실릴 매체도 하나둘 사라지고 있고.

그러니 수박겉핥기 감상문만 난무할 수밖에.

류지호가 걱정하는 것은 그런 감상문을 읽고 영화에 입문하는 예비 영화학도들이다.

영화를 만만하게 볼까봐서.

활자로 된 이야기를 영상으로 옮겨 100분짜리 서사를 완성하는 1차원적인 생각으로 영화감독이란 직업을 이해한 나머지 신파라는 진부한 방식을 상업 코드라고 신봉하는 나쁜 연출가가 될까봐서.

물론 영화는 만만해야 한다.

신성시 할 이유는 없다.

그래야 접근성도 좋아지고 그로인해 더 많은 도전이 이뤄질 테니까.

다만 휘황찬란한 매장 분위기를 연출하는 백화점 디스플레이처럼 화려하기만 한 영상을 진열하는 것이 영화의 전부이고, 부족한 서사와 미장센을 신파로 적당히 무마하는 실력만으로 주류 영화감독이 되어서 충무로에서 어깨 펴고 다니는 모습을 류지호는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

이 시기에 장르영화를 만들면서도 영화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한국영화 감독도 많다.

이명수, 박진우, 공진형, 김대운, 이창석 같은 감독이 대표적이다.

류지호는 충무로에 그 같은 감독이 더 많아지길 바랐다.

촬영 분야에서도 기존의 촬영감독 시스템과 DP 시스템이 충돌하고 있다.

할리우드와 충무로를 모두 경험해본 류지호가 보기에 단지 용어의 차이일 뿐이다.

둘 다 화면을 책임지는 일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충무로 대다수 촬영감독의 한계는 조명을 직접 설계하지 않고 사진 찍듯이 영화를 찍는다는 것이다.

좋은 앵글과 구도만 가지고는 영화가 될 수 없다.

그것들은 기본적으로 연출감독의 콘티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촬영은 빛을 다루는 예술 분야다.

그 본질을 남에게 맡겨두고 구도와 앵글만 잡는 것을 과연 촬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자신이 뭘 하고자 하는지를 명확히 하게 되면 시스템을 선택하게 된다.

젊은 촬영감독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고 있기에 DP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충무로가 과도기 아닌 적이 없고, 한국영화는 아침에 망했다가도 저녁에는 흥한다고 할 정도로 업다운이 심한 판이니까.....’


그 다이내믹함이 한국영화의 큰 장점이기도 하고.


“아니키. 미국 개봉할 때 다시 뵙겠습니다!”

“12월에 샌프란시스코에서 봅시다.”


한 달 보름간 이어진 일본과 아시아의 <군계> 프로모션이 끝이 났다.

떠난 배가 다시 항구로 돌아오려면 수개월이 걸릴 터.

류지호는 다음 배를 띄우기 위해 뉴욕으로 복귀하자마 팔을 걷어붙였다.

<Frank Castle>.

류지호가 10번 째 출항시킬 배의 이름이다.


작가의말

연참대전 시작입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12.04 09:54
    No. 1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40 링월드
    작성일
    23.12.04 10:11
    No. 2

    여류 평론가가 아니라 페미ㄴ이네요 모든 사안을 남.녀 권력이란 틀에서밖에 못보는 외눈박이 흑백만 구분가능한 색맹
    공산주의자도 마찬가지로 자본가-프롤레타리아트 이런 이분법적인 틀로만 세상을 해석하죠
    페미ㄴ들 분탕치는 모습이 빨갱이랑 똑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찬성: 5 | 반대: 2

  • 작성자
    Lv.99 하얀유니콘
    작성일
    23.12.04 14:40
    No. 3

    패미도 돈이 되니 하는거죠.

    찬성: 1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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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 Frank Castle. (1) +11 23.12.04 1,949 103 23쪽
» 일본 침공. (3) +3 23.12.04 1,796 91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1,917 107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1,935 107 23쪽
686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1,983 94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1,963 103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1,944 106 24쪽
683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1,988 101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1,985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001 108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014 96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047 106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037 106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6 23.11.20 2,066 111 25쪽
676 세기의 결혼식. (1) +6 23.11.18 2,105 106 28쪽
675 TCU의 닻을 올리다! (2) +5 23.11.17 1,921 101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4 23.11.16 1,965 106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1,953 103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1,916 101 26쪽
671 포츠담 광장에서... (4) +11 23.11.13 1,914 107 31쪽
670 포츠담 광장에서... (3) +4 23.11.11 1,899 108 28쪽
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1,877 99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1,877 83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032 101 26쪽
666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2) +6 23.11.08 1,972 101 24쪽
665 호잇 호잇... 초능력 재주꾼. (1) +2 23.11.07 2,005 92 24쪽
664 나중에 며늘아기한테 좋은 소리 못 들어. +4 23.11.06 2,060 91 24쪽
663 터무니없는 목표! (2) +5 23.11.04 2,052 102 23쪽
662 터무니없는 목표! (1) +4 23.11.03 2,085 97 24쪽
661 내가 어떻게 키웠는데....! +3 23.11.02 2,066 9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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