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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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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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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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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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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Frank Castle.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직소로 분(扮)한 죠 트래볼타가 성질부리는 연기를 실감나게 연기했다.

얼굴에 붕대를 두르고 있는 빌리 루소가 화를 내는데 이전에 그가 주로 보여주었던 근엄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의 모습이 아니다.

자기과시적인데, 다소 조증(躁症)환자에 가까운 행태를 연기로 표현했다.


[빌어먹을! 모기지! 젠장맞을 서브프라임!]


빌리 루소가 투자한 주택이 폭락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암시다.

사실 빌리 루소는 화를 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죽은 사람들의 명의를 도용해 구입한 주택들이었으니까.

빌리 루소의 아지트를 촬영하기 위해 뉴저지에 위치한 초호화 별장을 빌렸다.

마이크 리바의 지휘 하에 미술팀이 인테리어와 소품 하나하나 재배치했다.

자기애가 얼마나 강한 인물인지 집 곳곳에 자신의 사진이 많이 걸려 있다.

미술품과 조각품도 많다.

주로 모딜리아니의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왜 그의 작품을 가져다 놓았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일부러 그림들을 화면에 담을 생각이 없었기에.

빌리 루소의 얼굴 성형을 집도한 의사가 무뚝뚝한 표정으로 말했다.


[먼저... 붕대를 풀기 전에 이걸 아셔야 합니다.]

[.....]

[상처가 엄청나게 깊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살아남은 것도 기적입니다.]

[그래서 내가 여기 있는 거야, 의사양반. 나한테는 최고의 성형 의사가 있잖아. 안 그래?]

[얼굴 근육, 피부, 뼈 구조... 전부 다 망가졌어요. 얼굴 전체 피부라고는 단 1%도 남아있지 않았다는 걸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풀기나 해. 주저리주저리 떠들지 말고.]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조심스럽게 빌리 루소의 붕대를 제거한다.

그러면서 의사는 자신이 얼마나 수고를 했는지 강조한다.

보너스를 받으려는 의도가 아니다.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마침내 붕대가 모두 제거된다.


[......!]


흉측한 얼굴이 드러난다.

류지호는 곧바로 빌리 루소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흠칫, 표정이 바뀌는 간호사를 보여준다.

의사가 눈짓으로 간호사를 밖으로 내보낸다.

간호사가 마당으로 나가 헛구역질을 하고 돌아와 보면, 의사의 이마에 수술 가위가 꽂혀있다.


[까악!]


빌리 루소는 간호사마저 잔인하게 폭행하고 죽여 버린다.

감정이 담기지 않는 살육.

이전가지 다소 들떠 있는 것 같았던 죠 트래볼타의 연기톤이 바뀌었다.

침착하다 못해 몹시 차갑다.

화도 안 낸다.

그가 화를 겉으로 드러낸 유일한 행동은...


와장창!


벽에 걸려있는 입체파 그림의 직소퍼즐 액자를 망가뜨리는 것이다.

엉망진창이 된 직소퍼즐을 보여준 다음에 빌리 루소의 얼굴을 보여준다.

마치 헝겊을 기워놓은 것 같은 얼굴.

누더기 같은 얼굴과 달리 등근육은 매우 아름다웠다.

류지호는 죠 트래볼타의 서비스 컷으로 몇 달 간 공들여 만든 등근육을 찍어두었다.

죠 트래볼타는 190Cm 근접한 신장을 자랑했다.

날렵한 암살자 타입의 슈퍼킬러가 아니다.

격투기는 물론 사격술도 뛰어나다.

거의 모든 무기를 다 잘 다룬다.

전투기술로는 퍼니셔와 대등하게 싸울 정도다.

자신의 저택을 피바다로 만든 빌리 루소는 태연하게 수백 벌의 명품정장이 걸려 있는 드레스 룸으로 들어간다.

매력적인 얼굴은 망가졌지만, 그 외에는 변함이 없다.

한껏 멋을 부린 빌리 루소가 외출을 서두른다.

선글라스를 쓰려다가 내려놓는다.

왜 자신이 얼굴을 가린단 말인가.

하지만 단골 양복점에서 그런 생각이 깨지고 만다.

자신의 흉측한 외모에 불안해하는 사람들에게서 불쾌감을 느낀다.

양복점을 피바다로 만든다.

원흉에게 분노가 폭발한다.


[프랭크 캐슬! 개자식.. 갈아 마시겠다!]


빌리 루소는 양복점 대형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며...


[....Jigsaw.]


직소퍼즐처럼 갈라진 거울, 그리고 반사된 자신의 누더기 같은 얼굴.

빌리 루소는 스스로 직소라는 닉네임을 붙인다.

퍼니셔가 탄생하기 전 직소라는 최악의 악당이 먼저 탄생한다.

그럼으로써 부르주아 악당 빌리 루소 VS 프롤레타리아 히어로 프랭크 캐슬의 구도가 만들어진다.

대저택에서 살고 있는 살인마.

반면에 정의의 용사는 빈민가에 둥지를 틀고 있다.

직소는 명석한 두뇌와 투자감각, 조직관리로 막대한 재화를 벌어들여 그걸 토대로 킬러들 불러 모아 군대를 조직한다.

퍼니셔는 범죄자들로부터 탈취한 푼돈(?)으로 어렵게 무장한다.

직소는 고급호텔 레스토랑을 통째로 빌려 킬러들을 대접한다.

퍼니셔는 통조림과 싸구려 음식으로 겨우 허기를 해결한다.

틸 슈라이버는 독일의 국민배우 대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북미와 세계적으로 봤을 때는 죠 트래볼타의 인지도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관객 입장에서 애송이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런 인식이 있기에 틸 슈라이버와 죠 트래볼타의 대결이 팽팽하게 느껴질 수 있다.

류지호는 코믹스 속의 직소를 영화에서 재현하면서 코믹스 설정을 비틀었다.

2000년대 미국 사회의 일부를 영화의 배경에 두었다.


[군대는 어떻게 모을 생각이지, 직소?]

[엉클 샘처럼 하면 돼.]

[.....?]

[문제아들이 많은 동네에서 모집하는 거야. 받을 수 없을 대학교 대출금으로 10만 달러를 약속하는 거지. 이라크 전쟁에 참전하지 않아도 된다고 약속하면 돼.]

[시민권을 준다고 하면 거지새끼들이 너도나도 참전할지도 모르고.]

[옳거니. 미국은 최고야. 사방에 군대가 있으니까.]


직소는 우범지대 곳곳에 퍼니셔에 대한 막대한 현상금을 건다.

거리 곳곳에 붙어있는 퍼니셔 현상수배 전단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모병포스터와 어딘지 닮아 있다.

그리고 Punish!라는 문구가 은근히 강조되어 있다.

빌리 루소 저택으로 온갖 잡놈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든다.

이탈리아 마피아, 러시아 마피아, 흑인 갱단, 중국계 폭력조직, 베트남 양아치, 폭주족 갱단 등등.

Punish! 당할 대상이 프랭크 캐슬이 아니라 자신들이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우리는 훌륭한 사람을 찾고 있다. 내가 군대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

[I Want You. Be all you can be.]


미국 모병 포스터의 문구다.


[우리 모두 퍼니셔란 놈 때문에 소중한 것을 잃은 아픔이 있을 것이다. 우리의 피부색이 혹은 생긴 것이 다르다고 해서 또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차별 받을 이유가 없어. 그 놈의 증오는 우리에게 향할 것이 아니라 다른 곳으로 향해야 해. 안 그래? 우리는 왜 퍼니셔에게 겁을 집어 먹은 거지? 놈은 단지 혼자일 뿐이야. 우리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어. 그 놈만 Punish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우리에게도 권리가 있어. 그러니까 나처럼 퍼니셔에게 복수하고 싶다면 부대를 만드는 거야. 자, 나설 사람 누가 있나?]


헬스키친 우범지대의 말썽꾸러기들로 군대를 조직한다.

자신의 대저택을 군 기지처럼 만든다.

프랭크 캐슬은 자신이 요새로 만든 빌딩의 빈민들에게 돈을 나눠주고 이사를 보낸다.

직소는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술품을 경매에 내놓아야 한다.

그것이 싫은 직소는 값싼 몸값의 중국인 갱단을 고용한다.

그렇게 고용된 중국 갱단은 퍼니셔의 자동소총 난사에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추풍낙엽처럼 쓰러진다.

마치 중국산 싸구려 제품 같다.

해외에서 미국을 위해 싸웠던 무명의 전쟁영웅 프랭크 캐슬.

그에 맞서는 미국 사회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 축들.

무명의 용사가 미국 내 악의 세력(네오콘)에게 총구를 돌린 것 같은....

알아차리는 관객은 없을 것이다.

직소가 네오콘을 암시한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으니까.


[퍼니셔 파티!]

[퍼니셔를 죽여라. 으하하하!]


한 말썽 하는 인간들을 모아놨으니 사고가 터지지 않을 리가 없다.

직소는 방관한다.

그들이 사고를 치며 칠수록 퍼니셔에게 빈틈이 생길 테니까.

그렇게 헬스키친은 직소라는 미치광이와 갱단 부대로 인해 혼란에 휩싸인다.

촬영감독 다온 비베가 우려를 드러냈다.


“너무 노골적인 것 아닐까?”


성조기 앞에서 엉클 샘을 패러디한 복장으로 갱단을 향해 연설하는 직소에 대한 우려였다.


“내가 아는 건 미국이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라는 사실이야.”

“펜타곤이 좋아할 것 같지 않은데?”

“그래서 그들로부터 어떤 도움도 받질 못했지.”

“미국인들이 싫어할 수도 있어.”

“성조기를 태우는 영화도 잘 만 개봉하잖아.”

“선댄스에서는 좋아할지도 모르겠어. 혹시....?”

“토론토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하자고는 하는데.... 너무 마니악한 영화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


죠 트래볼타의 갱단 모병 연설은 그야말로 원맨쇼였다.

과장된 광기를 드러낸다든가, 열정적인 선동가의 모습은 전혀 드러내지 않았다.

마치 연설 잘하는 독재자 같았다.


탕.


연설을 하다가 갑자기 맨 앞줄에 앉아있던 양아치에게 총을 쏴버린다.

자기 연설 중에 딴 짓을 한다는 이유로.

깜짝 놀란 갱들이 각자 권총을 꺼내 겨눈다.

직소를 겨누는 놈도 있고, 다른 갱단을 겨누는 놈도 있고, 누구를 겨눠야할지 허둥대는 놈도 있다.

직소는 그 모습을 즐긴다.

그러는 한편 독사처럼 그들의 분노를 퍼니셔에게 돌린다.

시나리오에도 없고, 스토리보드에도 없다.

죠 트래볼타가 촬영 일 주일 전에 제의한 아이디어였다.

연설 다이얼로그까지 직접 작성해서 가져왔다.

악의 축(Axis of Evil) 발언이 담긴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은근슬쩍 패러디하는 재치까지 담겨 있었다.

류지호는 너무 나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악의 축을 ‘증오’를 뜻하는 단어로 바꿨다.


‘죠가 최근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런 것 같지 않았다.

굉장한 열의를 보였다.

절박함일 수도 있다.

주류에서 점차 밀려나고 있다는 위기감에서 오는.


‘팀킬도 불사하는 직소....’


죠 트래볼타가 말했다.

양아치들을 전투에 내몰고 홀로 폼 잡는 악당은 재미가 없다고.

슈퍼킬러답게 자신도 전투에 참여하면서 갱단들을 고기방패처럼 사용하는 비정함을 강조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의했다.

휴식날이면 어김없이 류지호를 찾아왔다.

촬영현장에서 애드리브를 좋아하지 않는 류지호의 성격을 파악해서인지 사전에 류지호를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나만 아니면 돼... 전투방식이 직소의 전술이지 않을까?”

“비겁하고 얍삽한 방식인데요?”

“일인 군단과도 같은 퍼니셔에 저항하는 직소만의 전투방식일수도 있지.”

“직소는 슈퍼킬러입니다만.”


일반적으로 악당 두목은 조무래기들을 모두 처리한 후에 나타난다.

또는 최후의 순간에 인질을 잡고 주인공을 협박하면서 비열한 모습을 보인다거나.

죠 트래볼타는 퍼니셔와 직소의 일대일 대결 대신에 갱단과 뒤섞여 혼란스러운 싸움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빅키 햄휴즈를 비롯한 스턴트 코디네이터들도 일리가 있다며 거들었다.

류지호의 영화 인생 처음으로 시나리오 후반부를 촬영 중간에 통째로 바꿨다.

그들의 설득에 넘어가 주었기 때문이다.

퍼니셔가 갱단을 모조리 쓸어버리게 되고, 직소 홀로 살아남는다.

직소가 살기위해 도망친 곳은 헬스키친의 경찰서다.

법을 무시하고 살았던 최악의 범죄자가 법의 보호를 요청하는 아이러니.

끝까지 영화가 끝날 듯 안 끝날 듯 관객을 짜증나게 할 것도 같지만.

류지호는 과감하게 후반부를 손봤다.

퍼니셔가 경찰서 안으로 도망친 직소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안티히어로 퍼니셔가 공권력까지 무시하고, 그만의 복수를 마무리할 수 있을까....


‘잘만하면 끝까지 관객의 몰입감을 붙잡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


액션스릴러 장르에서 엔딩의 모험은 좋지 않다.

대체로 권선징악 결말로 마무리 되니까.

류지호는 본전치기만 하자는 생각으로 그런 규칙을 무시했다.


‘내키는 대로 해보자. 이 영화 한 편 망가진다고 앞으로 연출을 못할 것도 아니고.’


❉ ❉ ❉


군인이 전쟁터에서 적을 사살하면 영웅이 된다.

하지만 사회로 돌아온 군인이 누군가를 살해하면 중범죄다.

비록 살해당한 자가 극악한 범죄자라 할지라도.

사회규범과 법체계에서 그렇다.

만약 그 같은 살인 행위에 복수가 밑바탕에 깔려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 복수는 과연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어떠한 경우에도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지 않을까?”


복수를 주제로 내세우는 영화는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 야생의 정의.


프랜시스 베이컨이 복수에 대해 한 말이다.

복수심은 개인이 경험한 감당하기 힘든 분노와 고통에서 시작한다.

사회는 그런 개인의 분노 표출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법과 규제라는 장치로 개인의 복수를 제한한다.

그런데 법과 규제가 정의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이 당한 만큼의 피해를 되갚아 주고 싶어 한다.

실제로는 실행할 수도 없고 가능하지도 않은 복수를 문학작품이나 영화가 대신 보여준다.

일종의 대리만족이다.

수많은 영화들이 복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영화 <Frank Castle>을 지배하는 정서는 복수다.

등장인물들 간의 복수가 마구 충돌한다.

복수극의 플롯은 여러 방식이 있다.

대표적으로 전반부 ‘끔찍한 사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이는 방식이 있다.

주인공이 겪은 상처가 얼마나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는지를 표현하는 데 많은 설명을 하게 된다.

반대로 후반부 ‘복수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도 있다.

왜 끔찍한 사건에 연루되었는지 그것을 설명하기보다 주인공이 복수를 계획하고 적대자를 찾아 나서고 맞서게 되는 일련의 복수 행위에 중심을 둔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복수극의 플롯은 주인공의 의미 있는 탐색보다는 복수의 행위 자체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문제를 해결해야 할 기관이나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될 때, 개인 스스로가 나서서 복수를 실현한다.

공공화 된 복수의 해결이 다시 개인에게 되돌아오게 되는 식이다.

<Frank Castle> 세계관에서 사법체계가 치안을 좀 더 확립했다면, 또 가족 몰살이라는 사건이 벌어진 후속조치를 제대로 처리했다면, 프랭크 캐슬의 복수극은 만들어질 수 없다.

헬스키친이라는 도시는 무법자들이 버젓이 활보하는 치안의 사각지대다.

범죄자들을 풀어줄 수밖에 없는 허술한 법체제와 부패가 만연해 있다.

원작 설정은 악당들을 교도소에 보내도 한 달도 안 되어 탈옥해 또 다시 악행을 저지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공공의 정의가 혹은 복수가 작동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이지만 영웅이 나서서 단죄할 수밖에.

그것도 전직 미해병수색대원 출신이.

프랭크 캐슬이 단순히 가족의 죽음에 분노해 미쳐 날 뛰어도 관객의 동의를 어느 정도 얻을 순 있다.

그렇게 되면 흔하디흔한 B급 액션영화에 불과해 진다.

프랭크 캐슬은 좀 더 근본적인 문제에 화가 난다.

살인을 지시한 갱단 두목이 가벼운 형벌을 받고 난 뒤 거리를 활보하는 것에 분개하고, 거래를 하며 형량을 깎아주는 검사 등 불합리한 사법제도의 비리에 분노를 느낀다.

개인적인 비극과 사회적인 불합리가 혼합되고 융합된다.

프랭크 캐슬의 복수와 폭력이 사회정의 실현으로까지 확대된다.

류지호는 프랭크 캐슬이 가족을 그리워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을 최소화했다.

권총 자살 장면 같은 극단적인 장면을 인상적으로 묘사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프랭크 캐슬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 대신에 무신경한 담당형사, 갱단 보스가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는 장면, 한통속인 검사, 매스컴의 태도들로 상처를 받는 프랭크 캐슬을 강조했다.

코스타 패밀리의 보스는 보석으로 풀려난다.

반면에 갱단을 소탕한 프랭크 캐슬은 중형을 선고받는다.


[수법의 잔인성과 피고가 고도로 훈련받은 직업군인이었다는 점 등을 고려해 230년 형에 처한다.]


미국에서는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킨 악질 범죄자에게 100년 이상의 초장기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한편으로 미국에서는 감형이나 가석방 제도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더라도 감형, 가석방 등을 통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하지만 100년 이상의 초장기 징역을 선고해놓으면 이런 가능성이 사실상 원천 봉쇄된다.

참고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징역형 기록은 오클라호마에서 기소된 찰스 스콧 로빈슨이다.

그는 지난 1994년 무려 3만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총 6건의 유아 강간에 대해 건당 징역 5천 년씩이 매겨졌다.

변호사 맷 머독이 프랭크 캐슬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은 사실과 가족을 잃고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심신미약 상태임을 주장했다.

헬스키친 법원은 맷 머독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는 우리 주에 사형제도가 없음을 감사하라.]


사실상 프랭크 캐슬을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하겠다는 판결이다.

관객들은 당연히 납득할 수 없다.

자연스럽게 프랭크 캐슬을 동정하게 된다.


[쓰레기장이군.]


프랭크 캐슬이 중범죄자만을 따로 수감한 교도소에서 한 첫 마디다.

그는 스스로의 죄를 인정했다.

살인은 그 어떤 것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믿었으니까.

그래서 순순히 교도소로 왔다.

한편으로 스스로를 구속하려는 의도도 있다.

범죄자들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참을 수 없으니까.

그로인해 더 거대한 살인행각을 벌일 것이 두려웠다.

그러나 직소가 청부살인을 벌이기 위해 교도소에 위장 침입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교도소가 혼란에 빠진다.

그 혼란을 틈타 범죄자들 다수가 탈옥을 하게 된다.

덩달아 퍼니셔를 다시 헬스키친에 풀어놓게 된다.

범죄자들의 처형자를 헬스키친으로 다시 소환한 것은 직소이기도 하지만, 허술한 교정시스템이기도 하다.

영화 <Frank Castle>에서 러닝타임 30분을 할애해 ‘Punisher'의 탄생 배경을 설명한다.

그 사이 직소의 탄생도 함께 진행된다.

탄생→각성→성장.

이 공식을 과거로 돌아온 류지호가 처음 선보였다.

바로 <REMO> 트릴로지를 통해서.

이전 삶의 TCU는 놀란의 <배트맨> 트릴로지에서 기본형식을 빌려왔다.

개빈 페이지가 그와 유사한 말을 하기도 했고.

본래는 영화 한 편을 통째로 할애해 탄생과 기원을 쌓아올리는 것이 좋다.

30분은 턱없이 부족한 시간처럼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테이큰>이나 <존 윅> 같은 플롯을 가져오는 것도 무리다.

아직은 관객들이 대폭 압축된 백스토리를 받아들일 수 없기에.

Timely 코믹스 팬들은 실사화에 감동하는 것과 함께 히어로의 고뇌와 갈등까지 중요하게 여긴다.

일본의 싱크로율 타령하는 오타쿠들과 결이 다르다.


‘물론 팬이라면 억지로 감정을 이입해 코믹스 기반 영화를 즐길 수 있겠지만...’


이전 삶에서는 <퍼니셔 : 워 존>은 비주얼과 과도한 폭력(감정의 동화 없는)을 보여 주는 선에 그쳐 컬트로 남았다.

비정하고 잔인하며 냉혹하다고 하면 대게 무표정으로 일관한다.

류지호가 싫어하는 연기 해석이다.

프랭크 캐슬을 연기하는 틸 슈라이버에게 인상을 구겨도 되고, 악당처럼 인상을 험악하게 보여도 된다고 안심을 시켰다.


“실상 내가 본 프랭크 캐슬은 용광로같이 뜨거운 캐릭터야. 그는 감정이 절제된 암살자가 아니라, 적군인 반군이나 민병대와 전투를 벌인 후 PTSD가 생긴 감정과 두려움을 가진 인간일 뿐이라고 생각해.”


틸 슈라이버가 동의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차 선악의 구분이 역전되어 버리긴 해. 난 스크립트를 읽으면서 나중에는 직소가 불쌍해 보이더라고.”

“그 지점을 고민해야 된다고 봐. 단순히 폭력만 강조 하다 보면 B급 폭력물에 머물게 되니까.”

“결국 프랭크가 퍼니셔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포커스를 두어야 영화의 리얼리티가 살게 되는 것이란 거잖아.”

“맞아, 정확해.”

“네가 찍은 영화들 보니까... 뭐랄까... 클로즈업을 정확하게 사용하는 것 같아.”

“배우에게 괴로워하거나 힘들어 하는 가짜 표정을 짓게 해서 관객을 쉽게 속이고 싶지 않아서. 그것 말고도 우린 할 수 있는 게 많잖아.”

“내가 걷는 방식은 어때? 그렇게 해도 되는 거야?”


틸 슈라이버는 교도소를 본의 아니게 탈옥한 후부터 약간 건들거리는 듯 하게 걷는다.

그가 직접 설정을 잡은 것이다.


“어떤 대상에 집착하다보면 닮는다고 하니까.”


류지호는 흔쾌히 허락했다.

물론 과도하다고 느껴지면 곧바로 절제 시킬 테지만.


“맞아. 가족에 대한 복수와 악(惡)은 악(惡)으로서 응징하는 악당 콘셉트의 캐릭터랄까. 아무튼 상당히 다크히어로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캐릭터라서 이전과 후반에서 변화하는 포인트를 주고 싶었어.:”

“거기에 어떤 특수한 능력이 없다는 점도 특징이라고 할 수 있지.”

“프랭크 캐슬 자체가 그냥 무기지. 일인 군단인데. 그것 때문에 내가 훈련을 얼마나 가혹하게 받았는데.”

“전투 괴물이 되는 과정을 따로 묘사하지 않을 거야. 갱단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틸이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연기해 봐.”

“물론이지.”


관객이 프랭크 캐슬에게 감정 이입이 되도록 만드는 것.

연출보다 연기가 더 큰 역할을 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무자비한 응징자가 되는 것을 보여 주기만 할뿐, 그 내면까지 전달하지 못하면 아무리 잘 만들어도 평작에 머물 수밖에 없다.

The Punisher 실사화 뉴스가 나가고. 미국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온갖 의견들이 쏟아졌다.

특히 다크화와 리얼리티화를 부르짖는 의견이 넘쳐났다.

즉 프랭크 캐슬의 상황이 현실적으로 다가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풍자와 심오한 철학을 담을 것까진 없다.

현재의 미국사화에 카메라를 그대로 들이대는 걸로 충분하다.

맨해튼을 보여주고(빌리 루소의 단골 양복점), 빈부격차를 보여주고(필라델피아 부촌과 빈민가), 미국의 복수라는 또 다른 이름의 복수... 테러와의 전쟁을 언급하고(물론 더욱 복잡한 내막이 있겠지만), 인종문제를 건드리고, 황금만능주의를 풍자하는... 일부러 대사나 장치를 둘 필요는 없다.

현재의 미국사회가 미화 없이 담기면 그것 자체로 메시지다.

또한 권선징악의 계몽주의 혹은 선동도 곤란하다.

류지호는 주요 타깃관객이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평론가와 씨네필의 지적 호기심을 만족시킬 약간의 메타포만 심어두면 그만이다.

킬링타임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쓰레기는 아니다.

인문학적인 교양이 녹아 있는 영화라고 해서 모두 좋은 영화도 아니다.

포르노조차 긍정적으로 보면 쓰임새가 있다.

언제나 문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경우에 발생하는 법이다.

류지호는 거창한 욕심이 없다.

비록 <군계>가 꽤나 유의미한 흥행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하더러도, R등급으로 수억 달러 박스오피스를 거둘 수 없다는 한계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

영화마다 각기 다른 매력과 재미를 찾을 수 있다.

<Frank Castle>은 선악의 양면성을 지닌 안티히어로 영화다.

순수한 정의감이 아니라 개인적인 원한과 복수심에 의해 움직인다는 서사는 관객들에게 인간적인 모습으로 받아들여진다.

류지호가 기획한 <Hell's Kitchen> 세계관은 안티히어로라는 비주류문화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안티히어로물은 마니아층의 지지를 받는 비주류문화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개성적인 최신 비주류문화를 탐닉하는 문화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 먼저 개봉한 두 편의 영화가 만족할 만한 흥행성적을 기록하기도 했고.

일본어로 제작된 영화로 월드와이드 박스오피스 2.1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할리우드표 영화이자 죠 트래볼타가 출연하는 영화로 1.5억 달러는 충분히 기록할 수 있으리란 자신감이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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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k Castle. (4) +6 23.12.06 1,685 87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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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9 일본 침공. (3) +3 23.12.04 1,818 91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1,937 107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1,961 107 23쪽
686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2,004 94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1,985 103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1,965 106 24쪽
683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2,010 101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2,007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023 108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036 96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071 106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061 106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6 23.11.20 2,091 111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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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5 TCU의 닻을 올리다! (2) +5 23.11.17 1,942 101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4 23.11.16 1,985 106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1,974 103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1,937 10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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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1,896 99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1,893 83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050 101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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