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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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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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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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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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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세기의 결혼식.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세기의 결혼식‘이 열리는 성 패트릭 성당에 입장한 언론인은 단 다섯 명 뿐.

네 곳은 미국 언론사고 한 곳은 한국의 방송사였다.

미국 언론사에서는 소속 기자 중에서 구화법(독순술) 전문가를 뽑아 보냈다.

하객들 사이에서 오간 말들을 읽어 보도할 것이 뻔했다.


‘도보다리 밀담도 아니고....’


이전 삶에서 판문점 도보다리에서 남북 지도자들이 밀담을 나누는 것을 멀리서 입술 모양으로 읽어내 기사를 내기도 했던 것처럼 류지호의 결혼식에서도 그 같은 일이 벌어졌다.

유럽의 왕실 결혼식도 아닌데 별 걸 다 하는 언론이다.

JHO Security Service에는 그 같은 사실을 파악하고, VVIP 하객들에게 은밀히 귀띔을 해주었다.

한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뉴스기사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언론사의 집요함에 질려버릴 지경이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뉴욕의 성 패트릭 대성당 결혼식에 집중된 가운데 신랑신부와 이들을 축하하러 모인 하객들의 작은 손짓·속삭임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현장 생중계나 녹화 방송조차 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중들이 궁금증을 해결할 길이 없다.

그래서 다섯 명의 기자들이 사력을 다해 취재에 열을 올렸다.

그렇다고 은밀히 움직일 수도 없었다.

기자들은 다른 스태프들처럼 비표를 부착하고 있었는데, 비표에는 ‘PRESS'라고 떡하니 쓰여 있다.

그들이 주위로 오면 하객들이 능구렁이처럼 빠져나갔다.

기자들도 바보가 아니다.

한국에서 온 기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미국 기자들은 멀찍이 떨어져서 하객들의 입술 모양을 유심히 관찰하는데 집중했다.


뎅뎅뎅....


정오에 맞춰 성 패트릭 대성당에서 세기의 결혼식이 시작됐다.

이전 삶에서 한 번 결혼식을 경험해 봤던 류지호다.

경험자답게 딴에는 어색함이 없었다.

다만 최대 3,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답게 대주교가 서있는 단까지 거리가 상당해서 입장하는 동안 저절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오! 아름다워.”


짝짝짝!


순백색 드레스와 부케를 든 레오나 파커가 꽃길을 걷자 하객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단순한 것이 가장 아름답다는 철학을 가진 엘렌 왕의 작품답다고 할까.

인체의 곡선을 최대한 살려내 여성의 몸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내는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엘린 왕의 웨딩드레스는 심플한 가운데 레오나 파커와 일체화 되었다.

참고로 엘렌 왕은 한국의 연예인들도 선호하는 디자이너다.


“오늘 멋지다.”


류지호의 입에서 저절로 찬사가 튀어나왔다.

웨딩드레스도 아름다웠지만, 류지호의 눈에는 뉴욕 최고의 스타일리스트가 변신시켜준 레오나 파커가 훨씬 더 아름다웠다.


“눈에서 하트가 아주 그냥... 뜨겁네, 뜨거워....”


킥킥.


보기 드물게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지호를 보며 황재정과 친구들이 키득거렸다.

류지호가 자신의 팔에 팔짱을 낀 레오나 파커의 손을 가볍게 토닥거렸다.

그 덕이었을까.

레오나 파커의 표정이 한결 풀어졌다.

결혼식 내내 미소를 잃지 않으며 침착·당당한 자태를 유지했다.


“.....”


류지호는 뉴욕 대주교의 주례는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과거로 돌아온 이후 자신이 걸어왔던 길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하느님을 향해 자신이 잘하고 있냐고 묻는 짓 따위는 하지 않았다.

예수상을 향해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겠다고 다짐할 뿐.


다라라라~


7,000여 개로 구성된 성 패트릭 대성당의 명물 파이프 오르간.

그 장엄한 반주에 맞춰 성가대가 찬송가를 불렀다.

축사와 미사가 바쁘게 오가는 가운데.

류지호와 레오나 파커에게 마이크가 전해졌다.


- I've lost my faith in everything. I couldn't believe in anything Until I put my faith in you.

(난 모든 것에서 믿음을 잃었었어요. 당신을 믿기 전에는 난 어떤 것도 믿을 수 없었어요.)


류지호의 말을 레오나 파커가 받았다.


- Is it a sin, is it a crime. To worship somebody all of the time?

(매 순간 누군가를 숭배하는 것이 범죄인가요? 죄인가요?)


- Anytime, I would do anything for you.

(난 당신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 I wasn't looking for a miracle. Didn't think that love was possible? But your love has made me whole. And I pray that this will never end.

(난 기적을 바란 건 아니었어요. 사랑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당신의 사랑이 나의 전부가 되었죠. 그리고 난 이것이 끝이 아니길 기도해요.)


- You are my lover, my best friend. You took me in and saved my soul. I've found my heaven, right here with you.

(당신은 나의 연인이자 최고의 친구에요. 나의 영혼을 인도해 구해주었어요. 나는 천국을 발견했어요. 당신과 함께 하는 바로 여기서.)


- Believe in me, forever I believe in you.

(나를 믿어줘요. 나도 영원히 당신을 믿을 테니까.)


- Not just on Sunday, I love you everyday.

(일요일뿐만 아니라, 매일 당신을 사랑해요.)


- And I fall to my knees Every night I pray since You've come and saved me For all eternity.

(당신이 내게 와서 나를 영원토록 구원해준 그때부터 나는 매일 밤 무릎 꿇고 기도해요.)


마지막 구절을 두 사람이 동시에 읽었다.


- In the name of the Father and the Son.... You are my religion.

(성부와 성자의 이름으로.... 당신은 나의 신앙이에요.)]


짝짝짝!


하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결혼서약과 대주교의 성혼 선언이 끝나고, 각종 기념촬영이 이어졌다.

부케를 던지는 이벤트는 대성당 계단에서 이루어졌다.

결혼식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을 약속하고 사랑을 맹세하는 자리다.

서구권에서는 신부의 웨딩드레스만큼 중요한 것이 부케다.

본래는 신랑이 직접 자연에서 꺾어온 꽃으로 다발을 만들어 신부에게 전해주던 것에 유래했다.

처음에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곡물을 썼다고 한다.

16세기 즈음부터 꽃향기가 귀신이나 나쁜 질병으로부터 신부를 보호하고 신성한 결혼식을 지켜준다는 의미로 꽃다발로 바뀌기 시작했다.


“.......!”


대성당 블록 전체가 통제되었다.

그럼에도 경찰 통제선 너머에서 사람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구름 관중이 휘파람을 불며 박수로 환호했다.


“Jay!"

“축하해!”


부케 던지기까지 마친 레오나 파커가 살짝 속삭였다.


"우리 키스 할까?“


망설일 이유가 없다.

자신들의 결혼이 뭐라고 축하해주기 위해 성당 밖에 모여 있는지.

그들을 향해 레오나 파커가 센스 있게 ‘키스 타임’을 리드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남자를 신랑으로 맞이한, 준비된 신부라고 할 수 있다.


“와아!”


시민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다시 한 번 신랑신부가 웨딩 키스를 했기 때문이다.

류지호와 레오나 파커가 환호를 보내주는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보였다.

하객들이 준비된 차량에 탑승해 피로연장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신랑신부가 대기하고 있던 웨딩카에 탑승했다.

웨딩카는 미국의 대통령이 타는 프레지덴셜 스테이트 카의 모델이 준비됐다.

사실 독일과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좋은 조건으로 협찬을 제안했다.

윌리엄 파커가 미국차를 타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래서 캐딜럭이 선택됐다.

나이가 있는 하객들은 준비된 차량으로 플라자 호텔로 미리 떠났다.

일부 젊은 하객들은 걸어서 이동했다.

쇼맨십이 강한 윌리 워커, 베런 렌포르 같은 할리우드 배우는 물론이고 일론 리스브 같은 실리콘밸리 스타들도 시민과 악수도 해주고 사진촬영에도 응했다.

그를 통해 ‘세기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온 뉴욕시민과 관광객들은 유명인들까지 가까이에서 보는 호사를 누렸다.

유럽의 왕족이나 일부 슈퍼리치들은 결혼 축하연을 일주 일 동안 벌이기도 한다.

류지호 부부의 축하연은 3일 동안 열렸다.

전야 파티와 당일 피로연 파티 그리고 다음날 파커 대저택의 축하연까지.

플라자 호텔 결혼 축하연 역시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미처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거나 정식 초청장은 받지 못했지만, 하객 자격이 충분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런 이들은 따로 교부된 ID카드를 제시하고 경호팀을 통과해 피로연장에 입장할 수 있었다.

유럽과 중동 왕족들도 하객으로 초대되었다.

아시아 쪽 인사들은 많지 않았다.

아시아 지인들은 한국에서 열리게 될 결혼식에 초청했다.

류지호의 부모님은 축하연 댄스파티를 위해 두 달 간 춤을 배워야 했다.


“당신 울어?”

“몰라요. 그냥 눈물이 나네.... 갱년기가 다시 왔나?”


신부 부모도 아니고, 신랑의 어머니인 심영숙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눈물을 감추기 위해 억지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해도 소용없었다.

류지호가 다가와 아버지의 손에서 어머니의 손을 넘겨받았다.


“엄마, 춤추실래요?”


6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로 흐르는 프랜시스 시나트러의 음악에 맞춰 류지호와 심영숙이 춤을 췄다.


“왜 울어요 이 좋은 날에....”

“그냥... 네 어릴 때가 생각이 나서.”


류지호가 어머니를 포근하게 안아주었다.

넓고 포근한 아들의 품에 안겨 춤을 추는 심영숙은 쏟아질 것 같은 눈물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고마워 아들....”

“부모자식 간에 고마운 게 어디 있어요. 고마워요 엄마.... 절 낳아주셔서.”


난데없이 끼어든 류아라가 모자를 동시에 안았다.


“울 엄마가 이 좋은 날 왜 우신데....?”

“안 울었어.”

“화장 지워졌는데?”

“....!”

“새언니한테 오빠 넘겨주고 나랑 화장 고치러 가.”


류아라가 얼른 엄마를 데리고 피로연장에서 떠나갔다.


“엄마.. 나 시집 갈 때도 울 거야?”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시원할 텐데 울긴 왜 울어?”

“우와. 뿌리 깊은 남아선호사상.”

“시끄러 이것아. 얼른 화장이나 고쳐줘.”


잠시 신파를 찍긴 했지만, 축하연은 호화판으로 진행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마이키 잭슨의 축하공연을 기대했다.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신 그에 못지않은 디바들의 축하 공연이 이어졌다.

유니벌스뮤직그룹에 속해있는 두 명의 디바와 그 후계가 될 여가수가 결혼 축하노래를 불러주었다.

공짜 아니다.

적게는 30만 달러, 많게는 100만 달러를 받고 히트곡 3곡을 각각 불렀다.

무보수로 노래를 해준 가수도 있다.

바로 맹인가수 스티블랜드가 주인공이다.

류지호가 마이키 잭슨을 위해 애써준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인물이다.

스티블랜드는 그런 류지호에게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유니벌스뮤직그룹 산하 레이블 소속이기도 했고.

최고의 가수들이 60인조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춰 열창을 선보였다.

돈 주고도 못 볼 축하공연에 뜬금없는 녀석이 불쑥 마이크를 잡았다.

제이Z도 아니고, 스누피덕도 아니고, M&M도 아니었다.

닉네임 더 게임이란 말썽꾸러기 래퍼였다.

끈질기게 류지호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혹시나 작년 발매된 데뷔곡을 주절거리지 않을까 우려했다.

녀석의 데뷔앨범은 힙합 역사상 손에 꼽을 만큼 성공적으로 데뷔한 힙합앨범으로 평가받고 있다.

헌데 웬걸.

어울리지 않게 사랑에 관한 랩 가사를 선보였다.

그것도 신인가수 리아나와 함께.

전설과 신예가 차례로 무대에 올라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는 무대를 꾸몄다.

멤버 한 명의 투병으로 3인조로 활동하고 있는 보이즈 투 맨이 히트곡들을 아카펠라 메들리로 들려주고, MJJ 뮤직 소속 무명가수들이 장년층을 위해 옛 노래와 컨트리송을 들려주었다.

유럽이나 중동 왕족의 로열웨딩 피로연도 이 정도는 아니다.

한 명 한 명 섭외가 쉽지 않은 톱스타들이 축사를 낭독하고 축가를 불렀다.

식사, 케이크 커팅, 각계각층의 축하문 낭독, 케이크 커팅, 댄스파티, 축하 공연 등.

5시간에 걸친 파티에 1,800만 달러 이상 지출됐다.

8단짜리 대형 웨딩 케이크만 한화로 대략 9,000만 원, 각종 장식들에 8억 원, 와인 300병에 약 5억 원 등이 지출되었다.

경호를 담당한 JHO Security Service에 120만 달러가 따로 지불되었다.

플라자 호텔 파티는 몸 풀기에 불과했다.

하객들이 각자의 터전으로 흩어진 후에 따로 남은 파커와 그레이엄 일가 300여 명의 하객들이 롱아일랜드의 파커 대저택으로 옮겨 밤새 파티를 벌였다.

하객들은 빈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

답례품으로 고급 와인과 명품 보석이 담긴 기프트백을 받아갔다.


휘이잉.

퍼퍼펑!


밤에는 롱아일랜드 상공에서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펼쳐졌다.

손자손녀의 결혼식을 위해 윌리엄 파커가 작정하고 돈을 퍼부었다.

밤새도록 열린 파커 저택 파티에는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수많은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다녀갔다.

파커 저택 정문에는 파티 참석자들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수많은 매체가 운집했다.

일반 동네였다면 민원이 폭주했을 터.

워낙에 부자들만 사는 동네인데다가 저택마다 멀찍이 떨어져 있어서 딱히 이웃들의 불편함은 없었다.

게다가 그들도 저택으로 몰려와 함께 놀았기에 화를 낼 이유가 없었다.


“<Kingpin> 유니버스에서 빠진다고?”


밴틀리 애플렉이 시침을 뚝 뗐다.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뭐가 마음에 안 들어? 네가 원하는 감독이 누구야?”

“마지막 영화도 네가 감독 하면 안 돼? 다른 감독에게 맡기지 말고.”

“나중에 LA 돌아가서 대화 나눠보자.”

“언제든지, 전화 해.”


파커 대저택의 파티장은 오스카 뒤풀이를 방불케 했다.

뉴욕의 터주대감 마르틴 스콜체제, 안토니 드니로, 존 니컬슨 같은 대선배들까지 찾아와 젊은 영화인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렸다.

물론 가면은 쓴 사람들도 많았다.

실제 가면을 썼다는 것이 아니다.

불편한 관계를 감추고 태연하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맥, 다시 술 마셔요?”


맥클로닌 윌리엄스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난 술을 마시고 있는 게 아니야. 망각을 마시고 있지.”

“언제부터요?”

“매번 그렇지.”


데뷔 초부터 마약과 알코올에 빠져 지내던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1980년대 초반 동료가 마약 중독으로 요절하자 이후 20년간 약물을 끊었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서며 다시 알코올 중독과 재활 치료를 반복하고 있다.


“맥은 외로워요?”

“....항상.”

“맥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 있잖아요.”

“.....”

“난 맥이 혼자라고 생각 안 해요. 가족도 있고. 나도 있어요.”


맥클로닌 윌리엄스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있을 뿐.


“서핑 해볼래요?”

“난 늙었어. 아마 물에 들어가는 순간 상어밥이 될 걸?”

“플라이낚시는요? 아니면 오프로드 드라이브 해볼래요?”

“난 차에 기름을 넣을 줄도 몰라.”

“요새 어디서 지내세요?”

“영화를 찍고 있어서 LA에서 출퇴근하고 있지.”

“암튼 뉴욕까지 와주셔서 감사하고요. 나중에 벨에어로 초대할게요. 가족들과 함께.”

“Jay가 초대해준다면 열 일 마다하고 가야지.”


또 다시 오지랖이 발동되었다.


‘저 양반, 수술도 받아야하지 않나....?’


맥클로닌 윌리엄스가 알코올 중독과 재활치료를 오가고 있다는 소식은 좋지 않은 신호다.

류지호는 가만 두고 볼 수 없었다.

이전 삶에서 그가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떻게 세상을 떠났는지 대강은 아니까.

암튼 여자 하객들은 오스카 시상식처럼 한껏 멋을 부렸다.

반면에 뉴욕에서 거주하고 있는 일부 셀럽들은 편한 복장으로 파티장에 나타났다.


“이 짓을 한국에 가서 반복해야 한다니....”


일요일 밤까지 이어진 파티에 류지호는 진이 다 빠졌다.


[한국에서 비밀리에 다시 한 번 결혼식을 올린 슈퍼리치! 과연 얼마나 화려한가?]

[한국에서 열린 전통혼례는 의외로 검소했다.]

[류지호 결혼식!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 총집합!]


거동이 썩 원활하지 않은 윌리엄 파커를 뉴욕에 남겨두고, 양가 가족들이 모두 한국으로 넘어왔다.

뉴욕에서의 결혼식과 달리 한국의 혼례는 철저하게 비공개로 진행했다.

장소는 여주의 WaW종합촬영소 야외 잔디밭.


“할머니!”

“아이구. 내 새끼. 장한 내 새끼....!”


연로하신 외할머니까지 결혼식에 참석하셨다.

이모님들이 떼어놓기 전까지 류지호는 외할머니의 손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꼬끼오.


새벽도 아닌데 암수 한 쌍의 닭이 울었다.

하하하.

호호호.


종합촬영소에서 가까운 촌락 주민들과 강화도 외가 동네 어르신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혼례에 닭을 놓는 것은 다산을 기원하는 것이다.


“신랑신부가 애는 쑥쑥 잘 낳을 모양이야.”

“셋은 낳아야지.”


함부터 폐백까지 모두 한국의 전통방식으로 치러졌다.

하객은 뉴욕보다 더 많았다.

뉴욕 결혼식 초대에서 빠졌던 일본, 홍콩, 중국, 동남아시아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류지호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가온그룹 의장비서실에서는 심사숙고해서 하객 리스트를 작성했다.

류지호는 큰 고민 없이 청첩장을 돌렸다.

가온그룹 임원들만 수십 명에 달했다.

충무로에서 기침 좀 한다는 영화인들은 거의 다 참석했다.

재계 주요 재벌회장들은 자신의 후계자들과 동행했다.

주요 그룹 후계자들이 류지호와 안면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류지호로서는 후계자들과 친해지는 것이 뭐가 좋은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명 한 명 기억 속에 저장했다.

정치인에게는 청첩장을 돌리지 않았다.

다만 각 정당 대표에게만 예의상 보냈다.


“팔 아프지 않아?”


하도 많은 사람들과 악수를 했더니 손과 팔에 감각에 없어진 것 같았다.


“요령이 생겼어.”

“어떤?”

“힘 빼고 그냥 상대가 흔드는 대로 놔두거나, 가볍게 잡았다 놓고 있지.”

“실례 아닐까?”

“몰라. 내가 죽게 생겼는데 어떻게 하겠어.”

“호호. 밤에 내가 마사지 해줄게.”

“손님들이 음식에 대해 뭐라고 안 해?”

“응. 무슬림 손님들이 세심한 배려에 고맙다고 했어.”


아네모네 프랜차이즈와 밀레니엄 힐턴 호텔 외식부가 결혼 피로연 음식을 책임졌다.

무슬림을 위한 할랄 음식까지 세팅했을 정도로 세심하게 준비했다.

그처럼 세계 각지에서 오는 하객들을 위한 배려가 곳곳에서 엿보였다.

돈을 아낌없이 쓰는 것도 중요했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가온웨딩 특별팀은 아주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준비했다.


타타타타타!


하늘에서 헬기소리가 들려왔다.

비공개 결혼식을 촬영하기 위해 지상파 방송사가 동원한 방송헬기다.


“다들 열심히들 하는구만....”


레오나 파커의 입에서 유창한 한국어가 튀어나왔다.

류지호의 말투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은 그녀가 한국어를 매우 잘한다는 점이다.

자칫 그녀 앞에서 한국어로 흉을 보면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진짜... 미쳤네.”


강용석을 포함해서 얼마 안 되는 동창생들과 신포고 방송부들도 청첩장을 받았다.

매스컴에서나 보던 대단한 인물들이 발에 치일정도로 북적거리는 것에 주눅이 들었다.

뉴욕에서는 대부분이 외국인이었기에 크게 와 닿는 게 없었다.

헌데 한국의 혼례에는 재계 거물은 물론이고 유력 대권후보들까지 찾아와 축하했다.

미친 인맥을 절감했다.

심지어 아시아 각국과 유럽에서 온 인맥들도 하나같이 대단한 인사들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메이저스튜디오 도쿄다카라뿐 아니라, 푸지TV 계열, 소프트인프라 손 사장, 소닉 부회장, 오사카증권 부회장도 현해탄을 건너왔다.

홍콩의 샤오브라더스와 GH 오락집단유한공사 회장도 찾아왔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세계 10대 복합미디어 그룹 수위에 드는 프랑스 Compagnie ViVo, 독일의 베텔스만그룹 부회장들도 왔다.

국내 언론에서도 그들이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10대 미디어그룹 부회장도 못 알아보는데, 말레시아 최대 미디어그룹 회장 부부, 중국의 보나와 상하이그룹 회장, 러시아 최대 영화배급사 회장에 대해 알아볼 리가 없다.

의장비서실에서 급하게 VVIP 하객에 대한 신상정보를 담은 보도자료를 돌렸다.

자칫 잘못된 기사가 나갈 것을 우려해서다.


“닌하오.”


류지호가 가슴 높이에서 한손으로 다른 손을 감싼 채 가볍게 흔드는 공수로 인사했다.

중국 진출 부분은 전 동우수출 왕 회장과 WaW 해외사업부의 투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 네트워크와의 관계를 단단히 다지면서 새로운 인맥을 구축하고 있다.

왕 회장은 이번 결혼식을 계기로 중국 영화산업의 유력자들과 류지호를 연결시켜주려고 했다.


“꽁시꽁시!(축하합니다)”

“뻬이창깐시!(감사합니다)”


중국에서 초대된 상당수는 영화인들이었다.

한편으로 Aliba, OICQ, PAIDOU, CaoMi 창업자들도 참석해 류지호의 결혼을 축하해 주었다.

모두 일찍부터 류지호가 투자한 중국 대표 IT기업들이다.


“죄송합니다. 의원님. 초청객 명단에 성함이 없습니다.”

“나 경기도의회 위원장이라니까! 류 회장 나와 보라고 해!”


여주, 이천, 광주, 양평 군수는 결혼식이 열리는 종합촬영소 안으로 들어갔다.

헌데 초대받지 못한 중앙정계 정치인과 관료들은 입구에서 제지당했다.

꼴사나운 추태를 부리는 사람도 있었다.

입구에서 제지당한 사람들은 짜증이 날만도 했다.

시골 촌부들이 나래안전 요원의 안내를 받아 자연스럽게 안으로 들어가는데, 도의회 위원장 신분인 자신이 제지를 당했으니 그럴 수밖에.


“저분들은 다울재단 이사장님의 정식초청을 받으신 분들입니다. 비서실에 문의를 해보았지만, 위원장님에게 청첩장을 보내지 않았다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정치인을 무시하고도 회사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

“항의를 하시려거든 가온그룹 이사회의장 비서실로 직접 하십시오. 그 부분은 저희 소관이 아닙니다.”


시골 촌부들이 제 아무리 차려입은들 부자들만 할까.

그럼에도 그들은 당당했다.

자신들은 대통령보다 더 유명한 아들을 둔 아버지와 막걸리도 마시고, 집에 초대되어 함께 삽겹살 구워먹으며 어울리는 사이다.

한 마디로 사적으로 친하다는 것.


[내가 이 새꺄 느그 서장이랑 임마!!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 으어?! 내가 인마 느그 서장이랑 인마! 어저께도! 같이 밥 묵고 으! 싸우나도 같이 가고 XXX야, 다 했쓰 임마!]


이전 삶에서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따라하고 패러디했던 유명한 영화 대사다.

가온타운 인근에 살고 있는 촌부들은 무려 미스터 할리우드의 부친과 같이 밥 먹고, 싸우나도 하고, 막걸리도 나눠 마시는 사이다.


“가만 보면. 한국에서 제일 눈치 없는 사람이 저 양반들인 것 같아.”


작가의말

주인공 부부가 혼인서약 비슷하게 주거니 받거니 낭독한 내용은 FireHouse의 노래 ‘You Are My Religion'의 일부입니다. 연인에 대한 절절한 사랑고백을 신앙과 결부시킨 노래라고 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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