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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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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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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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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하고 싶은 영화 다 합시다!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JHO는 작년 한 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단 3편만 링크시켰다.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보이고 있긴 했지만, 한때 박스오피스 줄세우기를 했던 실적과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박스오피스 1위는 월드와이드 9억 달러 매출을 기록하게 되는 트라이-스텔라의 <해리포터와 불의 잔>이다.

<킹콩>과 <미스터& 미세스 스미스>가 각각 5.5억 달러와 4.7억 달러를 기록해 10위 안에 포진했고, 50위권 안에 <아이언 피스트>, <그림형제>, 애니메이션 <로봇> 등 모두 19편을 올려놓았다.

결론적으로 JHO의 영화사업 부문은 예년 수준은 유지할 수 있을 듯싶었다.

문제는.


“점점 스크린 잡기가 빡세다는 건데.....”


북미 스크린 수는 대략 3만 7천 개다

한때 5만 개에 육박했었다.

메이저 극장 체인 몇 곳이 파산하면서 급격하게 줄어들더니 연쇄적인 중소 극장 파산으로 4만 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G.O.M 인터내셔널에서는 북미 체인 확장을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업계와 전문가들이 분석하기로 3만 5천개가 적당하다고 하네요. 스크린을 늘리는 것보다는 디지털 스크린, 3D, Eye-MAX 같은 특수상영관으로 전환되는 추세로 가게 될 겁니다.”


따라서 제 아무리 막강한 자금력과 배급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거처럼 8,000개 스크린을 독점하는 일은 일어날 수가 없게 됐다.

게다가 LOG의 <캐리비안 해적>, 워너-타임의 <배트맨> 프랜차이즈, 패러마운틴 & DreamFactory의 <쿵푸 팬더> 시리즈 등 막강한 경쟁영화들과 스크린 확보 전쟁을 치러야 한다.


“아무래도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LOG에요. 번번이 <캐리비안 해적>과 <나니아 연대기> 프랜차이즈가 트라이-스텔라 프랜차이즈와 맞붙으니까.”

“여름 시즌에는 애니메이션과 경쟁해야 하죠. BS가 독점하는 DreamFactory 애니와 JHO에서 가져오는 Pixart와 AzureSky가 치열하게 스크린 확보 전쟁을 벌일 것 같습니다.”


자의반 타의반 할리우드 기술 발전에 불을 지펴 놨다.

자사뿐만 아니라, 경쟁 스튜디오의 영화들도 더 좋아졌다.

스타파워는 여전히 막강하고, 검증된 감독들이 수두룩하며, 자본까지 뒷받침되고, 영화 시나리오가 넘쳐나는 곳이 할리우드다.

그런 곳과 WaW는 경쟁해야 한다.


삐이.

인터폰이 울렸다.


- 감독님, LA 베벌리 힐즈입니다.


류지호가 손목시계를 확인하며 물었다.


“...어디?”


LA는 한국시간보다 17시간 느리다.

그곳은 오후 7시를 막 지날 때다.

회사 직원들은 이미 퇴근했을 시간이다.


- MSM Studios입니다.


MSM 본사는 베벌리힐스 월셔 대로와 노스 베벌리 드라이브 사이에 소재하고 있다.

시대를 풍미했던 메이저 답지 않은 초라한 모습이지만, 내실이 더 중요한 법.


“혹시 신임사장이에요?”

- 예. 조슈아 올슨 사장입니다.


트라이-스텔라 그룹이 MSM Studios를 인수하며 주요 경영자들의 물갈이가 있었다.

IVE Entertainment의 CFO(재무책임자) 출신의 조슈아 올슨(Joshua T. Olson)이 신임 사장으로 가고, JHO Pictures의 피터 웰스와 Garam Ventures의 브라이언 허프(Brian R. Hough)가 그를 보좌하도록 했다.

공석이 된 JHO Pictures 최고경영자 자리에는 프로덕션 헤드였던 앨런 포스터를 앉혔다.

조슈아 올슨은 그룹에서 차세대 리더 후보군으로 분류된 인재였다.

한때 메이저 스튜디오로 명성을 떨쳤던 MSM의 부활이라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사실 MSM을 인수합병하고 나서 류지호는 깜짝 놀랐다.

20억 달러에 이르는 부채는 익히 알았던 것이라 그리 충격적이지 않았다.

그 보다는 산하에 무려 100여 개의 자회사와 계열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부채의 상당 부분이 해외 법인 유지에서 발생했다.

조슈아 올슨은 최근까지 부실하고 부채만 높은 자회사를 정리하는데 온 힘을 기울여왔다.


“Joe, 오랜만이야.”


인사 대신에 호탕한 웃음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 하하.

“잘 지내고 있지?”

- 보스의 행보가 이곳 미국에서까지 떠들썩합니다. 하하.

“초대하지 않았다고, 독한 위스키를 마시며 내 욕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죠?”

- 이곳의 일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벅차면 말해.”

- 아닙니다! 요즘 아주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는 문제없습니다. 하하하.

“자, 퇴근시간이 지났을 텐데, 어떻게 정리가 되어 가고 있는지 간략하게 요점만 들어볼까?”

- 중간보고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화 형식 통화는 아니었다.

핵심만 짚고 넘어갔기 때문이다.

30분간 이어진 통화 동안 한종혁 팀장이 어느새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통화를 마친 류지호는 비서가 가져다 놓은 쿠키를 아작 씹어 먹으며 창가로 걸어갔다.


“4,000편 좀 못되는 필름 라이브러리를 확보한 것은 좋지만....”


생각보다 지출이 컸다.

뱁새가 황새 쫒아가다 보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속담이 있다.

MSM Studios가 딱 그 짝이었다.

가장 오래된 스튜디오라는 생각에서인지.

과거의 명성을 회복하려고 무리했던 것인지.

지나치게 몸집을 불리는 데만 집중했다.

물론 한 시대를 풍미할 정도로 잘 나갈 때는 20~30편의 영화를 다뤘으니,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봐야 80년대 초반이 한계 아니었나?’


이후로 MSM은 계속해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0여 년 간 막대한 적자가 발생해 파산 지경이 이른 것만 세 차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산을 팔아치웠다.

MSM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촬영스튜디오와 영화목장까지 팔아치웠다.

어마어마한 부채 압박에 시달리면서도 4,000편 가량의 필름 라이브러리를 지킨 것을 칭찬해 줘야 할 정도다.

심지어 재정이 엉망진창인 상황에서도 필름 라이브러리 확보를 위해 지출을 늘렸다는 것에 처절한 몸부림이 읽혔다.


“.....”


한창 공사 중인 건물 너머로 허허벌판의 DMC가 류지호의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 수색역도 눈에 들어왔다.

트라이-스텔라를 선물로 받을 때만 해도 DMC처럼 허허벌판에서 시작하는 심정이었다.

MSM은 그에 비하면 상황이 훨씬 좋았다.

다른 곳에서 MSM을 인수했다면 해외 배급망을 절대 포기하지 못했을 터.

하지만 류지호는 포기할 수 있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배급력을 가진 영화사를 소유하고 있으니까.

메이저 스튜디오의 기본 조건 중에 하나가 매해 최소 15편의 배급 라인업이다.

MSM Studios는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나 미니 메이저와의 합작으로 겨우겨우 맞추고 있다.

텐트폴 영화는 <007> 시리즈가 유일했다.

<핑크 팬더>, <스타게이트> 프랜차이즈 시리즈도 있긴 하지만, 텐트폴이라고 하기에는 손색이 있었다.

물론 류지호의 높은 기준에서 그렇다는 거다.

미니 메이저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다.

MSM Studios를 인수한 것은 회사 자체의 역량 때문이 아니다.

리스트만 대충 훑어도 배가 부른 느낌이 드는 필름 라이브러리 때문이다.

1950년 이전에 제작된 고전 세미 포르노부터 SF영화, 오스카 수상작들까지.

4,000여 편의 필름 라이브러리는 정말 다채로웠다.

<록키>, <007>, <스타게이트> 시리즈는 물론이고 <황야의 7인>, <페임>, <레인맨>, <핑크 팬더> 등 온갖 익숙한 영화가 트라이-스텔라 필름 라이브러리에 새롭게 추가됐다.

류지호가 좋아하는 <레이징 불>, <델마와 루이스>, <애니홀> 등 아카데미 수상작 다수의 권리도 획득하게 됐다.

7.000여 편으로 불어난 필름 라이브러리를 보고 있자면, 이제야 비로소 부자가 된 느낌이다.

1981년에 자회사로 들어온 Artist federation Corp.(AF)가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필름 라이브러리도 절대 무시 못한다.

다만 1924년 이전 영화들 대부분이 저작권 만료로 무료로 풀렸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다.


‘천만다행으로 찰리 채플린 영화는 대부분 지킬 수 있었지만.’


그 좋았던 기분도 잠시.

3년간의 MSM 영화 라인업을 보면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제작 및 배급 편수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은 영화는 많지 않았다.

3년 간 모두 25편이 잡혀 있었다.

<007> 후속작들, 깜짝 흥행작 <록키 발보어>, <러키 넘버 슬레븐>, <Mr. 브룩스>, <핑크 팬더> 정도가 기대작이다.

찾아보면 스타가 출연하는 영화도 적지 않다.


“트라이-스텔라가 배급을 맡게 되면 브랜드 빨로 겨우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을지도.....”


천하의 트라이-스텔라라도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도만 견인할 수 있다.

안 될 영화를 억지로 흥행 시킬 수는 없다.

자칫 3,000개 이상 스크린을 확보했다가 배급비용마저 건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류지호가 책상으로 돌아와 보고서 하나를 펼쳤다.

<007> 시리즈와 관련해 복잡한 저작권 상황이 정리되어 있다.

제임스 본드 영화의 저작권 관리를 위해 설립된 Danjaq LLC라는 회사가 있다.

1962년 Artist federation이 Danjaq의 지분 50%를 확보했다.

1981년 AF가 MSM에 합병되면서 <007>의 권리도 함께 넘어왔다.

이후로 복잡한 사정과 조정을 거쳐 MSM과 AF가 <007>시리즈 권리 50%와 독점배급권을 가게 됐다.

<007>의 중요한 저작권자는 최초 Danjaq를 설립했던 사람들은 모두 사망하고, 미망인들이 저작권을 물려받았다.

다만 <Casino Royale>(67년), <Never Say Never Again>(83년) 두 영화는 Danjaq가 아닌 원작자와 제작자 그리고 각본가가 나눠가지고 있다.

조슈아 올슨은 두 영화에 대한 권리까지 정리하기 위해 애썼다.

<007>의 원작자 이안 플레밍은 냉전이 끝날 것을 믿고 새로운 빌런 ‘스펙터’를 만들었다.

스펙터가 처음으로 등장한 소설이 <썬더볼>이다.

이 권리를 두고 무려 30년 동안 법적인 분쟁을 거치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혔다.

법적분쟁의 극적 타결 실마리가 없는 가운데, 트라이-스텔라가 MSM을 인수하면서 <007> 의 저작권 퍼즐이 맞춰질 기회가 왔다.

트라이-스텔라 엔터테인먼트는 <썬더볼 작전>의 제작자 측과 극적으로 합의를 도출해 복잡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했다.

막대한 현금을 쥐어주는 것으로 분쟁을 종식시켰다.

그를 통해 AF와 MSM이 <007 카지노 로얄>을 제작할 수는 있는 토대가 만들어졌다.

사실 <007> 영화 저작권을 두고 법정분쟁이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돈이 되니까.’


MSM Studios는 극장을 제외한 전 부분에서 수직계열화를 이뤘다.

애니메이션 회사도 있고, 음악 레이블도 있다.

다만 애니메이션 회사는 껍데기만 남아 있고, 레코드 회사는 MSM 영화 사운드 트랙 발매와 자사 저작권을 이용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제작 및 뮤지컬 음반 발매만 진행하고 있다.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은 조슈아 윌슨에게 경쟁력 없는 사업과 사양 사업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그에 따라 비디오와 DVD를 출시하는 홈 엔터테인먼트 부문 축소 및 사업정리 작업에 착수했다.

어차피 계열사에 IVE Entertainment라는 북미 3대 홈비디오 업체가 있다.

중복 사업은 정리하는 것이 맞았다.

MSM Studios의 제작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Artist federation Corp.은 기존 체제를 유지시키기로 했다.

한때 MSM은 미국의 제 4의 지상파를 운영했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 팔아치우고, 남은 것이라곤 MSM Television이라는 중간 지주회사뿐이다.

케이블 채널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북미 재방송 시장에서 겨우 수익을 내고 있다.

내년에는 HD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이란다.

서비스 지역은 북미, 유럽 일부(폴란드), 브라질이다.

2008년에는 위성 및 IP TV 서비스를 위한 E-pix 브랜드도 런칭할 계획이란다.

조슈아 올슨은 각 플랫폼에 프로그램을 공급하기 위한 빅피쉬 엔터테인먼트만 남겨두고 유명무실한 프로덕션 자회사 거의 전부를 폐업하기로 결정했다.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테니까.

피도 눈물도 없는 구조조정으로 인해 MSM 자체 규모도 축소되고 장부상 자산도 줄어들 게 될 터.

류지호도 웬만하면 범위와 규모를 최소화하고 싶었다.

그런데 MSM은 체급에 걸맞지 않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었다.

덜어내야만 했다.

내실을 다지고 체급과 체력을 올리면 언제든 다시 많은 짐을 어깨에 짊어질 수 있다.

당장은 많은 이들이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할 터.

그럼에도 뼈를 깎는 아픔을 이겨내야 한다.


톡톡.


류지호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

그의 시선이 컴퓨터 모니터에 고정됐다.

화면에 류지호가 기획 중인 여러 아이디어들이 떠 있다.


톡!


키보드를 누르자 화면이 바뀌었다.

<나의 뱀파이어 연인>.

올해 확보한 소설의 영화권리이다.

<Twilight>.

10대 여성층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게 될 연작소설의 첫 번째 시리즈다.

이 소설의 영화권리를 얻기 위해 눈치작전이 엄청났었다.

출판 당시부터 10대 소녀들을 필두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기에 할리우드 대부분의 스튜디오가 영화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달려들었다.

영화화 권리 가격이 계속해서 폭등했다.


“안타깝지만 무리한 가격입니다.”

“미스터 할리우드의 관심이 차갑게 식었습니다. 유감입니다.”


류지호는 영화화 권리 확보 경쟁에서 빠지기로 했다.

너무 많은 돈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이 곧바로 소설가에게 전해졌다.

그러자 소설가가 류지호에게 매달리는 희한한 상황이 연출됐다.

영화로 성공하지 못한다는 속설이 있는 판타지 소설의 실사화마다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영화 흥행까지 시킨 장본인이 류지호다.

<해리포터>의 원작자는 한 해 1억 달러 수입이라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벌어들이며 억만 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Twilight> 원작자 입장에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미스터 할리우드가 협상에서 빠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결국 2006년 출간 예정인 ‘뉴 문(New Moon)’까지 영화권리를 확보했다.

참고로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모두 4권이 출간 된다.

‘트와일라잇(Twilight)’, ‘뉴 문(New Moon)’, ‘이클립스(Eclipse)’, ‘브레이킹 던(Breaking Dawn) 등 2005년부터 2008년까지 1년에 한 권씩 꼬박꼬박 출판된다.

2008년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선정되는데, 시리즈 판매고가 총 1억 6천만 부 이상을 기록한다.

욕도 많이 먹지만, 영어덜트 소설 원작 영화의 붐을 일으키게 될 작품이자 영어덜트 최고 흥행 프랜차이즈가 된다.

류지호의 손가락이 모니터를 콕 찍었다.


“넌 MSM으로 가라....”


류지호의 손짓 하나로 <Twilight>의 영화 제작사가 결정되었다.

또 하나의 코믹스 기반 콘텐츠가 남아 있었다.


<워킹 데드>.


MSM Studios의 프로덕션 자회사 빅피쉬에서 제작해 MSM 산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하고 추후 E-pix 브랜드로 갈아타면 될 것 같았다.

조슈아 올슨은 <왕좌의 게임>까지 욕심을 냈다.

이미 앨런 포스터가 JHO Pictures에서 TV시리즈로 준비 중이다.

트라이-스텔라 텔레비전으로 가게 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추후 E-pix를 통해 방영될 여지가 남아 있다.

MSM Studios의 2년치 라인업은 건드릴 수 없다.

따라서 손해를 줄이는 방향으로 궁리했다.

북미 재방송 및 고전영화 채널에 큰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트라이-스텔라가 확보한 MSM의 수천 편의 고전영화들 중에서 케이블 시청률이 잘 나오는 영화들을 우선순위로 디지털 복원할 계획이다.

리부트 혹은 리메이크, TV시리즈 확장까지 고민하는 영화들도 있다.

조슈아 올슨은 <페임>, <로보캅>, <스피시즈>, <람보> 등 트라이-스텔라가 보유한 IP를 활용해 리메이크 내지는 TV시리즈 개발을 기획 중이다.

JHO Pictures가 제작한 <REMO>의 TV드라마판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EP 6개, 12개, 24개 시즌제를 두고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다.

2006년 상반기 안에 언론에 슬쩍 흘려 반응을 확인할 계획이다.

대중들의 기대감이 높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최소 12개 에피소드 개발에 바로 착수하게 된다.


“...음.”


마지막 페이지에 떠 있는 프로젝트는 Snowstorm IP 기반의 실사화 영화들이다.

류지호는 Eye-MAX 3D 디지털 포맷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디아블로>,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하프라이프>.

전 세계 주요 영화시장에 D-Cinema가 정착되면 들어갈 실사화 프로젝트들이다.


삐이-


인터폰이 울렸다.


- 의장님, WaW 사장, 본부장과 점심약속 되어 있으십니다.


MSM에 대한 고민에 빠져 있다 보니 점심시간이 된 것도 몰랐다.


“두 사람은 출발했어요?”

- 예.

“경호팀은?”

- 지하주차장에서 대기 중입니다.

“알겠어요.”


컴퓨터를 종료한 류지호가 옷을 챙겨 집무실을 나섰다.


✻ ✻ ✻


가정집을 개조해 식당 영업 중인 마포의 오래된 굴비백반집으로 류지호가 들어갔다.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서자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정운규 사장과 전하영 부사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마포에 이런 곳도 있었군요?”


정운규 사장이 대답했다.


“단골만 알고 찾아오는 곳입니다.”


일행은 산지직송 영광굴비를 반찬 삼아 백반정식을 먹었다.

구수한 숭늉으로 입가심을 한 류지호가 물었다.


“배 감독은 요즘 무슨 작업하고 있답니까?”


전하영이 대답했다.


“저예산 영화만 가지고 오세요.”


류지호가 조금 남아있던 숭늉을 모두 마시고 비서실장을 불렀다.


“내 가방 좀 줘 봐요.”


류지호가 비서실장이 건네준 가방에서 파일 묶음 두 개를 꺼냈다.

하나는 밥상 위에 놓고, 두툼한 문서파일 하나를 전하영에게 내밀었다.


“이거 검토 해봐요. 배 감독이 연출하면 어떨까 생각한 프로젝트에요.”


전하영이 재빨리 문서를 넘겼다.

<七七居士>.

워킹타이틀 아래로 ‘조선시대 천재화가... 최북!‘이라 쓰여 있다.

미술계 일부에서 조선의 반 고흐라고 부르기도 하는 괴짜 화가다.

류지호는 조선의 고흐라고 부르는 평론가나 미술계 사람을 경멸했다.

최북은 빈센트 반 고흐보다 적어도 100년 전 인물이다.

류지호가 공부해 보니 반 고흐보다 더 치열하고 더 광적인 삶을 살았던 인물이었다.

아무리 반 고흐가 세계적인 예술가라고 하더라도, 최북이란 인물의 삶과 예술세계를 잘 이해하는 한국의 미술 평론가들이 후대 서양미술가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은 한국 미술을 낮춰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권위에 저항하고, 화가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눈을 찌른 일화로 유명한 화가가 최북이다.

심각한 알코올 중독, 괴팍한 성격에 기행을 일삼고, 중인이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반골기질이 넘쳤으며, 자신이 찌른 한쪽 눈이 멀어 반안경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여행을 즐겼던 풍류남이었던... 이야기꾼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 최북이다.


“그리고 이건 이명수 감독한테 보내 봐요.”


류지호가 두 번째로 건넨 프로젝트는 대한민국의 근대 시기 두 명의 천재 예술가의 아내였던 여성 수필가를 다룬 영화다.

워킹타이틀 <1936 조선>으로 명명된 기획영화의 주인공은 김향은 여사다.

실존인물이다.

스스로 수필가이기도 했고, 위대한 두 명의 예술가의 아내이기도 했으며, 남편의 작품을 서구에 널리 알린 한국 미술 전도사이기도 했던 모던 레이디.


“작년 초에 돌아가셨어요.”

“....예?”

“몇 년 전부터 여사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고 졸졸 따라다녔었는데.... 당신의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네요.”


돌아가시기 전에 겨우 허락을 얻을 수 있었다.


“유명하신 분이에요?”

“일반인들은 잘 모를 걸요?”

“....?”

“시인 이상의 아내이자, 김원기 화백의 처라고 하면 알지도 모르겠네요.”

“...아!”


한국의 문단이나 미술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다.

일제강점기 이화여대 영문과를 다니던 시절, 천재 이상을 만나 사랑을 시작했다.

명문여대를 다니던 멀쩡한 여대생이 짐을 싸들고 집을 나와 이상과 결혼했다.

당시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결혼 4개월 만에 남편이라는 작가가 시인으로써 도약하겠다며 일본으로 떠났다.

그 이듬해 폐결핵으로 숨을 거뒀다.

박복하기 이를 데 없는 삶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실의에 빠져 살 순 없었다.

이상이라는 천재에 가려져 있어서 그렇지, 그녀 역시 수필가며 모던 레이디였다.

주변에 많은 예술가들과 교류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남편을 떠난 보낸 1년 후, 무명의 한 서양화가를 소개받게 된다.

이혼 경력이 있고, 슬하에 딸을 셋이나 둔 남자는 그녀에게 사랑에 빠진다.

면전에서 구애는 못하고 편지서신을 교환하면서 속마음을 조금씩 표현했다.

몇 년 후, 촉망받는 서양화가가 되어 그녀와 재혼에 성공하고 만다.

결혼을 반대한 가족과 연을 끊으며 김향은 여사는 남편의 성을 따라 이름까지 개명했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 여사는 파리 소르본느와 에콜 드 루브르에서 미술사와 미술평론을 공부했다.

당시 남편은 교수직 제의를 받았지만, 김향은 여사를 따라 파리로 활동무대를 옮겼다.

10년의 시간이 흘러 부부는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미술활동을 이어갔다.

파리와 뉴욕에서 서양미술의 세계를 경험한 천재 미술가는 작품세계의 지평을 넓히게 된다.

나이가 들어 남편의 죽게 되고, 김향은 여사는 남은 여생을 남편의 작품을 돌보고 모으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재단을 설립해 남편이자 천재 미술가의 작품을 세상에 알리는데 여생을 바쳤다.

서울의 부암동 산기슭에 미술관도 열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꼭 30년 만에 그녀도 뉴욕에서 별세했다.

그것이 작년 2월이었다.

그녀는 웨스트체스터 공동묘지에 묻힌 남편의 묘지 바로 옆에 나란히 누웠다.


“두 명의 천재 예술가에게 사랑을 받은 여인. 한국 예술사에 존재했던 두 천재의 아내이자 모던 레이디를 대중들에게 알리고 싶었어요. 상업영화로 아름답게 포장하든 작가주의 관점에서 한 인물의 삶을 관조하든, 아내의 시선으로 천재 예술가의 삶을 들여다보든.”

“감독님이 안하시고.... 왜?”

“이명수 감독이 만지면 페미니즘 영화 같지 않은 페미니즘 영화가 나올 것 같아서요.”


전하영이 알쏭달쏭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강 트리트먼트를 끼적여 봤는데, 자료조사가 허술해서 초고까지는 못 썼어요. 작가 추천해 줘 봐요.”

“언제까지요?”

“내가 뉴욕으로 떠나기 전까지....?”

“두 편 다 재욱이에게 맡길 생각이세요?”

“글쎄요. 생각 안 해봤어요.”

“김향은 선생님 이야기는 내가 해도 될까요?”

“그러세요. 최북 스토리는 WaW 프로듀서들 주간회의에 안건으로 올려놔 보세요.”

“알겠어요.”


화가 최북의 삶과 기행은 매우 영화적이다.

다만 대중에게 친숙한 역사적 인물이 아니라는 점이 기획적인 측면에서 장애물이다.

장승업, 신윤복, 김홍도 등 대중에게 익숙한 화가는 많다.

그에 비해 최북은 대중적 인지도가 떨어진다.

김향은 선생도 마찬가지다.

류지호가 아닌 프로듀서였다면, 차라리 그녀의 남편이었던 이상이나 김원기 화백 스토리로 바꾸자는 말이 나올 것이다.

주된 논리로 여자 주인공 원톱 영화는 흥행에서 불리하다는 속설을 들 것이 뻔하고.


“혹시 뉴욕 로케이션을 염두에 두셨어요?”

“실존인물들이 외국 생활을 오래 했으니까.... 미국의 메이저 스튜디오 백랏을 써야겠죠.”

“또 대작이네요.”

“분식점 아니에요. 비유하자면 백화점 식품관입니다. 손님들에게 가벼운 라면부터 고급 프랑스요리까지 메뉴로 내놓읍시다.”

“잘 아는데... 제작비 상승요인만 있어요. 수익 루트는 한정적인데.....”

“내가 할리우드에서 열심히 돈 벌어 올게요. 돈은 걱정 말아요.”

“어휴. 그 말이 더 아파요.”

“우리가 돈이 없어요. 가오가 없어요. 다 하자고요. 하고 싶은 영화.”


남들이 들으면 재수 없는 말이다.

어쩌랴.

WaW 엔터테인먼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것을.


작가의말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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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1,983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1,999 108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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