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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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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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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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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기업가의 애국이 별 건가?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지난 해 1월이었다.

정부대전청사에서 지방화와 균형발전시대 선포식을 열렸다.

참여정부는 균형발전 3대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책 추진에 나섰다.

이에 발맞춰 국토 발전의 새 뼈대를 제시한 ‘신국토 구상’도 내놨다.

10월에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을 두고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주춤하는 모양새였지만, 3대 특별법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단군 이래 최대'란 이름이 붙은 사업 중 하나인 ‘새만금간척지민간개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가균형발전정책이 다시 한 번 추진력을 얻게 됐다.

참여정부는 10대 과제 중에서도 최우선 과제로 국가균형발전정책을 꼽고 있다.

그만큼 지역불균형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참여정부에서 나온 국가균형발전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다.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이다.

다만 행정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의 위헌 판결을 받고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특별자치시)를 조성하는 것으로 대체했고,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그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추후 10개 지역에 분포하게 될 혁신도시의 모태다.

거기에 전경련이 제안하고 참여정부가 수용하는 모양새로 추진 중인 기업도시가 있다.

산(産)·학(學)·연(硏)·관(官)이 서로 협력하여 지역의 성장거점지역에 조성되는 미래형 도시계획이다.

모두 4가지 유형으로 건설되며 각각 지역의 시도별 지역산업과 도시별 테마를 설정하여, 지역별로 특색 있는 도시로 개발될 예정이다.

국토균형발전과 관련해 온갖 정책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미래가 밝지만은 않았다.

새만금간척지 개발사업에도 온갖 장밋빛 청사진이 제시됐다.

산·학·연·관 연계를 통한 혁신을 창출하는 혁신거점도시.

지역별, 산업별 특성을 브랜드화한 테마를 가진 개성 있는 특성화도시.

자연지형을 최대한 보전하고 생태계의 다양성, 순환성을 확보한 누구나 살고 싶은 친환경 녹색도시.

에너지와 자원을 절약하는 지속가능한 도시공간구조와 교통체계 구축, 백퍼센트 재생에너지가 자급되고 지식정보시대 첨단도시 운영시스템이 구축된 U-City.

특목고 설치와 국제대학 등 교육여건의 선진화로 우수한 교육환경이 조성되어 있어 학습과 창의적 교류가 가능한 교육·문화도시.

지역의 특성과 아름다운 경관이 살아있고 다양한 여가문화생활을 영위하는 품위 있는 도시.

가온그룹, JHO Company, 전라북도가 공동 출자해 설립된 새만금개발유한회사가 밝힌 새만금간척지의 청사진이었다.


“물막이 공사는 언제 완료되는 겁니까?”


새만금프로젝트 실무를 총괄하고 있는 오현묵 전무가 냉큼 대답했다.


“내년 4~5월경에 공사가 완료되어 약 33Km 길이의 세계 최대 방조제가 탄생할 예정입니다. 또한 최종 끝막이 공사를 마친 새만금 간척공사는 2010년까지 방조제 내 토지와 담수호를 조성하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해수유통이 아니라 여전히 담수화를 고수하고 있는 겁니까?”

“전북도가 담수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력발전소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존의 농업용지 예정지를 모두 새만금 중북부에 조성하기로 해서, 신도시 아리울과 종합관광레저타운이 들어서는 중남부지역 방조제에 만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워낙에 전라북도의 담수화 의지가 강해서 계속해서 설득을 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창 공사 중인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연간 발전량 552GWh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의 조력발전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52GWh는 소양강댐의 약 1.56배에 달하고, 50만 도시의 가정용 전력공급이 가능한 규모이자, 2000cc 자동차 기준으로 서울-강릉 왕복 500만 번을 왕복할 수 있는 대체에너지이며, 30년생 잣나무 약 5,000만 그루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저감의 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연구실 책상에서 만들어진 낙관적인 기대치들이다.

새만금은 그 정도 효율까지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3 수준의 효율과 경제성만 나와 줘도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류지호가 새만금에 조력발전소를 만들 결심을 한 것은 시화호 조력발전소 주관사가 대유가온건설(지분 45%)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대유가온건설은 이 프로젝트를 위해 수차 설비부문 최고(오스트리아), 최고의 조력발전 전문 설계 및 시공업체(호주·캐나다), 풍부한 조력발전소 운영경험(프랑스), 네덜란드 해양연구소 등 세계적인 협력업체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있다.

그 기술과 노하우를 고스란히 대유가온건설이 습득하고 있다.


“시화호에 건설되고 있는 발전소의 상황을 지켜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습니다.”


문지열 사장의 말에 류지호가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첨단신도시 아리울이 개발되기 위해서는 토지매립부터 기초기반 공사만 5년 이상 소요된다.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본격 가동하는 것은 간척지 매립이 완료되는 시점일 터.

그때 가서 경제성을 따져가며 시작해도 늦지 않다.

대략 도시가 본격 가동되는 2015년경부터 본격 가동되면 된다.

EU의 그린 텍소노미 정책이나 RE100이 크게 부상하는 것이 대략 2019년 전후부터다.

즉 새만금에 100%에 가까운 친환경 및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도시를 만들려고 하는 것에는 가온그룹과 아·태지역 JHO Company 계열사가 우회 무역장벽의 일종인 탄소저감 협약을 회피하는 기회로 만들고자 하는 계획도 담겨 있다.

사실 조력발전소 건설에서 가장 큰 비용부담이 방조제다.

일반적으로 조력발전소는 발전시설 건립비용보다 방조제 건설비용이 3배나 더 든다.

그렇다 보니 채산성이 떨어져 기피하게 된다.

전기를 생산할 만한 조수간만의 차 발생지역도 제한적이고 방조제 건설로 인한 생태계 파괴 영향이 있어 세계적으로도 개발·가동되는 조력발전소는 많지 않다.

새만금에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하는 방조제가 이미 건설되어 있다.

새만금방조제 조력발전은 내해 수질도 개선하고 일부 갯벌도 살리면서 신재생 에너지 전력까지 생산할 수 있는 일석 삼조의 역할이 가능했다.

류지호는 새만금간척지를 친환경 개발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했다.

새만금의 수질악화 이슈는 류지호의 체면을 손상시키는 일이 된다.

그러니 그룹 차원에서도 각별하게 점검하며 사업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20년 동안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국가적 낭비만 초래하는 중요 국채사업 하나를 해결함과 동시에 류지호 본인 소유 기업의 위험요소까지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4대강 삽질만 정상적인 치수사업으로 유도하면 얼추 20조 이상 국가예산을 더 아낄 수 있겠지.’


한반도의 기후 특성 때문에 1960년대부터 정부는 수자원을 확보하고 홍수를 예방하려는 하천 유역 개발과 정비를 꾸준히 해오고 있다.

산업화 시대 4대강을 중심으로 공업과 농업이 발달하게 되면서 환경오염이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는데, 특히 낙동강은 수질 오염이 심각해 산업단지 개발을 두고 인접 지자체가 갈등을 일으키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니 미래를 위해서도 획기적인 하천정비 및 홍수·가뭄 대책이 필요하긴 했다.

민간기업의 탐욕 때문도 아니고 대통령 개인의 치적을 위한 국책사업도 아니라면, 치수사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암튼 육지에서 새만금 수질논쟁 및 법정다툼이 진행되는 동안 바다에서는 어업보상이 14년 가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상업무를 전북도가 맡아서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관여하지 않고 전북도가 끝까지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2008년까지는 무조건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보상 대상은 보상 기준일(1991년 10월 22일)을 기준으로 직·간접 피해지역 어업자와 배후지 2/3이상 상실로 영업을 할 수 없는 주민으로 한정됐다.

방조제 내측 및 방조제로부터 약 8㎞까지는 직접 피해지역, 약 20㎞ 까지는 간접피해지역으로 분류됐다.

용지보상은 총 1,436건 296억 원으로 일찍 마무리 됐다.

반면 어업피해 손실보상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최종 면허업이니 종묘채포 허가어업이니 위판수수료니... 관련 용어들을 들어가며 열심히 오현묵 전부가 설명했지만 류지호는 한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려버렸다.

각종 소송이 걸려 있지만 늦어도 2007년에는 최종결론이 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말로 요약할 수 있었으니까.

결론적으로 2008년 말까지 총 1만 5000여 건에 4,700여억 원이 보상금으로 지급된다.


“행정구역을 놓고 군산, 김제, 부안이 자기들끼리 다투고 있다고요?”

“토지이용계획이 변경되면서 조금 양상이 복잡해졌습니다. 처음 계화면 쪽 간척지가 농업용지였던 것을 유보지로 하고 김제시 쪽 간척지의 주거용지가 농업용지로 바뀌는 등 조정이 되었고, 아리울이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변의 세 도시가 이해득실 셈법이 복잡해진 것입니다.”


앞으로 개발될 신도시의 정식 명칭은 아리울국제도시이다.

다만 행정구역을 군산·김제·부안에서 주장하고 있어서 지역에서 꽤나 시끄러웠다.

참고로 이전 삶에서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인천 송도, 부산·진해, 광양이 지정됐다.

이번에는 아리울이 추가로 지정됐다.


“아직 삽을 뜨지도 않았는데, 투자상담이 들어오고 있다지요?”

“외국인들의 투자 상담이 벌써부터 뜨겁습니다. 어제 날짜까지 총 29건의 외국인 투자 의사가 접수돼 상담이 진행 중입니다.”


당초 홍콩과 일본의 투자은행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

그런데 류지호의 이름값이 국제적으로 먹히는 것인지, 미국의 월가를 비롯해서 영국의 국제 투자개발회사와 유럽의 여러 투자사와 기업들이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며 접근하고 있다.


“주로 골프장이나 호텔이겠죠?”

“일본의 한 개발회사는 12조 원 규모의 투자 의향을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사기가 아닌가 싶어 정보팀을 총동원해 알아보는 중입니다.”

“미국의 메이저 병원 두 곳 정도가 내게 따로 문의를 해 온 것도 있어요. 괜히 언론에 흘리진 말고 참고하세요.”

“예. 의장님!”


그 외에 미국의 사립대학 한 곳과 캘리포니아 지역 명문 사립고등학교 몇 곳이 연합해 주한미대사관을 통해 외국인 학교 설립이 가능한지를 물었다고 한다.


“2020년까지 법적·행정적인 인프라로는 외국인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겁니다.”

“아무래도 세금 문제가 발목을 잡을 것 같습니다. 현행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 기업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투자 업종을 제조업·물류업·관광호텔업으로 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유치해야 하는 산업은 서비스 및 첨단기술산업을 포함한 고부가가치 산업이니까요.”


송도국제도시도 똑같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

몇몇 외국기업들이 송도국제도시에 아·태 지역 본부를 두고 싶어 했지만, 법인세 혜택이 관광·물류·제조에만 국한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 같은 계획을 백지화하거나 홍콩이나 중국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선회하고 있다.

설혹 한국으로 본부를 이전하더라도 생활환경이 모두 갖춰져 있는 서울을 제치고 송도로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세제 혜택 면에서 경쟁국인 싱가포르나 홍콩·상하이 등에 비해 낮습니다. 조세혜택은 제한적인데 25%의 높은 법인세율을 적용해 다른 나라 경제특구와 비교해볼 때, 세제 측면에서 인센티브가 너무 약합니다.”


암튼 송도국제도시가 한창 개발 중임에도 아직 시작도 안한 새만금에 외국투자들의 관심이 제법 뜨거웠다.

모두 류지호의 명성 덕분이다.

참고로 한국에서 추진된 역대급 대규모 토목 사업들을 살펴보면.

2기 신도시 : 104조원(신도시 당 대략 10조원).

잠실광성월드몰 : 3조 5천억 원.

인천국제공항 : 7조 8천억 원.

KTX 1단계 구간 (서울-대구) : 12조 원(1998년 기준).

송도국제도시 총사업비 : 대략 40조원

세종특별자치시 총사업비 : 22조 원.

4대강 정비 사업 : 22조원.

새만금간척지 총사업비는 21조 원이 잡혀 있었다.

가온그룹과 JHO Company 컨소시엄이 주도하게 되면서 40조 원으로 대폭 상승했다.

최대 50조 원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

유보지 및 배후도시 포함 1,800만 평에 달하는 부지에 조성되는 JHO Worlds 규모가 미국 플로리다 미키마우스월즈급으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가칭 JHO World가 들어설 관광레저 지구는 매립과 기반 공사가 완료되고 나면 총 9조 원을 투입하게 됩니다. 그 중 테마파크 건설비는 4~5조 원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를 통해 연간 1조 8천억 원의 매출효과와 6만여 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나타나는 아시아권 명소로 부상할 것이며 연간 900만 명 이상의 국내외 관광객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들이다.

자연농원의 입장객을 기준으로 계산했기 때문이다.


“다양한 기업들이 사업에 함께 합니다. 원활하게 사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조율을 잘 할 거라 믿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오현묵 전무는 꿈에도 몰랐다.

새만금에 들어설 테마파크와 아리울에 엄청난 유동인구와 산업유발 효과가 그들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2020년대로 넘어가면 한국이 매력적이며 힙한 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고, 그 중심에 아시아의 할리우드, 아시아의 두바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아리울이 자리하게 된다.


✻ ✻ ✻


계화산을 내려오는 길에 황재정이 작별인사를 건넸다.


“가긴 어딜 가? 따라와.”


새만금개발유한회사 임직원들과 헤어지고 황재정만 대동한 류지호가 격포항으로 향했다.

회센터에서 황재정과 단둘이 낮술을 마셨다.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사고가 터질지도 모른다면서?”


대규모 투자를 벌여도 되느냐는 물음이다.


“내년부터 몸 사려야겠지.”

“괜찮아? 수 십 조가 소요되는 사업인데....”

“속도조절을 해야지. 2030년대를 보고 준비하는 사업이니까.”


남들은 당장의 비즈니스에 허덕이는데, 무려 20여년 후의 미래를 대비하다니.


“LOG와 유니벌스 스튜디오가 수도권에 들어오면?”

“안 들어와.”

“......?”

“네가 그 두 회사 최고경영자면 한국에 30억~50억 달러가 소요되는 테마파크 짓겠냐?”

“할 만 하지 않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

“절대 안 되지.”

“가온경제연구소도 예측하는 걸 걔들이 못 할까?”

“중국 진출을 타진 중이라던데?”

“주가 띄우기 좋잖아. 13억 시장. 성장성. 주주 홀리기 얼마나 좋은 핑계거리냐? 세계 경제가 침체되고 경기가 좋지 못해도. 중국에서 조금만 매출이 올라도 오! 이거 좋은데 하지 않겠냐?”

“주주들이 바보냐? 매출과 순이익, 적자만 보게.”

“13억 인구라는 착시가 있잖아. 매년 200%씩 막 매출이 올라. 전 세계 소비는 둔화되는데, 13억이라는 무시무시한 잠재수요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자사 테마파크 매출이 막 오르는 거지. 매년 발생하는 고정비? 관리운영비? 이자 비용? 그딴 거 몰라. 그냥 막 올라 매출이. 그리고 장부상 영업이익도 발생했어. 주주들이 좋아할까? 싫어할까?”

“....,음.”

“걔들은 멈출 수가 없어. 경제가 좋든 안 좋든. 뭐든 해야만 해. 계속해서 기업을 인수·합병해야 하고, 어디든 사업을 확장해야 해. 안 그러면 알짜배기 자회사를 팔아야할 수도 있어.”

“JHO가 한국이 아니라 중국으로 진출해야 하는 건 아닐까?”

“중국은..... 솔직히 욕 나와.”

“......?”

“꽌시라는 걔들 문화가 뭔가 막 대단할 것 같지? 그거 때문에 골치 아파. 중국 민영기업들끼리 꽌시라고 포장한 기업들 간 보증 관계가 얼마나 복잡한 줄 아냐? 한 그룹 내에서 계열사 간 지급보증은 기본이고, 다른 대기업하고 연대보증 같은 게 진짜 더럽게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어. 지금도 그런데 중국 민간경제가 발전하면 할수록.... 뭐 하나 기업 도산하면 줄줄이 무너지는 건데... 암튼 그래.”


중국경제가 무섭게 성장하는 시기다.

해외 자본을 무섭게 빨아먹으면서도 이익은 못 빠져나가게 복잡하게 해 놨다.

<엽기적인 그녀>로 중국에서 발생한 수입이 한국의 WaW로 들어오는데 5년이 걸렸다.

꽌시를 움직였음에도 그랬다.

이 시기 중국에서 큰 사업하려면 수익을 본사로 가져온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암튼, 중국시장은 들어가는 것보다 어떻게 잘 빠져나올 것인가를 더욱 잘 준비해 둬야 해.”


일찍 들어가서 시장 개척하거나 선점을 하는 타입의 비즈니스를 전개했던 류지호다.


“중국은 전략보다 중요한 것이 걔들 문화와 습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들어가야 해. 현지화에 대한 고민도 철저히 해야 하고.”


중국 시장을 대단히 부정적으로 보는 류지호다.

그런 모습이 황재정은 매우 이상했다.

이 시기 한국기업들이 얼마나 중국시장에서 ‘꿀‘을 빨고 있는데.

외환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공헌을 한 것이 중국시장이란 말까지 있을 정도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매우 이상하게 여기는 점이 누구보다 화끈하게 투자할 것 같은 류지호가 간만 보면서 군불만 지피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과 완전히 다른 민족적 특성을 보이는 것이 중국인이다.

대인배인 척 온갖 폼 잡다가 중요한 순간마다 치사하게 구는 족속들이다.

막연한 기대만 가지고 뛰어들기에는 늪처럼 위험하고 음흉한 시장이다.

류지호는 느긋했다. 이미 중국의 주요 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를 마쳤기 때문이다.

그 기업들이 뉴욕이나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되는 순간.... 게임은 끝난다.

게다가 지구상에서 개척되지 않은 시장이 중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난 스페인 황실 훈장 수여식에 맞춰 스페인 건설사들과 접촉한 것은 남미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였다.

다솜방송의 홈쇼핑은 동남아시아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전 삶의 신남방정책과 닮아 있는 시장개척전략이다.


“경기도지사는 유니벌스 스튜디오를 경기도에 들이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고, 인천시장은 미키마우스랜드를 영종도에 유치한다고 설레발치고. 놀이공원을 운영 중인 두 대기업은 동상이몽 중이고....”


광성그룹은 유니벌스 스튜디오와 합작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오성그룹은 외국계 테마파크가 국내 들어오는 것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모두 쓸데없는 논쟁이다.

이전 삶에서도 안 되었고, 이번에도 될 리가 없다.

류지호는 LOG와 유니벌스의 내막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그들의 고민도 알고 있다.


“LOG는 한국을 중국 측과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지렛대로 쓰고 있는 거야. 광성그룹은 유니벌스 스튜디오에 놀아나는 것이고. 수도권에 미키마우스랜드급 테마파크 절대 못 들어가. 어떤 정권도 못 해.”


온갖 이해관계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고.

법령도 많이 개정해야 한다.

사실 사업성도 그리 밝지 않다.

일본과 홍콩에 이미 미키마우스랜드가 있다.

똑같은 포맷의 테마파크에 외국인이 일부러 찾아올 리가 없다.

초대형 테마파크는 초기 투자비용이 어마어마하다.

전형적인 장치산업이라서 고정비만 매년 수천억 원이다.

관리운영비 또한 엄청나게 들어간다.

주기적으로 라이드 및 어트랙션도 교체야 주어야 한다.

캐릭터 라이선싱 비용 만만치 않다.


“만약에 테마파크가 들어왔다고 쳐. 걔들이 광성월드나 자연농원, 과천대공원급 자유이용권 가격 정책을 펼 수 있을까? 투자금 회수하려면 백 년 걸릴 텐데?”


이 시기 자유이용권을 10만 원이 넘는 가격에 팔면 과연 몇 명이나 지불할 수 있을까.

게다가 체류형 테마파크가 전 세계적인 추세다.

자연농원은 이중삼중의 수도권 규제에 걸려 호텔 및 리조트는커녕 특색 있는 전략을 전개할 수가 없다.

류지호가 굳이 새만금에 초대형 체류형 테마파크를 짓는 이유다.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올랜도의 미키마우스월드의 주 수입원은 호텔과 리조트 숙박 매출이다.

월드 내부에는 LOG Company가 직접 운영하는 리조트만 해도 25곳, 12곳의 외부 업체까지 합하면 단지 내에만 37개에 달하는 호텔 및 리조트가 있다.

여기에 월드 구역 바깥의 호텔까지 포함하면 50 곳이 넘는다.

당일치기로 놀이동산 놀러가는 개념이 아니다.

휴양지에서 며칠 머물며 즐기며 돈을 쓰도록 유도하는 전략이다.


“걔들에게 한국시장은 그리 매력이 없어. 중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한국의 아둔한 정치인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뿐이지.”

“한국 내수시장이 약한데... 우리가 될까?”

“돼. 어트렉션은 전 세계 테마파크가 거기서 거기야. 테마파크 분위기를 지배하는 디자인과 콘텐츠가 천차만별이지. 결국 IP 기반 사업이라고 볼 수 있어.”


한국의 주요 테마파크 캐릭터들은 라이선싱 비용 부담 때문에 짝퉁 혹은 유사, 자체 캐릭터로 쇼와 어트렉션을 꾸민다.

가온·JHO 컨소시엄은 그럴 필요가 없다.


“로열티를 지불하긴 하겠지만, 바가지 쓸 일은 없겠네. 그래도 내수 고객만으로 택도 없을 것 같은데....”

“그래서 저기 무주의 덕유산까지 권역을 확장해야 돼.”


가깝게는 변산반도국립공원부터 전주 권역 그리고 무주리조트의 덕유산까지 하나의 관광레저벨트로 묶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


“전 세계 태권도인 잠정 추정치가 7,000만 명이 넘는다며?”

“그렇게 많대?”

“태권도 하는 놈이 그것도 모르냐?”

“생활체육인이 그런 것도 알아야 되냐?”

“암튼 가족까지 포함하면 태권도를 통해 2억 명이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잖아.”

“.....?“

“매년 해외 태권도인들이 무주 성지에 100만 명 이상 방문한다면. 그들을 무주리조트로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해 봤었거든.”


이 시기 잠실광성월드 연간 방문객은 500만 명, 용인의 자연농원은 800만 명 수준이다.

국내 테마파크 1위 자연농원의 최근 매출액은 2,300억 원 수준.

광성월드는 1,800억 원 수준이다.

이 시기 전국적으로 12개 중대형 놀이공원이 영업 중이고, 국내 테마파크 시장은 대략 2조 안팎이다.


“세계 태권도인 컨퍼런스를 아리울에서 개최해도 되겠지.”

“가온경제연구소에서 올라온 보고서 보니까 각종 지표들, 가령 선행, 동행, 후행지표들 일부가 위험한 신호를 보내며 깜박거리던데. 테마파크 사업 부분의 동행지표는 빨간 불이 들어왔더라고.”


작년에 최대 방문객을 찍은 후 올해 입장객과 매출이 떨어질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본격화되기 전인 2007년 이후로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다.

미키마우스월드급 테마파크는 미친 짓처럼 보이기도 한다.


“테마파크 사업은 내외적으로 구조적인 요인이 강하게 작용하는데, 설비 투자와 인건비 부담은 늘고, 출산율 감소, 청소년 놀이문화가 야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프로야구 같은 스포츠 관람이 늘고 있고, 한국영화도 볼 만 하고.... 굳이 놀이공원을 찾지 않더라도 다른 엔터테인먼트 문화로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 썩 그럴 듯한 것 같아.”


이전 삶에서 국내 양대 테마파크는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전 세계 경기 침체에 따라 실적이 급속히 악화됐다.

모그룹의 상황도 좋지 않은데다 테마파크과 리조트 사업부 실적이 악화되면서 테마파크 사업 중심으로 희망퇴직을 받거나 전환배치가 이루어졌었다.


“상관없어. 기존 국내 놀이공원과 체급이 다르니까.”


앞으로 대한민국은 많이 바뀔 것이다.

2010년대 가온그룹은 초대형 복합쇼핑단지, 테마파크, 호텔 등 일정 수준의 고용을 보장하는 사업체를 여럿 운영할 예정이다.

계열사도 규모를 키우거나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오성, 경일, 포항제철처럼 수출로 한국경제를 견인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국민총생산에 꽤나 기여를 할 것이다.

그 전에 5대 기업에 들게 될 수도 있다.

5대 기업의 매출액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의 30%에 이르고, 이들 대기업들이 정부가 거둬들이는 전체 법인세의 상당 부분을 책임진다.

가온그룹이 5대 기업으로 법인세와 GDP에 큰 기여를 하게 된다면.


“기업가가 애국하는 거 별 것 있나? 일자리 마련해 직원 많이 고용하고, 따박따박 월급 주고, 법인세 빼돌리지 않고 꼬박꼬박 내고. 수출 잘하면 되지.”

“그래, 우리 지호가 애국자다, 애국자야.”

“난 군대도 다녀왔단 이 말씀이야. 현역으로.”


수익의 일부라도 사회에 되돌려 주는 것도 중요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다양한 투자와 소외계층의 삶을 조금이나 개선시켜주는 것에 일조하는 것도 애국이다.

류지호는 그 어떤 부자들과 달리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주요한 의무인 국방과 납세의 의무를 다 하고 있다.

사실 애국은 별 것 아니다.

헌법에 명시된 4대 의무와 환경보존의 의무, 자유롭고 정의로운 조국에 대한 충성의 의무, 헌법준수 의무, 법률을 준수할 의무만 잘 지키면 그것이 애국이다.


“그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썰 풀어봐라.”

“나야 별 일이 있으려고. 네 이야기나 해 봐.”

“영화 찍었지 뭐...”


오랜만에 황재정과 단 둘이 술잔을 기울였다.

경호업무 때문에 술자리에 낄 수 없는 고우찬은 내버려 두고, 두 사람은 그 동안 쌓여 있었던 이야기를 한보따리 풀어놓았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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