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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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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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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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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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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쪽

Christmas Cargo. (1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Christmas Cargo> 제작진이 아이오와로 돌아왔다.

3월 말에는 하갈우리 사단 본부를 재현 놓은 세트를 폭파할 예정이다.

그 전에 남은 분량을 서둘러 촬영해야 했다.

영화 속 시간대는 11월 2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진군의 군청 소재지인 하갈우리는 장진호에서 남쪽의 흥남 부두로 향하는 탈출로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그곳이 점령당하면 유담리, 덕동고개 등 전방으로 진출한 미해병대의 퇴로가 끊긴다.

그 만큼 중요한 곳임에도 방어 병력은 군악대를 포함해 1개 중대 규모의 사단 본부대 병력과 2개 중대 병력이 전부였다.

사단 공병, 포병 등과 사단 본부 인원들까지 다 긁어모아봤자 방어 병력은 2,000명이 되지를 않았다. ​

실제 역사에서 재밌는 일이 있었다.

장진호 안쪽 지역에서 한창 중공군이 공격을 퍼붓고 있을 때.

하갈우리를 공격하려던 중공군이 길을 잘못 들어서 시간을 낭비하는 바람에 27일 공격 시간에 동시공격을 감행하지 못했다.

이 하루의 행운이 하갈우리를 지키는 해병들에게 준비할 시간이 됐다.

28일 새벽에야 중공군 공격대기 지점에 도착했다.

때마침 그 동향을 장진군 주민이 발견했다.

곧바로 하갈우리 미군들에게 알렸다.

장진군 주민들이 제공하는 ​정보들 덕분에 중공군 사단 병력이 집결한 위치를 알게 되었고, 미해병 사단 사령부는 현지 주민으로 위장한 정보원을 파견했다.

중공군 주둔지에 스며든 정보원은 28일 자정이 공격 시간임을 알게 됐다.

주민들의 정보와 정보원이 알아온 내용들을 토대로 올리버 사단장은 소수의 병력으로도 하갈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최적의 진영을 구축했다.


[서남쪽 방면으로 전차와 포병을 재배치 하도록.]


중공군이 주로 진격할 방향으로 철조망까지 집중적으로 깔았다.

마침내 자정이 되어서.


삐리리리!

빰빠라라라빰!


​중공군은 예측한 시간에 예측한 방향에서 공격해왔다.

올리버 사단장 휘하의 병력은 소수였지만, 지원화력까지 허술했던 것은 아니었다.

포병과 탱크 및 공중 화력으로 중공군의 일차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결코 만만치 않았다.

공격이 파도처럼 계속되었다.

한국전쟁 중에 악명을 떨친 그 유명한 인해전술이었다.

중공군들이 해병 방어선 몇 곳을 뚫고 들어오기도 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중공군들이 엉뚱한 짓을 했다.

올리버 사단장이 주장해 만들어놓은 간이 비행장.

그 주변에 산처럼 쌓인 보급품을 보고 중공군의 눈이 돌아갔던 모양이다.

방어선을 뚫고 들어온 중공군 대다수가 약탈에 정신이 팔렸다가 해병대의 반격에 섬멸되거나 격퇴되었다.

새벽까지 이어진 중공군의 첫 공격은 실패했다.

동이 트기 무섭게 썰물처럼 물러났다.

첫 공격을 버텨낸 사낸 본부는 급히 남쪽 고토리에 증원군을 요청했다.

안타깝게도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영국 해병대 250여 명이 포함된 1,000여 명의 증원부대는 매복하고 있던 중공군의 기습에 큰 피해를 입고 말았다.

165명의 전사자와 그와 비슷한 숫자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말았다.

일부 부대는 고토리로 돌아갔다.

대략 300명의 병력과 전차 부대만이 겨우 하갈우리까지 돌파해 왔다.

중공군의 하갈우리 공격은 계속됐다.

비록 중간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영국군과 탱크 부대의 증원까지 받은 하갈우리는 잘 버텨냈다.


[제기랄!]


결국 중공군 지휘관은 사단 규모의 대규모 공격을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술을 바꿨다.

대대 수준의 부대만으로 게릴라전으로 전환했다.

흥남으로 철수하는 미군에게 끊임없이 게릴라 전술을 펼치기 시작했다.

마침내 장진호 깊숙이 들어가 있던 부대가 하갈우리로 철수했다.

4개 사단 규모의 중공군의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또한 중공군의 총알보다 무서웠던 혹한의 날씨를 이겨내고.

각자가 부상병을 둘러매고 이룬 놀라운 결과였다.

하갈우리로 4,300여 부상자를 포함한 1만여 명의 병력과 각종 장비가 집결했다.

며칠 전의 기세가 높았던 부대는 온데간데없었다.

이들이 황초령을 넘어 함흥까지 온전히 철수한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중장비는 유기시키고 병력만 공중으로 철수하라.]


알몬드 군단장의 지시를 올리버 사단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철수작전을 완료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개 대대가 마지막까지 활주로에 잔류해야 합니다. 병사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행동입니다.]


올리버 사단장은 4,300명의 부상자만 임시 활주로를 이용해 후송 보냈다.

비교적 멀쩡한 병사들은 걸어서 흥남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미해병 1사단은 고난의 탈출길에 오르게 된다.

여기까지는 맛보기에 불과했다.

해병1사단이 장진호에서 써 내려간 위대한 신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순간은 영화가 시작되고 40분부터다.

올리버 사단장의 철저한 준비성이 철수작전에도 큰 역할을 했다.

처음 장진호로 진격했을 당시에 10군단장 알몬드의 재촉에도 꿈쩍하지 않고 자신의 감대로 작전을 수행했던 올리버 사단장이었다.

자신 휘하 사단 병력에 대해서 천천히 진군하도록 했고, 곳곳에 확보하도록 한 보급로와 물류 기지가 미해병 1사단이 극악한 조건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이 됐다.

만약을 대비한 준비들이 많은 병사들이 퇴각할 수 있게 만든 밑거름이었다.

알몬드 장군이 툭하면 미해병 1사단의 진격 속도가 지지부진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압박했다.

그럼에도 올리버 사단장은 흔들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그의 신중함이 10군단 전체를 살린 셈이 되었다.

흥남부두 철수작전 전까지 알몬드 군단장은 사치와 방만 그리고 권위주의적인 최고지휘관처럼 묘사된다.

그런 인물이 영화 <Christmas Cargo> 클라이맥스에서 무려 10만 명의 민간인을 탈출시킨 역사적 사건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반전 아닌 반전이 일어난다.


[뭐 해?]


철수준비가 한창인데 열심히 땅을 파고 있는 카투사 킴에게 루크 포드 소위가 물었다.

하갈우리 입구 장승배기에 세워져 있던 장승무더기는 영화에서 모두 세 번 강조된다.

처음 하갈우리에 UN군이 진입할 때.


[난리가 서양구신을 불러들였구먼.....]


마을 주민들은 UN군을 불안한 시선으로 맞이하고 처음에는 경계한다.

그런 분위기가 장승들로 표현된다.

게다가 루크 포드 소위는 한국전쟁에 참전한 후로 멀쩡하게 제 모습을 갖추고 있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처음으로 봤다.

때문에 행군 중에 멀뚱히 서서 한 무더기의 장승들을 물끄러미 지켜본다.


[왠지 화난 얼굴 같은데... 왜 그런 거지?]


우뚝 솟아있는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 장승 너머로 하얗게 눈 덮인 민둥산이 함께 보인다.

루크 포드 소위의 눈에 두 장승이 자연을 훼손한 인간을 꾸짖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카투사 킴이 장승과 관련해 아는 대로 설명한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은 마을 간의 경계를 알려주는 이정표 구실을 합니다. 신앙적으로는 귀신을 쫓는 마을의 수호신이죠. 문지기이자 지킴이 역할과 전염병과 잡귀를 막아주고 비를 내리게 하여 풍년이 들게 하는 상징물이죠. 동서남북에 두루 위치하고 있는, 대장군이라고 하는 별자리를 뜻한다고 합니다.]


루크 포드 소위가 장승을 손바닥으로 쓰다듬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지만, 한국의 민간신앙에 의지하고 싶을 정도로 전쟁이 만만치가 않았다.

로크 포드 소위가 다시 행군 대열에 스며드는 모습을 한 쌍의 대장군이 무심히 쳐다볼 뿐....

두 번째는 하갈우리가 중공군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에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분위기 커트에서 등장한다.

전투에 휘말려 장승들이 훼손되거나 바닥에 쓰러지는데.

미해병대의 결말이 무척 암울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마지막으로 하갈우리를 떠날 때 등장한다.

카투사 킴이 쓰러진 장승을 바로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뭐해?]

[천하대장군과 여장군 장승님을 똑바로 세워 두려고 합니다.]

[....왜?]

[저희가 떠난 후에 남아 있을 주민들은 누가 지켜주겠습니까?]

[우린.... 다시 돌아올 거야. 반드시!]


한국인들에게는 묘한 기분을 들게 하는 대화다.

결국 휴전이 되면서 남북으로 갈리게 되었으니까.

한국 내에서 통일에 대해 시큰둥해지는 기조가 점차 강해지고 있고.

한국인도 아니고 미군이 다시 온다고 다짐하는 것이 아이러니다.

암튼 장진군 군청이 있던 하갈우리는 상당히 큰 곳이다.

철수하는 미해병대는 야적했던 군수품에 불을 질렀다.

그 불이 옆의 경하리까지 번져서 모두 불태웠다.

따라서 아이오와에 만들어놓은 대규모 야외세트도 폭파시키고 불태웠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소방차 20여 대가 동원되었다.

엄청난 예산이 소요된 하갈우리 세트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잘 탄타. 밤에 오줌 싸는 사람도 있겠는 걸.. 하하.”


앨런 포스터는 아직 베이 감독에게조차 붙지 않은 별명을 류지호에게 붙였다.


“이젠 하다하다 파괴왕이 되려는 거냐....!”


그럴 정도도 하갈우리 폭파장면은 영화 엔딩 시퀀스의 함흥 쑥대밭 못지않은 아날로그 감성이 듬뿍 담겨 있는 스펙터클을 선사할 것이라 앨런 포스터는 자신했다.


❉ ❉ ❉


영화의 사실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연출이란 것이 사실 별 것 아니다.

보통은 카메라가 구경꾼처럼 인물들 밖에 자리한다.

사실감 혹은 현장성을 가지려면 카메라가 인물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하면 된다.

마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특히 전쟁영화의 경우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그런 시선이 일종의 클리셰가 됐다.

관객 시선에서 전쟁 상황을 구경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종군기자가 된 것처럼 현장에 있는 것 같이 카메라를 배치하는 방식이다.

촬영기법 상에서 핸드헬드를 쓰든, 쉐이키캠을 쓰든, 원 컨티뉴어스 쇼트 기법을 쓰든.

감독은 검증된 기법을 취사선택하면 된다.

스티븐 아들러는 전쟁영화 예산치곤 적은 제작비, 8주 만에 프로덕션을 끝내야 한다는 제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큐멘터리 느낌을 구현하기 위해 <라이언 일병 구하기>에서 핸드헬드 기법을 메인으로 삼았다.

결과적으로 핸드헬드 기법은 가장 사실적인 전쟁영화, 20세기 최고의 전쟁영화라는 극찬을 받는데, 크게 일조한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전 삶에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의 전쟁영화 박스오피스 기록을 갈아엎은 <뒹케르크> 역시 기본 접근 방식은 똑같았다.

다만 과도한 핸드헬드는 피했다.

Eye-MAX 영화라는 제약 때문이다.

대신 CG를 거의 배제한 아날로그 시대의 연출과 압도적인 화면으로 현장감을 구현했다.

<1917>은 다큐멘터리적인 접근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갔다.

바로 원 컨티뉴어스 쇼트(One Countinuous Shot) 기법을 메인으로 삼았던 것.

롱테이크나 원테이크가 한 번에 찍은 한 장면이라면, 원 컨티뉴어스 쇼트는 여러 장면을 이어 붙여 한 장면처럼 보이도록 하는 기법이다.

가령 영화 <올드 보이>의 장도리 격투씬은 롱테이크이자 원테이크 씬이라면, 영화 <킹스맨>의 교회 격투씬은 원 컨티뉴어스 쇼트라고 할 수 있다.

류지호는 UCLA 재학당시 LA폭동을 암시하는 중편영화 <Life goes on>에서 원 컨티뉴어스 쇼트 영화를 선보인 바 있었다.

러닝타임 전체가 한 쇼트로 보이게 연출 및 편집했다.

최초의 시도는 아니었지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를 시작으로 영화제마다 신선한 충격을 관객들에게 선사한 바 있었다.

이전 삶에서는 2010년대에 원 컨티뉴어스 쇼트를 기가 막히게 활용한 영화로 <버드맨>과 <1917>이 등장했다.

암튼 <라이언 일병 구하기>부터 전쟁영화의 기본공식은 최대한 다큐멘터리처럼, 관객이 실제 전장에 함께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것으로 정립되었다.

주인공들이 얼마나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는지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그의 바로 곁에서 관객이 지켜보는 것 같이.

그렇듯 현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미장센을 구성하고 있다.

그래서 카메라 위치, 앵글, 촬영기법이 현장성을 위해 디자인 된다.

참고로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촬영하기 전, 스티븐 아들러와 촬영감독은 종군기자와 다큐멘터리 작가들에게 실제 전투상황에서 어떤 위치에서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담는지 꼼꼼히 취재했다.

바하마 해변 상륙작전의 콘티를 종군기자들의 고증을 받아가며 짰다.

심지어 촬영현장에 종군기자들을 초대해 자문을 받기도 했다.

류지호는 그 정도까지 취재를 하진 않았다.

이전 삶에서 수많은 전쟁영화를 봤고, 커트 단위로 분석을 해본 경험이 있기에.

그렇게 류지호는 자신이 두 번의 삶을 살면서 터득한 전쟁영화의 모든 연출 요령과 촬영기법을 <Christmas Cargo>에 적용했다.

단 핸드헬드 기법만 빼놓고.

류지호는 사실 핸드헬드 기법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현장에 있는 듯한 생생한 몰입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때때로 핸드헬드 기법이 감독의 책임회피 수단으로 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부족한 미장센과 연출력을 가리기 위해 핸드헬드가 남발되는 영화가 많다.

특히 액션영화장르에서 그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테이큰> 이후로 개나 소나 다 카메라를 흔들어댔지.’


류지호는 <Christmas Cargo>에서 정공법으로 가려고 노력했다.

마치 저 옛날의 <아라비아의 로렌스>나 <닥터 지바고>처럼.

핸드헬드는 진짜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장면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했다.

가령 중기관총을 화면 왼쪽에 걸고 그 너머로 돌진하는 중공군을 한 화면에 담은 장면이 몇 번 나온다.

Over Shoulder Shot이다.

이때 화면이 상당히 떨린다.

마치 콘솔 게임에서 화면이 진동하는 것처럼.

이 장면에서 렌즈쉐이커라는 장비를 사용했다.

카메라와 트라이포드를 연결하는 부분에 특수한 전동모터가 달린 쉐이커를 달아 구동하게 되면, 카메라가 ‘덜덜덜‘ 떨린다.

화면이 지진에 흔들리는 것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세트로 기차 내부를 만들어 촬영하거나 자동차를 세워놓고 촬영할 때 간혹 쓰이는 촬영 보조 장치다.

때론 핸드헬드와 렌즈쉐이커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본> 시리즈의 일부 장면이 그런 방식으로 촬영되었다.

기관총O.S 샷에서 렌즈쉐이커를 잘만 사용하면 큰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무섭게 토해지는 탄피, 귀청을 때리는 사운드와 함께 강력한 화면을 얻을 수가 있다.

기관총의 화력이 더욱 강하고 무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곳 황무지도 이제 이틀 후면 이별이군요.”


폐기물 처리 업체가 하갈우리 세트를 정리하는 광경을 지켜보며 조감독 터커 레이튼이 시원섭섭한 어조로 말했다.

<Christmas Cargo> 프로덕션도 어느 덧 촬영 종반이다.

디모인에서 UN본부와 실내 장면을 찍으면 크랭크 업이다.


“이번 영화에서 참 많이도 죽습니다. <Frank Castle>의 기록을 넘을 것 같습니다.”

“전쟁영화 장르니까.... 아무래도.”

“이러다가 킬링머신 별명이 붙는 거 아닙니까?”

“로비 잭슨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죠.”


전쟁영화는 엄청난 사람이 죽는다는 선입관 있다.

실제로는 직접적으로 화면 속에서 묘사되는 것만 놓고 봤을 때는 다른 액션영화 장르보다 월등히 많이 죽는다고 볼 순 없다.

그 예로 영국의 일간지 The Guardian이 2014년 조사한 ‘역대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영화 순위’에 본격 전쟁영화는 단 한 편도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다음에는 사람을 살리는 영화를 해볼까요?”

“소박한 영화도 좋죠.”


영화 속에서 다수의 무차별적인 죽음은 끔찍하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이후로 전쟁 묘사는 점점 더 사실적이 된다.

즉 폭력수위가 갈수록 강해진다.

혐오감을 형성하나 정서적인 거리감을 줄 수밖에 없다.

관객은 감정이입이 된 주인공의 위기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대규모 전투에 처해있는 주인공보다는 일대 일의 대결이 좀 더 위기감을 고조시킨다.

때문에 전쟁영화 클리셰 중에서 적군 저격병의 등장과 위협은 기본이다.

어디 선가 주인공을 위협하는 단 한명의 무시무시한 적.

거의 모든 전쟁영화에서 반드시 등장한다.

하지만 <Christmas Cargo>에서는 그런 거 없다.

오로지 병사를 소모품 취급하는, 머릿수로 밀고 들어오는 지긋지긋한 인해전술만 있을 뿐.

미국인들에게는 2차 세계대전 당시 가미가제 일본군 돌격대를 떠올리게 하는.

끔찍한 경험일 수도 있다.

<Christmas Cargo>는 장진호의 사투보다 하갈우리까지의 퇴각, 고토리까지의 퇴각, 최종적으로 흥남부두까지 퇴각하는 철수작전이 스토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화다.

당시에 중공군에게 포위된 해병대는 왔던 길을 되돌아 유담리~하갈우리~고토리~진흥리~흥남까지 240km의 거리를 행군해야 했다.

그것도 영하 20~27도를 오르내리는 혹한에서.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산의 높은 능선과 깊은 계곡을 직선으로 넘고 내려가야 했는데, 그 침투로는 체력과 냉정한 독도법을 필요로 했다.

예를 들어서 하갈우리에서 고토리로 넘어가는 계곡에 자리 잡은 중공군 벙커 하나를 뚫기 위해 고생하는 모습이라든가, 밤 새 전투를 하고 아침에 전우를 확인해 보면 적의 총알에 사살된 채 얼어 죽어 있는 모습을 확인하는 것 같은.

당시에는 중공군이 차지하고 있던 고지를 일일이 점령하며 후퇴를 해야 했다.

전투도 전투지만, 미 해병대원들이 긴 파카를 입고 더부룩한 수염에 고드름을 단 채 묵묵히 고개를 숙이고 피로로 지쳐 악몽을 되새기며 걸어가는 모습이 더욱 짠하게 느껴지도록 연출했다.


[지금의 이 작전은 후퇴작전입니까?]


하갈우리 사단본부까지 따라온 영국인 종군기자가 물었다.

올리버 사단장이 불같이 화를 냈다.


[누가 후퇴라고 하는가!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은 다른 쪽으로 공격하려는 거야! 우리는 이제부터 새로운 방향으로 공격한다!]


올리버 사단장은 퇴각이나 후퇴라는 표현을 부하들 앞에서 일절 입에 올리지 않았다.

부하들의 사기를 고려해서다.

또한 무적의 부대 미해병1사단으로서의 자존심과 명예 때문에.

이 장면을 엔터테인먼트부대와 해병대가 무척 좋아하게 된다.

무조건 편집에서 빼지 말아달라는 지침까지 내렸을 정도다.

미군의 비인도적인 행위를 고발하는 영화도.

전쟁이라는 참상 속에서 인간성의 상실을 그리는 영화도 아니고.

전쟁을 반대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펼치는 영화도 아니다.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한반도의 분단 상황을 알리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민간인 수만 명을 안전한 후방으로 철수시키는 과정 속에서 휴머니즘을 드러내는 것 정도가 기획의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를 관람하면서 절로 손에 땀에 맺히고 그런 관객은 별로 없을 것이다.

영화 내내 암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으로 묘사되지만, 결말 또한 정해져 있는 영화다.


- 치욕스러운 역사도 역사다!


미군은 장진호 전투(Battle of Chosin Reservoir)가 패배했다고 해서 외면했던 적이 있다.

반면에 중국은 세계 최강 미군을 꺾은 전투라고 해서 소위 ‘국뽕’에 젖는 전투다.

한국에서는 반공주의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흥남철수 작전에 역사적으로 부끄러운 국군 지휘관의 업적을 과장 혹은 왜곡했다.


‘모든 역사는 있는 그대로 기록되어야 하고, 또 있는 그대로를 읽어내려는 자세로 입증되어 한다.’


류지호가 여전히 미국 내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는 작전명 ‘Christmas Cargo’와 관련한 장진호 전투를 영화화하려는 이유다.

어쨌든 장진호 전투는 역사적으로 세계 3대 동계 전투 중의 하나다.

또한 미해병대 3대 전투인 과달카날 전투, 유황도 전투와 함께 장진호 전투도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로 중요한 전쟁사다.

소재는 나쁘지 않다.

그럼에도 전쟁영화는 장르 자체가 흥행에 불리하다.

일반적으로 전쟁영화는 폭력수위로 인해서 청소년관람불가를 가까스로 피하더라도 15세 이상이 보통이다.

가족 단위 관객 유치에도 힘들다.

전쟁, 군인 같은 소재 특성상 여성관객을 유인할 수도 없다.

결국 주된 관객층을 성인 남성이라는 한정된 시장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

몹씬과 특수 소품들이 많이 동원되기 때문에 제작비가 많이 소요된다.

과거에는 전쟁영화를 촬영하다 실제로 엑스트라, 스태프들이 촬영 중 다치거나 심할 경우 죽는 사례가 다반사였다.

제작 접근성이 너무 어렵고, 흥행은 보장이 안 되고, 제작 리스크까지 큰지라 2010대 이후로 1억 달러 이상 소요되는 블록버스터 전쟁영화는 점차 멸종위기에 놓이게 된다.

다만 실화 바탕의 전쟁영화가 아니라 전쟁영화의 장르적 특징이나 문법을 일부 반영한 가공의 전쟁을 다루는 영화는 흥행에 성공하게 된다.

가령 <아바타>, <스타워즈>, <호빗>, <혹성탈출> 같은 영화들은 전쟁영화는 아니지만, 일부 전쟁영화 마니아들의 가슴이 웅장해질 수 있는 대규모 돌격씬이나 스크린을 가득 메우는 일제포격 같은 장면들이 화면에 담겼다.

영화의 흥행 실패는 제작비에 비례해서 감독에게 데미지가 되돌아온다.

1.5억 달러짜리 영화 <Christmas Cargo>가 박스오피스 폭탄이라도 터트리게 된다면 제아무리 메이저 스튜디오 오너라고 할지라도 추후 작품활동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

류지호 본인이 흔들리지 않는다고 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그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바뀌게 될 테니까.

암튼 전쟁 영화는 잘 만든 명작들이 많지만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흥행에 성공했다고 해도 월드와이드 2~3억 달러 수준을 선전한 것으로 친다.

전쟁영화가 할리우드에서 많이 제작되지 못하는 이유다.


‘5억 달러만 넘겼으면 소원이 없겠네....’


일단은 월드와이드 3억 달러 돌파가 목표다.


❉ ❉ ❉


11월 중순부터 4월까지 이어온 대장정의 막바지.

<Christmas Cargo> 제작진이 아이오와로 복귀해 남은 분량을 무사히 마무리했다.

영화 속의 미해병 1사단 퇴각 못지않게 아이오와주 와콘 지역의 야외세트 철거와 정리 작업도 만만치 않았다.

수십 대의 캠핑카와 각종 지원차량들.

미국 각지의 박물관과 영국 등 유럽에서 공수해온 탱크나 야포 같은 프롭들.

산처럼 쌓여 있는 폐자재와 쓰레기들.

그 처리만 해도 작은 일이 아니었다.

아이오와의 겨울은 10월부터 4월 말까지 상당히 길다.

아이오와 시골 사람들은 그 긴 겨울철에는 수입이 없다.

파커가문은 그런 이들을 인부로 고용해 사유지 정리를 맡겼다.

업체에 맡겨도 되지만 굳이 번거로움을 감수했다.

와콘을 떠나기 전 류지호가 시청에 들렀다.

시장이 감사를 표했다.


“기부해 주신 호텔은 지역주민들의 공용시설로 잘 사용하겠습니다.”


류지호가 한 일은 없다.

파커의 가주인 그렉 파커의 결정이었다.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제공되었던 호텔을 시에 기부하고, 호텔을 꾸몄던 각종 집기는 경매에 내놓기로 했다.

경매는 영화가 개봉한 후 개최하기로 했다.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경매 이벤트가 행해지게 된다.

박스오피스 성적이 신통치 않으면, 경매는 없던 일이 된다.

그때는 조용히 필요한 곳에 기부하기로 했다.


부우웅!


수십 대의 차량 행렬이 아이오와 주도 디모인의 다운타운으로 들어섰다.

다운타운에 위치한 102년 된 8층짜리 호텔.

Des Lux라는 간판이 걸린 이 호텔은 파커가문의 당대 가주 그렉 H 파커 소유다.

그는 이곳 외에 아이오와 북부 데코라시와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 호텔을 소유하고 있다.

객실 수는 많지 않지만, 모두 초호화 호텔들이다.

객실임대로 돈을 버는 것에는 관심이 없는 그렉 파커는 자신 소유 호텔들을 주로 자선행사나 연말행사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

그렉 파커는 촬영을 마친 <Christmas Cargo> 제작진을 위해 호텔을 통째로 내주었다.

성대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파티 전.

류지호와 일부 배우들은 지역 언론가 간단한 인터뷰 자리를 가졌다.


“이번 인터뷰 기사는 캘리포니아로 철수할 때까지 엠바고를 걸었습니다.”

“알겠어요.”


기사가 나갈 즈음, 류지호는 한국에 머물고 있을 터.

향후 언론 상대는 모두 프로듀서인 앨런 포스터의 몫이다.


짝짝짝!


호텔 대연회장에서 열린 그렉 파커 주최 <Christmas Cargo> 환송 파티장이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류지호는 파티에 앞서 아이오와주 정치인들을 위한 선물을 안겨주었다.

JHO Company가 5년 간 분납으로 낙후된 아이오와 북동쪽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공 발전 기금을 출연하기로 한 것이다.

공원, 도서관 및 레저용 공간 등 지역사회 개발을 지원하고, 불우한 청소년 대상 센터와 고등학교 및 공공 스포츠 행사를 위한 잔디밭 등을 조성해 주기로 했다.

아이오와 주지사가 먼저 감사를 표했다.


“JHO에 감사하며 앞으로도 수십 년간 변함없는 파트너십을 기대합니다.”


이것으로 끝이면 섭섭했다.


“JHO 산하의 Big Daddy는 5년 안에 아이오와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아이오와주가 중부지역을 커버할 수 있는 거점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JHO가 최첨단 데이터센터의 설립 부지로 아이오와를 선택한 데 대해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아이오와의 정치인들은 소속 정당을 떠나 한마음으로 류지호를 향해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데이터 센터가 건설되고, 또 유지되는 것만으로 최소한 1만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정치인들이 환장할 수밖에 없는 투자다.

류지호는 그렉 파커를 향해 양팔을 벌리고는 ‘봤죠?‘ 하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렉 파커가 류지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아이오와주는 주방위군까지 보내주는 성의를 보였다.

당연히 류지호도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하는 것이 당연했다.


“모두 파티를 즐깁시다!”


본격적으로 파티가 시작되었다.

류지호는 가장 먼저 촬영감독 데온 비베에게 감사를 전했다.


“고마워. 데온”

“별 말씀을. 내게 Eye-MAX를 다뤄볼 수 있는 기회를 준 건 Jay야.”

“다음에는 나랑 3D 해볼래?”

“리차드슨이나 쿤디씨가 아니라... 나와?”

“데온과 잘 맞는 것 같아. 앞으로도 우리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류지호와 친분이 있는 최고의 촬영감독들은 이미 5년치 계약이 되어 있다.

류지호 차례까지 오려면 5년을 기다려야 한다.


“데온의 촬영이 마음에 들어. 다음 작품도 하고 싶어.”

“언제든지 불러 줘. 새로운 도전을 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까.”


류지호의 할리우드 사단에 새로운 멤버가 합류했다.

아카데미 촬영상 수상자로 장래가 매우 촉망받는 촬영감독이다.


작가의말

한 주 마무리 잘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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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 두 배 성장할 겁니다! +5 24.04.20 1,334 68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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