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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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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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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0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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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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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쪽

불한당(不汗黨).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이 시기 WaW엔터테인먼트는 30여 개의 영화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제휴영화사들은 자신들이 기획한 영화의 시나리오를 가장 먼저 WaW 엔터테인먼트에 보여주어야 한다.

WaW엔터테인먼트가 제휴영화사에 기획비(주로 각본료)를 대주고, 다른 투자배급사보다 먼저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투자·배급할 수 있는 권리를 선점하는 구조다.

영화사 필름하우스는 WaW 부사장 겸 영화제작 본부장 전하영의 외사촌 동생이 운영하는 영화사다.

필름하우스의 대표는 이수정이란 프로듀서였는데, 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대기업 계열 광고대행사에서 7년 간 카피라이터 및 CD(Creative Director)로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광고계에서 제법 잘 나가던 그녀는 1997년에 돌연 사표를 냈다.

그런 후에 영화계에 뛰어들었다.

외사촌 언니가 프로듀싱한 영화에서 마케터로 참여하며 처음 영화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여러 작품에서 마케팅과 프로듀서로 참여하다가 <너는 내 운명> 공동제작을 맡으면서 영화사 필름하우스를 창립했다.

그녀는 최근 <사이킥>이라는 프로젝트로 WaW와 투자·배급을 논의 중이다.

단편영화로 주목받은 후 유명 감독의 조감독 경력을 쌓은 김현석이 맡기로 했다.

천만 영화 조감독 경력을 통해 고속도로를 타고 감독 데뷔에 안착한 사례 중에 한 명이다.

WaW 엔터테인먼트를 방문한 류지호가 전하영을 면담하러 온 이수정과 김현석을 만났다.


“뭘 하고 싶습니까?”


류지호의 뜬금없는 질문에 김현석 감독이 당황했다.


“예...예?”

“김 감독이 진짜 하고 싶은 게 뭡니까. 장르라든가.”

“SF입니다.”

“그것만 집중하세요. 액션은 딱 시나리오만큼만 하고. 어설픈 멜로 같은 거 집어치우고.”

“....?”

“장르영화에서 절묘한 분배란 없어요. 액션은 액션이고, SF면 SF인 겁니다. 특히 SF는 드라마보다 상징과 은유가 중요하죠. 혹은 메시지라고 하는 질문이 필수고.”

“....?”

“누가 뭐라고 하면 메인 투자자가 SF장르로 밀어붙이라고 말했다고 하면 됩니다.”

“아, 네!”

“드라마의 허세를 빼세요. 그리고 내가 아는 걸 관객도 알거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입니다. 관객에게 친절해지세요.”

“그러면 영화적인 재미가 떨어지지 않습니까? 절제미와 복선이라는....”

“복선과 암시 그리고 절제. 아주 좋은 겁니다. 그런데 그것도 잘 할 줄 하는 사람이 해야 합니다. 김 감독은 영화 몇 편 연출해 봤어요? 아니 이 시나리오를 가지고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피드백을 받았죠? 이 시나리오의 다양한 복선과 암시 또 스토리 안에 녹아있는 은유를 일반인들이 알아채기나 합니까?”

“...음.”

“이 영화 속의 초능력자는 어쩌다가 태어난 겁니까? DC의 영웅도 Timely의 영웅도 다 탄생의 이유가 있습니다.”

"생리적으론 돌연변이로 설정했습니다. 그리고 은유적으로는 우리를 조종하는 어떠한 힘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돈, 권력, 획일화, 법, '남들이 다 하니까' 등등."

“그걸 누가 압니까? 김 감독만 알면 다 입니까?”

“시나리오를 쓸 때 성장과정을 넣어본 적이 있습니다.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고 덩그러니 지금의 세상 속에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다루지 않았습니다.”

“그런 접근방식은 별로 좋지 않습니다.”

“.....?”

“할리우드 장르영화가 허접쓰레기 같지만, 그런 면에서 철저합니다. 관객의 이해를 돕게 하려고 무조건 그런 설정을 영화 속에서 설명합니다. 차이라면 평범한 감독은 직설적으로 설명하고 노련한 감독은 고급지게 설명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 어린 시절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영화 시작 20분 안에 관객들이 그런 설정을 알 수 있도록 다른 방식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복선이나 암시 같은 테크닉을 부리고 싶다면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관객에게 차근차근 복선과 암시를 해결해주면서 넘어가야 하는 겁니다. 마지막에서 모아서 한꺼번에 터트리겠다고 생각한다면 장르를 바꾸세요.”

“....!”

“액션을 줄여도 좋습니다. 대신 두 주인공의 심리묘사와 상징과 은유를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세요. 미장센에 힘을 더 주고.”

“......”

“초인 중 한 명에게 의족을 설정했지요?”

"그를 반듯하게 세우고 싶지 않았습니다.“

“좋은 생각입니다. 항상 쩔뚝이고 항상 어딘가에 기대야 하는 사람. 엄청난 이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신이든 영혼이든 장애를 가진. 그럼에도 혼자 설 수밖에 없는 어떤 연민이 느껴지는 캐릭터. 그런데 그걸 김 감독 말고 일반 관객이 쉽게 알아차리겠습니까?”

“그런 걸 다 일일이 설명해주면 영화가 짜치지 않습니까?”


충무로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표현이 ‘짜치다’다.

허술하다 엉성하다 멋이 없다 싸구려 티 난다 등.

온갖 상황에서 두루두루 사용된다.


“한 끗 차이에요. 영화가 설명할수록 지루하고 김이 샐 수도 있지만 반대로 몰입감을 더욱 높일 수도 있습니다.”

“<히트>에서는 최대한 절제된 화면을 통해....”

“그런 급의 배우를 캐스팅할 수 있습니까? 배우를 창가에 세워두는 것만으로 고독과 불안을 표현할 수 있겠어요?”

“.....”

“다른 건 모르겠고. 단 한 가지만 해결하면 됩니다.”

“....?”

“모두 아는 겁니다. 두 사람이 왜 그렇게 싸워야 하는지 영화적 개연성만 제대로 부여하면 됩니다. 반대로 전당포 직원은 또 왜 그렇게 목숨을 걸고 초인을 막으려고 하는지도.”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존재가 처음으로 눈앞에 나타난 겁니다. 서울이라는 비정하면서 척박한 도시에서 가까스로 살아가는 자신을 위해선 없어져야 편한 상대이기도 하구요. 규남 같은 경우는 공권력도 해결하지 못하는 초인을 자신만이 감당할 수 있기 때문에서 나선 겁니다.”


감독이 구구절절 설명했다.


“그게 납득 가능한지 또 이해할 수 있는지 충분히 영화에서 설명이 됩니까? 나중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감독이 관객에게 말로 설명해 줄 겁니까? 아니면 평론가가 근사하게 포장해주길 바랍니까?”

“...음.”

“아주 쉬운 방법이 뭔 줄 압니까? 영화 시작하고 독일 민담에 나오는 ‘도플갱어’를 대놓고 암시하는 겁니다. 같은 시공간에 존재하는 자신과 똑같은 분신. 동질감을 느끼지만 없어져야 하는 존재. 도플갱어를 본 사람은 머지않아 죽는다고 하죠. 죽지 않으려면 도플갱어를 먼저 죽여야 한답니다. 물론 <사이킥>의 두 주인공은 도플갱어는 아니지만... 그런 관계에 가깝죠. 영화가 시작하고 얼마 안 가 두 사람의 관계를 그렇게 대놓고 드러내는 방법도 있습니다. 복잡하고 절제된 은유와 복선이 아니라. 또 엔딩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야 합니다. ‘어?’ ‘뭐지?’ 하는 반응이 나와서는 무조건 영화가 실패한 겁니다. 그러니 앞부분의 복선을 더욱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좋을 겁니다.”


류지호는 <사이킥> 프로젝트를 돕고 싶었다.

감독의 재능이 출중하지 않음에도 시도만큼은 흥미로운 영화니까.

이전 삶에서 아쉬움이 매우 컸던 프로젝트이기도 했고.

한국의 관객들은 이런 장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

하지만 연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개연성 같은 극적 이음새가 부족해 두 주인공의 조각 같은 외모 외엔 볼 게 없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다.

심지어 뭔가 있어 보이려고 애쓴, 허세 영화라는 평가도 있었다.

손익분기점은 넘을 것이다.

류지호가 보기에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영화다.

여러 이야기를 늘어놨지만, 류지호가 제시한 해법은 별 것 없다.

두 주인공이 왜 그렇게 처절하게 싸워야 하는지.

그것을 분명히 하면 된다.

그것이 영화 <사이킥>의 전부다.

또한 복선인가 싶은 장면과 대사를 모두 영화 안에서 해결해주고 영화를 마무리해야 한다.

류지호의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두 명의 꽃미남 배우를 앞세운 속도감과 긴장감 넘치는 킬링타임용 액션영화가 나와도 문제될 것이 없을 수 있다.

두 외국인 배우의 감초연기로 잔재미를 주면서.

류지호는 한국영화 장르 다양성을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길 바랐다.

국내에는 이런 유형의 영화가 거의 없었다.

특히 기존 장르영화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다양한 사회적, 정치적 문제들을 SF적 설정 속에 녹여낸 사례는 더더욱 없었다.

나름 기념비적인 작품이랄 수 있는 <괴물> 정도가 떠오를 뿐.

한국의 영화감독들은 ‘할리우드적‘인 것에 대해 어떤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스스로가 할리우드 키드인 주제에.

그래서 ‘한국적인‘ 장르영화에 과도하게 집착한다.

할리우드식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빼버리려고 하다 보니, 시나리오에서 문제가 생긴다.


- 캐릭터에 대해 속 시원한 설명보다 관객들의 상상에 많은 것을 맡긴다!


말은 그럴 듯 하다.

사실은 무책임하면서 무능력을 자인하는 발언이다.

영화감독은 영화 속에서 캐릭터를 분명히 설명하고 관객을 납득시켜야 한다.

관객의 상상에 맡기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아사모사!

짜치다는 표현과 함께 영화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용어다.

눈 가리고 아웅, 얼렁뚱땅, 그럴 듯하게 같은 의미로 주로 쓰인다.


- 이 영화는 주인공 캐릭터가 아사모사하게 가는 영화야.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나름대로 유추하게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지.


그런 말은 주인공 캐릭터 자체가 없다는 말과도 같다.

영화가 주인공의 캐릭터를 제시하지 않는데, 관객이 어떻게 공감하고 몰입할 수가 있을까.

류지호가 이수정 대표에게 물었다.


“홍 감독에게 책이 갔다고요?”

“예.”

“김 감독도 촬영에 홍 감독 괜찮아요?”

“저야 영광이죠.”

“김진구 기사님이나 김재용 기사가 편하지 않겠어요?”

“홍 감독님도 잘 찍어요. 감독님.”


이 대표가 홍진표 촬영감독을 두둔했다.


“알죠. 그 형 잘 찍는 거야. 근데 김 감독 입봉이잖아요. 처음 만나는 촬영감독보다 이미 작업을 해본 사람이 편할 것 같아서.”

“홍 감독님하고 어느 정도 구두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메인 스태프야 내가 참견할 건 아니고. 알아서들 하고. 제작비는 45억 가지고 되겠어요?”

“예비비 3억까지 포함해 48억 안에서 해결하려구요.”

“김 감독도 알겠지만. 상업장편은 단편영화 10분짜리 열 개를 이어놓은 게 아닙니다. 주인공만 보고 가세요. 주인공의 캐릭터와 연기 감정이 망가지면 모든 게 무너지니까. 또 프리프로덕션 정말 열심히 해야 합니다. 알찬 사전준비는 절대 현장에서 배신하지 않아요. 스토리보드 대로만 찍으면 됩니다. 편집에서 소스 절대 안 모자라요. 세상에 안 붙는 커트는 없어요. 편집으로 다 됩니다.”


안 붙는 커트는 없지만, 억지로 붙여놓으면 엉성하고 촌스럽다.

충고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어련히 노련한 편집기사가 알아서 할까 싶기도 하고.


“그린라이트 켜도 되요?”

“그걸 왜 내게 물어요? 전 피디가 결정해야지.”

“알겠어요.”


감독으로써 남의 작품에 관여하는 것은 좋지 못한 행동이지만.

<사이킥>에는 조금 간섭을 해볼 생각이다.

이전 삶에서 봤던 영화와 똑같이 나올 리가 없다.

제작비도 올랐고, 한국영화 제작환경이 몰라볼 정도로 바뀌었기에.

할리우드 장르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류지호가 조언자로 나서게 된다면, 훨씬 매끄러운 영화가 나올 수도 있고.

이전 삶에서 지적받았던 부분만 개선해도 이전 삶보다 1.5배 관객은 더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 ❉ ❉


각 국가의 보수적 정부들은 대체로 ‘친(親) 기업’을 경제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정의국 정부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진보정부들이 기업을 억압하고 옥죄는 정책을 많이 펴서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보고, 일자리와 소득을 창출하는 핵심주체가 기업이고 기업의 투자가 이러한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를 가져온다고 믿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며 소득분배에 신경 쓰다 보니 기업투자 장려 부분이 취약했다고 보고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세무조사 완화, 그리고 공정거래조사 완화 등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많은 활동에 대한 완화를 기본 정책 기조로 삼았다.

이전 삶에서 이선택 정부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오로지 재벌과 대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의국 정부는 ‘친(親) 시장’ 정책에 더 가까웠다.

결정적으로 이선택 정부가 취했던 고환율정책을 답습하지 않았다는 것이 달랐다.

즉 정의국 정부는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또한 시장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시장 내에서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도록 틀을 만들고 질서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정의국 대통령은 시장 내에서의 거래와 경쟁이 공정해지기 어렵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

따라서 시장 내에서 거래 및 경쟁의 공정성을 위한 규범 및 질서 확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는 대통령이었다.

소수의 기득권을 가진 자가 시장을 지배함으로써 경쟁 환경을, 궁극적으로는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현상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현상이 발생하면 시장실패가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시장에서의 비효율이 극대화되는 것을 어떻게 시장 친화적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를 정책적 우선순위에 두었다.

원칙적으로 시장 자율에 맡기지만, 자원배분과 경쟁 환경을 왜곡해 비효율성이 증대되는 것에는 정부가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

특히나 금융부문에서 그 같은 비효율성이 두드러졌는데, 산업은행의 Rehman Bros 인수 같은 무모한 일 말고는 대체적으로 ‘친(親) 시장’적인 정책을 쏟아냈다.

금융카르텔의 저항에 막혀서 뜻한 바를 모두 이룰 수는 없었지만.

정의국 대통령의 또 하나의 고민은 ‘제2광성월드’ 프로젝트였다.

1987년부터 시작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일대의 땅에 랜드마크 타워를 짓는 사업으로 무려 4개의 정부를 거쳐 오면서 뜨거운 감자였다.

정의국 정부 또한 골칫거리 중에 하나였다.

그럼에도 외면할 수 없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갈 문제였다.

참여정부의 공군은 2007년 성남공항의 안전을 확보하려면 동편 활주로 각도를 7° 정도 틀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1조2천억 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라고 추산하고 건물 높이를 50층 정도로 제한했다.

광성그룹 창업주의 평생 숙원인 100층 이상 초고층 랜드마크를 사실상 불허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전 삶에서 이선택 정부는 '성남공항 동편 활주로 방향을 3° 변경하고 장비를 보강하면 기지의 안보상 기능이 유지되고 비행 안전에 문제점이 없다'는 의견을 내고, 이를 위한 비용을 약 3,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선택 정부가 광성그룹에 공공성을 담보로 9,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특혜를 준 셈이다.

정의국 대통령은 지지부진하던 랜드마크 빌딩 사업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위축된 투자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면서 광성타워 프로젝트를 원점에서부터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성남공항 활주로를 공군이 요구하는 7°도 트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고, 광성그룹에 1조2천억 원을 따로 부담하라고 통보했다.

광성그룹은 3°로 낮추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

통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류지호라는 돌아이 억만장자 때문이다.

류지호는 노후한 공군 레이더를 교체해주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순수한 기부행위로써.

그런 전례가 있는데, 광성그룹이 꼼수는 쓰는 모습을 여론이 달게 볼 리가 없다.

결국 광성그룹은 참여정부 공군의 안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에 따라서 이전 삶보다 9,000억 원을 더 소요해야만 했다.

정부는 광성그룹의 초고층 마천루 프로젝트를 사실상 허가하고, 기존 112층에서 123층으로 높일 수 있도록 용적율과 건폐율 상향까지 해 주었다.


“그에 자극을 받은 모양인지, 서울시 역시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의 랜드마크 빌딩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WaW 엔터테인먼트를 시작으로 합정의 WaW 프로덕션오피스, 충무로의 무비서비스 사무실, 아스트로 FnH를 차례로 방문하고 돌아오던 류지호에게 김우영 비서실장이 말을 이었다.


“최근에 133층짜리 랜드마크 기공식까지 하면서 시끌시끌합니다.”

“그 놈에 마천루 판타지... 쯧쯧.”


서울시가 밀고 있는 643m, 133층의 높이, 고려청자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으로 건설될 서울라이트 타워는 건설되기만 한다면 세계에서 3번째로 높은 빌딩으로 기록된다.

될 리가 없지만.


“서울시장이 래리 아저씨를 그렇게 괴롭했다면서요?”

“예. 사업자를 찾지 못하자 저희 그룹에게까지 제안을 수차례 한 것으로 압니다.”


당시 래리 킴 회장은 80층대 쌍둥이 빌딩으로 건설되거나, 부산 센텀시티에 조성한 종합쇼핑문화타운으로 개발한다면 생각해 본다는 입장이었다.

반면에 서울시는 무조건 100층 이상의 초고층 빌딩을 올리고 싶어 했다.

당연히 협상 결렬.

그러던 차에 상암동 종합쇼핑문화타운 조성까지 일부 지역민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쳐 해당 부지를 광성그룹에 팔아치우고 손을 털었다.


“서울시 입장에서는 섭섭하겠네요.”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에 초고층빌딩을 짓지 않는 가온그룹은 대신 새만금간척지에 조성되는 기업도시 아리울에 102층 높이의 초고층빌딩을 건설하기로 했다.

총공사비 4조 원이 투입되는 아리울의 랜드마크가 될 예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제법 시끌시끌한 모양입니다.”

“왜요?”

“여당 중진들 입장에서 호남에 들어서는 걸 못 마땅해 한다고 합니다.”


국토가 균형적으로 발전하는 것에 정치인이라면 온당히 환영해야 할 일임에도.

정파적으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정치인들이다.


“그러고 보니 TK 지역에는 유통업종 말고는 대형 사업장이 없군요?”

“한울합성 사업장이 있습니다.”


가온그룹은 서비스업종이 주력이다 보니 주로 쇼핑, 케이블TV, 엔터테인먼트, 프랜차이즈, 유통 부문의 지점들만 영남 지역에 진출해 있다.


“혹시 그룹의 엔터 부문 정리된 보고서 있어요?”


김우영 실장이 가방을 뒤져 파일을 하나 꺼내 건넸다.

류지호가 보고서를 빠르게 눈으로 훑었다.

가온 그룹의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크게 5개 부문으로 나눌 수 있다.

규모가 가장 큰 분야는 아무래도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이다.

그 외에 케이블TV 및 미디어 사업.

인터넷 콘텐츠, 게임 및 OTT 사업.

영화 투자·제작·배급 사업.

마지막으로 음악/공연 및 매니지먼트 사업.

가온그룹의 모태는 웨딩 비디오 사업이다.

이후 영화사업으로 확장해서 지금의 대한민국 재계 3위를 차지한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오너의 정체성은 영화감독이다.

따라서 그룹의 주력이 영화사업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영화 투자·제작·배급 사업의 2008년 매출은 6,794억 원에 불과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 해외 법인의 매출을 포함한 금액이다.

참고로 BS 엔터테인먼트의 영화 부문 매출은 1,700억 원이다.

음악/공연 및 매니지먼트 사업 부문의 1,514억 원보다는 많았지만, 방송 미디어 사업의 7,600억 원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극장 사업에는 아예 국내 경쟁사들은 G.O.M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사업자로서 한국 매출 9,817억 원, 글로벌 멀티플렉스 4위 사업자로서 전 세계 매출이 9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티켓 판매 매출보다 매점과 광고 매출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사업 총매출의 57%가 음료와 식품 판매 수입이다.

15%가 광고 매출, 나머지가 순수 티켓 판매 수익이다.

참고로 지주회사 체계로 전환한 BS그룹의 2008년 총매출은 대략 7조9천억 원이다.

다음은 2008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순위와 자산총액이다.

1위 오성그룹 144조.

2위 가온그룹 89조.

3위 경일자동차그룹 74조.

4위 선경그룹 71조.

5위 금성그룹 57조.

6위 광성그룹 43조.

7위 포항제철그룹 38조.

공기업을 제외한 민간 기업만의 순위다.

모든 기업을 망라하면 가온그룹은 한국전력공사에 밀려 3위를 차지한다.

가온그룹 내부적으로 2010년에 이르면 자산총액이 100조 원을 가볍게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가온그룹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그룹의 신사업인 전기자동차, 시스템반도체, 전장사업까지 궤도에 오른다면.


‘가온그룹은 더 이상 콘텐츠 기업이 아니게 되는 것인가....?’


2010년대는 지식기반 산업의 융복합의 시대다.

AI, 빅데이터, IoT(사물인터넷), 블록체인, 클라우드, 모바일(5G), VR·AR, 초감지센서, 스마트 기기와 자동차, 로봇, 헬스케어 서비스 등.

기존 산업에 융합·연결될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들이다.

한국은 5G 분야를 제외하고, 세계 시장에서 많이 뒤쳐져 있다.

하드웨어는 전통의 강자 독일과 어깨를 견줄 정도로 튼튼하다지만,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매우 취약했다.

Amazonia가 AI와 로봇 기술이 결합된 무인 물류시설을 상용화하고, StreamFlicks 및 Googol 등이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정착시켰지만, 한국은 이제 막 빅데이터를 시작했다.

가능한 실리콘밸리의 발걸음에 맞춰보려고 발악(?) 중인 가온그룹은 K-마켓을 인수한 후로 빅데이터 기술을 서비스에 이식시키기 시작했다.

소비자 구매 기록, 쇼핑카트에 담은 물건, 물품에 매긴 점수, 고객이 보거나 구매한 물건 정보, 구매 습관 등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고객들이 살 만한 상품이 페이지에 자주 노출되고, 가끔 뜻하지 않는 할인 쿠폰도 받게 된다.

그 같은 추천알고리즘 덕분에 매출 35%가 더 발생하게 된다.

수집된 다양한 데이터들은 가온그룹의 유통 분야와 물류 시스템에도 일대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유통업체의 오랜 숙제는 효율적인 재고관리다.

재고가 아예 없어서 배송이 안 되는 것도 문제.

재고가 너무 많아서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다.

가온그룹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재고관리 효율성을 극대화 시키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게 되고, 그를 통해 비용절감과 이익 극대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게 된다.

가령 재고 수급이 힘들 것 같은 제품은 노출을 줄이고 대체 상품의 할인을 진행하고, 반대로 재고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프로모션을 진행해 빨리 소진시켜 버릴 수가 있다.

심지어 고객의 구매 패턴을 미리 읽어서 미리미리 해당 고객이 살만한 물건들을 사는 곳 근처에 구비해 두었다가 고객이 물건을 찾을 때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할 수도 있다.

이전 삶에서 실제로 다 행해지던 일들이다.

영화사업에도 당장 적용 가능했다.

어떤 지방 혹은 지역의 영화팬들이 어떤 계절에 어떤 장르와 어떤 스토리의 영화를 주로 관람했는지 데이터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패턴화 할 수만 있으면, 그 지역이 선호하는 영화를 더 많이 더 자주 멀티플렉스에 편성할 수가 있다.

심지어 특정 고객층을 추적해서 개인별 맞춤 서비스까지도 가능해 진다.


‘이 정도면 되지 않았을까....?’


더는 그룹 경영에서 류지호가 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써먹을 수 있는 이전 삶의 기억도 얼추 다 써먹은 것도 같고.

슬슬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예감할 수 있었다.

류지호는 기업 경영에 대해 큰 관심이 없었다.

경영에 능숙하지도 않고.

한미 양국의 그룹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최고경영자에 대한 해임과 선임, 감사권한만 행사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함으로써 갖게 된 시간을 정말 하고 싶은 일에 투자하고.

또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도 늘리고.

아직 꺼내서는 안 되는 이야기다.


‘당장은 모두가 반대할 테니까....’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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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2 칸 영화제. (2) +4 24.04.30 1,061 6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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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8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5 24.04.25 1,278 64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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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 두 배 성장할 겁니다! +5 24.04.20 1,334 68 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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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2 불한당(不汗黨). (9) +2 24.04.18 1,222 62 26쪽
831 불한당(不汗黨). (8) +8 24.04.17 1,228 71 22쪽
830 불한당(不汗黨). (7) +5 24.04.16 1,238 67 24쪽
829 불한당(不汗黨). (6) +3 24.04.15 1,263 69 26쪽
828 불한당(不汗黨). (5) +6 24.04.13 1,342 67 27쪽
827 불한당(不汗黨). (4) +9 24.04.12 1,349 75 30쪽
826 불한당(不汗黨). (3) +5 24.04.11 1,305 72 24쪽
» 불한당(不汗黨). (2) +5 24.04.10 1,329 74 24쪽
824 불한당(不汗黨). (1) +8 24.04.09 1,387 72 26쪽
823 미래의 성장 동력. (3) +7 24.04.08 1,417 77 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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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2) +4 24.04.01 1,444 6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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