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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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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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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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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또 작두 타는 영화 제작해야 하나?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가온 모터스를 위한 자동차용 축전지라면 모를까..... 혹시 M&A 중이에요?”

“검토한 바 없습니다.”

“근데 갑자기 호남전자는 왜....?”


묻는 것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래리 킴 회장이 되물었다.


“SANYO의 배터리 사업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대로 놔둬야죠.”

“....음.”


래리 킴 회장이 아리송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류지호가 계획을 가지고 있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TESLAS와 2차 전지에서 합작법인을 세울까 싶기도 하고. 아직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어요.”

“......”

“지금 찍고 있는 작업 마치고 나서 샘 리버먼 부회장과 논의를 해봐야겠죠.”


친구 일론 리브스와도 배터리 관련해서 대화를 나눠봐야 했다.


“가온이 인수합병하면 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안 될 건 없지만....”

“에너지 사업 부문을 가온이 인수하고 싶습니다.”

“인수자금이 상당할 텐데 감당할 수 있겠어요?”

“유보자금과 보유하고 있는 달러가 환율 상승으로 큰 이득을 봤습니다. 만에 하나 부족분은 은행권에서 대출 받아도 되고. 그룹의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SANYO의 에너지 사업부문만 따로 떼어서 인수할 수 있습니다.”

“그것과 호남전자는 무슨 상관인데요? SANYO의 에네루프가 훨씬 더 잘 팔리고 더 뛰어난 건전지 아니었던가요? 굳이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배터리와 아무 관계가 없는 상황에서 SANYO의 배터리 사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나름 역사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매개로 해서 합병하는 것이....”


류지호는 더는 들을 것 없다는 듯 말을 잘랐다.


“안 될 겁니다.”

“......?”

“일본 정부가 한국 기업에 SANYO의 배터리 사업이 넘어가는 걸 용인해줄 리가 없어요.”

“그것 참 아쉽습니다.”

“JHO도 당장 일본 정부와 채권자들과의 합의를 통해 SANYO를 사업별로 조각내서 처리하지 못해요.”

“그룹을 해체 하실 생각이십니까?”

“주요 사업 부문을 빼고 3~5년에 걸쳐서 하나씩 매각이나 청산을 할 생각이긴 해요.”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경기침체 및 경쟁력 저하 등의 핑계를 대면서.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일본 정부가 SANYO 해체를 두고 볼 리가 없다.

일본 정부는 SANYO가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의 해외유출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특히 SANYO의 핵심 사업이 한국의 경쟁업체에 매각되는 것을 결사적으로 막으려 들 것이다.

그래서 자민당 안에서도 극우의 끝자락에 있는 인사가 총리가 되기 전에 SANYO의 가전 사업부터 필요 없는 부문을 하나씩 매각할 생각이다.


“SANYO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문제고. 그 다지 쓸모가 있을 것 같지 않은 호남전자보다 자동차 배터리로 꽤 쓸 만한 세방전지를 인수하는 건 어때요?”


호남과 세방전지 모두 ‘로켓’ 상표를 썼다.

때문에 80~90년대 '로켓'을 두고 두 회사 사이에서 상표권 분쟁이 있었다.

외환위기로 호남전자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면서 로켓 상표권을 면도기로 유명한 질렛코리아에 대여했다.

그때 상표 소유권에 대해 법적으로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

양 사가 모두 ‘로켓’ 브랜드를 쓰되, 건전지 등 1차 전지는 질렛코리아가 권리를 행사하고, 산업용 축전지 등 2차 전지는 세방전지가 쓰기로 서로의 영업 분야를 나눴다.


“세방전지는 꽤나 건실합니다.”

“그래요?”

“자동차와 산업용 축전지에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경일차 그룹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30% 이상이 세방전지 배터리를 쓴다고 합니다. 현재 볼프바겐에도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협의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세방전지는 잘 나가고 있어 인수합병은 가능하지 않고, 아쉬운 대로 사정이 어려운 호남전자를 인수할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1차원적인 생각 같긴 한데.


“2차 전지 회사라면 모를까....”


SANYO의 1차 전지 브랜드 에네루프를 가진 마당에.

굳이 한국의 건전지 회사를.


“혹시 TESLAS와 가온 모터스에 납품을 전담할 법인이라도 만들 생각이에요?”

“가온, SANYO, TESLAS 삼자 합작 회사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2차 전지 업계 경쟁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아는데....?”

“이왕 관련 산업에 발을 디딘 김에 전 세계 전기차 업체에 다 납품해야지 않겠습니까?”

“하긴. 원천기술 있고, 자원 확보했고, 공장 있고, 돈 있고, 박사급 연구원들이 한미일 삼국에 발이 채일 정도로 널려있고. 뭐가 더 부족할 싶긴 하네요.”

“다만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없죠.”

“국가는 몰라도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팍팍 밀어줄 겁니다.”


TESLAS가 기가팩토리를 세우게 된다면, 차후에 한국에도 공장을 세울 궁리를 하고 있다.

기가팩토리 프로젝트가 수면 위로 부상할 즈음이면 미국 서부지역에서 서로 유치하기 위해 세금 감면 등 다양한 혜택을 제안하며 러브콜을 보낼 터.

이전 삶에서는 네바다주가 조건이 가장 좋았다.

이번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내심 MGM을 인수할 때 딸려온 데스밸리 인근 황무지를 기가팩토리에 떠넘길 꿍꿍이를 품고 있는 류지호다.

또한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되는 전기의 일부를 라스베이거스에 공급할 수도 있고.

네바다주나 캘리포니아주나 특정 전력회사가 독점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전력사업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주정부를 상대로 로비와 지저분한 작업(?)이 필요했다.

사실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퍼시픽가스·전기(PG&E)는 문제가 많은 회사다.

류지호의 투자로 신재생에너지 전력회사가 캘리포니아에 진입하게 되면 독점의 폐해가 조금을 줄어들 수 있을 터.

JHO 의장비서실 산하 전략기획실에서는 MSM 소유 데스밸리 황무지에 리튬이온전지 공장 겸 친환경 전력시설을 만들어서 전력부족에 시달리는 라스베이거스와 어바인의 첨단산업지구에 전기를 공급할 계획을 연구 중이다.

RE100이라는 100퍼센트의 재생가능한 에너지를 사용하자고 하는 국제협약을 대비한다는 차원에서도 필요한 조치이기도 하고.

다만 기존의 전력회사의 아성을 넘어서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JHO와 가온의 운명을 남에게 맡겨둘 순 없었다.


“아저씨는 작년에 인수한 전자상거래 회사와 가온 모터스 안정화 시키는 것에 집중해 주세요.”

“아쉽지만... 일단은 알겠습니다.”

“아참! 글로벌 금융위기로 힘겨워 하는 국내 파운드리 회사 하나 알아봐 주세요.”


래리 킴 회장이 떨떠름한 어조로 확인 차 물었다.


“파운드리 회사 말씀입니까?”


반도체회사는 크게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과정을 다 하는 종합(IDM), 위탁제조의 파운드리(Foundry), 설계 전문 팹리스(Fabless)로 나뉜다.


“DALLSA가 Omni-Semiconductor를 인수했는데, 거기가 세계 최대 파운드리라는 대만의 TSMI와 아주 찰떡이더라고요. 두 회사가 강력한 제휴관계를 맺은 것까진 좋은데.... 왠지 재주는 JHO가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챙길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하하.


래리 킴 회장이 웃음을 터트렸다.


“반도체 업계가 원래 그렇게 분업화가 돼서 돌아갑니다. 물론 오성이나 INTEG 같이 매머드 종합반도체 기업도 있지만.”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반도체는 어때요, 상태가?”

“메가칩 말입니까?”

“기업명이 바뀌었어요?”

“하이닉스에서 2004년에 파운드리가 분리되면서 메가칩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최근 부도설이 돌고 있습니다. 전부터 부도설이 끊이지 않긴 했지만.”

“그래요?”

“동부세미컨덕터도 매물로 나와 있을 겁니다. 10년 넘게 흑자를 내본 적이 없어서 모기업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혀 있는 모양입니다. 참고로 동부도 파운드리 전문 기업입니다.”


류지호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음.”


2010년대로 넘어가면 미래 먹거리인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 본격적으로 투자할 생각이었다.

이는 인공지능, 증강현실이나 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 한국에서 메인보드나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회사가 있어요?”

“아마 없을 겁니다. 대만 쪽으로 모두 넘어간 것으로 압니다.”


한창 때 한국은 1,000여개나 되던 반도체 관련 팹리스들이 있었다.

2010년대로 넘어가면 그 많던 팹리스들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된다.


“한국에서 시스템 반도체 하는 업체들은 어떻게 하고 있대요?”

“팹리스와 소부장 테스트라인 모두 맨땅에서 헤딩해야 하는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있는 팹리스 업체들은 시제품을 모두 대만으로 보낼 겁니다.”

“오성이나 하이닉스에서 안 해줘요?”

“예.”


메모리 반도체 위주로 편성된 한국의 반도체 포트폴리오는 업황에 따라서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다.

시스템 반도체를 발전시켜야 하는데, 미국을 따라잡기 매우 어렵다.

대만이 파운드리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는 이유다.

반도체 사업의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팹리스는 밑거름인데.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두 대기업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도리어 남들이 힘들게 개발한 것을 빼앗아 가지 않으면 다행이다.


“한국에도 강력한 파운드리 업체가 있다면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하는 업체나 후공정 업체들에게 큰 힘이 되겠죠?”


류지호는 D-Cinema 표준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그처럼 한국 반도체 산업이 시스템 반도체로 점차 개편되어야 하는 것은 그를 통해 표준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산국가산업단지와 연계해서 새만금에 JHO·가온을 위한 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어보는 것을 어떻게 보세요?”

“반도체는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산업입니다.”

“10년 간 대략 400억 달러면 그런대로 꾸려나가겠죠?”

“......!”


Rehman Bro 사태를 전후로 해서 자신의 보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번 것은 안다.

그럼에도 50조 원을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하다니.


“뭐든 산업생태계라는 것이 국가와 함께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정치인이나 공무원들도 개념이 없으니. 쯧.”

“오성 회장과 만나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저라도 만나 볼까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을 경계나 하지 않으면 다행이죠. 아마도 메가칩이든 하이닉스든 우리가 M&A 한다고 하면 뒷구멍으로 무슨 짓을 할지도 몰라요.”


반도체는 21세기 쌀 혹은 원류라고까지 표현되고 있다.

대한민국은 메모리 반도체의 절대강자이자 과점 국가다.

반면에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국제무대에서 명함을 내밀지도 못한다.


“보스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시스템반도체 기업 지분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류지호는 업계에서 욕을 먹고 있는 너비디아의 주요 주주다.

소유 투자회사들이 경쟁사 FMD의 지분도 가지고 있다.

IT업계의 공룡이 되기 전인 너비디아를 인수해서 키우는 방법도 있다.


“새만금이 대만과 함께 양대 반도체 생산거점이 되면 어떨까 생각해 봤어요. 남는 게 땅이니까.”

“시스템 반도체는 판로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세계 시장의 벽이 높기도 하고 R&D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됩니다.

“일단 그룹의 신사업발굴팀 차원에서 시스템 반도체 분야의 복합적인 다양성과 메모리 반도체와의 차별점에 대한 명확한 리서치를 해보도록 해주세요. 국내 역량 실태 파악과 함께 한국정부의 국가적 전략도 꼼꼼히 따져보시고.”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시장 투자와 개발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있고, D램에만 집중하다가 작년에 실적이 크게 감소했다고 합니다.”

“재작년엔가 메모리 반도체 치킨게임이 불 붙었다는데 결과는 어땠어요?”

“미국의 Boise Micron이 인수를 노리고 있다고 듣긴 했습니다만... 원하시면 가온도 나서 볼 만 합니다.”

“D램에 몰빵하는 기업은 별론데... 암튼 아예 하이닉스까지 M&A하는 것도 다각도 검토해 주세요.”


가온그룹이 주력인 영화와 미디어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양새이지만.

국내 시장으로는 미디어 분야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에 어쩔 수 없다.

이미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진 그룹의 성장 동력을 떠받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산업으로의 접근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미국으로 무사히 돌아가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래리 킴 회장이 여주의 부모님 집을 떠난 후.

류지호는 JHO Company 의장 참모들 중에서 첨단분야를 보좌하는 이들과 통화했다.

캐나다의 DALLSA 최고경영자는 물론이고 GMG Lab의 소장과도 반도체 산업 진출과 관련한 조언을 들었다.

그런 후 한국과 미국 양쪽 참모들에게 반도체 산업 진출과 미래 전략을 수립해 줄 것을 지시했다.

반도체는 주요 국가들의 전략산업이다.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마음대로 진입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때마침 한국의 하이닉스 반도체 채권단들이 회사 매각을 위해 발 벗고 나선 참이다.

가온그룹에게 기회가 오지 말란 법이 없다.


❉ ❉ ❉


류지호 홀로 미국 귀국길에 올랐다.

아내와 딸은 여주 부모님 댁에 남았다.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은 여유가 조금 있지만, 피곤하게 왔다갔다 하는 것보다 아예 잠잠해 질 때까지 한국에서 지내도록 했다.

이전 삶에서 2007년 질병관리본부 감사를 통해 타미플루 확보를 권고했지만, 비축 목표량도 세우지 못했음은 물론 예산 가운데 일부를 여행수첩 제작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었다.

이번에는 비축 목표량 이상을 마련해 두었다.

류지호가 여러 루트를 통해 정의국 정부가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 준비를 하도록 조언했기 때문이다.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교육과 준비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주요 선진국들은 이미 2007년부터 타미플루를 인구 대비 20% 물량으로 확보해 놨다.

100만 명 물량만 확보하고 있던 한국 정부는 서둘러 타미플루와 백신 확보에 나섰지만, 한 발 늦고 말았다.

다국적제약사 본사를 방문해 백신 구매를 구걸하는 사태까지 벌였다.

이번에는 아니다.

류지호(소유의 투자회사)는 주요 다국적 제약회사 주식을 많이 가지고 있다.

한국정부가 약과 백신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주었다.

암튼 미국에서는 소아가 계절독감으로 사망하는 수가 매해 82명이나 된다.

이전 삶에서 바로 이 시기 전 세계적으로 일명 돼지 독감, 돼지 인플루엔자라고 불리는 전염병이 대유행하면서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특히 미국에서만 800만 명의 소아가 감염됐었는데, 그 중에서 3만6천명이 병원에 입원했었다.

2009년 4월부터 사태가 본격화되고 단 6개월 간 발생한 소아 사망자 수가 540명이었다.

특히 캘리포니아와 뉴욕은 신종플루와 코로나19 모두에서 수많은 사망자를 배출한 도시다.

류지호 입장에서는 미국을 믿는니 한국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외부로부터 바이러스 유입을 비교적 손쉽게 차단할 수 있는 곳이 여주 가온타운이다.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처자식을 신종플루 대유행이 지나갈 때까지 한국에서 머물도록 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내 변호사 시험은 또 연기네?”

“변호사 시험이 중요해? 시아가 중요해?”


레오나는 미국으로 돌아가는 류지호를 배웅하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아휴~”


그녀 역시 전염병이 창궐한다면 세상에서 안전한 곳 중에 하나가 가온타운일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벨에어 또한 외지인이 함부로 출입하지 못하는 것은 같지만, 의료진(보건소) 문제라든지 관련 대비태세가 잘 갖춰져 있다고 보기 어려웠다.

반면에 가온타운은 류지호의 병적일 정도의 집착으로 인해 각종 대비가 잘 되어 있었다.

타운 내 거주자들은 식료품 등에서 외부 조달 없이 보름 정도 버틸 수 있다.

타운에서 멀지 않은 곳에 60 병상의 보건소도 마련되어 있다.

응급환자의 경우 WaW종합촬영소에서 응급헬기로 서울의 대형병원로 바로 이송될 수 있는 태세도 갖춰져 있다.

가온타운은 서울의 오성의료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과 응급환자 관련 계약이 체결되어 있다.

공항으로 향하며 류지호가 자책했다.


“한동안 긴장감이 떨어졌어...!”


요 몇 년간 글로벌 금융위기, 새로운 미국의 대통령, 자신이 연출할 영화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었다.

그렇다 보니 전 지구적 대사건들에 대해 소홀했었다.

류지호는 코로나19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사망했다.

얼마나 큰 재앙이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럼에도 사스를 비롯해 이번 신종인플루엔자 대유행처럼 주기적으로 감염병이 전지국적으로 창궐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헨리 게이츠가 틈만 나면 그와 관련해 함께 힘을 모으자고 제안하기도 하고.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2003년에 발병했던 사스(SARS), 조류 독감(AI), 이번에 유행하게 되는 돼지독감 등은 모두 새로운 질병이다.

새로운 바이러스성 질병의 발생과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진화는 인류의 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지구의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거대화되고 국제교류가 증대되었다.

그에 따라서 새로운 병원균이 진화하고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인플루엔자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으로 고열과 기침, 콧물, 인후통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급성 열성 호흡기질환이다.

계절형 인플루엔자는 매년 10월에서 이듬해 4월 사이에 유행하는 것으로, 흔히 겨울에서 봄까지 유행하는 독감을 말한다.

독감을 독한 감기쯤으로 알고 있는 이들이 많다.

유감스럽게도 이는 감기와 무관하다.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 숨지는 사람도 있다.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는 전염병이다.

더 무서운 점은 해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변이한다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백신에 내성을 갖는다.

한마디로 작년의 예방약이 올해는 안 듣는다는 말이다.

새로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출현하면 인류는 면역성이 없기 때문에 무서운 속도로 퍼진다.

당장 해결책이 나올 수 없기에 전 세계에 걸쳐 범유행이 발생하여 막대한 인명, 재산 피해가 나게 된다.

어쨌든 메르스 정도까지는 아니라지만, 신종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많은 이들이 사망한다.

류지호는 진작부터 두 그룹에 신종인플루엔자 출현과 그에 따른 대응에 대해 특별지침을 내려두었다.

가장 먼저 멕시코 출장을 전면 중단시켰다.

전 세계 모든 자회사와 계열사 직원들에게 손씻기 같은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따를 것을 당부하고, 여름휴가 전까지 사람이 많이 모이는 파티를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마스크도 대량으로 구매해 비축해 두었다.

본격적으로 신종플루가 대유행하면 전 세계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착용하게 할 생각이다.

유럽 직원들이 그 같은 지시를 따를지 의문이지만.

그룹 차원에서 타미플루와 리렌자 두 약을 상당량 확보해 두었다.

해당 제약사와 직접 계약해서 필요할 때 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었다.

적어도 약을 못 구해서 고통을 받거나 그로 인해 죽는 직원이 나오지 않도록.

미국의 JHO Security Service와 나래안전 시스템을 통해 두 그룹의 전 세계 직원들에 대한 건강 모니터를 지시해 두기도 했다.

그저 감기증상 정도로 안일하게 대처하다가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신종플루 치료와 관련한 의료비용은 전액 모그룹에서 책임지기로 했다.

약간의 감기증상만으로도 직원들이 부담 없이 병원으로 가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또 한 번 작두 타는 영화를 제작해야 하나....?’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경고하는 영화가 제작 중이다.

JHO 계열 영화사마다 전염병 영화 <컨테이전> 스크립트가 들어오면 무조건 잡아 두라고 당부해 두었다.

그것 가지고는 모자랄 것 같았다.

삼봉백화점 붕괴를 경고하기 위해서 대놓고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한 것처럼.


‘<컨테이젼> 정도 수준의 영화가 아니라, 더욱 적나라한 팬데믹 시대의 영화를 제작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즉 <월드워 Z>, <워킹데드> 수준의 전염병 재앙 영화 수준으로.


‘드라마로 가자. 그것도 메르스가 발병할 때까지 시즌제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이전 삶과 똑같은 시간대에 발생할 것이라 자신할 순 없다.

다른 전염병이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고.

아직은 신종플루와 관련한 뉴스가 감감무소식이다.

그럼에도 반드시 전염병은 창궐할 것이라 확신했다.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입되어 있다는 음모론이 나돌 정도로 주기적으로 전 세계적인 감염병이 돌고 있었으니까.


‘일단 StreamFlicks 오리지널 시즌제 드라마로 제작하자고 해야겠어....!’


류지호는 전용기 안쪽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노트북의 워드 프로그램을 실행해 전염병 관련 기억들을 조합해 시놉시스를 구성했다.

일단은 미국인 지인들부터 전염병 대유행 시대에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할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

미국 행정부 당국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시스템이 팬데믹에서 얼마나 유효한 방식인지 알려줄 필요도 있고.

미국의 백인 상당수는 매우 이기적이다.

팬데믹에서 최대 희생자를 낸 국가가 바로 미국이었다.


‘사람들의 죽고 사는 문제보다 더욱 큰 충격은 아마도 경제적 공황이겠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고통을 받는다.

그것 이상의 경제적 충격이 팬데믹에서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대중들은 영화에서 전염병에 걸려 죽는 모습을 보고도 남의 사정이라고 생각할 터.

그러나 경제적 대공황으로 고통 받는 모습을 보게 되면 결코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수가 없을 것이다.


“목표는 최소 5시즌 완결.....”


이 프로젝트를 맡길 작가를 류지호는 곧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바로 UCLA 동문 파블로 세어링이다.

현재는 TV시리즈 <Prison Break> 각본에 참여하고 있다.

그 혼자서는 이 프로젝트를 책임지지 못할 것 같았다.

2007년 종영한 <소프라노스>의 쇼러너를 붙여서 돕도록 하는 것을 생각했다.

두 사람 모두 류지호가 전화하면 당장 달려올 이들이다.

안 그런 작가가 할리우드에 몇 명이나 될까마는.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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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0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2) +4 24.04.27 1,285 65 27쪽
839 자네까지 나서지 않도록 하겠네. (1) +4 24.04.26 1,298 66 24쪽
838 큰 기대 안 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습니다. +5 24.04.25 1,278 64 24쪽
837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3) +4 24.04.24 1,277 64 28쪽
836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2) +3 24.04.23 1,263 64 25쪽
835 뭘 망설일 것이고, 무얼 두려워하겠습니까! (1) +5 24.04.22 1,304 67 23쪽
834 두 배 성장할 겁니다! +5 24.04.20 1,335 68 25쪽
833 불한당(不汗黨). (10) +6 24.04.19 1,260 66 29쪽
832 불한당(不汗黨). (9) +2 24.04.18 1,222 62 26쪽
831 불한당(不汗黨). (8) +8 24.04.17 1,228 71 22쪽
830 불한당(不汗黨). (7) +5 24.04.16 1,238 67 24쪽
829 불한당(不汗黨). (6) +3 24.04.15 1,263 69 26쪽
828 불한당(不汗黨). (5) +6 24.04.13 1,342 67 27쪽
827 불한당(不汗黨). (4) +9 24.04.12 1,349 75 30쪽
826 불한당(不汗黨). (3) +5 24.04.11 1,305 72 24쪽
825 불한당(不汗黨). (2) +5 24.04.10 1,329 74 24쪽
824 불한당(不汗黨). (1) +8 24.04.09 1,387 72 26쪽
823 미래의 성장 동력. (3) +7 24.04.08 1,417 77 28쪽
822 미래의 성장 동력. (2) +6 24.04.06 1,428 71 23쪽
821 미래의 성장 동력. (1) +6 24.04.05 1,494 68 24쪽
820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게임기? +9 24.04.04 1,473 67 22쪽
819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4) +4 24.04.03 1,436 77 22쪽
818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3) +3 24.04.02 1,407 74 20쪽
817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2) +4 24.04.01 1,445 69 22쪽
816 아시아 패자 정도는 돼야겠지! (1) +4 24.03.30 1,537 80 26쪽
815 만수무강(萬壽無疆). (3) +2 24.03.29 1,454 81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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