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트뤼포 님의 서재입니다.

Mr. 할리우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7.08 09:05
연재수 :
903 회
조회수 :
3,851,021
추천수 :
119,346
글자수 :
10,001,832

작성
23.12.05 09:05
조회
1,833
추천
94
글자
24쪽

Frank Castle.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UCLA 영화학과 수업을 듣다보면 때때로 언급되는 화가가 에드워드 호퍼였다.

알프레드 히치콕, 마르틴 스콜체제 같은 많은 감독에게 많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참고로 한국 뉴월드그룹의 배송 브랜드 NNG닷컴 광고 콘셉트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이다.

파란색이라고 다 같은 파란색이 아니다.

모든 회화작품에서 그 상징과 은유가 똑같을 순 없다.

폴 베숑의 <그랑블루>에서 물은 죽음과 재생.

끊임없이 물결치는 푸른 파도는 삶과 죽음의 반복이다.

그렇듯 파란색이 피안과 차안을 초월하는 상징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Frank Castle>의 미학이 예술영화처럼 전면에 부상해선 곤란했다.

기본적으로 장르가 액션 판타지니까.

2시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관객의 시선을 꽉 붙잡아두고, 주인공에게 공감할 수 있게 연출한 후, 스토리에 몰입시키는 것이 첫 번째 미션이다.

촘촘하게 계산된 미장센으로 발현된 미학이나 상징과 은유는 부수적인 것일 뿐.


“Jay.”

‘넵. 마이크.“

“<Hell's Kitchen>에서는 대표색상들이 복잡하게 섞일 텐데.... 괜찮겠나?‘

“그 부분은 디렉터 카루소가 알아서 하겠죠. 내 일이 아니에요.”


류지호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다시 한 번 두 헤드스태프와 함께 톤 앤 매너 및 영화 디자인 콘셉트를 확인했다.

<Hell's Kitchen> 세계관 속의 세 명의 히어로 캐릭터의 코스튬 색상은 제각각이다.

랜드 카이는 촌스러운 녹색에 노란색 포인트를 준 코스튭을 코믹스에서 입었다.

Timely Knights 세계관 속 실사영화 <아이언 피스트>에서도 노란색이 대표색상이었다.

상의와 하의 옆에 두 줄의 노란 선을 포인트로 주었다.

브루스 리를 떠올리게 하는 특징이다.

색채학에서 노란색은 쾌활함과 희망, 따뜻함을 상징한다.

부정적인 의미로는 광기를 의미하기도 한다.

히어로 캐릭터 아이언 피스트가 노란색 두건을 쓴 것은 따뜻함과 광기의 양면성을 암시한다.

이는 통제가 곤란한 용의 심장을 품고 있다는 설정과 연관되어 있다.

통제가 어려운 용의 심장으로 인해 종종 광기에 빠지기도 한다.

한편으로 노란색은 경솔함으로도 표현한다.

랜드 카이는 어린 시절을 곤륜에서만 보냈다.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이다.

연륜이 부족한 랜드 카이의 성격이 담겨있다.

코스튬의 색상이 암시하는 것처럼 랜드 카이는 피터 파커와는 다른 결의 시행착오와 서투름이 영화에서 묘사되었다.

세계관 첫 번째 히어로였던 데어데블은 붉은색 코스튬이 상징이다.

투쟁과 강인함이다.

한편으로 상처, 고통 같은 맷 머독의 숨기고 싶은 내면도 암시 한다.

퍼니셔의 코믹스 코스튬은 톤 다운되고 탁한 파란색이다.

고독과 메마름 또 상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미국의 영웅 캡틴 아메리카의 푸른색 코스튬은 밝고 진하다.

주로 긍정적인 의미로 안정과 신뢰의 상징이다.

류지호판 퍼니셔인 <Frank Castle>의 코스튬은 파란색에 검정색이 더해진 감청색이다.

본래는 종교적이며 영적인 측면을 상징하는 색이다.

창조, 영감, 예지 또는 통찰과 지혜를 의미하기도 한다.

류지호는 집착의 상징으로 색상을 결정했다.

영화 상에서 조명에 따라 톤 다운된 탁한 푸른색과 감청색이 다르게 드러나게 된다.


“나는 <Hell's Kitchen>에는 참여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 번 상기시키네.”

“알아요. 내 영화만 해주세요. 난 마이크 없으면 영화 못 찍어요.”

“그런 소리 말게. 언제까지 날 부려먹으려고.”


류지호는 적어도 <아이언맨>의 톤 앤 매너까진 잡아주길 바랐다.


“자네 때문에 내가 굶어 죽을 일이 없으니 좋아해야 하는 건가?”

“작은 영화 하나 할까요?”

“됐네. Timely 영화만 하기도 힘이 붙여.”


마이크 리바는 <행복을 찾아서>를 끝내자마자, <스파이더맨Ⅲ>를 작업했다.

프리프로덕션을 마치고 곧바로 <Frank Castle>에 합류한 상황이다.

내년에는 <아이언맨>도 작업해야 한다.


“이 영화만 끝내놓고 잠시 쉰다고 하지 않았어?”

“영화를 연출하진 않겠지만.... 마음 편하게 쉴 수 있을지... 그건 모르겠어요.”

“하하. 자넨 지독한 워커홀릭이니까.”

“어찌되었든, 내년에는 무조건 쉴 겁니다.”

“영화 끝마치고 나와 함께 낚시 다닐 텐가?”

“좋죠. 혹시 캐나다 낚시 면허 있어요?”

“있지.”

“브루인스들로 팀을 짜볼까요?”

“내년에 한가할 예정이라고 했으니 자네가 일정을 짜보게.”

“넵.”


한국 영화계만 인맥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할리우드도 만만치 않다.

할리우드 인맥의 1순위는 인종 및 출신이다.

그 다음이 학연이다.

USC, NYU, UCLA 출신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준다.

특히 UCLA와 USC의 라이벌 관계는 학부부터 시작해 졸업 후까지 이어진다.

2000년 이전까지는 UCLA가 USC에게 대체로 밀렸던 것이 사실이다.

류지호라는 걸출한 인재가 등장하면서 전 세계 영화학도가 선호하는 영화과에 UCLA가 가장 먼저 언급되고 있다.

류지호와 모리스 메타보이 회장이 모교에 대한 지원이 지나쳐서 학생들이 다 쓰지 못하는 장비와 시설이 넘칠 지경이다.

D-Cinema 분야에서도 가장 앞선 대학이 UCLA다.


“아참! 자네 TFT 4학년들을 위해 칸과 베니스 영화제 투어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졸업작품을 준비하는 학부와 대학원 학생들의 신청을 받아서 칸이나 베니스에서 2주간 체류하면서 시나리오도 작업하고 영화도 관람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JHO Foundation과 학교가 협력하지만 차차 학교에 모두 넘겨주려고요.”

“좋은 일을 했군.”

“내가 좋으라고 하는 일이죠. 졸업생들이 트라이-스텔라나 ParaMax에서 영화를 찍을 수도 있잖아요. 다 JHO 좋으라고 하는 일입니다.”

“말 나온 김에, 졸업 연설은 언제 할 텐가?”

“안 한다니까요. 나중에... 더 좋은 사람이 된 후에 할 겁니다.”

“모두를 발아래 무릎 꿇리게 한 후에? 황제의 발에 키스하게 만들고 나서?”

“.....”

“그것도 멋질 것 같군.”


UCLA 졸업생들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류지호의 졸업연설이다.

왜 그럴까.

미국인들은 영웅을 정말 좋아한다.

아니다.

영웅 만들기를 좋아하는 것 같았다.

UCLA 재단 이사회 멤버이자 졸업생회 회장인 모리스 메다보이 회장이 졸업연설을 해도 캘리포니아 유력 TV방송에서 방송을 할 판이다.

류지호라면 말 할 것도 없다.

적어도 캘리포니아주 위주로 생중계 할 수도 있다.

과장이 아니다.

UCLA 동문들로서는 자신들의 모교 권위를 드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졸업생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똘똘 뭉쳐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도 있다.

게다가 UC계열 대학은 주 특성상 소수인종 출신 졸업생이 상당히 많다.

아메리칸 드림의 대명사가 된 류지호의 졸업연설은 주에서 크게 화제가 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자네가 <아이언맨>을 감독했어도 꽤 어울렸을 텐데. 마케팅 면에서도.”


류지호가 농담으로 응수했다.


“스타크 인더스트리가 서울에 지사가 있긴 하죠.”


올해 1월에 첫 소개 된 한국인 히어로 <아마데우스 초이>라면 모를까.

기존의 TCU 세계관 안에 숟가락을 얹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총괄 프로듀서로서 창작위원회를 컨트롤하고 있기도 했고.


“건강 잘 챙기세요.”

“로케이션을 너무 멀리 안 갔으면 좋겠어.”

“주정부가 정신을 차려야죠.”


마이크 리바가 주섬주섬 아트웍을 챙겼다.


토닥토닥.


류지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려 준 마이크 리바가 집무실을 떠나갔다.


“......”


막상 닥치고 보니 TCU 일정이 생각보다 빡빡했다.

2008년 상반기에 TCU 첫 번째 페이즈를 여는 <인크레더블 헐크>가 개봉하고, 하반기에 <아이언맨>이 개봉한다.

무슨 수를 쓰던 그 전에 Timely Knights 프로젝트를 종결시켜야 했다.

참고로 <헐크> 실사화는 해리슨 서튼을 건너뛰고 알론소 루팔로로 곧바로 가기로 했다.

<아이언맨>의 '워 머신' 역시 영국 출신의 이드리아스 엘바를 기용하기로 했다.

류지호와는 TV시리즈 <더 와이어>로 인연이 조금 있다.

일부 캐스팅이 이전 삶과 바뀌게 됐다.

그로 인해 TCU의 몇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문제가 생겼다.

류지호는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이드리아스 엘바가 <토르> 시리즈에 출연할 수 없게 된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당장은 그의 일정을 조정하는 것만으로 골치가 아팠으니까.


❉ ❉ ❉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Frank Castle> 크랭크인 날이다.

류지호와 제작진은 필라델피아에 프로덕션 캠프를 차렸다.

필라델피아 외곽의 Laurel Hill Cemetery에서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가을 끝자락의 공동묘지는 따뜻한 햇살 아래 고요했다.

푸른 나뭇잎들은 알록달록한 색깔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 마저 바람에 흩날리며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다.

아담한 비석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는 가족묘.

마리아 캐슬과 프랭크 캐슬 주니어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추레한 옷차림의 프랭크 캐슬이 아내 마리아의 비석에 손을 올리고 뭔가를 중얼거린다.


[난 기도하는 법을 몰라. 전쟁터에서의 삶이 날 그렇게 만들어 버렸어. 그곳에서는 구원이란 것이 없으니까.... 난 당신이 나를 위해 매일매일 기도했다는 걸 알아. 늦었지만 고마워.]


틸 슈라이버는 특유의 중저음으로 계속해서 낮게 읊조렸다.


[난 당신과 주니어를 위해 기도해줄 수 없을 것 같아. 그렇게 하면 그건.... 흉내일 뿐이야. 그래서 난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없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약속. 약속하는 것뿐이야. 만약 신이 존재한다면 그런 존재마저도 막지 못할 약속이야. 당신에게 이런 짓을 한 놈들은... 고통을 받을 거야. 아주 지독한 고통을...]


틸 슈라이버가 비석을 조심스럽게 쓰다듬고 자리를 떴다.

프랭크 캐슬이 공동묘지에 다시 모습을 드러낼 때는 살아서가 아니다.

그가 죽었을 때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다.

그 만큼 그의 복수심... 의지는 굳건했다.


“컷!”


첫 촬영은 비교적 쉬운 장면을 선택했다.

미국의 공동묘지를 올 때마다 류지호는 을씨년스러움을 잘 느끼지 못했다.

일반 공원처럼 잘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공동묘지를 산책하며 사색에 잠기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미국의 공동묘지는 잘 조성되어 있는 편이다.

세계 어디나 마찬가지인 것처럼 미국의 공동묘지도 빈부격차가 느껴진다.

각양각색의 비석들의 재료, 크기, 예술적 모양 등 천차만별이다.

소규모 교회 크기의 가족 납골당도 있고, 지역사회에서 존경받았던 인물이나 부유한 사람들은 동상까지 세운다.

미국의 6대 도시답게 거대하고 광활한 필라델피아에는 공동묘지가 도시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그 가운데 Laurel Hill Cemetery에는 한인 묘지가 조성되어 있다.

태극기와 한글이 새겨진 대형 조형물도 존재했다.


[바다를 헤쳐 푸른 꿈을 안고 낯선 이 땅에 이른 한겨레 1세들 서툰 말과 익숙지 못한 풍습과 초기 이민들이 격어야 했던 수많은 아픔을 피와 땀으로 삭혀 가며 가꾸어 놓은 꽃피는 삶의 터전 그 파란 개척의 땅을 후세에 물려주고 떠나시니 장하신 넋들이시여 여기 그 온갖 시름을 풀고 고이 잠드시라]


한인 묘지 기념비석 뒷면에 새겨진 시다.

류지호가 이곳을 촬영지로 결정한 것은 한인 묘지가 조성되어 있어서가 아니었다.

필라델피아에서 규모로 가장 큰 곳 가운데 하나였고, 그 광활함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암튼 10월 중순에 크랭크인 한 이후로 <Frank Castle> 촬영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냈다.

영화 속의 주요 계절은 겨울이다.

다만 영화 도입부는 가을이다.

맷 머독이 출연하는 재판기간과 교도소 수감 기간은 영화에서 점프시킬 예정이다.


“SET!"

“Stand By!"


셋업을 바꾸거나, 콜을 하거나, 사인을 내거나, 슬레이트를 치거나.

류지호의 팀은 법석을 떠는 법이 없다.

스토리보드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기에 사전 약속대로 오차 없이 진행되는 편이다.

할리우드 촬영장이 원래 그렇기도 하고.

참고로 이전 삶에서 <퍼니셔>는 인건비를 제외한 프로덕션 & 포스트 프로덕션 1.600만 달러 제작비로 8주간 촬영했었다.

플로리다 템파와 시카고 등지가 주요 촬영지였다.

Timely의 팬들로부터 <퍼니셔>를 망쳐놨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제작진의 변명은 예산이었다.


“700만 달러로는 걸프전의 전투장면도 찍지 못했고, 황홀한 액션 시퀀스를 디자인할 수 없었다.”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 대충 견적이 나온다.

얼마 정도 썼고, 몇 회차 정도 촬영했는지.

이전 삶에서 두 편의 <퍼니셔> 영화가 쫄딱 망한 것 같지만, 실제는 다르다.

2004년 판 <퍼니셔>에 죠 트래볼타를 왜 캐스팅했을까.

영화 제작비의 1/5에 해당하는 출연료를 주면서까지.

간단하다.

포스터나 영화 전단지에 죠 트래볼타의 얼굴이 들어가면 비디오와 케이블TV에 잘 팔린다.

해외판매 가격도 다이렉트 비디오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받는다.

할리우드 스타 죠 트래볼타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투자·배급사가 망하지 않는 수준으로 계산한 영화제작비가 3,300만 달러였다.

그 계산이 얼추 맞아 떨어졌다.

본전치기를 넘어 부가시장에서 충분히 재미를 봤다.

단지 Timely Entertainment만이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를 영화 두 편이 망하면서(적어도 극장에서는) 한 동안 쓸 수 없게 되었을 뿐.


“Action!"


DMT 마크가 선명한 밴 한 대가 서 있다.

그 앞에서 작고 뚱뚱한 남자가 프랭크 캐슬을 맞이한다.

안경 낀 뚱뚱한 남자는 데이비드 라누스 리버맨란 이름의 퍼니셔의 조력자다.

<퍼니셔> 팬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마이크로칩(이후 마이크로)이다.

뚱뚱한 단역으로 여러 영화에서 눈도장을 찍은 앨리엇 나이트가 캐스팅됐다.

<원초적 본능>에서 캐서린 트러멜을 심문하다가 그녀가 다리를 벌리자 정신줄을 놓는 경찰, <쥬라기 공원>에서는 보수가 적다는 이유로 공룡의 수정란을 훔쳐서 팔아버리기 위해 공원의 컴퓨터 망을 마비시키는 인물을 연기했던 바로 그 배우다.

영화에서 마이크로는 킹핀의 해외 비밀계좌를 해킹했다가 발각되어 쫒기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갱단 살해범인 프랭크 캐슬에 대한 뉴스를 보게 되고, 미국방부, FBI 등을 해킹해 프랭크 캐슬의 수많은 전공과 과거에 대해 알게 된다.


[한 사람을 죽여줘.]

[난 해결사나 용병이 아니다.]

[그를 죽여주면 널 새로운 신분의 과거가 깨끗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

[시간을 돌릴 능력이라도 있단 건가? 뮤턴트처럼? 그렇다면 1년 전으로 돌려놔. 누구든 죽여줄 게.]

[복수가 더 필요하지 않아?]


악마의 속삼임이라거나 유혹이 아니다.

마이크로는 나름 절실했다.

헬스키친 최악의 악당 윌슨 피스크가 자신을 노리고 있었기에.

살아도 산목숨이 아니다.


[프랭크.... 내가 널 도와줄 수 있어.]


마이크로는 즉석에서 미국의 대형 은행을 해킹한다.

그는 미국 금융시스템과 보안의 취약함을 설명하며 새로운 계좌를 만들고, 500만 달러까지 잔고로 만들어 놓는다.


[이 돈을 인출할 수 있는 신분은 프랜시스 스트롱홀드야. 아, 물론 당장 인출할 순 없어. 다른 작업까지 끝낸 후에....]

[누군가의 회계사였나?]

[아니. 컴퓨터 게임도 만들고. 한 때 보안을 책임졌었지. 해고당했지만. 난 월가의 얼간이들을 속이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많이 알아. 또 당신이 군대에서 다루었던 모든 장비들을 만질 수 있어. 개조도 직접 해 줄게. 차량 개조를 원하면 해 줄 수 있어.]

[총을 구할 수도 있나?]

[어떤?]

[Barrett M82.]

[시험인가?]

[죽이고 싶은 사람은?]

[윌슨 피스크!]


그렇게 코믹스에서 단짝이었던 두 사람이 영화 속에서도 이어진다.

마이크로가 구해온 대물저격총으로 마약거래현장을 습격한 프랭크 캐슬은 마약을 불살라 버린다.

거래대금까지 탈취해 마이크로에게 넘긴다.

마이크로는 그 자금을 바탕으로 총기류와 각종 군사 장비를 조달한다.

류지호는 미해병대 수색대원 출신의 자문을 받아 프랭크 캐슬이 다루는 장비 고증을 꼼꼼히 챙겼다.

군사고문 서너 명을 촬영마다 데리고 다니면서 소총 파지법부터 총기분해조립까지 매우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틸! 멋 부리지 마!”

“CQB에 위배되잖아!”


틸 슈라이버의 동작이 조금만 엉성해도 군사고문들이 득달같이 지적했다.

현대에 와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비정규전, 대테러작전에서의 CQB(Close Quarters Battle) 비중이 커졌다.

특수부대는 제한된 화력자산으로, 민간인이 어디에서 튀어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정교한 근접전을 벌여야 한다.

류지호는 프랭크 캐슬의 액션 디자인을 철저하게 미해병 수색대의 전술체계이자 종합전투기술에 기초해서 촬영했다.


[시청이라도 폭파하게?]


프랭크 캐슬은 은신처를 요새로 만들기 위해 온갖 물건을 마이크로에게 요구한다.


[못 구해?]

[돈이 모자라.]


프랭크 캐슬은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범죄단체 하나를 선택해 소탕한다.

범죄자를 때려잡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지경에 처하게 된다.

프랭크 캐슬은 손에 쥔 막대한 현찰로 빈민가의 한 다세대주택을 구입한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외형을 한 빈민가 아파트다.

장애인, 노부부, 미혼모, 마약 중독자 등 몇 가구가 살고 있다.

어디로도 갈 수 없는 도시 빈민층이 살고 있는 그런 5층짜리 아파트다.

상당 수 집은 비워져 있다.

프랭크 캐슬은 갱단을 토벌해 탈취한 자금에 한해 자신을 위해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각종 군사장비는 초고가의 첨단 물건들로 채워진다.

반면에 그는 통조림이나 싸구려 음식으로 허기를 채울 뿐이다.

심지어 불량배를 혼내주고 빼앗은 잭 다니엘을 아껴 마실 정도로 궁상(?)맞다.

마이크로가 첫 만남에서 타고 왔던 DMT 밴은 프랭크 캐슬의 작전 중 이동수단으로 등장하는데, 마이크로의 개조과정을 거쳐 머신 건이 장착된 배틀 밴(Battle Van)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 배틀 밴은 류지호의 영화가 아니라 최종편인 <Hell's Kitchen>에서 활약한다.

헨리 모터스의 웨건 E-시리즈도 PPL 제안이 왔다.

DMT가 조건이 좋았다.

또 하나의 중요 PPL은 아이폰이다.

마이크로 캐릭터는 얼리어답터다.

<Frank Castle>에서 유일하게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그 폰이 바로 내년 출시예정인 MacIntosh 최초의 아이폰 모델이다.

그 외에도 영화 속 등장하는 모든 컴퓨터는 MacIntosh로 도배될 예정이다.

현물과 현금지원 포함해 총액 273만 달러 규모의 PPL 계약을 체결했다.

류지호는 노골적으로 아이폰 광고를 해줄 작정이다.


‘내 회사 광고를 내 영화에서 하겠다는데....’


류지호가 MacIntosh의 주요 주주이니 본인 회사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실 <REMO> 시리즈만큼의 PPL 실적을 거둘 순 없을 테지만.

왜냐하면 <Frank Castle>은 미국에서 R등급이 확정적이다.

그 때문에 <REMO>의 절반 수준의 PPL 실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820만 달러 상당이다.

그나마 이전 삶에서는 두 편의 <퍼니셔>에서 PPL을 거의 받지 못했다.

예산마저 3,500만 달러밖에 되지 않은 저예산 액션스릴러였다.

이 당시 볼거리를 풍부하게 보여주는 할리우드 액션스릴러 예산은 대략 5~6천만 달러가 책정되는 편이다.

그 절반의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했으니, B급 영화 수준에 머물 수밖에.

물론 감독이 영리했다면 그 예산 안에서도 독특한 영화가 탄생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정확한 날짜에 도착했군요?”


특수효과 전문가 스탠 윈스턴이 제작한 직소 얼굴 마스크는 완벽했다.

마이크 리바가 농담으로 응수했다.


“공룡 가죽을 만드는 것보다는 쉬웠다고 하더군. 가위손보다는 어렵고.”


실제 작업이 어려운 것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니다.

감독 성향을 비꼰 것이다.

스티븐 아들러와 티모시 버톤 두 감독 모두 타협이 없는 고집불통 감독이다.

두 감독 사이에 차이라면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느냐 거부하는가 정도다.

물론 티모시 버톤도 이제는 컴퓨터 그래픽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긴 했다.


“죠는 뭐라고 해요?”

“연기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는 걸 확인했어.”


거의 실제처럼 피부를 재현했다.

약간의 분장이 첨가되면 스킨 톤까지도 제법 그럴 듯 했다.


✻ ✻ ✻


할리우드 제작시스템은 현장에서 변수가 별로 없다.

10월에 시작한 <Frank Castle> 촬영은 순조로웠다.

주된 촬영지는 펜실베니아와 뉴저지에 주로 몰려 있다.

세트 촬영과 일부 로케이션을 뉴욕에서 하기로 되어 있다.

TCU가 있는데 뭐 하러 <Hell's Kitchen>를 기획해야 할까.

한때 고민하기도 했다.

미래를 위해 필요한 기획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R등급의 Timely 실사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안티히어로를 통한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해 주는 것도 의미가 있고.

제작비 부담도 적다.

기존 TCU 영화보다 1/3 수준이면 충분했다.

처음 궁리할 때는 <어벤져스> 세계관처럼 방대했다.

현실적으로 <Hell's Kitchen> 세계관이 거대해지면, 스무 편이 넘는 <어벤져스> 세계관과 충돌하거나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현실적인 액션스릴러 팀업 무비로 조정했다.

이전 삶처럼 StreamFlick 시리즈도 염두에 뒀다.

따라서 3명의 히어로에 대해 모든 걸 드러내지는 않았다.

코믹스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입문용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 콘셉트를 잡았다.

반면에 <아이언 피스트>는 힘을 좀 더 주는 방향으로 제작했다.

본래도 인기가 크게 없는 캐릭터였다.

때문에 실사화 과정에서 아이언 피스트의 매력을 재정립하기 위해 애썼다.

배런 렌포르라는 청춘스타를 출연시켜 싸구려 영화 이미지를 탈피했다.

그리고 <Frank Castle>에 와서 단순한 킬링타임용 영화가 아니라 고민과 갈등하는 안티히어로를 담으면서 장르의 격을 높이기로 방향을 잡았다.

이전 삶에서 <데어데블>, <퍼니셔> 실사영화는 이놈 저놈 말들만 많아서 영화가 산으로 가는가 하면, 감독의 교체, 주연 배우의 교체, 영화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잡음 등 결코 제대로 완성되지 못한다는 운명을 태생부터 가지고 있었다.

류지호가 나서자 그런 일은 없는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화려한 출연진과 제작진을 구성해서 이미 <데어데블>과 <아이언피스트> 두 편에서 각각 2억 달러 이상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뒀다.

그것도 R등급으로 거둔 성과다.

류지호가 기대하는 <Hell's Kitchen> 세계관 4편의 박스오피스 총수입은 7억 달러.

이미 개봉한 영화 두 편으로 4.3억 달러를 달성했다.

남은 두 편으로 3억 달러만 기록하면 된다.

누구도 영화가 망할 것 생각하고 만들지 않는다.

류지호 역시 기대 수익이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고 해서 적당히 할 생각이 없다.


“....오!”

“그럴 듯한데?”

“징그러워....!”


직소 마스크를 쓰고 분장까지 마친 죠 트래볼타가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크립터가 중얼거렸다.


“지금 촬영현장의 반응처럼 극장에서도 똑같이 나와야 할 텐데....”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직소의 모습은 전혀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다.

죠 트래볼타는 연기할 때와 개인 트레일러에 있을 때를 제외하고 후드를 쓰고 있어야 한다.

그런 마케팅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빌어먹을!”


죠 트래볼타가 성질을 부렸다.


작가의말

보통은 일요일에 일주일치 연재예약을 걸어놓습니다만, 연참대전 기간에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상을 해봅니다. 비축분이 꽤 쌓여있지만, 하드 이상 도전을 하게 되면 빠르게 소진 될 것이기에.

암튼 연참대전 끝까지 완주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96 Frank Castle. (7) +5 23.12.07 1,791 99 24쪽
695 Frank Castle. (6) +3 23.12.07 1,580 96 24쪽
694 Frank Castle. (5) +8 23.12.06 1,757 97 23쪽
693 Frank Castle. (4) +6 23.12.06 1,684 87 24쪽
» Frank Castle. (3) +9 23.12.05 1,834 94 24쪽
691 Frank Castle. (2) +4 23.12.05 1,797 84 24쪽
690 Frank Castle. (1) +11 23.12.04 1,971 103 23쪽
689 일본 침공. (3) +3 23.12.04 1,818 91 24쪽
688 일본 침공. (2) +15 23.12.02 1,937 107 22쪽
687 일본 침공. (1) +9 23.12.01 1,961 107 23쪽
686 지구촌 한국인, 젊은 그대! +6 23.11.30 2,004 94 23쪽
685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3) +8 23.11.29 1,985 103 22쪽
684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2) +4 23.11.28 1,965 106 24쪽
683 가진 돈을 셀 수 있으면 진정한 부자가 아니다. (1) +5 23.11.27 2,010 101 24쪽
682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2) +5 23.11.25 2,007 105 21쪽
681 자격이 있으면 갖는 거다! (1) +3 23.11.24 2,023 108 24쪽
680 감독님은 판타지 스타입니다. +2 23.11.23 2,036 96 25쪽
679 세기의 결혼식. (4) +3 23.11.22 2,071 106 27쪽
678 세기의 결혼식. (3) +6 23.11.21 2,061 106 24쪽
677 세기의 결혼식. (2) +6 23.11.20 2,091 111 25쪽
676 세기의 결혼식. (1) +6 23.11.18 2,126 106 28쪽
675 TCU의 닻을 올리다! (2) +5 23.11.17 1,942 101 23쪽
674 TCU의 닻을 올리다! (1) +4 23.11.16 1,985 106 24쪽
673 뉴욕살이. +9 23.11.15 1,974 103 23쪽
672 포츠담 광장에서... (5) +6 23.11.14 1,937 101 26쪽
671 포츠담 광장에서... (4) +11 23.11.13 1,934 107 31쪽
670 포츠담 광장에서... (3) +4 23.11.11 1,918 108 28쪽
669 포츠담 광장에서... (2) +3 23.11.10 1,896 99 24쪽
668 포츠담 광장에서... (1) +3 23.11.10 1,893 83 23쪽
667 외도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했는데.... +4 23.11.09 2,050 101 2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