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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안밀
작품등록일 :
2020.03.27 08:37
최근연재일 :
2020.04.18 12: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14
추천수 :
3
글자수 :
76,461

작성
20.04.1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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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엔딩

DUMMY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재진이 날 찾아왔다.

일 층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겉옷을 챙겨 입었다.

일 층에 내려가니 재진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몹시도 피곤해 보였다.


“괜찮냐?”

“괜찮아야지 어쩌겠냐···.”

“너 여기 있어도 돼? 나랑 같이 있는 거 송채은이랑 들키면 어쩌려고 그러냐? 아! 내가 들키면 안 되는 건가···.”

“지금 집에 있어. 오늘은 널 보러 온 게 아니야.”

“응? 아니라고?”


나야 작가가 모종의 이야기를 꾸미고 있다는 걸 알았으나, 재진은 몰랐다.

그 말인즉슨 난 재진이 무슨 행동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송채은이랑 헤어질 거야. 그거 말하려고 왔어.”

“뭐?! 왜!!!”


깜짝 놀란 내가 되물으니, 재진은 괴로운 얼굴을 했다.


“너무 힘들다···. 송채은이 박유철이 보낸 끄나풀이라 생각하니까 너무 열 받고 소름 돋아서···. 버티질 못하겠어. 박유철 이야기는 안 꺼낼 거야.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돼.”

“미쳤냐?!! 가만히 놔둔 다음에 이용할 생각을 해야지 무슨!!”

“난 정말 진심이었다. 이쯤에서 놓아주는 게 내 마음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싶었어.”

“지랄한다!!! 너 뭐 영화 찍냐?!!!”


정확히 말하면 소설을 찍고 있었다.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화가 날 버럭 소리 지르게 했다.


“점점 드러나고 있어. 최근 일어난 사건들 여기저기에 송채은의 흔적이 발견되고 있거든.”

“헬스장도···?”

“CCTV를 확보했어. 헬스장 밖에서 피해자들과 송채은이 싸우는 듯한 모습이 꽤 여러 번···. 이미 송채은을 타깃으로 수사하고 있어.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야.”


하지만 그는 주인공이었다.

재진은 주인공다운 표정과 주인공다운 대사를 날렸다.


“내가 내 손으로 그 여자를 잡아 넣을 거야. 이 관계를 정리하는 게 그 첫 시작이고.”

“송채은 잡아 처넣으면? 박유철은···!!”


홧김에 재진을 잡아챈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두 손을 들어 항복표시를 했다.

그러자 재진은 작게 미간을 찌푸리며 날 의아하게 보았다.

난 씩 웃으며 그에게 손짓했다.


“그래. 좋아. 어디 한번 잘 해봐.”


그는 담배를 밟아 끄고선 엘리베이터에 탔다.

재진에게 응원을 보냈다.

하지만 정말로 잘해야 할 건 나였다.


“시작 된 거야?”

[응. 끝이 시작됐어.]


내 물음에 작가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좋다 그거야.

나는 상택이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 준비시키라 말했다.

시간을 보았다.

밤 9시 26분. 나와 재진이 박유철의 손에 개죽음당하던 그때와 비슷한 시간대였다.

심장이 쿵쿵거려 가슴을 꾹 눌렀다.

초조한 발걸음으로 이리저리 서성이며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주소는 송채은의 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택이와 동생 몇 놈이 왔다.

놈들은 내게 꾸벅 인사를 했다.

난 상택이의 어깨를 두드렸다.


“잘하자.”

“예. 형사···. 아니 형님.”


그가 내게 이렇게 진심으로 깍듯해진 이유.

일시불로 지급한 의뢰비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겸사겸사 좋은 기회까지 주었으니 말해 뭣할까.

그들을 오피스텔 곳곳에 배치했다.

출입구 두 군데와 계단실. 지하주차장. 그리고 혹시 몰라 건물 뒤편과 앞편에도 애들을 두었다.

그와 덧붙인 하나의 조건. 최대한 몸을 숨기고 있어라. 들키지 않게.

하지만 박유철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상택이는 초조한 듯 서성이는 날 보며 조심히 물었다.


“혹시···. 저희가 오기 전에 먼저 들어가 있었던 게 아닐까요?”


아닐 거다. 아닐 거다 되뇌었지만, 예감은 점점 나쁜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배달원이 보였다. 난 크게 손을 흔들어 그를 불렀다.


“905호 배달 오신 거 맞으시죠? 여기.”


아는 체를 하니 배달원은 별 의심 없이 내게 치킨을 건넸다. 값을 치르고선 멀뚱히 서 있는 상택이에게 건넸다.


“예?”

“치킨 배달 가야지.”

“···. 네.”


그는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고분고분하게 굴었다. 역시 돈이 최고였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9층을 눌렀다.


“연장 좀 챙겼냐?”

“네. 여기. 살짝 좀 챙겼습니다.”


상택이는 가슴팍을 두드리며 씩 웃었다. 살짝이 어느 정도를 뜻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또한 무언가를 챙겨야 하나 했지만, 이내 생각을 접었다.

나는 재진이나 여타 다른 놈들과는 달리 멀찍이서 생각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조연이었다.

조연인 내가 무기를 들고 박유철을 격퇴할 일은 없을 것이다.

내 무기는 진압봉도, 칼도 아닌 주인공 김재진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상택이와 난 송채은의 집 앞에 나란히 섰다.

비장한 눈빛이 오갔다.

나는 문이 열리는 쪽으로 숨었고, 상택은 벨을 눌렀다.


“치킨이요.”


그러자 안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박유철의 목소리였다.


“안 시켰어요!!”

“905호 맞는데요.”

“안 시켰다고!!!”


집주인은 문조차 열지 않고선, 상택이는 줄기차게 벨을 눌렀다.

내가 송채은이었으면, 미친놈의 벨테러에 소름 끼쳐 했겠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결국 문이 벌컥 열렸다.


“아 진짜···. 아니라잖아···.”


박유철. 그가 문을 열고 나왔다.

놈의 모습을 보자마자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박유철의 칼에 찔려 죽던 그때가 떠올랐다. 척추를 관통하는 죽음의 기억. 몸이 벌벌 떨렸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상택이는 문을 열고 나온 박유철에게 환한 웃음을 보였다.


“안녕 친구?”


그리고 아주 빠른 선빵. 박유철이 현관에 나자빠졌다.

난 숨을 고른 뒤 안으로 들어갔다.

상택이는 박유철의 멱살을 잡아 일으켰다. 곤죽을 만들려는 생각이었는지 주먹을 들었으나, 그의 주먹은 멈춰지고 말았다.

나 또한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거실 바닥 면에 카펫처럼 넓게 깔린 비닐. 의자에 묶여 있는 남녀. 송채은과 재진이었다.

피투성이가 된 송채은은 축 늘어진 채 눈을 껌벅껌벅하고 있었다.

재진은 날 보며 거칠게 몸을 들썩였다.

상택이는 커다란 주먹을 냅다 박유철에게 꽂았다.


“아 이 새끼···. 지 여자친구도 잡네?!! 뭐 그런 건 난 모르겠고!! 너 잘 걸렸다 이 새끼야. 너 때문에 아주!!”


퍽!! 한 대.


“살기가!!”


퍽!! 두 대.


“어려워요!!”


상택이는 자신의 밥줄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경쟁자를 패는 데 정신이 없었다.

나는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묶여 있던 재진을 풀어주었다.

재진이 숨을 몰아 내쉬었다.

그를 붙잡고 외쳤다.


“어떻게 된 일이야!!”

“박유철이 있었어. 들어오니 송채은이 이미 저 지경이···.”


그때였다.


“아아아아아악!!!”


상택이의 비명이 들렸다.

상택이에게 얻어맞고 있던 박유철의 손에 작은 나이프가 들려 있었다. 상택이는 발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소리쳤다. 하지만 박유철은 그의 다른 발에 나이프를 꽂아 넣으며 우리에게 미소를 보인 뒤 현관을 뛰쳐나갔다. 뛰어난 반사신경의 재진은 튀어 나가듯 그를 쫓았다.


하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었다.

엘리베이터 두 대는 모두 일 층에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5층과 4층 사이의 계단엔 조명이 나가서 어두컴컴하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솜씨 없는 건축업자 덕분에 계단 한 개가 7mm만 높은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어둠 속에서 계단을 두세 개씩 성큼성큼 뛰어 내려가던 박유철의 발에 하필! 하필 그 살짝 높은 계단이 발에 밟힌 거야.

박유철은 굴러떨어졌지만, 똑같이 성큼성큼 내려가던 재진은 운 좋게도 그 계단을 피하는 거지.

어때? 어때 작가야?


[내가 함께하는 한, 모든 것들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질지어다.]


난 송채은을 보며 픽 웃었다.

고문이라도 당한 걸까. 팔과 다리에 수도 없이 난 칼자국. 괴롭힐 만큼 괴롭히다 죽이려고 한 모양이었다.

그녀에게 물었다.


“어째서 박유철이 널 이렇게 만든 거지? 함께 사이좋게 애먼 사람들 죽여가면서 하하 호호 할 때는 언제고? 왜 이제 와서?”


송채은은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 내가 그 미친 싸이코 새끼 속마음을 어떻게 알아···. 갑자기 찾아와서는 내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지랄을 하는데···. 내가 뭘···. 내가 뭘 배신했다고···.”


난 문득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 무언갈 떠올리며 씩 웃었다.


“그렇지. 미친 싸이코 새끼지. 넌 그냥 SNS에서 잘생긴 형사 남자친구랑 찍은 사진 올린 것밖에 없는데···. 그게 뭐 큰 잘못이라고. 또라이 새끼.”


내 말에 송채은은 넋이 나간 얼굴을 했다.


“···. 뭐? 설마 그거 때문에···.”

“아 그러게. 양다리를 거칠 생각이었으면 양쪽 다 섭섭하지 않게 해줬어야지. 하긴···. 박유철 왁구보다 재진이 왁구가 훨씬 낫지? 박유철은 뭐······. 심심하잖아. 재진이 얼굴은 얼마나 재밌냐! 거 밑에 댓글 보니까 잘생겼다고 난리드만. 관심받으니 그때는 좋았지?”


송채은은 두 눈을 감아버렸다. 그 밑으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얼굴에 묻은 피와 함께 내리니 피눈물이 되었다. 애절한 모습과는 달리 살기 가득한 욕설을 내뱉었다.


“씨발놈의 새끼···. 지가 나보고 그렇게 하라고 시켜놓고선 왜···. 왜!!!! 대체 왜!!!! 박유철 이 개 또라이 새끼!!!”

“커플간 싸움은 서에 가서 하라고.”


난 끙끙 앓는 소리를 내는 상택이를 부축해 소파에 앉히곤, 112와 119에 신고를 했다. 핸드폰에 112를 찍으니 내가 진짜 민간인이 되었구나 싶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




그 이후의 일들은 내게 아주 아득한 느낌을 주곤 했다.

내 친구가 TV에 나오고, 내 건물이 TV에 나오고, 내가 보았던 연쇄살인마 커플이 TV에 나왔다. 그 어느 곳에도 내 이야기는 없었으나 왠지 뿌듯한 기분이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직접 범인을 잡는 것도 좋았으나, 이런 식으로 잡는 것도 재밌다 싶었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희열을 느꼈다 해야 할까.


희대의 연쇄살인마와 빠르게 부상한 인플루언서 살인마의 조합은 인터넷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TV 속 화면에서는 유족들이 찾아와 두 연놈을 붙잡고 악다구니를 썼고, 경찰과 기자들까지 한데 어울려져 혼돈을 만들어냈다.

과거의 나라면 지금쯤 저곳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대낮부터 소파에 드러누워 팔자 좋게 뒹굴뒹굴하고 있었다.

평화로운 삶이었다.


멍!!


여자친구는 없었으나, 내겐 사랑스러운 자까가 있었다.

오늘도 우리 자까는 산책하러 가자 졸랐다.

그래 가자. 시간도 많고 여유도 많으니 산책이 대수겠는가.


날이 좋았다.

하늘은 청명하고 햇볕은 따뜻했다.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자까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저곳 나를 이끌어 대는 통에 산책의 주체는 내가 아닌 자까가 되었다.


[너 자꾸 그렇게 자까한테 끌려다니면, 나중에는 감당 안 된다?]

“내 새끼 좋아하는 건 다 해줘야지. 그렇지 자까야?! 우리 자까 하고 싶은 거 다 해!!”

[미친 새끼···.]

“이야기는 잘 마무리됐냐? 편집자는 뭐래?”

[어음···. 뭐. 그럭저럭?]


예상과는 달리 담담한 대답이었다. 왠지 모르게 김이 빠져 콧잔등을 찌푸리니 작가가 피식 웃었다.


[내 성적에 대해서는 네가 신경 쓸 필요 없어. 그건 오롯이 내 몫이니까. 넌 이제부터 그냥 편안하게 살면 돼.]

“정말? 이야기 다 끝났다고 건물이고 돈이고 차고 다 뺏어가는 거 아니지?”

[나 그렇게 양아치 아니거든?!]

“흠···. 정말? 그럼 증명해봐.”

[어떻게?]

“돈도 있고, 차도 있고, 건물도 있으니 이제 하나만 있으면 돼.”

[뭐?]


난 씩 웃으며 답했다.


“여자친구.”

[아 그건 좀·········.]

“나쁜 새끼.”

[어우 야 그건 좀 진짜 어렵다······.]


실랑이는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그러다 어느 한 꼬마와 눈이 마주쳤다. 꼬마의 첫 관심은 사랑스러운 자까에게 있었으나, 그 관심은 곧 내게로 왔다. 꼬마가 날 물끄러미 보았다. 눈이 마주치니 씩 웃어주었다. 그러자 꼬마는 엄마 뒤로 숨었다. 꼬마의 엄마도 날 경계하기 시작했다. 꼬마가 엄마에게 속삭였다.


“엄마. 저 아저씨 이상해···. 허공에다 혼잣말해···.”


모녀는 서둘러 날 스쳐 지나갔다. 나는 머쓱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속삭인다고 노력했겠지만, 꼬마의 엄마가 하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미친 사람인가 봐. 얼른 가자.”


저기 어머님? 저 미치지 않았습니다.

머릿속에서 환청 비슷한 게 들리지만, 그건 좋은 거라고요.

지금 이 세상은 글 속 세상이고, 내 머릿속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당신도, 꼬마도, 자까도, 나도. 우리는 모두 글 속에서 살고 있다고요.

그러니까 난 미친 게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특이하게 살고 있을 뿐입니다!


[맞아. 여긴 글 속 세상이야. 확실해. 확실하고말고.]


난 활자로 된 사람.

이 시간은 이야기의 흐름.

이 세상은 실제인 듯하지만, 실제가 아냐.

그렇지? 그렇지 작가야?


[응. 그렇고말고.]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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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딩 20.04.18 2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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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변화 20.04.17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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