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스토리 수정 중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안밀
작품등록일 :
2020.03.27 08:37
최근연재일 :
2020.04.18 12:00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303
추천수 :
3
글자수 :
76,461

작성
20.04.14 21:00
조회
14
추천
0
글자
12쪽

백스페이스

DUMMY

머리가 멍했다.

내가 편견에 빠져 있었던 걸까?

당연히 범인은 송채은일거라 생각했다.

피해자들은 송채은의 심기를 거슬렸던 두 놈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디 갔다 오셨어요?! 경찰에 아는 분이 계신 거예요?!”


터덜터덜 돌아오니 오정혁이 내게 물었다.


“아···. 네···.”

“보셨어요?! 누구예요?! 누가 죽었어요!?”


우리는 인파 한가운데에 있었다.

오정혁이 호들갑을 떠니, 주위 사람들 관심이 내게로 몰렸다.


[관심받으니 좋지??]


나는 고개를 저으며 인파를 빠져나갔다.




/




헬스장 회원이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살해당했다.

그것도 헬스장에 오다가 말이다.

헬스장은 일주일 정도 임시 휴업을 한다 했다.

운동을 핑계로 송채은에게 접근해보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의외의 곳에서 소득이 있었다.

바로 내 전담 트레이너 오정혁에게서 말이다.


“아니! 글쎄 그 두 분이 그렇게 되실 줄은 꿈에도 몰랐다니까요! 진짜 열심히 하시던 분들이었는데···.”

“둘이 친구였다고요?”

“네. 두 분이서 살 빼겠다고 얼마나 열심히 하시던지! 제가 다 자극받을 정도였다니까요? 두 분 다 일주일에 한 네 다섯 번은 오셨던 것 같아요.”

“그래요? 왜 난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회원님은 주로 아침에 오셨잖아요. 그분들은 저녁에 오시는 분들이세요. 그러고 보니 우리 회원님 여자한테 작업 좀 걸어보려고, 괜히 엄한 시간에 오셔서 몹쓸 꼴만 보고 가셨네요···.”

“아 글쎄!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오정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헬스장이 휴업하니, 본의 아니게 휴가를 얻은 트레이너는 몹시도 심심했나 보다.

허구한 날 날 찾아와 놀자고 넉살좋게 엉겨 붙었다.

자기 담당 회원들 중에 내가 유일한 백수라나 뭐라나.

맞는 말이긴 했다.

지금의 난 강력반 형사가 아니라 임대료 받아먹고 사는 백수였다.

함께 산책 겸 나온 자까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열심히 운동하던 사람들이 대체 왜 죽었을까?”

“제가 그걸 알면 형사 했죠! 회원님은 형사셨다면서 왜 몰라요?”

“형사는 형사지 무당이 아니라고요···.”

“그래도 뭐 영화서 보면 주인공이 딱딱! 어!! 딱 추리하고 뭐 막 그러던데?!”

“···. 그거야 주인공이니까 그렇죠.”


이 이야기의 주인공 김재진.


그는 지금 범인을 쫓느라 동분서주하고 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잡고 있는 연쇄 살인 건도 모자라, 헬스장 살인사건까지.

몸이 세 개여도 모자랄 판국이겠지.

아무리 조연이라 한들 이렇게 가만히 커피나 마시고 있어도 되는 건가 싶었다.

재진에게 조금 미안해졌다.


[그래! 좀 직업의식 좀 가져보라고!]


야 작가.


[응?]


넌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고 싶어 하잖아.

근데 왜 나한테 아무것도 안 가르쳐주지?

그냥 나보고 열심히 뛰어다니라고만 하고, 내막은 하나도 오픈 안 하네?

굳이 이렇게 해야 해?


[음···.]


그냥 나보고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시키면 되잖아!

네가 하라는 대로 하면 너도 좋고, 나도 편한 거 아닌가?

생각해보니 진짜 어이없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뭐하긴. 글 쓰지···.]


네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줄게. 그러니 빨리 헬스장 살인사건 범인이 누군지 이야기하고, 어디로 가야 박유철이랑 송채은 잡을 수 있는지 이야기 좀 해줘 봐. 불쌍한 김재진 일이나 덜어주게.


[워우. 그건 안돼.]


왜?


[···. 여튼 안돼.]


너 말투가 좀 수상하다?

설마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니지?

우리 그 뭐냐! 리메이크인가 뭔가 그거 한다며. 그거 어떻게 할지 다 생각해 놓은 거지?


[···.]


저기요?


[아이씨 진짜!! 거참 집요하게 구네!! 그래!! 질러 놓고 수습하는 거야!! 난 글 쓸 때 그렇게 쓴다고!! 작가마다 스타일이 있는거야!!]


작가라고 전지전능한 건 아니었구만?

전능은 되는데, 전지는 안 되는 신이라······. 모지리네.


[야 이···. 작가마다 스타일이 있는 거라고!!]


뭐야 그럼. 헬스장에서 죽은 여자들도 그냥 막 던진 거야? 맥락도 없이? 개연성은 밥 말아 먹고? 범인이 없는데 피해자만 만든 거야?


[아. 그건 아냐. 앞 문장 이어서 다음 문장 쓰는 스타일이라도, 뼈대는 세울 줄 알아야 작가 아니겠어?]


쭈뼛거리던 말투는 온데간데없었다.

난 그의 얼굴도, 표정도 볼 수 없다.

내가 작가를 추측할 수 있는 거라곤 목소리 하나뿐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려달라는 말에는 자신 없는 듯 목소리가 기어들어 갔다.

하지만 헬스장 살인사건에 범인이 없냐는 말에는 몹시도 단호한 목소리였다.


“저기 형님?”


곰곰이 생각에 빠져 있으니 오정혁이 날 불렀다.


“···. 아니 제가 언제부터 형님이 됐습니까?”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담배 피면 다 형 동생 하는 거지 뭘 그렇게 따지세요!”


오정혁은 넉살 좋게 허허 웃었다.

그래라 그래.

지금 내 관심사는 몸 좋은 헬스장 트레이너가 아니었다.


송채은.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박유철.

그 치들을 어둠에서 끄집어내고, 재진과 내 목숨을 살리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을 다시 한번 되짚어 보았다.

앞 문장 이어서 다음 문장을 쓰는 스타일이라 그랬다.

그 말인즉슨 뒷 이야기가 앞 이야기를 따른다는 소리였다.

작가와의 첫 만남을 떠올려 보았다.

조연인 나를 도와줄 테니, 함께 스토리를 수정하자고 했다.


함께···.

함께.


글을 쓰는 작가가 누군가와 함께 글을 쓴다?

그렇다면 이 스토리에 내 의도가 들어가도 상관없다는 것일까?


[빙고!]


좋아. 그런데 스토리에 뼈대가 있다 했다.

뼈대는 건드릴 수 없다. 그럼 작가가 말하는 그 뼈대가 무엇인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인 나는 절대 알 수 없고, 건드릴 수 없는 것들인가?


[그렇지.]


그렇다면···. 뼈대는 작가의 것. 살점은 나의 것이라는 소리.


[새끼. 누가 만들었는지 겁나 영특하네.]


오케이. 그렇다면 지금 오정혁이 내게 송채은의 정보를 주게끔 해봐.


[다짜고짜는 안돼. 대화가 필요해. 그게 바로 개연성이야. 그 개연성은 네가 스스로 직접! 만들어야 해. 그게 바로 로또 당첨금의 댓가야.]


흥. 좋다 그거야.

나는 오정혁에게 씩 웃으며 몸을 기울였다.


“그럼, 말 놓는다?”

“어휴. 좋죠!”


오정혁은 서글서글한 놈이었다. 재진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남자였다.

지그시 그를 불렀다.


“동생아.”

“예?!”


오정혁은 사람 좋은 미소를 띠고선 내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직진했다.


“송채은 번호 좀 알려줘라.”

“아 그건 좀···.”

[아 그건 좀!!!]


오정혁은 인상을 구겼고, 작가는 머릿속에서 버럭 소리 질렀다.

괜히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거 아냐? 너무 갔어?


[너무 없어 보이지 않냐? 윤지혁. 난 널 그렇게 키우지 않았다.]


에이씨···. 민망하네.


[지워 지워. 다시 다시.]


지운다고? 그런 것도 돼?


[안될 게 뭐 있어. 글 썼다 지웠다 하는 게 내 일인데.]


작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눈앞이 하얘졌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다시 카페테라스로 돌아왔다.

아까 전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상하리만치 주위가 고요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도로 위를 달리던 자동차도 멈췄고, 나무를 살랑이던 바람도 멈춰있었다.

오정혁도 마네킹처럼 있었다. 몹시도 기이한 기분이었다.


자까가 한번 크게 짖었다. 마치 영화감독의 큐사인 같았다.

그러자 세상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정혁이 말했다.


“같이 밥 먹고 커피 마시면서 담배 피면 다 형 동생 하는 거지 뭘 그렇게 따지세요!”


아까 전 했던 말이었다.

아. 이런 거구나! 잘 쓰면 괜찮겠는데? 종종 써야겠어. 이런 건 미리미리 알려줬어야지!


[···. 야 이새끼야. 글 쓰는 게 얼마나 힘든 줄 알아? 백스페이스는 네 맘대로 못써! 꿈도 꾸지 마!]


쳇. 아쉽군.

아무튼, 다시 돌아왔으니, 이번에는 제대로 하리라.


“그럼, 말 놓는다?”

“어휴. 좋죠!”


다짜고짜 물으면 또 오정혁의 반감을 살 수 있으니, 신중해야 했다.


“다른 회원들이랑도 이렇게 친하게 지내?”

“그럼요. 이게 다 영업 아니겠습니까.”

“워. 그럼 너 지금도 영업 중이냐.”

“에헤이! 뭘 또 그렇게 따지시고!!”


오정혁은 씩 웃으며 날 툭 쳤다. 아쭈. 앵기는 폼이 보통 놈이 아니다.

강남의 헬스장에서 트레이너로 일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 한다 그건가.

좋다 그거야.

서로가 서로를 이용해보자고.


“송채은 하고도 친해?”

“아이 거참 형님. 보기보다 끈질긴 구석이 있으시네! 그분이 그렇게 좋으세요?”

“진짜 아니라니까!”


오정혁은 콧잔등을 찌푸렸다.


“여자 회원님들이랑은 헬스장 밖에서 안 만나요. 딱 헬스장까지! 그게 제 철칙이에요.”


단호한 목소리였다. 그가 송채은과 깊은 친분이 있길 내심 기대했던 나는 실망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오정혁이 콧잔등을 찌푸리며 손사래를 쳤다.


“어휴. 헬스장에서는 운동만 해야지. 잿밥 신경 쓰다가 삐끗하면 골치 아파요. 그러니까 형님도 신경 끄시고 운동만 하시죠!”

“잿밥?”

“예. 잿밥요! 사람들이 하여튼 말이야. 운동하러 와서는 운동은 안 하고 다른 사람들만 쳐다보고! 뭐 좀 어떻게 해볼까! 막 그러질 않나. 자세가 별로네, 옷이 어쩌네 저쩌네 막 흉보질 않나! 그러면 못써요! 형 진짜 그거 하지 마세요. 헬스장 옮기지 말고 저랑 같이 계속 운···.”

“잠깐.”


무언가가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예?”

“그 죽은 두 여자. 그 여자들도 그랬어?”

“뭐···. 뭘요?”

“다른 회원들 뒷담 하는 거.”

“어음···.”


내 질문에 오정혁은 난감한 듯 말끝을 흐렸다.

그리곤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저었다.


“전 그런 거 잘 몰라요···.”


오정혁은 생각보다 똑똑한 놈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에 입조심의 필요성을 몸소 느끼는 건가?

하지만 난 전직 형사였다.

꾹 닫은 입을 열게 만드는 게 내 일 중 하나였다.

그를 툭 쳤다.


“괜찮아 괜찮아. 나한테만 말해봐. 비밀로 할게.”

“지···. 진짜요?”

“그럼!”


판을 깔아주니 오정혁은 목소리를 잔뜩 낮추어 소곤거렸다.


“사실 그 두 분···. 유명인사셨어요.”

“유명인사?”

“네···. 본인들 운동만 열심히 하시면 됐는데, 다른 회원들 품평회까지 열심히 하시니···. 소문이 좋을 리 있나요···. 남자고 여자고, 전부 그 두 분 되게 안 좋게 보셨어요.”


게임처럼 세이브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내뱉을 말이 과연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까.

까딱하다가는 오정혁에게 위험한 소리를 나불대는 미친놈으로 낙인찍힐 수 있었다.

하지만 물어야만 했다.


“그 두 여자가···. 송채은한테는 어떻게 했으려나···?”


슬며시 물었다.

그랬더니 오정혁의 표정이 굳어갔다.

결국 그는 커피를 마시며 내 시선을 피했다.

경찰에게는 물증이 필요했으나, 백수인 나에게는 심증만 있으면 됐다.

그만하면 됐다.

씩 웃으며 그를 툭 쳤다.


“야. 누가 들으면 송채은이 그 여자들 죽인 줄 알겠다?!”

“형!!! 대체 무슨 소릴!!!”


내가 지금 무슨 소릴 하냐고?

아무래도 작가가 송채은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한 것 같단 말을 하는 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스토리 수정 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4 엔딩 20.04.18 22 0 13쪽
13 치트키 20.04.17 12 0 12쪽
12 변화 20.04.17 14 0 13쪽
11 난 너를 믿었던 만큼 난 내 친구도 믿었기에. 20.04.15 16 0 13쪽
» 백스페이스 20.04.14 15 0 12쪽
9 입조심 +1 20.04.13 14 1 11쪽
8 은밀하게 과감하게 20.04.11 21 0 12쪽
7 베테랑 20.04.09 20 0 13쪽
6 밸런스 패치 20.04.07 21 0 12쪽
5 상대적 개연성 20.04.05 17 0 12쪽
4 작가의 자존심 20.04.02 18 0 12쪽
3 분량은 채워야한다. 20.03.31 22 0 12쪽
2 나는 조연이다. 20.03.28 33 1 11쪽
1 고구마 엔딩 20.03.27 59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